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김영환 충북도지사

“보답하라는 국민 명령 지키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충남도에 이어 충북도도 국민의힘 승리로 돌아갔다. 충북도지사 선거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더불어민주당)과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대결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전으로도 불렸다. 결과는 국민의힘의 승리. 12년 만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권력이 교체된 순간이다. 정권교체와 윤심을 등에 업은 덕분이다. 

정치인에게는 늘 마지막 순간이 중요하다. 매듭을 제대로 짓지 못하면 그동안 쌓아온 성과와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지게 된다. 지방선거 기간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정치인생 마지막을 자신의 고향인 충북서 마무리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일,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취임식에는 김 지사 당선 축하를 위해 참석한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김 지사는 취임사에서 상상력이 넘치는 충북을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일요시사>가 김 지사에게 당선 소감, 충북 현안,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먼저 이력이 궁금합니다

▲저는 그동안 시인, 전기 기술자, 치과의사, 국회의원, 과학기술부 장관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만큼이나 굴곡진 인생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되기를 반복, 대학 입학 15년 만에 졸업 후 치과병원 개업,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해 4번의 국회의원과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정치인생 마지막 봉사는 고향에서’라는 생각으로 충북에 돌아왔고, 분에 넘치는 도민들의 사랑으로 도지사에 당선됐습니다. 중앙 무대서 겪은 풍부한 경험과 능력, 인맥, 정보를 살려 고향 충북의 발전을 이끌어내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이 선택하신 ‘김영환’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증명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도지사가 될 것입니다. 


-출마지 변경 논란에도 12년 만에 충북을 탈환했습니다. 소회를 밝히신다면?

▲먼저 고향으로 돌아온 저를 너른 가슴으로 안아주신 도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선거는 짧은 유세 기간 탓에 부족함도 많았고, 민주당 노영민 후보라는 쟁쟁한 후보까지 만나 승리를 단정할 수 없는 어려운 선거였습니다.

그러나 도민께서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과 12년을 유지해왔던 지방 정권교체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이제는 도민을 위해 제가 제시한 충북의 미래 청사진을 잘 그려내 좋은 정치와 행정으로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많이 긴장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으로 과잉 상태지만, 지금까지 경험하고 쌓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고향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충청도 선거에서 윤심 덕에 승리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3월31일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지 두 달, 짧다면 짧은 시간으로 충북에서 오랜 기간 정치 텃밭을 다듬어 온 노 후보와의 경쟁은 무척이나 힘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충북지사 선거가 윤석열 대 문재인의 대리전으로 인식된 모양새입니다. 정권교체에 힘을 실어주려는 도민의 강한 염원은 표심으로 나타났고, 제가 도지사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됩니다. 

정치인생 마지막 봉사는 고향서
민주당 불신이 지방선거의 결과


-충북은 대선과 지선 모두 변화의 바람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장 12곳 가운데 9군데를 국민의힘이 탈환했습니다

▲충북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입니다. 다만 그동안 민주당에서 좋은 스펙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민주당 지방권력이 유지되는 동안 충북의 발전은 답보 상태였습니다. 이런 민주당 정권에 대한 불신과 후회가 지난 선거에서 대대적인 정권교체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자주 대화하는 사이로 전해지십니다

▲윤 대통령과는 대선 당시 선대위 인재영입위원장과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은 인연으로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가까운 사이입니다. 윤 대통령과 저는 이번 대선과 지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가 좋은 정치로 국민에게 보답하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국민을 섬기는 정치, 국민을 이롭고 행복하게 하는 정치를 위해 서로 뜻을 같이 합니다. 

-도정 사상 첫 여성 비서실장을 임명하셨습니다

▲정선미 비서실장의 임용은 충북 여성의 권익 신장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적재적소에 실력있는 인물을 기용하는 제 인사철학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정 비서실장은 충북도 공무원 출신으로 기업정책팀장, 경제정책팀장, 경제기업과장을 거친 전문 경제통입니다. 앞으로 민선 8기 충북호의 성공적인 출발과 충북 건설 도정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상상력이 살아 숨 쉬는 공약  
예산 아껴 청년·미래에 투자

