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인천시장 유정복

“윤석열 대통령 인천에 관심 많아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해단식이 끝났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선거캠프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분주했다. 대부분 정리가 됐지만 벽 곳곳에는 유 시장이 만난 인물과 치열했던 선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수막은 유 당선인의 사무실까지 이어졌다. 허름한 복도를 지나 유 당선인 방 문을 열자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기자를 만난 유 당선인은 “목소리가 잘 안 나와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36세에 군수로 지방행정에 발을 들인 뒤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입법과 행정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요시사>는 최근 인천시장에 당선돼 다시 돌아온 유 당선인에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민주당 내홍, 인천시장으로서의 청사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유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선 8기 인천시장에 당선된 유정복입니다. 과거에 여러 공직을 경험했고, 이전에 6기 인천시장을 지냈습니다. 국회에서는 3선 의원을 지낸 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이 밖에 김포시장을 역임한 이력과, 인천 서구에서는 구청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주로 공직생활에만 몸담아왔습니다.  

-30대에 최연소 군수를 시작으로 행정 분야를 쭉 밟아오셨습니다. 최근에는 전직 시장 리턴매치라고 불린 인천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다수의 선거에서 여러번 승리해왔던 사람으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때는 4년 전입니다. 아픔을 겪고 나서 다시 치른 선거여서 굉장히 긴장됐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까 과거의 선거보다 보람이 크고, 의욕도 각오도 남다릅니다. 


-인천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렸습니다. 승리 요인을 분석하신다면?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당락을 갈랐다고 봅니다. 또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모양새입니다. 첫 번째로 이번 선거는 미래에 대한 바람이 표시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는 상대 후보였던 박남춘 후보가 인천시장을 했던 인물입니다. 박 후보에 대한 평가 역시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과연 누가 시장을 맡아서 시정을 추진해야 인천이 더 발전하고 행복할지 따졌을 때 제가 더 옳은 선택이라는 기대를 시민에게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이 많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보 시절 여러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인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후보나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웁니다. 대규모 교통 인프라, 경제 성장과 발전, 일자리, 문화 복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인천을 전진기지로서의 교두보로,  하나의 출발점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또 미래로 나가기 위한 그랜드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인천을 초일류시티로 진화시킬 것이고, 다른 후보들이 정책으로 내세우지 못했던 비전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인천 출신 첫 재선 시장으로 더블 트리플 크라운(광역단체장·장관·국회의원 각 두 번 이상)을 달성하셨습니다


▲공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영예스러운 명칭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어떤 분야에서 책임이 생겨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책임이 더 커졌고, 더 잘하지 못하면 실망스러운 인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합니다.

시장과 같은 사람은 항상 긴장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인천시민 입장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봅니다. 시민들께서 우리 시장이 많은 역량을 쌓아온 시장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숙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체장·장관·국회의원 ‘더블 트리플 크라운’
윤정부와 관계 잘 유지…기회 있을 때마다 협력

-이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신다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분이 제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대권 도전과 관련해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인천시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우선 인천시장으로서 충실해야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과거 군수로 출마할 때부터 저는 시민이 불러서 나왔습니다. 이번에 인천시장 출마 때도 그랬습니다. 시민이 부르면 제 모든 것을 던져서 일해온 경험을 살려 몸바쳐왔습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차후 제 역할이 있다면 나라 발전을 위해 그 부분도 앞으로 염두에 둘 일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윤석열정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습니다. 5년 만에 국가 권력이 교체된 상황입니다. 새로운 중앙정부와 곧 출범하는 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서 지역발전을 이루길 소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결과입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심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에 무리한 입법 독주를 시도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게 대표적 예입니다. 여론을 전혀 살피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윤정부 발목잡기를 통해 악화된 여론이 민주당의 행태를 심판한 겁니다. 이런 여파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지방단위에서도 국민의 분노가 겹쳐 국민의힘 지지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이재명 의원이 인천에 출마해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선거에 승리하고 패배하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 패배는 결국 유권자가 판단하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민심이 인천시를 책임지고 맡아서 운영할 사람으로 제가 적합했던 게 아닌가 판단하고 손을 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 패배하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당내 분열도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에 대한 책임론이 따릅니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 나섰음에도 졌습니다. 민주당의 패배를 연이어 가져온 당사자 중 한 명입니다. 민주당 내에서 비판 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고, 내홍이 발생하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갈등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민주당 내에선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의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당한 진통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이라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혁신·쇄신하고 좋은 정치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충청도에서도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큰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라 불리는 곳입니다

▲ 전반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윤정부가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 의견에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같이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함께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 공감대가 충청권 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석 공감하나 정치는 실험 아냐
취지는 인정… 더 신중한 접근 요구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기도 패배가 뼈아파 보입니다. 윤심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로 패배에 대한 단일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겁니다. 김은혜 전 의원이 열심히 발로 뛰면서 노력했는데 갖고 있는 역량을 도민에게 알리는 데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탓입니다. 김 전 의원을 단순히 윤심으로만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김 전 의원을 신뢰하는 것은 다 압니다. 결코 그 부분 하나만 가지고 패배가 결정된 건 아닙니다.  

-국민의힘에서 차기 대권잠룡이 여럿 생겼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당권을 잡기 위해 갈등 우려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거기에서 정치적 에너지를 크게 만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건 좋은 것입니다. 다만 다 때가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체제를 통해서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단체장의 경우 임기 4년의 막중한 책임이 있어 당장의 그런 과열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준석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띄웠습니다

▲정치 변화와 혁신은 언제든 중요합니다. 우리 정치가 아직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기본적인 취지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당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국민적 공감대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우고도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권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입니다.

정치인은 이런 걸 버려야 합니다. 결국 무엇이 현재 가장 대의명분이 있으며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또 당원의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도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무언가를 할 때 실험하듯이 해선 안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취지는 인정하지만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보다는 혁신을 위해 민주당이 더 몸부림 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윤정부와 어떤 방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광역단체장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지역문제를 같이 공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윤 대통령과 지난해 처음 만남을 가졌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에도 선대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천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인천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나갈 계획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하겠습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는 곧 민주주의입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유권자의 바람과 기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부흥하는 게 중요합니다. 선거과정을 통해서 인천시민이 제게 기대하는 바를 읽었고, 그 부분에 대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인천시민 역시 선거서 승리했다고 끝나는 게 아님을 알았으면 합니다. 시민과 함께 인천을 발전시키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비판과 지적을 해줬으면 합니다. 인천시민과 함께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반드시 인천시민과 약속한 대로 행복한 세계 최일류 도시 인천을 만들어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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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