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게 붙은’ 의대 정원 확대의 이면

17년 지킨 밥그릇 “엎을 때 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방팔방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말 그대로 ‘동네북’이 된 신세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한 ‘꽃놀이패’라는 말까지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선망의 직업으로 손꼽히는 의사 이야기다. 최근 의사 수를 늘리는 의대 증원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의료계에 ‘의대 정원 확대’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윤석열정부는 20년 가까이 유지되던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사회 전체가 해당 이슈를 두고 들썩이는 모양새다. 

사면초가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17년간 3058명으로 고정된 상태다. 2000년 3507명이던 정원이 의약분업 시행 때 감축되기 시작해 2003년 3253명, 2004~2005년 3097명, 2006년 3058명으로 줄었다.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자 ‘2002년까지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고 전공의 보상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감소한 것이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는 2010년대 들어 분출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미래에 의사 수가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는 의료계의 저항이 강력하다는 점이다. 실제 의대 정원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이전 정부서도 여러 차례 있어왔다. 

문재인정부 역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다가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손을 든 바 있다. 당시 의료계는 파업, 국가고시 거부 등의 카드로 정부를 압박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여서 의료계의 파업은 즉각 의료현장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정부가 이른바 ‘백기 투항’했고 이 과정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중심으로 ‘9·4 의정 합의’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논의를 중단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후 잠잠했던 이슈는 윤정부가 문정부 때보다 더 큰 규모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을 지피다가 최근 폭탄을 던진 것이다. 

윤정부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부족한 필수 의료인력이 채워지고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이나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에 집중돼 시장이 포화되면 지방이나 필수 의료 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 10명 중 7명 찬성
정치권·정부 추진 동력

특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2050년 의사가 최대 2만2000명 부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시종일관 수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과와 지역에 의사가 쏠려 있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늘어난 인력이 피부미용, 성형, 안과 같은 분야로 진출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처우개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부담 경감 등 대책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정부는 정원 확대를 기본 전제로 그 규모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한 번에 1000명 이상을 증원하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된다. 규모와 속도에 있어 조절하는 것일 뿐, 정원 확대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 전제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모두 발언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윤정부가 내놓는 정책마다 이견이 있던 여야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 입법 동력이 마련될 가능성이 생겼다. 여야와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재인정부 땐 파업으로 막아
국민 여론은 찬성 쪽으로 쏠려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파업 등 강경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지난 17일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서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대목은 국민 여론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크게 쏠려 있는 것.

<매일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의대 정원 관련 여론조사에서 71.1%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반대는 18.4%에 그쳤다. 

정치권과 국민이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정부는 추진 동력을 얻게 됐다. 반면 의료계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 ‘밥그릇 지키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17년 동안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서 만들어진 이권 카르텔을 위한 반대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의료계서 예고한 파업 등에 대한 국민 여론 역시 심상찮다. 문정부 당시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의료계가 단체행동을 한 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바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응급환자가 늘어난 시기여서 의사가 환자 목숨을 볼모로 삼아 이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현재는 3년 전보다도 여론이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누리꾼을 중심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의사 유튜버에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게시글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댓글이 대체적으로 다수인 편이다. 

공감대

이 같은 국민 여론은 의료계의 강경 투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정부 때만큼 의사와 의대생이 전면 대응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민심이 악화될수록 정부는 동력을 얻는 구조라 의료계 역시 국민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3058+α’서 이제 의료계는 α가 어느 정도일지를 고민해야 하는 지점에 와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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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