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의료 대란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26 11:33:26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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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 버렸고 의사는 환자 버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떠한 것들도 멀리하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로, 의사가 지켜야 하는 윤리를 말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이 선서를 낭독하고 의사가 되지만, 이를 기억하는 의사는 사라졌고, 갈 곳 잃은 환자만 남았다. 

지난 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 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서 19년간 묶여있던 의대 정원을 풀고, 2025년까지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까지 2000명이 추가로 입학하게 되면 2031년부터 배출되어, 2035년까지 최대 1만명의 의사 인력이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강
피해는… 

이날 조 장관은 “2006년부터 19년 동안 묶여있던 의대 정원도 국민 생명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어렵게 이룩한 우리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0월26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 역량에 대한 자료를 제출받는 등 현장 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

또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 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민생토론회서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지금이 의료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다양한 분야서의 개혁 과제를 발굴해 정진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정부와 새로운 의료체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고 그 여파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21일 기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계획에 반발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7813명이 병원을 떠났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8816명에 달했다.

그 결과 병원이 마비됐다. 그 여파로 피해를 받는 것은 국민이다. 응급환자가 아니면 아무리 중증환자라도 병원에 갈 수 없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A씨는 “병원서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응급 이송돼 뇌출혈 증상 진단을 받고 입원한 뒤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 다시 치료를 받으러 간 대학병원은 A씨에게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 다른 대학병원에 가라”고 했다.

급한 마음으로 또 다른 대학병원으로 갔더니, 병원은 A씨에게 “응급환자가 아니라서 치료 날짜를 바로 잡지 못한다. 집에서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고 전했다.

뇌 손상은 빨리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A씨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있다. A씨 가족이 “‘입원해 수술 날짜를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병원 측은 ‘수술 환자가 아니어서 안 된다’고 했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80세 B씨는 지난 7일 전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B씨가 이송된 지역 2차 병원 측은 그가 나이가 많은 데다 후두암, 심근경색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3차 병원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19년 만에 2000명 증원한다고…
줄줄이 사직서 던지는 전공의들

이후 B씨의 딸이 아버지의 수술을 위해 서울대·한양대·경희대 등 대학병원에 문의했으나 “응급실에 전공의가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딸은 요양병원까지 알아봤으나, 수술이 끝난 후 뼈가 붙은 상태의 환자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B씨 가족이 찾은 병원은 군 병원이다. B씨는 “오늘 아침에 TV 뉴스를 보는데, 군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수도병원에)전화했다. 수도병원에선 ‘알아보겠다’고 말하더니 곧 ‘바로 오라’고 전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B씨 딸은 “그 전에 통화한 대학병원에선 아버지가 연세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어 수술이 어렵다고만 말했는데, 여기선 만나자마자 ‘무조건 수술하겠다’고 말해주니 안도감이 들고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고 밝혔다.

혈액암을 앓는 두 살된 딸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C씨는 “당장 수술이나 치료가 밀린 건 없다. 그런데 의료 파업이 몇 주 동안 지속하면 수술이나 치료가 지체될까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고위험군과 난치 질환자들은 치료 기간이 밀리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 항암 치료에는 순서가 있는데 치료가 늦어지면 전이 위험도 있고,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문의 등 전공의 외 다른 의사들은 업무시간을 최대한 조정해 의료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실제 사직서를 낸 인원과 업무를 중단하는 인원의 수가 다를 가능성도 있기에 상황을 보고 세부 대응 방침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소속 한 교수는 “지난 13일만 해도 이런 파업 얘기는 전혀 몰랐다. 환자들께 위해를 가하려고 한 게 전혀 아닌데 급작스레 이렇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 전공의 없이 가능한 수술을 수행하고 인력, 일정 등을 조율하면서 다들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대표들이 모여 긴급 임시대의원 총회를 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는 박단 대전협 회장을 포함해 150여명의 전공의가 참석했다. 각 병원 전공의 대표뿐만 아니라 일반 전공의 10여명도 모니터링 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학병원
사실상 스톱

대전협은 의협 대강당 벽면에 “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한다” “비과학적 수요조사 즉각 폐기” 등 윤석열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걸려 있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진료 유지 명령’을 전격 발동했다. 현재의 의료행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상황이 악화하면 의원급 재진만 허용하고 있는 비대면 진료를 일시적으로 전면 허용하고, 공공병원도 일반환자들에게 개방하는 의료공백 장기화 대책까지 꺼내 들었다.

