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인천시장 유정복

“윤석열 대통령 인천에 관심 많아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해단식이 끝났지만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의 선거캠프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분주했다. 대부분 정리가 됐지만 벽 곳곳에는 유 시장이 만난 인물과 치열했던 선거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현수막은 유 당선인의 사무실까지 이어졌다. 허름한 복도를 지나 유 당선인 방 문을 열자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화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기자를 만난 유 당선인은 “목소리가 잘 안 나와 미안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36세에 군수로 지방행정에 발을 들인 뒤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 장관을 거쳐 입법과 행정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일요시사>는 최근 인천시장에 당선돼 다시 돌아온 유 당선인에게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 민주당 내홍, 인천시장으로서의 청사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유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선 8기 인천시장에 당선된 유정복입니다. 과거에 여러 공직을 경험했고, 이전에 6기 인천시장을 지냈습니다. 국회에서는 3선 의원을 지낸 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행정안전부(당시 안전행정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이 밖에 김포시장을 역임한 이력과, 인천 서구에서는 구청장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주로 공직생활에만 몸담아왔습니다.  

-30대에 최연소 군수를 시작으로 행정 분야를 쭉 밟아오셨습니다. 최근에는 전직 시장 리턴매치라고 불린 인천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다수의 선거에서 여러번 승리해왔던 사람으로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때는 4년 전입니다. 아픔을 겪고 나서 다시 치른 선거여서 굉장히 긴장됐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선거를 치렀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고 나니까 과거의 선거보다 보람이 크고, 의욕도 각오도 남다릅니다. 


-인천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렸습니다. 승리 요인을 분석하신다면?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 많은 요인이 있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 당락을 갈랐다고 봅니다. 또 미래에 대한 기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모양새입니다. 첫 번째로 이번 선거는 미래에 대한 바람이 표시됐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는 상대 후보였던 박남춘 후보가 인천시장을 했던 인물입니다. 박 후보에 대한 평가 역시 결정적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는 과연 누가 시장을 맡아서 시정을 추진해야 인천이 더 발전하고 행복할지 따졌을 때 제가 더 옳은 선택이라는 기대를 시민에게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에게 감사한 마음이 많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후보 시절 여러 공약을 내세우셨습니다. 인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후보나 지역발전 공약을 내세웁니다. 대규모 교통 인프라, 경제 성장과 발전, 일자리, 문화 복지 등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인천을 전진기지로서의 교두보로,  하나의 출발점으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제물포 르네상스를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또 미래로 나가기 위한 그랜드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인천을 초일류시티로 진화시킬 것이고, 다른 후보들이 정책으로 내세우지 못했던 비전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인천 출신 첫 재선 시장으로 더블 트리플 크라운(광역단체장·장관·국회의원 각 두 번 이상)을 달성하셨습니다


▲공직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영예스러운 명칭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어떤 분야에서 책임이 생겨 열심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책임이 더 커졌고, 더 잘하지 못하면 실망스러운 인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생각합니다.

시장과 같은 사람은 항상 긴장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나가야 합니다. 인천시민 입장에서도 기대감이 크다고 봅니다. 시민들께서 우리 시장이 많은 역량을 쌓아온 시장으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숙제를 해결할 거라고 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단체장·장관·국회의원 ‘더블 트리플 크라운’
윤정부와 관계 잘 유지…기회 있을 때마다 협력

-이런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신다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분이 제게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고 대권 도전과 관련해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인천시장으로 해야 할 일이 많고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우선 인천시장으로서 충실해야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과거 군수로 출마할 때부터 저는 시민이 불러서 나왔습니다. 이번에 인천시장 출마 때도 그랬습니다. 시민이 부르면 제 모든 것을 던져서 일해온 경험을 살려 몸바쳐왔습니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차후 제 역할이 있다면 나라 발전을 위해 그 부분도 앞으로 염두에 둘 일이라고는 생각합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습니다

