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딥페이크 뒷북 발의 책임론

형량만 늘리면 끝?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불법적인 행동을 대놓고 저지른다. 걸리더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이 허다한 탓이다. 이런 인식으로 남의 인생을 송두리째 짓밟는다. 협박은 기본이고, 신상 유출은 덤이다. 피해자만 피눈물 흘리는 게 전부다. 

최근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영상, 사진을 제작 및 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피해자는 10대 학생부터 군인, 공무원, 교사, 기자 등 범위를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무렵 대학가를 중심으로 합성물을 유포하는 범죄가 생겨났고, 수법은 더 악랄하고 조악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처벌 공백

문제의 한가운데는 ‘텔레그램’ 메신저가 있다. 더 은밀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가해자 추적이 어렵다. 수사 진행도 더딘 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 신고를 받은 건까지 합치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년 동안 11배나 급증한 수치다. 경찰서도 본격적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자동으로 생성해내는 텔레그램 프로그램을 내사 중이다. 텔레그램 속 딥페이크 음란물 채널 가입자 수는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22만7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접근 방식도 쉽다. 엑스(구 트위터) 등 SNS서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나오는 주소를 클릭하면 된다. 또 다이아 이모지를 결제해 6화폐처럼 사용하며, 저렴한 가격에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직접 충전하거나 지인에게 공유한 뒤 다이아를 모아 저렴한 가격에 합성 사진을 간단하게 만들어내는 구조다. 초유의 사태에 국회와 정부도 바짝 긴장 중이다.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 지나지 않는다.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은 딥페이크 성범죄 처벌 수위를 기존 5년서 7년으로 높이는 방안을 채택했다. 

윤석열정부 자체적으로는 ▲텔레그램과의 협의 강화 ▲불법 정보에 대한 자율 규제를 위한 상시 핫라인 구축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역시 법적으로 처벌 수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회 차원에서는 인공지능(AI) 기본법 제정해 입법 공백을 해소하겠다고 예고했다.

AI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보 중이지만 입법이 현실에 미치지 못한다. 아예 기본법이 없어 발전 방향이나, 윤리적인 원칙이 세워지지 않았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여러 차례 문제가 돼 왔다.

10대들도…범위 가리지 않고 피해
은밀하고 폐쇄적으로…추적 어려워

현재 유일한 처벌 규정인 성폭력 처벌법 14조 2항은 특정인의 얼굴·신체·음성을 대상으로 한 영상물 등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제작 자체만으로도 처벌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렵고, 처벌 규정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진다. 또 성착취물에는 아직까지 딥페이크가 포함돼있지 않아 법조계에서는 이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치권서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도 여전히 입법 공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이 마련돼있지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딥페이크 성범죄가 적용되려면 반포, 영리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시청, 소지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직접 명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출신 가해자가 동문의 사진을 불법 합성해 유포한 사건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이채의·조윤희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불법 촬영죄보다 형량이 낮게 설정돼있고, 실제로 양형이 선고된 것을 보면 거의 집행유예”라며 “애초에 재판도 가지 못하는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범죄가 자행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포(유포) 목적 요건을 삭제하고 행위에 있어 소지와 저장, 시청도 처벌 범위에 포함시키면 처벌 공백이 없어지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플랫폼이나 정보통신망법상의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범죄가 자행돼 재판 자체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가해자들 사이에서는 처벌되지 않는 범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조금 더 치밀하고, 제작 자체가 중범죄로 못을 박을 수 있는 법이 필요해 보인다. 

법안 디테일 마련해 처벌 공백 채워야
심각한 범죄 인지 부족 본질 놓고 봐야

영국의 경우 공유나 유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알아서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의 접속이 줄었다. 미국은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 마련됐다. 민사 구제책인 ‘디피언스법’이다.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 소지하거나 알면서도 수신한 사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게 가능한 법안이다.

수사가 어려운 이유에는 텔레그램의 특성도 포함돼있다. 텔레그램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 회사로 유명하다.

국내 회사나 업체는 국내법을 적용받는 만큼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받아 수사 협조가 용이하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은 영장을 받더라도 직접 강제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수사 협조를 받아 이용자 정보를 회신받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서(텔레그램과)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몇몇 국가서 시도한 방법이다. 우선적으로 텔레그램을 차단하겠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려가 없는 듯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텔레그램의 국내 사용자는 300만명 정도인데, 시장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반응할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램 서버는 해외에 있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피해자는 오늘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아직까지는 해외 서비스 제공자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관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논의할 부분은 입법 공백의 해소다.


단순히 처벌 형량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지원은 당연한 일이다. 오랜 기간 성범죄는 수치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부분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지 부족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분명한 성적인 침해와 폭력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인지가 여전히 부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범죄가 일어나는 방식을 보면 자기 주변 여성의 신상정보를 유포하며 인격적으로 짓밟는 경우가 많은데, 분명한 범죄다. 본질을 놓고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kcjfdo@ilyosi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