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모바일게임 해킹 피해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29 14:49:18
  • 호수 14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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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은 수사 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의 애플 아이폰이 해킹당해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뛴 피해자의 사연입니다.

최근 한 국내 대형 통신사 가입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중국 해커 조직을 비롯해 최근 한국을 겨냥한 북한 해커 조직의 사이버 공격 정황도 다수 발견됐다. 이 같은 해킹이 발생해도 범죄자 추적은 쉽지 않다. 해외 서버를 활용한 범죄가 많기 때문이다. 

“불가능”

지난 9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정보통신망 침해범죄 중 해킹·디도스 발생 사건은 2853건 발생했으나, 검거는 947건에 불과했다. 1년에 1000건 이상 발생하지만, 범죄 유형 중 검거율이 30%대는 정보통신망 침해가 유일하다. 문제는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 등 보안 사고가 나도 기업들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데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 본 소비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도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 유럽은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집단소송에 들어가거나 정부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고소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피해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문제가 된다. 이 상황을 그대로 겪은 피해자 A씨가 있다.


외국 대학교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11월 학교 밖을 나가는 버스 안에서 이메일을 확인했다. 장을 보러 나가는 길이었다. 한국을 떠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라 빠져나갈 돈이 없었는데, 한국서 사용한 카드사 결제 예정 내역이 있었다.

특별히 정기결제를 연계해놓은 것도 없었고 외국에 있으니 한국 카드를 사용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결제 예정금액도 200만원을 넘었다.

당시 A씨는 통신요금 면제를 받고 있었던 터라, 카드사를 통해 나갈 통신요금도 없었다. 그런데 통신사 사용내역을 확인해보니 ‘부가서비스-애플 서비스’라고 적혀있었다.

그는 통신사에 연락을 하고 싶어도 토요일이라 연락이 불가해 우선 급한대로 한국에 연락했다. 한국서 확인해보니 A씨의 한국 핸드폰은 소액결제서비스도 신청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보이스피싱인가 하는 의심이 들어, 통신사에 긴급 연락을 했더니 소액결제된 게 맞았다.

알 수 없는 200만원 게임 아이템 결제
해킹 피해 입었는데 “해결이 어렵다”

통신사는 “사용하는 핸드폰이 아이폰이니 애플사에 직접 문의하라”고 대답했다.

애플은 200만원의 청구 금액이 애플 앱스토어 특정 게임 아이템 결제라고 설명했다. 한 번도 아니고 수차례 결제된 금액이었다.


A씨가 “결제 전에 사용자가 결제를 승인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애플 관계자는 “맞다. 고객님이 사용하는 통신사를 통해 결제하겠다고 이미 승인이 나서 결제가 된 것”이라고 답했다. A씨는 “나는 게임을 하지 않고, 소액결제서비스 자체를 받고 있지 않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애플 관계자는 “데이터를 확인하니 게임 유료 아이템을 수차례 결제한 것으로 나온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의신청을 하면 48시간 내 회신받을 수 있다”고 전달했다.

홈페이지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3일이 지난 뒤 다시 연락했더니 “이의신청이 기각됐다”며 재 이의신청 시 48시간 이내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똑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게다가 애플 관계자는 A씨 카드로 200만원이 벌써 결제됐다고 말했지만, 당시 카드 결제일은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애플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본인이 설치하지도 않은 모바일게임 아이템이 수차례 결제된 것으로 미뤄봤을 때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해킹 피해를 알리며 상담을 요청했다. 카드사는 결제 전체 정지를 도와줄 수는 있지만, 특정 결제 항목만 정지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해당 카드엔 한국의 아파트 관리비 등 자동 결제가 연계돼 있어 결제 정지 시 체납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도 카드사는 “애플사 결제가 우리 카드사로 바로 되는 것이면 몰라도, 통신사의 소액결제라 도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무한루프였다. 카드사나 통신사 측이나 ‘애플 때문에’ ‘카드사 때문에’ ‘통신사 때문에’라며 서로 미루기만 했다. 전화 통화할 때마다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설명해야 했다. 처음부터 설명하면 “그렇게 말해도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카드·애플·통신사 책임 떠넘기기
경찰 난색…직접 뛰어 환불 조치

A씨는 해당 항목에 대한 결제 금액을 막는 요청을 여러 차례 했다. 상담원에게 화를 내며 따져 묻자 그때서야 결제를 막을 수 있었다.

그다음은 경찰 신고였다. 해킹 범죄 피해를 봤다고 신고하니 경찰은 “담당자가 현재 없다. 그래서 접수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경찰에게 항의하니 “당직에게 전화해서 사고 접수하라고 하겠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답답한 마음에 나중에 다시 확인하니 그의 사건은 경제팀으로 이관돼있었다. A씨는 다시 “해킹 범죄인데 왜 사이버 수사대에 업무 분장을 하지 않냐”고 화를 냈다.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경찰은 A씨에게 “애플은 글로벌 대기업이라 수사가 힘들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경찰서 정해놓은 게임 관련 주요 분쟁의 예는 ▲미성년자의 모바일게임 결제 환불에 관한 분쟁 ▲청약철회, 계약해지 등 결제와 관련된 분쟁 ▲계정 도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분쟁 등이 있다.

A씨의 피해 사례는 ‘계정 도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에 관한 분쟁’에 해당한다. 이렇게 명시돼있는데도 애플이 글로벌 대기업이라 수사가 어렵다고 했던 것이다.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는 직접 게임사에 항의 공문을 보내면 문제 해결이 쉽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통해 직접 관할하고 돈을 챙기는 구조다. 그래서 우리 위원회를 통해도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 A씨가 직접 나섰다. 그는 직접 해킹 아이템 거래내역 37건 금액과 청구내역을 애플사 일련번호와 함께 기록했다. 이를 금액과 함께 표로 정리했다.

모두 회피


결국 A씨의 피해 금액 200만원은 전액 환불됐다. 경찰이 불가능하다고 수사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해킹 피해 사건이 해결된 것이다. A씨는 “카드사, 통신사, 애플사 모두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도움을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도 피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았다. 결국 모두 제대로 일을 하기 싫어 무마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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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