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나는 ‘병원 투어’ 현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14 09:34:47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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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니 저리 가라
저기 가면 그리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사들은 “의사 수가 충분하다”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서 조금만 벗어날 경우, 의사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특히 중증 질환자들이 인근 병원으로 가면 서울 병원으로 가라며 소견서를 써준다. 이들은 맡을 담당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5일, 의협 회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10일부터 11월17일까지 일주일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대한 의사 회원들의 찬반 입장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4010명) 중 81.7%(3277명)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의사 충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협 회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로는 ‘의사 수가 충분하다’가 49.9%로 가장 많았다. 이어 ‘향후 인구감소로 인한 의사 수요 역시 감소될 것’(16.3%), ‘의료비용의 증가 우려’(15.0%),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우려’(14.4%), ‘과다한 경쟁 우려’(4.4%)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중 733명(18.27%)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유로는 ‘필수 의료 분야 공백 해소를 위해’라는 답변이 4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24.4%), ‘의사 부족으로 환자가 진료받지 못해서’(7.9%) 등의 순이었다.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한의과 대학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6.5%(2508명)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지역의료 확충을 위한 현행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지역인재전형 확대 방침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 51.5%(2064명)가 찬성 48.5%(1946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역인재전형 확대를 반대하는 이유는 ‘지역의 의료 질 차이 초래’(28.1%), ‘일반 졸업생들과의 이질감으로 인해 의사 사회서 갈등을 유발’(15.6%), ‘지역인재전형 인재에 대한 환자의 선호도 저하 가능성’(9.4%) 등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필수·지역의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주가 돼서는 안 된다. 의사 인력이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 추진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일본도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의대 정원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암 환자 10명 중 6명 지방 사람 
‘의사 없어서…’ 무조건 서울로 

그렇다면 환자들도 의사들과 같은 입장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지방 환자들은 인근 병원을 가고 싶어도 ‘의사가 없어서’ 서울 병원으로 내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만 그런 것도 아니고 시험관 시술,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서울아산병원) 암 환자 10명 중 4명은 지방 거주자다. 최근 5년간 암 치료를 받기 위해 지방서 빅5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0만명을 넘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암 환자 103만4155명이 빅5 병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해 약 20만명이 암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을 찾는 셈이다.


소아암 환자는 70대 이상 노인 환자의 경우 원정 진료에 의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지난 5년간 비수도권 거주 10세 미만 암 환자 5787명, 70대 이상 암 환자 5만5511명이 빅5 병원을 찾았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는 A씨는 집이 강원도지만 서울에 있는 난임전문병원을 선택했다. 시험관 시술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 난소 기능 저하로 두 번의 유산 경험이 있다. 강원도 산부인과서도 서울의 큰 병원에 가길 권했다. 

KTX를 타야 병원에 갈 수 있고, 새벽같이 출발해 병원에 일찍 도착해도 진료하고 시술까지 받으면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문제는 시험관 시술 자체가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시험관 시술을 얼마나 더 할지 계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A씨는 이런 이유로 집 근처의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임신을 빨리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에 서울 병원을 선택했다.

교통비, 숙박비, 식비…
“2~3배 더 돈이 든다”

이식환자의 경우는 더 힘들다. 2008년도에 신장 이식을 받은 B씨는 갑자기 생긴 엉덩이 통증과 왼발 전체 방사통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의원이나 보존 치료로 버텼지만, 통증을 참을 수가 없어서 집 근처인 대구에 있는 척추 전문 병원을 가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4∼5번 디스크가 많이 나와 왼쪽 다리 신경이 눌러서 통증이 생긴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B씨가 신장 이식 환자라는 것이었다. 대구 척추 전문 병원은 B씨에게 “척추 치료를 할 때 사용하는 약이 이식받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대구에 있는 병원이 아니라 이식받은 병원에 가라”고 소견서를 써줬다. 

허리 통증이 심각해 서울 병원을 바로 예약하려고 해도 10월에나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시도했던 시기는 지난달이어서, 서울 병원으로 가려면 9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당뇨 환자도 마찬가지다. 경북에 사는 C씨는 1년에 10번 연차를 낸다. C씨가 함께 사는 80대 부모를 자동차로 모셔 서울의 종합병원에 간다. 아버지는 당뇨를, 어머니는 허리 디스크를 앓고 있다. C씨는 “아버지는 당뇨가 심해 발가락이 괴사하지 않았는지 두 달에 한 번은 확인해야 한다. 어머니도 디스크 수술 후 경과를 체크해야 한다”며 “해가 갈수록 병원에 모시고 가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경북지역에 정형외과가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C씨의 부모님이 수술을 받은 병원이 서울이고 수술 이후의 경과를 볼 병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서울 병원으로 향해야 한다. 병원서도 가급적이면 서울로 오는 것을 추천했다.

예약도 밀려

C씨가 서울 병원으로 왕래하는 데에는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 20만~3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집 근처 병원보다 2~3배 더 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병원을 안 갈 수도 없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그는 “여든이 훌쩍 넘은 부모님이 왕복 5~6시간씩 차를 타고 오가는 걸 점점 힘들어 하신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 언제까지 장거리 운전을 해가며 부모님 통원치료를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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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