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경북도지사 재선 이철우

“더 이상 TK 패싱은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말이 아닌 발로 뛰는 도지사’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이 이철우 경북도지사다. 처음 경북도지사직을 맡으면서 경북 곳곳을 누비고 다닌 거리를 계산하면 한 해 평균 12만㎞가 넘는다. 발로 하는 행정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이 지사는 유독 이번 당선에서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국가정보원 국장부터 3선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를 경험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멍석 정치로 이름을 날렸고,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이 도지사와 일하면 실·국장급은 괴롭다고 호소한다. 이 지사가 새벽 일찍 경북 관련 기사를 공유해 미리 대책을 준비하도록 해서다. <일요시사>가 이 지사에게 영남권 신공항 건설, 윤석열정부와의 협치 방식, 정치 현안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학교사로 첫 사회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경북 상주와 의성에서 5년간 교직 생활을 한 뒤 지금의 국정원을 거쳐 2005년 경북도 부지사로 기용돼 2년2개월 동안 활동했습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으로부터 고향인 경북 김천에 전략공천돼 초반 2대 8이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던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이후 저는 국회의원 3선을 역임했습니다.

경북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중심이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경북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경북이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지난 민선 7기 선거에서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경북도지사 재선에 성공하셨습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다시 도정을 맡겨 주셨습니다. 초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도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성원은 경북을 위해서, 또 대한민국을 위해 더 큰 머슴이 되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하고 말이 아니라 발로 뛰는 현장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고 달려가는 승풍파랑의 도전정신으로 큰 정치, 큰 인물로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이유는 대통령, 도지사, 기초단체장이 원팀이 돼 예산도 많이 확보하고 지역을 발전시켜 달라는 도민의 바람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 동안의 성과를 꼽으신다면?

▲우선 저는 민선 7기 4년 동안 도정을 혁신해 청렴하고 일 잘하는 경북도청을 만들었습니다. 민선 7기 공약이행평가 전 분야 최우수(SA), 공공기관 청렴도 2년 연속 전국 최고등급, 경북도청 내부 청렴도 역시 17개 시·도 가운데 1등급을 달성했습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우리 도가 국비 예산 10조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투자 유치도 국내 기업 8조5000억원, 해외기업 1024억원, 등 지난 4년 동안 31조 20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성과라면 여러 갈래의 장벽을 뚫고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이전 문제를 확정 지은 것입니다. 

-도지사님께서는 의원시절 멍석정치로 이름을 알리셨습니다

▲당시는 우리 국회가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역대 최악의 국회였던 시기였습니다. 국회의원 집무실에 멍석을 깔아놨던 것은 저부터 우리 정치를 곪게 만든 요인들을 멍석에 둘둘 말아 국민으로부터 박수받는 정치를 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경상북도, 대한민국 중심 도시로
“승풍파랑의 도전정신 발휘하겠다”

그러나 제대로 멍석말이도 못하고 국회를 떠난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도지사가 되고 나서도 집무실에 멍석을 깔아놨는데 빨리 정치가 옳은 궤도에서 비행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북도지사는 여권 소속으로 도지사직을 하게 되십니다

▲지난 4년간 TK(대구·경북) 패싱은 없다며 예산을 따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알아야 도지사를 한다’ ‘무는 개는 돌아본다’ 같은 나름의 원칙을 실천한 결과입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70%가 넘는 대구·경북의 표심에 감동했고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도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분위기로 봐서는 경북을 발전시킬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선 과정에서 맺어진 따사로운 인연들을 잘 추슬러서 정부와 호흡을 맞춰 경북 수확의 계절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경북 땅은 전국에서 제일 넓습니다. 경북도정 운영의 핵심을 어디에 맞춰 나갈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도민이 투표해주신 결과에 제 혼을 담아 희망이 샘솟는 경북을 짓겠습니다. 보다 더 큰 정치를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경북 건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과 지방 간 격차가 큽니다. 윤 대통령도 국민이 어디에 살든 균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듯이 지방을 살리는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지방화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단순히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하기보다는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지방자치의 제도화가 검토돼야 합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자치를 실현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합니다.

