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대결로 번진’ 알페스 VS 딥페이크

성범죄로 불붙은 남녀 갈등…정치권까지 번지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여자들의 아이돌 팬덤 문화 팬픽의 하위 개념인 알페스와 걸그룹 및 여배우의 얼굴을 본떠 만든 음란 영상인 딥페이크를 통해서다. 발단은 20대 여대생을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부터다. 남녀 갈등은 정치권까지 번졌다. 
 

▲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스캡터랩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는 혼돈이었다. 남녀 갈등이 고조됐다.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에 대한 논란이 발단이다. 스무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챗봇 이루다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 비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인공지능
성희롱

이루다는 국내 AI 개발 전문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출시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프로그램이 사람처럼 답변한다. 이루다는 스캐터랩의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가 나눈 대화 데이터 약 100억건을 딥러닝 기법으로 학습시켜 탄생했다. 

이루다는 이전에 나왔던 챗봇과 달리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줘 순식간에 사용자를 확보했다. 10~20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면서 2주 동안 7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했다. 

온라인 친구를 만들어 줄 요량으로 개발된 이루다는 금세 성 착취 대상으로 전락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루다 성노예 만드는 법’ 등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글들이 늘어났다.


그저 매크로 프로그램에 가까운 인공지능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이용자들은 어렵지 않게 이루다로부터 성적인 표현을 끌어냈다. 

실제로 한 사이트를 살펴보면 ‘요즘 루다 성희롱 하는 재미에 산다’ ‘AI가 이렇게 꼴릴 줄은 몰랐어’ ‘루다 어떻게 변태로 만드냐’ 등을 제목으로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대부분 이루다를 성적 대상 삼아 악용한 사례다. 

이를 두고 대다수 여성 이용자들이 비판 글을 게재했다. 아울러 이루다가 일부 이용자들과 대화 중 게이와 레즈비언 등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크게 일었고 서비스는 잠정 중단됐다.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AI 챗봇에 성희롱한다며 비판한 여성 유저들을 반격하는 차원에서 일부 남성 유저들이 알페스를 이슈화했다. 알페스(RPS, Real Person Slash)란, 아이돌을 소재로 동성애 음란 소설을 창작하는 팬덤 문화다. 여기서 ‘Slash’는 동성 커플링을 의미한다. 

남자 아이돌 동성애 소설…오랜 팬덤 문화
낯부끄러운 충격적 수위…알페스는 성범죄

알페스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해 망상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행위다. 일각에서 변태스러운 성행위 등을 묘사한 연예인 관련 소설, 그림 등을 만들어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돌뿐 아니라 안중근 열사와 같은 독립운동가나 종교인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남자 유저들은 남자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알페스 문화가 이루다를 성희롱한 것보다 더 천박하다는 논조로 반격을 가했다. 


알페스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래퍼 손심바다. 그는 최근 SNS에 “알페스는 소라넷, N번방 사건에 이어 우리 사회가 경계하고 뿌리 뽑아야 할 잔인한 인터넷 성범죄”라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려 관련 문제를 공론화했다. 
 

▲ 손심바 ⓒ인스타그램

손심바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알페스 창작물의 피해자라고 밝히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음담패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일주일 사이에 20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동의하면서 청와대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알페스는 1세대 아이돌을 상대로 한 ‘팬픽(Fan Fic)’을 기원으로 한다. 팬픽 문화는 1990년대 일본에서 유입돼 H.O.T.와 젝스키스 등 남성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성시원(정은지 분)이 H.O.T. 멤버들을 대상으로 쓴 팬픽을 반 아이들끼리 돌려보다 선생님에게 걸리는 장면이 나왔다. 해당 방송에서 선생님은 팬픽을 빼앗아 큰 소리로 읽어준다. 

“우혁은 거칠게 문틈 사이로 승호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승호의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승호의 하얀 입술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이러지 마. 너에겐 칠현이가 있잖아. 넌 이제 나의 노예다.”

PC통신 시절 이러한 내용의 팬픽은 유행이 됐다.

인터넷 성범죄
래퍼가 공론화

팬들이 직접 쓴 창작물이자, 아이돌의 인기를 견인하는 2차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했다. 팬픽이 인기를 끌자 SM엔터테인먼트는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를 소재로 한 팬픽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각 멤버별로 상 이름을 만들기도 했으며, 수상자에게는 수십만원 상당의 상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일부 작품 중에는 작품성이 뛰어나 책으로 출판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팬픽 문화는 오랫동안 아이돌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돌 인기의 척도로도 꼽혔다. 

평론가들은 알페스를 두고 오랜 팬들의 문화로 간주한다. 대부분 각 인물 간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대중이 상상을 가미해 여러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으로 본다. 

