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당 1000원” 지인 능욕 서비스를 아십니까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06 08:10:18
  • 호수 13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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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등 통한 사진·동영상 불법 합성물 백태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사진 합성은 돈이 되지만 엄연한 불법이다. 최근 불법 합성물로 돈을 버는 업자들이 SNS에서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의뢰인 청탁을 받아 사진을 합성해준 대가로 돈을 받는다. 이 같은 행태는 사이버범죄로 이어진다. 불법 합성물 가해자와 피해자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는 가운데 범죄 건수도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범죄 유형을 만들어낸다. 감쪽같이 사진을 합성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딥페이크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딥페이크는 AI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를 합친 말로, AI가 기존의 이미지, 음성, 영상을 분석해 가상의 이미지와 음성,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한다.

딥페이크

최근 트위터, 디스코드 등 SNS에서 ‘합성전문’ ‘지인능욕’ 이라는 문구로 광고하는 계정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의뢰인 부탁을 받아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해 준 뒤 수익을 거둔다. 광고 문구에는 버젓이 ‘모바일로 손쉽게 아헤가오(입을 ’아‘ 벌리고 혀를 ’헤‘ 내미는 얼굴)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음란한 글과 선정적인 사진도 함께 보여준다.

업자의 타깃은 명확하다. 마음에 안 드는 지인을 망신주거나 관심 있는 사람을 몰래 성적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음란물이 아니어도 원하는 대로 합성을 해주기도 한다. 업자들은 실제 연락처를 노출하지 않고 텔레그램 등 폐쇄적인 메신저를 통해 거래를 요구한다. 

의뢰인으로부터 합성사진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오면 업자들은 지인 사진을 나체 사진이나 음란 영상에 합성해 주거나 불법 합성물을 공유하는 이른바 ‘합성방’으로 안내한다. 합성방은 텔레그램이나 디스코드 등 폐쇄적인 메신저로 연결되는 통로다.

일부 계정에서는 “취미로 하는 작업으로돈은 받지 않는다”고도 안내하면서 유혹한다.

트위터, 디스코드에서도 직접 합성 관련 채팅방을 검색하자 사진은 건당 1000~2000원이었으며 영상은 건당 1만원 선으로 책정돼있었다. 딥페이크로 합성해준다는 합성 신청방이 검색되기도 했다. 거래는 주로 현금이체가 아닌 문화상품권을 통해 이뤄지는데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인 사진을 음란물로 합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인의 가족사진까지 입수해 합성을 의뢰하기도 한다. 부모 얼굴에 우스꽝스럽거나 기괴한 사진을 합성한 뒤 이를 유포해 지인을 사이버상에서 놀리고 왕따를 시킨다. 지인도 모자라 지인 부모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신종 사이버범죄다.

더욱 우려되는 건 딥페이크 기반 영상물 제작이 자동화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영상 합성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딥페이크 합성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앱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큰 피해가 나올 수 있다.

이제는 누구나 딥페이크 피해에 노출돼있고, 또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딥페이크 영상물 범죄를 막기엔 기술적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지식IN 등 공개 게시판에서도 자신이 청소년이라며 “딥페이크를 제작한 적 있는데 처벌 대상이냐”는 문의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연락처 노출 대신 메신저 아이디
가족사진까지 의뢰해 조롱거리로

실제 딥페이크 앱인 리페이스는 1억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관련 게시물도 65만개를 넘어섰다. 앱 출시 초기에는 재미 위주의 단순한 딥페이크 영상들이 SNS에 올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미를 넘어 성적 허위 영상들이 주로 올라오면서 사회적 문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수백장의 유명 연예인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고 제작·배포한 20대에게 징역 4년이 구형됐다. 공소 사실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인 A씨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올해 3월까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일반인 나체 사진과 연예인의 얼굴 사진을 합성해 사진 285장을 제작했다.

A씨는 해당 사진들을 포함한 총 492개의 음란물을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전송·배포했다.

이처럼 음란물 목적으로 합성하다 보니 연예인들도 딥페이크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영국 BBC는 네덜란드의 사이버보안 연구 회사인 딥트레이스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여성 연예인의 피해가 극심해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피해 사례는 K팝 여성 가수들이 25%를 차지해 미국과 영국의 여배우들(46%) 다음으로 많았다. 딥트레이스에 따르면 한국 여성 연예인들의 얼굴로 만든 딥페이크 영상은 대부분 중국에서 제작된다.

또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아이돌 가수의 얼굴을 복제한 일종의 딥페이크 영상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국내 아이돌 사진을 사용한 해당 영상은 인물의 입이 귀까지 찢어지거나 합성된 눈동자가 기이하게 움직이다 없어진다. 얼굴 전체가 뭉개지거나 피를 흘리는 영상도 있다.

또 아이돌 멤버의 얼굴을 노출이 과한 옷차림이나 비키니 영상에 합성한 콘텐츠도 틱톡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딥페이크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나의 ‘재미’로만 소비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국회부의장,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딥페이크 처리 건수는 1408건으로 지난해 6~12월(548건)보다 256% 증가했다.

특히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 내용은 SNS와 채팅 메신저로 일반인과 연예인 등 피해자들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획득한 후 성적 허위 영상물을 제작해 판매 및 유포한 사례다. 정부 산하기관인 디지털 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역시 1만1891건의 성적 딥페이크 영상을 확인한 결과, 일반인 대상으로 한 영상이 전체의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해 유포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6월2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처벌은 강화됐지만, 딥페이크 범죄 적발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연령대도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피해 구제를 위한 기술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31조와 제60조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기술’이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저해하면 이를 제한하고, 필요하다면 국가가 그 기술을 비상정지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시행된 적은 없다.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긴급한 위해’라는 조건이 현실과 동떨어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미로?

윤덕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폭력은 분명히 ‘처벌되는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피해자 보호 현장에서도 딥페이크 영상물 탐지·삭제를 위한 기술 개발·도입에도 더욱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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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