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강원도지사 김진태 

“행정 돌격대장이 뭔가 보여주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국민의힘의 승리로 끝났다. 이 중 강원도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원주를 지역구로 3선을 지낸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대결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를 앞세워 12년 만에 강원도 탈환에 성공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검사와 국회의원을 모두 강원도에서 했을 만큼 강원도와 인연이 깊다. 검사로서의 마지막 활동도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장이었다. 김 지사는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고향인 강원도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이후 그는 3년간 변호사 활동을 한 뒤,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강원도 춘천에서 국회의원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의 정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총선 당시 3선에 출마했으나 민주당 바람이 거셌고, 여러 요인이 악재로 작용해 고배를 마셨다. 강원도지사 도전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공천 과정에서 후보로 선택되지 못한 채 컷오프되는 수모를 겪었기 때문이다. 물러날 수 없었던 김 지사는 단식 투쟁을 통해 지사 도전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최종 후보로 나설 수 있었고, 당선된 뒤 극적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 김 지사에게 <일요시사>는 강원도 청사진, 윤정부와의 협치 방식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


-당선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공천 과정부터 너무나 힘든 선거였습니다. 본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이광재라는 명불허전의 상대를 만나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힘든 선거였기에 단식 때부터 제 손을 잡아준 강원도민의 격려가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늘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보내주신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오직 강원도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강원도에서 12년만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12년 만의 도정 교체’에 강원도민이 호응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 도민께서 민주당에 4번이나 기회를 줬습니다. 충분히 기회를 준 셈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에 기회를 줬던 강원도민이 ‘강원도를 한 번 바꿔보자’고 생각을 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고 봅니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차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윤정부가 이제 시작했는데 일 좀 할 수 있게 밀어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봅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도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원인을 찾으신다면?

▲민주당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선거를 뛰었습니다. 저나 국민의힘이 잘했다기보다는 변화와 교체에 대한 열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만 바뀌는 것으로 정권교체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었던 지자체 권력도 바꿔야만 정권교체가 완성된다는 생각에 많은 분께서 공감해주셨다고 봅니다.


-사실 도지사 출마 순간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황상무 전 앵커가 단수공천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든 때였습니다. 한 끼만 굶어도 안 된다고 했던 제가 단식투쟁에 나섰을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온몸으로 했던 항의가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때 제 손을 잡아주시고, 저보다 더 아파해주셨던 도민 여러분을 잊지 못합니다. 

-김진태 하면 강성, 돌격대장 이미지가 강합니다

▲선거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김진태가 달라졌다” “내가 아는 김진태 맞느냐”였습니다. 저도 제가 그렇게 강성 이미지가 강했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느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제게 원래 부드러웠던 사람인데, 이제야 자기모습을 찾았다고 합니다.

“대통령 강원도 공약 내가 완성”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 열겠다”

정부와 싸우는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는 도지사가 되려고 하다 보니 본래 부드러운 면모가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돌격대장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지사는 도의 리더로서 때로는 ‘행정의 돌격대장’이 돼야 합니다. 강원도민을 위한 예산을 따오고,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돌격대장이 될 것을 약속합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첫 도지사이십니다. 도지사님만의 강원도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인구 200만명 강원시대를 여는 게 제가 그리는 가장 큰 청사진입니다. 특별자치도의 강점을 살려 일자리, 교육, 복지를 수도권 수준으로 향상시켜 ‘살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고자 합니다. 반드시 강원도 인구가 200만명으로 늘어나는 시대를 열겠습니다. 

-다만 강원특별자치도를 두고 졸속 입법, 난개발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은 480여개 조항으로 돼있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은 23개 조항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제주도에 비해 적은 조항입니다. 이번 특별법 대부분은 개괄적이고, 선언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저와 실무진은 제주도의 선례를 검토하면서 내용을 채워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일어난 몇 가지 부작용을 경계해야 합니다. 강원도민의 삶이 예전보다 나빠지는 일은 없도록 할 예정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가치는 ‘경제’고, 핵심 내용은 ‘규제 개혁’입니다. 강원도는 군사·산림·환경·농업 등 4대 부문의 규제 때문에 발전이 더뎠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를 통해 규제 개혁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에 규제에 관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원도로 이양받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입니다. 