-최근 관사를 매각하고 아파트를 반전세로 구입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습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장 관사가 점차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과거엔 관사에서 업무도 보고, 외빈을 접견하는 관례가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우리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사를 사용하게 되면 매입 비용과 관리비 등 부대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관사는 도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소중한 세금을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도민과의 약속을 나 자신부터 실천하고자 솔선수범해 관사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적은 예산이라도 아껴서 청년과 기업, 미래에 투자해야 하고, 그것이 충북을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본격적인 임기가 시작됩니다. 충북 발전을 위해 어떤 곳에 주안을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충북 도정이 무난함을 추구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혁신을 선도하는 상상력이 살아 꿈틀대는 도정으로 이끌겠습니다. 핵심 공약인 레이크파크 조성, 의료비 후불제 등 도민과의 약속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선거기간 충청권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끼리 초광역 상생경제권 선언·협약을 맺었습니다

▲지난 선거기간 충청권 4개 시도지사 후보들이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통합하는 ‘충청권 초광역 상생경제권’ 공동 협약을 체결해 충청권 인구 700만명 시대를 향한 메가시티 구상을 본격 추진키로 합의했습니다.

새 정부 역시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초광역 지역정부(메가시티) 확대 설치 및 운영’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권역별 초광역화 정책기조를 유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겠습니다. 

-충북의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는 인구와 일자리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예상이신지 궁금합니다

▲저출산, 인구 감소 문제는 청년세대에게 좋은 일자리가 제공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후보 시절 기업하기 좋은 충북, 지역경제가 살아 숨쉬는 충북을 만들어 ‘충북 경제 도약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먼저, 청년세대를 위한 충북 창업펀드 1000억원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창업 초기 기업의 재정적 부담을 줄여 청년층이 꿈과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삼성, SK, LG, 현대차 등 첨단우수기업 유치 60조원을 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제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중견기업을 전략적으로 유치해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특히, 국가 3대 전략산업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 기업을 집중 유치해 충북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보입니다

▲소상공인정책과를 신설합니다.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의 재기를 위해 소상공인, 자영업,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화폐 및 공공 플랫폼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 밖에 충북 일자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충북일자리재단’을 설립 예정입니다.

기관별로 분산된 일자리 사업을 통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급변하는 고용·노동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득과 일자리를 늘려 도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부터 차례로 풀어나가겠습니다. 

-지사님의 공약 중 상상력을 앞세운 공약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조적 상상력이 살아 숨쉬는 공약들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바다가 없는 충북’이 아니라, ‘강과 호수가 많은 충북’으로 발상을 전환했습니다. 대한민국, 동아시아 최고의 호수 관광 메카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충주호(청풍호), 단양호, 괴산호, 대청호 등 726개의 아름다운 호수와 그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산하와 문화유산들을 연결해 스토리텔링과 낭만이 있는 충북으로 만들겠습니다. 힐링이 출렁이는 거대한 관광단지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야흐로 역동적인 충북으로 다시 태어나는 ‘레이크 파크 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습니다. 

소외 지대 살피고 
더욱 더 가까이

-의료비 후불제 공약도 자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꼼꼼히 살피고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병원 진료를 먼저 받고 병원비는 나중에 내는 ‘의료비 후불제’를 후보 시절에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제도를 갖고 있지만, 생명에 직결된 질병의 고액 의료비 부담 때문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 안에 65세 이상 취약계층에 먼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전 계층으로 확산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카이스트 연계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을 추진한다고 밝히셨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카이스트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은 민선8기 대표 공약이자, 새 정부의 균형발전 지역 공약입니다. 현재 카이스트와 함께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내년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구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입니다.

충북 오송이 미국, 유럽, 아시아를 연결하는 글로벌 바이오 메디컬 타운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카이스트와 다각도로 노력 중입니다. 유치에 성공한다면 오송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수준의 글로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바이오 인력 양성과 R&D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시종 전 도지사의 사업 중 계승해야 할 부분과 폐지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동안 추진해왔던 도정 현안 전반에 대해 당위성과 필요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지속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그중 ‘미호강 프로젝트’는 민선8기에서도 지속돼야 할 사업입니다. ‘미호강 프로젝트’는 중부권 도민의 삶의 터전이자 충북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온 미호강을 물이 살아 있는, 물이 많은 미호강으로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반면에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대회인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충북이 지원해야만 하는가 라는 원초적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회 지원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현재 입장입니다.

새 정부의 충북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57개 세부사업)에도 포함되지 못해 국비 지원 가능성도 희박한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여곡절, 파란만장, 천신만고 끝에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상처도 많고 약점도 많고 부족함도 많은 삶이지만 충북을 위해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보다 절실하고 강렬합니다. 제 모든 역량을 끌어내 충북이 대한민국의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충북도민이라는 것이 자부심이 되도록 제가 최전방에서 제일 어렵고 궂은일을 해나가겠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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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