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지방의대 교수에게 듣다

“진단도 처방도 전부 잘못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모양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국민 여론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면서 의료계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일요시사>가 장기간 응급의료 정책에 관여해 온 지방의대 A 교수에게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윤석열정부가 던진 공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가 19년간 변동이 없었던 3058명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직후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공의 사직, 동맹 휴학 등의 방법으로 집단행동에 돌입한 의료계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정부는 각자 원하는 바를 말하기에 바쁘다.

윤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정부 쪽에 쏠려 있다. 남녀노소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이른바 ‘대통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지방의대 A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현 상황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문제에 대한 진단도 해결책도 전부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누르고 의료계가 눌리는 식의 시스템이 장기간 계속되면서 쌓인 문제가 이번에 터져 나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총선을 50여일 앞둔 상황서 정부가 의료계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정부의 ‘아킬레스건’과 같은 사건을 덮기 위한 불쏘시개로 의료계 이슈를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의사와 환자, 그리고 정부 등 3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A 교수와의 일문일답.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까지 나선 상태다. 이 사안은 단순하게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 하고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배경과 역사를 알아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듯이 이번 일에서도 그 이면을 봐야 한다. 

-이번 사안의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첫째로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가 부각되자 이를 덮기 위한 방편으로 의료계 이슈를 끌고 나온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둘째는 보건복지부와 대통령실 등에 포진해 있는 이른바 ‘좌파 카르텔’에 윤정부가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지?

▲원래 의사 집단은 ‘콩가루 집안’이다. 서로 잘났다면서 제대로 뭉치질 않는다. 그럼에도 의사들이 서울과 지방, 대형병원과 동네병원 할 것 없이 한 목소리를 낸 사건이 있다. 올해 초에 일어난 ‘이재명 전원 사건’이다. 그때 모든 의사가 나서서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게 이번 사건의 전조 증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준다면?

▲윤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내세우는 배경이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 붕괴·필수의료과 기피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이 세 가지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진단이 잘못됐다. 문제는 모든 환자가 서울로 몰린다는 데 있다. 이재명 사건은 이런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래서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한 것이다.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의사들이 드러낸 시대정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윤석열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윤정부는 다른 나라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각 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내세운 단순 수치 비교에 불과하다. 의사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분석이 아예 없는 셈이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 시스템의 수정이 선행됐어야 한다. 

“원래 의사 집단은 ‘콩가루 집안’
이재명 부산 전원 때 뭉치기 시작”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 의사들은 개인 자영업자라고 보면 된다. 물건을 사기 위해 고객이 가게를 찾듯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환자가 찾아오는 구조다. 반면 영국의 경우는 의사가 환자가 가야 할 병원을 지정해 준다. 정부와 계약관계에 있는 일종의 공무원 개념이다. 자영업자는 경쟁상대가 늘수록 힘들어진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의사를 자영업자로 만들었다.

-현재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계 이슈는 세팅부터 잘못된 부분이 있다. 의사와 병원, 국민과 환자, 그리고 정부와 보험사 등 삼각편대가 굉장히 견고하다. 여기서 가장 죽일 놈이 바로 의사다. 협업이라고 포장하지만 실제 의료수가를 정하는 주체는 정부, 보건복지부다.

그런데 수가를 올린다고 했을 때 누가 싫어할까? 의사를 제외한 모두다. 이 과정서 필수의료과 수가가 고정돼 버렸다. 자본주의 사회서 자영업자가 돈을 벌지 못하는데 왜 그걸 하고 있나? 그러니 의사들이 미용 이런 쪽으로 튕겨 나가는 것이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

▲의사와 환자, 정부가 각각 원하는 부분이 있다. 의사는 돈을 벌고 싶고 환자는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원한다. 정부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으려 든다. 이 과정서 가장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나오듯 모두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굴 때 가장 최적의 결과가 나온다. 이때 그 이기심을 조율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언론을 이용해 의사를 악마화하는 데 혈안이 돼있다.

-의사들이 자초한 부분도 있지 않나?


▲물론 의사도 문제가 많다. 제대로 된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그럼에도 지금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그만큼 윤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의료계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필수의료과 수가를 높이고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소아과 ‘오픈런’이 왜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사들이 법정 공방에 휘말리면서 소아과가 시쳇말로 작살났다. 

-윤석열정부는 ‘의사 면허 박탈’ 등 강경 기조를 내세우고 있는데.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지.


▲적어도 의사 집단이 굽힐 가능성은 적다. 정부가 굽히지 않는 이상 이 사태는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숫자는 보건복지부가 거론한 수치를 크게 초과했다. 의료계의 반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일사불란한 대응 또한 2000명이라는 숫자의 결정자가 권력의 보다 상층부였음을 의미한다. 이번 사안이 해결되려면 양측 결정권자의 추인이 있어야만 유효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지.

▲과거 정부는 필수의료과 수가를 올려주는 대신 비급여 부분을 눈감아줬다. 의료수가는 올려주지 못하니 알아서 챙겨 먹으라는 식으로 군 것이다. 하지만 윤정부는 이 비급여 부분을 없애겠다고 말하는 중이다. 그렇게 되면 민간 영리병원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

윤정부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번 정책은 의료민영화로 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다만 민영화 정도는 일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국민 입장에서는 크게 겁먹을 일은 아니다.

<jsaj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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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