<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모바일게임 해킹 피해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29 14:49:18
  • 호수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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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수사 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의 애플 아이폰이 해킹당해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뛴 피해자의 사연입니다.

최근 한 국내 대형 통신사 가입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중국 해커 조직을 비롯해 최근 한국을 겨냥한 북한 해커 조직의 사이버 공격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이 같은 해킹이 발생해도 범죄자 추적은 쉽지 않다. 해외 서버를 활용한 범죄가 많기 때문이다. 

“불가능”

지난 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정보통신망 침해범죄 중 해킹·디도스 발생 사건은 2853건 발생했으나, 검거는 947건에 불과했다. 1년에 1000건 이상 발생하지만, 범죄 유형 중 검거율이 30%대는 정보통신망 침해가 유일하다. 문제는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 등 보안 사고가 나도 기업들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 본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도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은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집단소송에 들어가거나 정부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피해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 이 상황을 그대로 겪은 피해자 A씨가 있다.

외국 대학교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11월 학교 밖을 나가는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확인했다. 장을 보러 나가는 길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라 빠져나갈 돈이 없었는데, 한국서 사용한 카드사 결제 예정 내역이 있었다.

특별히 정기결제를 연계해놓은 것도 없었고 외국에 있으니 한국 카드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결제 예정금액도 200만원을 넘었다.

당시 A씨는 통신요금 면제를 받고 있었던 터라, 카드사를 통해 나갈 통신요금도 없었다. 그런데 통신사 사용내역을 확인해보니 ‘부가서비스-애플 서비스’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통신사에 연락을 하고 싶어도 토요일이라 연락이 불가해 우선 급한대로 한국에 연락했다. 한국서 확인해보니 A씨의 한국 핸드폰은 소액결제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보이스피싱인가 하는 의심이 들어, 통신사에 긴급 연락을 했더니 소액결제된 게 맞았다.

알 수 없는 200만원 게임 아이템 결제
해킹 피해 입었는데 “해결이 어렵다”

통신사는 “사용하는 핸드폰이 아이폰이니 애플사에 직접 문의하라”고 대답했다.

애플은 200만원의 청구 금액이 애플 앱스토어 특정 게임 아이템 결제라고 설명했다.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결제된 금액이었다.

A씨가 “결제 전에 사용자가 결제를 승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애플 관계자는 “맞다. 고객님이 사용하는 통신사를 통해 결제하겠다고 이미 승인이 나서 결제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나는 게임을 하지 않고, 소액결제서비스 자체를 받고 있지 않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애플 관계자는 “데이터를 확인하니 게임 유료 아이템을 수차례 결제한 것으로 나온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의신청을 하면 48시간 내 회신받을 수 있다”고 전달했다.

홈페이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3일이 지난 뒤 다시 연락했더니 “이의신청이 기각됐다”며 재 이의신청 시 48시간 이내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똑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게다가 애플 관계자는 A씨 카드로 200만원이 벌써 결제됐다고 말했지만, 당시 카드 결제일은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애플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본인이 설치하지도 않은 모바일게임 아이템이 수차례 결제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해킹 피해를 알리며 상담을 요청했다. 카드사는 결제 전체 정지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특정 결제 항목만 정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해당 카드엔 한국의 아파트 관리비 등 자동 결제가 연계돼 있어 결제 정지 시 체납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도 카드사는 “애플사 결제가 우리 카드사로 바로 되는 것이면 몰라도, 통신사의 소액결제라 도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무한루프였다. 카드사나 통신사 측이나 ‘애플 때문에’ ‘카드사 때문에’ ‘통신사 때문에’라며 서로 미루기만 했다. 전화 통화할 때마다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처음부터 설명하면 “그렇게 말해도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카드·애플·통신사 책임 떠넘기기
경찰 난색…직접 뛰어 환불 조치