우선 규제 실태를 파악해서 당장 풀 수 있는 규제를 풀겠습니다. 특별자치도법 개정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았습니다. 저는 제 권한으로 풀 수 있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하겠습니다. 

-강원도의 핵심 사안을 규제 개혁으로 보시고 계십니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 계획이신지요?

▲취임 즉시 특별자치도 추진단 산하의 규제 혁파 전담팀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가도 그렇지만, 강원도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경제입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도 가장 시급하게 느껴진 것은 경제였습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이 투자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강원도에 드리워있는 각종 규제부터 걷어내야 합니다. 규제 혁파 전담팀을 가동해 도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 실태를 파악하겠습니다. 우선 당장 우리 손으로 없앨 수 있는 규제는 조례를 개정하거나 도지사 직권으로 과감히 혁파하겠다는 것입니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얽혀있는 덩어리 규제는 법령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소속 규제 개혁 위원회의 정책과제에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규제신문고’를 만들어 규제와 관련된 애로사항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직접 제보도 받고, 건의도 받을 예정입니다.

-기업 유치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 인수위 기간 동안, 성과가 있었는지요?

▲힙합 아티스트 박재범 대표를 만나 ‘강원도X원소주 업무협의’를 했습니다. 박 대표가 원주쌀로 만든 ‘원소주’를 내놨는데 엄청난 인기입니다. 박 대표와 원주에 원소주 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의논했습니다. 여기에 원강수 원주시장 당선인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이처럼 기업유치를 위해 18개 시·군과 협력해서 함께 의논해나갈 것입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아주 좋은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또 원주 부론산단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이제 막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땅과 물은 준비돼있는데, 반도체 기업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법 보완해 지역발전 디딤돌 만들 예정
“규제 신문고 통해 기업들 고충 듣겠다”

마침 이번에 당선된 신경호 교육감께서 반도체 관련 미래형 마이스터고를 설립해서 현장형 인재를 길러보자는 제안을 먼저 주셨습니다. 도내 전문대학 총장들과도 만나서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관심과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땅이 없으면 산을 깎고, 물이 없으면 물을 끌어오고,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키워서라도 반드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것입니다.

-강원도는 인구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강원도는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 특히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인구 문제의 해법은 일자리, 교육, 복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선거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유치, 한국은행 본점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유치는 곧 ‘일자리 유치’입니다.

더 본질적으로, 규제를 풀고 기업이 오고 싶은 강원도를 만들어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만들 예정입니다. 특히 3040세대 젊은 층 인구가 강원도를 빠져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육이 강한 교육특별자치도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복지도 수도권 부럽지 않은 수준으로 탄탄하게 만들어서 강원도를 수도권처럼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 해결의 단초가 된다고 믿습니다.

-도청사 부지 이전 논란이 재점화가 됐습니다

▲도청사를 춘천 안에 이전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도청 신청사를 짓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신청사를 통해 춘천과 강원도가 더 발전해야 합니다. 우선 도청은 18개 시군 모두 것입니다. 이 때문에 도내 다른 시군에서의 ‘접근성’이 중요합니다. 

신청사를 통해 춘천이 더 커지고, 춘천이 더 확장 발전할 수 있도록 ‘잠재적 확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춘천과 강원도의 백년대계가 걸려 있는 문제고, 춘천과 강원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윤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이어나가실지 알고 싶습니다

▲도정의 핵심 현안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준비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공포되기까지 1년이 남아있습니다. 내용이 아직 부족합니다. 출범에 맞춰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 나가려면 윤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와의 협치가 기본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윤 대통령의 강원도 1호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대통령실, 정부, 여당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겠습니다. 특별자치도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을 정부와 강원도가 긴밀히 협의해나가야 합니다. 비단 정부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강원도 국회의원도 ‘강원도 현안에는 여야가 없다’는 생각으로 협력을 추진해나가겠습니다. 본격적인 협치는 이제 시작입니다.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권교체보다 어려운 12년 만의 도정 교체를 이뤄주신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강원특별자치법이 공포되기까지 남은 1년 동안 법을 보완해, 명실상부한 강원도 지역발전을 위한 디딤돌로 만들어내겠습니다. 강원도가 낳은 위대한 기업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께서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길을 찾지 못하면 길을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강원도민이 힘과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면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설득할 수 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다시 한 번 ‘하나된 열정’으로 강원도의 힘을 모아가겠습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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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