▲윤석열정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이 지났습니다. 5년 만에 국가 권력이 교체된 상황입니다. 새로운 중앙정부와 곧 출범하는 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서 지역발전을 이루길 소망하는 국민의 염원이 담긴 결과입니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심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직전에 무리한 입법 독주를 시도했습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같은 게 대표적 예입니다. 여론을 전혀 살피지 않았습니다. 또 현재 윤정부 발목잡기를 통해 악화된 여론이 민주당의 행태를 심판한 겁니다. 이런 여파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지방단위에서도 국민의 분노가 겹쳐 국민의힘 지지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지방선거 기간 이재명 의원이 인천에 출마해 박남춘 인천시장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선거에 승리하고 패배하는 이유는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상대 후보 패배는 결국 유권자가 판단하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민심이 인천시를 책임지고 맡아서 운영할 사람으로 제가 적합했던 게 아닌가 판단하고 손을 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 패배하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습니다. 당내 분열도 나타나는 모양새입니다


▲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전국적인 선거에서 패배하면 그에 대한 책임론이 따릅니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 나섰음에도 졌습니다. 민주당의 패배를 연이어 가져온 당사자 중 한 명입니다. 민주당 내에서 비판 여론이 있을 수밖에 없고, 내홍이 발생하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 갈등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민주당 내에선 새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의원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상당한 진통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이라면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혁신·쇄신하고 좋은 정치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충청도에서도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큰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라 불리는 곳입니다

▲ 전반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윤정부가 성공하고 대한민국이 성공하고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았거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제 의견에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같이 모아야 합니다.

그래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지역발전을 함께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런 공감대가 충청권 선거에도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석 공감하나 정치는 실험 아냐
취지는 인정… 더 신중한 접근 요구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경기도 패배가 뼈아파 보입니다. 윤심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도 마찬가지로 패배에 대한 단일요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러 다양한 요인이 있었을 겁니다. 김은혜 전 의원이 열심히 발로 뛰면서 노력했는데 갖고 있는 역량을 도민에게 알리는 데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 탓입니다. 김 전 의원을 단순히 윤심으로만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 김 전 의원을 신뢰하는 것은 다 압니다. 결코 그 부분 하나만 가지고 패배가 결정된 건 아닙니다.  

-국민의힘에서 차기 대권잠룡이 여럿 생겼다는 평가가 내려집니다. 당권을 잡기 위해 갈등 우려도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경쟁을 통해서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거기에서 정치적 에너지를 크게 만들어가는 행위입니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건 좋은 것입니다. 다만 다 때가 있습니다. 선의의 경쟁체제를 통해서 국민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단체장의 경우 임기 4년의 막중한 책임이 있어 당장의 그런 과열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준석 대표가 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띄웠습니다

▲정치 변화와 혁신은 언제든 중요합니다. 우리 정치가 아직 국민에게 불신을 받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가 이야기하는 혁신의 기본적인 취지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당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은 국민적 공감대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표가 혁신위를 띄우고도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권을 주도하는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욕심이 있어서입니다.

정치인은 이런 걸 버려야 합니다. 결국 무엇이 현재 가장 대의명분이 있으며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방안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해나가야 합니다. 또 당원의 공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이뤄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도 필요합니다. 정치인은 무언가를 할 때 실험하듯이 해선 안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취지는 인정하지만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보다는 혁신을 위해 민주당이 더 몸부림 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윤정부와 어떤 방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광역단체장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추고 지역문제를 같이 공조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윤 대통령과 지난해 처음 만남을 가졌고,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에도 선대위원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천에 관심이 많습니다.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인천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윤 대통령과 협력관계를 잘 유지해나갈 계획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대통령과 협력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하겠습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거는 곧 민주주의입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유권자의 바람과 기대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부흥하는 게 중요합니다. 선거과정을 통해서 인천시민이 제게 기대하는 바를 읽었고, 그 부분에 대해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인천시민 역시 선거서 승리했다고 끝나는 게 아님을 알았으면 합니다. 시민과 함께 인천을 발전시키고, 제가 부족한 부분은 비판과 지적을 해줬으면 합니다. 인천시민과 함께 살기 좋은 인천을 만들고 싶습니다. 반드시 인천시민과 약속한 대로 행복한 세계 최일류 도시 인천을 만들어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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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