A씨는 해당 항목에 대한 결제 금액을 막는 요청을 여러 차례 했다. 상담원에게 화를 내며 따져 묻자 그때서야 결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다음은 경찰 신고였다. 해킹 범죄 피해를 봤다고 신고하니 경찰은 “담당자가 현재 없다. 그래서 접수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경찰에게 항의하니 “당직에게 전화해서 사고 접수하라고 하겠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나중에 다시 확인하니 그의 사건은 경제팀으로 이관돼있었다. A씨는 다시 “해킹 범죄인데 왜 사이버 수사대에 업무 분장을 하지 않냐”고 화를 냈다.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경찰은 A씨에게 “애플은 글로벌 대기업이라 수사가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찰서 정해놓은 게임 관련 주요 분쟁의 예는 ▲미성년자의 모바일게임 결제 환불에 관한 분쟁 ▲청약철회, 계약해지 등 결제와 관련된 분쟁 ▲계정 도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분쟁 등이 있다.

A씨의 피해 사례는 ‘계정 도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 이렇게 명시돼있는데도 애플이 글로벌 대기업이라 수사가 어렵다고 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는 직접 게임사에 항의 공문을 보내면 문제 해결이 쉽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직접 관할하고 돈을 챙기는 구조다. 그래서 우리 위원회를 통해도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 A씨가 직접 나섰다. 그는 직접 해킹 아이템 거래내역 37건 금액과 청구내역을 애플사 일련번호와 함께 기록했다. 이를 금액과 함께 표로 정리했다.