이는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응하면서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나선 것이다. 또 2000명 증원 방침에 타협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정부가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등에 법적 대응을 경고한 상황서 이날 경찰청이 사태 주도자에 대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일각서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는 데 대해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의료는 국민 생명과 건강의 관점서 국방이나 치안과 다름없이 위중한 문제”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발언은 용산 대통령실서 참모진으로부터 대형병원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돌입 등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보고를 받은 뒤 나왔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벌어져도 2~3주가량은 해당 병원 소속 교수나 전임의, 입원이나 중환자실 전담의 등 전공의 외 인력으로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의료진 피로도 증가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군의관이나 공보의 등을 전격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하게 다스린다는 방침을 여러 번 재확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서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명백한 법 위반이 있고 경찰 출석에 불응하는 의료인에게는 체포영장, 주동자는 검찰과 협의를 통해 구속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계의 집단행동과 관련한 수사는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윤 청장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고발장이 접수되는 그날 즉시 문자메시지나 등기우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낼 것”이라며 “출석 일자도 2~3일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약 출석하지 않으면 소재 수사를 포함해 제대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됐는지, 출석 의사가 없는지 확인하겠다”며 “불출석 의사가 확인되면 이른 시일 안에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들은 그보다 강한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공백은
누가 메꾸나

그렇다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의료공백은 누가 메꾸고 있는 것일까? 바로 간호사다.

지난 20일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곳에서 일하는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6개월간 수술을 기다린 환자들의 수술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 신규 입원환자를 받지 않고, 환자의 퇴원 일정을 앞당기는 등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연대본부는 병원들이 전공의들의 진료 중단으로 생긴 의료공백을 간호사에게 메우게 하는 등 ‘불법 의료’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간호사들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해 불법 의료를 조장하고 있고,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요구하며 근무 시간 변경동의서를 받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은 전가된 책임을 ‘울며 겨자 먹기’로 안고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병동은 ‘재원 환자 0명’으로 병상을 비운 상태고, 환자가 줄어든 병동의 간호 인력에 연차 사용을 권하는 등 긴급한 스케줄 조정까지 종용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전공의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 충원이 필요한데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7월 부산대병원 의사들이 간호사들의 파업 철회를 촉구하던 대자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부산대학교 병원에는 ‘부산대학교병원의 동료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원내 곳곳에 붙이며 간호사의 복귀를 촉구했던 바 있다.

간호사들이 주축인 전국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선언하고, 부산대병원 노조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며 파업을 벌일 때였다. 당시 대자보에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지 못함에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수많은 환자분이 수술, 시술 및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우리 부산대학교 병원은 동남권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선천성 기형, 암, 희소 질환 등 어려운 질병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의 희망이다. 하루속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하게 기다리시는 환자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갈 데까지 가 버린 파업 사태
치료도 못 받고 ‘발만 동동’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인 것 같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꼴’ ‘의사라면 국민의 생명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등 반응을 보였다.

외국에선 의대 정원 확대를 해도 조용하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파업을 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4만3000여명 가량 의사를 증원해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의사들의 반발은 없다. 우선 우리와는 다르게 ‘지역 정원제’를 실시한다. 지역 정원제란 지방 거주 고등학생이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지역 의대에 진학하고, 해당 지역의료기관서 의무적으로 9년 이상 근무하는 제도다. 

지역 정원제와 관련한 일반 의사들의 불만도 없다. 지역 정원제를 일반 의사와는 다른 트랙으로 선발하고 입학 합격점도 더 낮기 때문이다. 만약 결혼 및 개인 사정 등의 이유로 의무 근무지를 이탈하는 경우 전문의 자격 부여 금지,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의 패널티를 발 빠르게 부여한다.

독일은 의대 입학 정원을 연 5000명씩 늘리기로 했다. 이에 독일 최대 의사 노동조합 ‘마부르크분트’는 오히려 의대 정원 증가를 위해 정부가 당장 움직일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의사가 늘어나면 진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독일은 대학병원이나 지역 공공병원 의사들은 진료과와 관계없이 단체협약을 통해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치료비 적용을 받는 과(외과, 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그렇지 않은 과(성형외과, 안과, 피부과)가 나뉘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개원의도 건강보험 환자를 받는 경우, 최대 진료 횟수가 정해져 있어 수입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의사 수가 늘어나도 임금이나 수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30대 중반 전문의가 받는 연봉 수준을 공개하면서 의료 대란 해결책에 대해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된다”고 제안했다.

누가 이기나
결국은 ‘돈’

김 교수는 “2019년에 2억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월급 의사 연봉이 최근에 3억~4억원까지 올랐다.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서 전공의들이 8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 대학병원은 PA라는 간호사 위주의 진료 보조 인력만 2만명이다.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의대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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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