-경북 인구가 계속 줄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비단 경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총인구도 지난해 기준 2만900명 정도가 줄었습니다. 경북은 합계 출산율 1명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전국에 지방소멸 고위험지역 30곳 가운데 경북에만 7곳이 있을 정도여서 이제 인구 감소는 생존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가 됐습니다. 의성에 이웃사촌시범마을 조성하고, 스마트 팜을 만드는 것도 청년을 끌어들이거나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는 청년들을 붙잡아 두자는 취지입니다.

“신공항 반드시 이뤄낼 것”
인구 문제 시급한 선결과제


현재 전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소멸대응종합계획을 만들고 청년인구 정착을 위한 청년애(愛)꿈수당을 지원하는 등 도민 체감형 정책으로 인구소멸 위험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경북의 주요 이슈는 신공항건설과 군위군 편입 문제입니다

▲군위를 대구에 편입시키는 안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저는 이 약속이 6월 국회에서는 지켜지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약속했고,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약속을 했습니다. 이달에는 반드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말씀하시는 국비 지원과 경북도가 추진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 둘 다 같은 국비 지원입니다. 단지 기부대양여는 지금 K2 공항 부지를 받은 겁니다. 210만 평을 현물로 받은 뒤 이걸 팔아서 공항을 짓는 겁니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긴축재정을 하게 되면 새만금, 가덕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등 3개 공항이 영향을 받게 돼 예산을 한꺼번에 투입하기 굉장히 어려워지게 됩니다. 그러면 점점 더 공사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구공항 부지를 판돈으로 시설을 해서 모자랄 때는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현재 방식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위군 대구 편입은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리라 믿습니다.


-재선 도지사로서 경제는 어떻게 방점을 찍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기업이 다시 찾는 기회의 땅, 경북을 만들어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성공시대를 여는 경북을 만드는 데 집중할 방침입니다. 과감한 규제혁신으로 첨단산업의 투자 환경을 개선해 수도권에 75%가 집중해 있는 첨단기업들이 경북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겠습니다.

대학과 기업이 한 팀이 돼 일자리를 만들고 대학도 살리는 연구 중심 혁신도정을 고도화할 방침입니다. 메타버스 산업단지, 초거대 클라우드팜 조성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해 디지털시대의 선두 주자가 되는 도정을 펼칠 계획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민생 살리기 특별본부를 상시화하고 전통시장을 디지털시장으로 바꾸겠습니다.

일자리 관련 종합기구를 설치해 민생경제의 성공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도정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지난 민선 7기 경북 도정의 지속성과 확산성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겠습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민생경제 활력 증진과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부응할 수 있도록 민생경제 활력을 도정의 목표로 설정하겠습니다. 

청년의 역외 유출을 막고 저출산에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북도를 대한민국 일자리 요람으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협치
“윤석열 대통령 경북 발전 약속”

-대구와 내부적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말이 나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의 협치 복안을 알고 싶습니다

▲홍 당선인과의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런 벽이 없습니다. 시장은 시장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도지사는 도지사 나름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큰 현안이 있으면 의논해서 해결하면 잘 풀릴 것입니다.

앞으로 홍 당선인과 찰떡궁합으로 큰 그림을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홍 당선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아직 문제로 부딪쳐 본 적이 없지만 홍 당선인은 선견지명도 있고, 결단력도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홍 당선인과 함께 대구·경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고, 어려운 숙제가 있으면 손을 맞잡고 실마리를 찾겠습니다. 힘을 합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나아가 대구·경북이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정부와 협치는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 것인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 3선, 당 최고위원·사무총장, 경북도지사로 활동하면서 관계를 가졌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예산을 더욱 확보하겠습니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가 한 팀이 돼 경북을 발전시킬 대형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야당 도지사가 아닌 여당 도지사가 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경북의 주요 현안 해결을 여러 차례 약속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파는 장사고, 행정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 어떤 정책이나 행정도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보다 우선시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도민의 건강도 지키고, 경제도 살리고, 도민들 사기도 높이겠습니다. 달리는 말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4년간 힘차게 달려 왔지만 저는 아직도 걸어가야 할 몇 걸음이 더 남아 있기에 여기서 멈출 수가 없습니다. 남은 몇 걸음에 도민 여러분의 염원을 담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경북을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올려놓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과 반목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누구를 지지했건 경북의 발전의 염원은 모두가 한마음일 것입니다. 제 열정을 도민 화합을 위한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겠습니다. 

<ckcjfdf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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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