모두 회피

결국 A씨의 피해 금액 200만원은 전액 환불됐다. 경찰이 불가능하다고 수사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해킹 피해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A씨는 “카드사, 통신사, 애플사 모두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도움을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도 피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 결국 모두 제대로 일을 하기 싫어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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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사다리 누를라’ 세제 개편안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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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겨냥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옮겨가는 조짐이 나타났다. 이번 세제 개편안이 만들 연쇄 고리의 끝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일까?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다음 달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보유한 현재 의회 구도상 당론으로 추진하면 큰 틀에서는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난한 통과 무성한 논란 핵심 내용 중 논란이 많은 것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보유 공제를 거주 공제로 전환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인상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거주로 나눠 재편한 후 거주 공제 중심으로 전환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다. 현행 제도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는 해당 주택의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12억원이다.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1월1일부터 거주용 1주택자(이하 거주자)의 기본공제는 14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소유자가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비거주용 1주택자(이하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현행 60%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1주택자 기준으로 70%까지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은 7000만원이 된다. 반면 비거주자가 공시가격 15억원인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세표준은 4억2000만원이 된다. 또 종부세에는 연령 공제와 보유 공제가 적용된다. 두 공제를 합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만 70세 이상인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80%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실제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공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보유 공제는 거주 공제로 바뀐다. 내년도 종부세액 계산 시 현행 40%인 10년 이상 15년 미만 보유자의 공제율은 20%로 줄어든다. 대신 10년 이상 15년 미만 거주한 사람은 40%의 공제 혜택을 받는다. 이어 2028년에는 보유 공제가 완전히 없어져 연령 공제와 거주 공제만 남는다.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에 대해서는 최대 3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해당 사유는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전근·직장 변경 ▲1년 이상 치료·요양 ▲학교폭력 피해에 따른 전학 ▲해외 취학·근무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 봉양 ▲이에 준하는 불가피한 사유 등이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공사 기간의 절반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현행 150%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상한도 내년 1월1일부터 200%로 올라간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종부세와 재산세 합계가 전년도 보유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상한 초과분을 종부세에서 제외한다. 전년도 보유세로 1000만원을 낸 사람의 올해 보유세가 2000만원으로 산출됐다면 현행 제도에서는 1500만원까지만 부담하지만, 내년부터는 2000만원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다. 실거주 14억·비거주 9억 축소 ‘오래 보유’보다 ‘오래 거주’ 양도소득세 제도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를 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크게 손볼 예정이다. 명칭도 주택·조합원입주권의 경우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바뀌고, 토지·비주택 건물은 장기보유 소득공제가 된다. 이 제도는 2028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현행 장특공제는 3년 이상 보유하고 2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보유 기간과 거주 기간에 각각 연 4%씩, 최대 40%의 공제율을 적용해 합계 최대 80%를 공제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 보유 공제는 연 2%, 최대 20%로 축소되고 거주 공제는 연 6%, 최대 60%로 확대된다. 2029년 이후에는 보유 공제가 없어지고 거주 공제가 연 8%씩 최대 80%까지 적용된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가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양도세를 감면해 주는 특례는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적용 요건은 ▲양도일 현재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양도 ▲수도권 소재 주택 ▲전체 보유 기간 중 총 5년 이상 실제 거주 ▲양도일 현재 해당 주택에서 2년 이상 계속 거주 중 ▲직계비속 등 특수관계인이 아닌 제3자에게 양도 ▲양도일부터 6개월 이내 비수도권으로 이전 ▲본인·배우자의 주민등록상 주소 이전과 실제 거주 등이다.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2027년에는 양도소득세의 50%, 2028년에는 30%를 감면받는다. 일명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주택 선호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중한 부동산 관련 세금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 깡통전세 문제 등이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거주·주거용인지, 투자·투기용인지 구분하지 않다 보니 그 작은 구멍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며 “‘똘똘한 한 채’가 우리나라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X를 통해 “현행 장특 공제는 10년 보유·거주하면 과세 대상 양도차익의 최대 80%까지 한도 없이 공제해 주기 때문에 과하게 역진적”이라며 “비싼 주택일수록, 그래서 차익이 클수록 공제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에는 세제 개편안의 방향이 대체로 녹아 있다. 정부의 의도는 “서민·중산층의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되, 고가 주택·비거주 주택·다주택에 집중된 세제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고가 주택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면서 1주택자 혜택을 받는 ‘똘똘한 한 채’ 전략의 구사자, 그중에서도 비거주·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보유 공제가 거주 공제로 이에 따라 정부는 다주택 보유를 넘어 1주택자라도 보유한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살펴 과세하려고 한다. 개편안은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주택 수가 아닌 과세표준에 따른 통합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주택 수와 관계없이 고가 주택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정부가 세제상 유도하는 선택은 실거주, 제도 시행 전 매도 또는 높아진 세 부담의 감수다. 다만 소유자는 이에 대응해 매각을 미루거나 증여·상속 등 다른 처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결국 정부는 “적정 가격의 주택 한 채에 실제로 장기간 거주하는” 주택 소유자를 우대하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기간은 2027년부터 2년간이다. 