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김태흠 충남도지사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 이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선거에서 민심의 바로미터 지역은 충청이었다. 지방선거 국면 초반만 해도, 충남은 경합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충청도 거의 모든 지역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충청 12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웠던 충청의 아들이라는 카드가 제대로 먹혀든 덕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충청도와 인연이 깊다. 특히 충남도에서는 각별한 삶을 살았다. 충남도 태생인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를 돕는 청년 조직을 만들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김 지사의 고향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충남도청에서 정무부지사로 일했고, 충남에서만 3번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오직 같은 지역구(충남 보령서천군)에서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을 정도로 애향심이 깊다. 탄탄한 행정, 입법 경험을 토대로 국회에서는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정권교체의 바람과 함께 김 지사가 다시 충남 행정가로 돌아왔다. 윤심을 업은 김 지사가 충남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김 지사에게 충남 청사진, 윤석열정부와의 협치, 각오 등을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충남도지사에 당선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윤정부의 성공과 충남의 새로운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도민의 열망과 준엄한 명령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도정은 밋밋하고 정체된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이끄는 민선 8기는 ‘파워풀’하고 ‘다이나믹’한 충남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준비위(힘쎈충남준비위원회)의 이름과 민선 8기의 충남의 정체성을 ‘힘쎈’으로 지은 것도 미래를 향해 모든 부분에서 역동성 있게 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자, 힘이 될 수 있도록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청사진을 완성하겠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충남, 충남도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김태흠만의 추진력으로 도정을 끌고 갈 것입니다.

-충남도지사에 출마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출마 당시 들었던 생각은 선공후사, 사생취의의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정부가 국정운영 동력을 갖고 출범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고향인 충남에서 승리하는 건 상징적 의미가 큰 상황이었습니다(윤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태생으로 부친이 충남 공주 태생).

개인적으로도 충남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당과 대통령의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도민의 선택을 받아 윤정부의 국정 운영에 뒷받침이 되고, 12년 만에 충남에 보수의 깃발을 꼽을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합니다.

힘 세고 다이나믹 충남 만든다
충남도민 자부심 갖도록 노력

-충남의 당면 현안을 알고 싶습니다. 또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실지 궁금합니다


▲공공기관 이전, 육군사관학교 이전, 광역교통망 조성, 대기업 유치, 권역별 특징에 맞춘 5대 권역 개발, 서산 민항 개발 등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입니다. 힘쎈충남준비위원회를 통해 우선적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정리 중입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부처장관, 국회를 방문해 현안과 추진 당위성을 설명하고 예산 확보 등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계획입니다. 도민이 저를 선택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강한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선거 기간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초광역 상생경제권’ 공동선언을 한 바 있는데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충청권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입니다. 국민의힘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선거 기간 중인 지난 5월23일 세종국무총리실 앞에서 ‘충청권 초광역 상생경제권 선언’과 함께 협약을 통해 범공조체제 구축을 약속한 바 있습니다.

충청권 인구 700만명 시대에 대비하는 ‘초광역 상생경제권’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전략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입니다. 연내 특별자치단체인 ‘대전·세종·충남·충북 특별연합’이 출범하면 명실상부한 충청권 메가시티가 출범합니다. 수도권에 대응할 유일한 충청권메가시티의 탄생을 기대해 주십시오. 

-충남에서 펼친 민주당 12년간 도정을 평가해 보신다면?

▲안희정 전 지사 8년, 양승조 전 지사 4년은 충남에게 있어 ‘잃어버린 12년’입니다. 충청은 수도권 규제로 지방으로 유입되는 낙수효과의 최대 수혜지역이었지만 지난 12년 동안 전혀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충남이 나가야 할 방향과 목표도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뭔가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력도 볼 수 없었습니다.

민선 7기는 성장보다 복지만을 강조하면서 4년간 3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민선 8기의 도정 방향을 ‘힘 센 충남’으로 제시한 것도 그동안 침체된 충남을 틀부터 바꾸자는 의지에서 비롯됐습니다. 

-대선,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충청도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무능하고 오만한 정권 심판, 반성 없는 내로남불에 대한 민심의 피로감도 있지만 국정 수행 전 과정에서 제기됐던 ‘충청 홀대론’과 ‘충청 패싱’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충청권은 역대 지방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민심의 풍향자 역할을 해왔지만 영호남에 오랜 기간 불이익을 받아 왔습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영호남의 대형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서 수혜를 입었지만, 충남은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받아왔습니다. 충남은 전국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민항이 없는 곳입니다. 전국 광역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파 방송국이 없어 재난상황 발생 시 재난방송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도민이 느꼈습니다. 윤정부와 김태흠 도정의 원팀이 충남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 전폭 지원 통해 발전 계획
충청메가시티 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강한 충남을 만들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싶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강력한 추진력과 집권여당의 힘으로 호쾌하고 파워풀한 충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마부위침의 마음으로 충남 발전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져오겠습니다. 충남의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비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하는데 3선 의원을 하면서 기재위, 국토위 등을 거쳤기 때문에 자신 있습니다.

과거 정무부지사를 역임하며 충남 발전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보령해저터널, 금산세계인삼엑스포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충남을 대한민국의 힘,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일각에선 충청의회의 여소야대가 바뀐 탓에 도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도의회가 여대야소로 꾸려지면서 도정을 견제하고, 감시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는 공감하지만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충남도의회의 전통과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48석(비례포함) 중 국민의힘에서 36석을 차지했지만, 의원 면면을 보면 모두 전문가의 역량을 지니신 분들입니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관계 역시 무조건적 반목 관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도와 의회 모두 충남의 발전이라는 목표로 함께하는 이상 협치를 통한 합리적 도정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청도는 큰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립니다.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뒀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로 불렸던 충남은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민심의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정확하게 민심을 담아냈습니다. 충남에서 윤 대통령과 저를 선택한 것은 그동안 홀대받은 충청의 설움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도민의 기대감을 충분히 부응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원팀으로 도정을 이끈다면 2년 뒤 총선, 4년 뒤 지방선거, 5년 뒤 대통령선거에서 그동안 보수의 무덤으로 불리던 충남을 보수의 텃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충남도지사 출마를 권유한 것이 윤 대통령과 당입니다. ‘충남의 아들’인 윤 대통령이 이번 지선에서 가장 관심을 뒀던 곳이 충남도지사 선거였습니다. 힘 있는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드래프트 제도’를 요구해 이전 대상 공공기관 우선권을 가져오도록 할 예정입니다.

포 이전을 비롯해 육사 이전, 광역교통망 구축, 5대 권역별 개발 등 충남의 여러 현안 해결에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산적한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비 확보도 중요합니다. 8월까지가 정부예산 편성 기간이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 기재부, 각 부처 장관들을 위해 예산확보 문제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마지막 말씀 부탁드립니다

▲충남이 대한민국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충청의 힘을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한 전투력과 판단력, 뭔가 바꿀 수 있는 추진력과 강력한 리더십은 김태흠이 아니면 안됩니다. 민선 8기 ‘힘쎈 충남’을 위해 ‘정익구정’의 자세로 파워풀하고 역동적인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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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