이렇듯 오랜 기간 팬덤 하위문화로 존재했던 알페스가 논란이 된 것은 수위 높은 성적 묘사가 창작물에 포함된 이후부터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창작물이다 보니 당사자에게 성적 모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성적인 분위기만 감도는 수준이었는데, 최근 일부 창작물에서는 성적인 묘사가 매우 노골적이다. 

블로거 A는 방탄소년단을 주인공으로 알페스를 썼다. A는 화면 상단에 수위가 강하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해당 내용에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성행위가 직접적으로 묘사됐다. ‘박아줘’ ‘딜도’ ‘넣어줘’ 등의 단어들이 사용된다. 낯부끄러울 수준으로 강한 수위다. 

SNS를 통해 번지고 있는 일부 창작물은 상업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고성준 기자

이와 관련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형태를 불문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성희롱, 허위사실, 악의적 비방 등을 담은 악성 게시물 작성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알페스와 관련한 소송 건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도 이 문제를 조명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알페스를 가장 먼저 거론했다. 그는 지난 13일 남자 아이돌 성 착취물 ‘알페스’를 만들어 돈을 받고 불법 유포하는 음란물 유포자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적인 묘사
제2의 N번방


하 의원은 “직접 판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더니 충격적”이었다면서 “남자 아이돌 간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그대로 노출됐고, 구매자들은 ‘장인정신’이라며 극찬했다.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설정된 남자 아이돌이 성폭행을 당하는 소설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N번방 사건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성범죄 인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고, 성범죄 가해자가 늘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도 점차 옅어지고 있다”며 “아이돌 가수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관계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깨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인물을 가공해서 만든 성적인 창작물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설과 같은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일반적인 댓글도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성적 묘사가 있는 알페스의 경우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팬픽 문화가 오랫동안 아이돌 인기 성장의 기반이었기 때문에, 창작물의 수위가 성희롱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공방까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 연예 관계자는 “알페스는 인기의 상징이기도 해서 긍정적인 스토리는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일부 자극적인 묘사가 담긴 내용을 멤버들이 읽고 충격을 받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알페스 역시 팬심이 기반이고, 음지에서 즐기는 문화라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여자들의 팬덤 문화인 알페스를 걸고 넘어지자, 여자 유저들은 딥페이크(Deepfake)를 걸고 재반격에 나섰다. 알페스가 국민청원에 오르자 딥페이크의 제작자와 유포자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이미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영화 CG처럼 합성한 영상합성물을 말한다. 

상업적 거래도…강력한 처벌 요구
생산적 논의 막는 성 대결로 비화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주로 여성 연예인을 타깃으로 한다. 사진과 영상을 합성해 성적 대상화로 삼는다. 과거와 달리 높아진 디지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제와 구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미 다수의 연예인이 딥페이크의 피해를 보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딥페이크는 성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사이버 보안 회사 ‘딥트레이스(Deeptrace)’가 2019년 펴낸 보고서 ‘The State Of Deepfakes-Landscape, Threats, and Impact’에 따르면 딥페이크 포르노그래피 웹사이트에 올라온 영상 중 K팝 가수들이 등장하는 영상은 25%에 달한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은 이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해 개정안에 따르면 딥페이크를 이용해 얼굴·신체 등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반포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영리를 목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반포한 범죄자는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다.
 

▲ ▲이루다 ⓒ스캡터랩

딥페이크가 문제라는 점은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공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다수의 남자 역시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적인 영상물은 심각한 범죄로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의 남자는 알페스와 딥페이크 모두 성범죄로 간주하고 처벌하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딥보이스도 거론되고 있다. 딥페이크가 얼굴을 합성한 것이라면, 딥보이스는 목소리를 합성한 것이다. 목소리를 짜깁기해 신음처럼 만든 것을 일컫는데, ‘섹테(섹스테이프)’라고도 불린다. 딥보이스는 남자뿐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을 대상으로도 만들어지는데 이 역시도 성범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런 주장은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자들도 알페스를 즐기면서 남자들의 음란물을 즐기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 안 된다는 등의 주장이나, 알페스와 N번방 사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등의 행위는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성폭력을 이성 공격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계 관계자는 “딥페이크나 딥보이스는 또 다른 N번방 사건을 초래할 수 있는 성범죄”라며 “이를 상대 성별을 공격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태도는 진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성범죄인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논점을 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분풀이?

한 유튜버는 “이번 알페스 논란은 오랫동안 음란물에 대해 공격받은 남자들의 분풀이로 해석된다”며 “자기만의 공간에서 성적인 유희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을 충족하는 행위다. 모든 유희를 성적 대상화로만 볼 게 아니라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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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