이를 위해 종부세 부담은 높이고 양도세 중과 폭은 한시적으로 낮춘다.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는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붙는 중과 폭을 현행 20%포인트에서 2027년 5%포인트, 2028년 10%포인트로 낮춘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현행 30%포인트에서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로 완화한 뒤 2029년 현행 수준으로 복원한다. 1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새 집을 취득해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됐을 때에도 신규 주택 취득일부터 2년 안에 조정대상지역 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 1세대 1주택 비과세와 종부세 1주택 특례를 모두 적용받을 수 있다. 현행 3년인 처분 기한을 2년으로 줄인 것이다. 정부는 기존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고, 일시적 2주택자에게도 종전 주택을 빨리 처분하도록 압박하려고 한다. 짧은 기간 안에 주택을 교체해 다주택자 지위를 청산하고 실거주 1주택자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부는 만 65세 이상 1세대 1주택자의 비수도권 이전 특례에 대해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해 비수도권 이주를 활성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수도권 고령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잠금 효과를 풀어 기존 주택 매물을 늘리려고 한다. 또 수도권 고령자의 이주와 주택 매각대금의 비수도권 유입을 유도해 지역 인구와 소비도 늘리려고 한다. 부동산시장 정책이자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인 셈이다. 팔라는 정부 버티는 시장 초고가 비거주 주택의 세후 보유 수익률이 떨어지면 수요자의 선택은 ▲주택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해 금융자산 등으로 이동 ▲실거주 전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가운데 차하위 주택으로의 이동은 ‘풍선 효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개편 방향이 예고된 단계부터 ‘덜 똘똘한 한 채’로 매수세가 이동하는 조짐이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6일 발표한 8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감지됐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상승 폭은 ▲서초구 0.02% ▲강남구 0.01% ▲송파구 0.15% 등 지난달 이후 4주 연속 줄었지만, 마포·용산·성동구 등 한강벨트는 ▲마포구 0.39% ▲용산구 0.18% ▲성동구 0.16% 등 주춤했던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됐다.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중구 0.54% ▲중랑구 0.52% ▲성북구 0.49% ▲노원구 0.46% ▲서대문구 0.43% 등 강북권에서 두드러졌다. 임대 중인 비거주 주택의 소유자가 거주 공제를 받기 위해 계약 종료 후 직접 입주한다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주택을 찾아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입주하지 않더라도 늘어난 보유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반전세로 전환하거나 신규 계약 때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차인은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차하위 주택 매수에 나선다. 그 결과 차하위 주택의 매매가격과 임대료에도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임차인도 다른 전월세 매물을 찾거나 그보다 낮은 가격대의 주택 매수에 나선다. 세제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이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연립·다세대의 가격 상승과 전·월세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체 수요의 하방 전이’이자 ‘주거 사다리의 연쇄 압착’이라고 설명한다. 정상재인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가구의 실질 주거 구매력이 줄어들고, 일부 수요는 대체재이면서 해당 가구에는 열등재적 성격을 띠는 연립·다세대주택 등 차하위 주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차하위 주택의 가격과 임대료에도 상승 압력이 가해진다. 여러 채보다 비싼 한 채? 출구 2년 열긴 했는데… 집값 압력 아래로 확산…다시 고개 든 ‘세입자론’ 이 같은 연쇄의 첫 단계인 규제선 아래로의 대체 수요 이동은 실증 사례로도 확인된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9년 12월16일 발표된 ‘12·16 부동산 대책’은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규제선인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몰렸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가 거래 억제보다 강한 수요 재배치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초고가 주택 수요 억제의 충격은 이처럼 핵심지 중소형·준고가→인접지·외곽 준고가→중저가 소형 아파트→연립·다세대 등 비아파트로 연쇄적으로 번지면서 매매·임대시장 모두에서 장기간 수요를 늘릴 수 있다. 가격대별 주택 수요 이동을 완화할 열쇠로는 공급이 거론된다. 하지만 주택 공급은 단기간에 빠르게 늘지 않는다. 서울·수도권의 선호 지역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한정돼있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안에서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은 같은 공시가격에서도 과세표준을 키워 상위 누진세율 구간 진입을 앞당긴다. 이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격대나 주택 규모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발표 전부터 나타난 ‘덜 똘똘한 한 채’ 강세는 이런 대체 수요 이동의 초기 조짐으로 읽힐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는 세 부담 상한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 가능성도 거론된다. 부동산학에서는 종부세·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분이 전·월세 가격에 반영돼 세입자에게 일부 전가될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다뤄왔다. 여기에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어난다면 종부세 대상 주택이 밀집한 지역과 가격대에서 임대 매물이 줄어들고, 기존 임차인이 차하위 임대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65세 이상 수도권 1주택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양도소득세 감면 특례 역시 국지적 풍선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65세 이상 가구의 이주 목적지는 통상 ▲종합병원·의료기관 접근성 ▲수도권과의 교통 연계 ▲대중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 ▲노인 복지·요양시설 ▲관리가 쉬운 신축 중소형 아파트 ▲문화·상업시설 등을 고려해 선택된다. 이런 요건을 갖춘 지방 대도시와 일부 거점 지역으로 수요가 몰릴 수도 있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지난달 26일 <한국경제>에 ‘국민을 세입자로 남길 것인가’라는 칼럼을 기고했다. 유 전 청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를 보면서 현 정부가 지향하는 주택 소유 구조가 국민의 내 집 마련을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수가 공공이 소유한 집에서 임차료를 내며 사는 사회로 가려는 것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1년 발간한 <부동산은 끝났다>에 나온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는 문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전 실장은 영국 보수당의 자가 소유 촉진책에는 정치적 계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런 탓에 진보 정권은 국민의 집 소유를 막기 위해 정책을 편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의도는 규제 결과는 불신 초고가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가 ▲‘덜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이동 ▲중저가 주택 가격 상승 ▲무주택자의 매수 진입선 상승 ▲매수 포기자의 임대시장 잔류 ▲임차 수요 증가와 전월세난 ▲저가주택과 비아파트 임대료 압박 등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면, 음모론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음모론이 자랄 토양이 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