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 박완수 경남도지사

“윤석열 대통령 원전 상용화 약속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중도 낙마로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을 후보로 내지 못했다. 결과는 국민의힘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경남은 지방선거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방문까지 하며 공들인 지역 중 하나였다. 경남이 윤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재도약할 수 있을까.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집념이 강하다. 행정고시부터, 창원시장, 경남도지사까지 여러 번 도전을 거친 끝에 목표를 이뤘다. 2002년에 무소속으로 처음 정계에 발을 들인 뒤 줄곧 보수 궤도를 달려왔다. 당선 때는 항상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둬온 만큼 기반이 탄탄하다. 창원시장은 3선까지 성공하며 행정력 입증을 받았다. <일요시사>는 박 지사에게 경남 청사진, 현안, 윤석열정부와 협치 방식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경상남도지사 박완수입니다. 저는 경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CEO형 행정전문가입니다. 경남도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합천군수, 김해부시장을 역임했습니다. 이후 3선 창원시장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재선 국회의원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서 행정적·정치적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금은 민선 8기 경남도지사로서 진심과 열정을 다해 도정에 임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지사에 당선됐습니다

▲먼저 많은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우리 도민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거 과정에서 노동자와 학생, 상인 등 다양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도민은 선거보다 삶을 이어가는 게 우선인데, 표를 달라고 말씀드리기가 죄송하기도 하고 민망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지사를 맡게 된 만큼 도민께서 주신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엄중한 책임감과 겸허한 마음으로 맡은 소임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도지사님께서 그리는 경남 청사진이 궁금합니다

▲제가 꿈꾸는 경남은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입니다. 먼저 국내외 투자유치, 창업 활성화와 함께 산업의 체질을 튼튼하게 만들어 경남의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의료·복지체계를 구축하고 도민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문화·관광 인프라 조성에 힘써 나갈 예정입니다. 

-경남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해결 방법은?

▲먼저 경남도청과 산하기관 등 조직과 문화를 도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중복되는 조직은 통폐합하고 향후 도정 주요 과제나 역점사업을 담당할 조직을 강화해 일하기 좋은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겠습니다. 다소 경직돼있던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드는 일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위직 공무원들도 지사와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는 공무원이 진급하는 상식적인 인사체계도 확립해나갈 것입니다.

“경남을 투자유치특별자치도로” 
원전 사업 부활 움직임 감지


-일자리, 경제 문제는 어떤 곳에 방점을 찍으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역에 기업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곧 설치될 투자유치 전담 기관과 경제투자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남을 투자유치특별자치도로 만들어나갈 계획입니다. 기존의 주력산업인 기계, 조선, 자동차, 항공 산업을 고부가가치화 하는 일과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일으키는 일도 동시에 추진 중입니다. 

남부내륙철도 거제·진해 신항·가덕도 신공항 등 트라이포트를 활용한 MICE산업, 배후지역을 활용한 물류산업 등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도 함께 마련하고 있습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곧 출범합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의 연대라는 긍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추진 과정에서 서부 경남 균형발전 방안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충분히 넘겨받는 방안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경남 입장에서 유불리를 꼼꼼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제대로 된 검토없이 부울경 메가시티가 출범하게 된다면 인력과 재정만 낭비하는 옥상옥 조직이 될 수 있습니다. 도내 균형발전과 부울경 메가시티 실익을 검증하기 위해 추진의 필요성, 추진 방향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이달 말까지 완료할 예정입니다.

연구 결과를 반영해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 방향을 정리할 것입니다.

-최근 경남 88개 담당 사무관을 폐지한다고 밝히셨습니다

▲실무자 중심 조직, 성과 중심 조직, 일하는 조직이라는 원칙에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산업·경제 분야에서 88개에 이르는 담당사무관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앞으로 경남 도정은 중간관리자를 줄이고 부서장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해나가면서 보다 많은 성과를 창출하게 될 것입니다.

-경남에서 원전 사업 부활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문정부는 5년간 탈원전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반면 윤정부는 원전과 관련해 부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당선인 시절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도내 원전 기업을 방문해 원전산업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조기 일감 공급, 금융 애로 해소 등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원전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대단히 의미가 있는 조치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의 원전 산업 생태계 강화 정책에 맞춰 경남을 다시 대한민국 원전의 중심지로 육성하도록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또 미래 먹거리 확보 측면에서 소형모듈 원전(SMR)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재정·권한·인력 대폭 이양 필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것”
경남 도정 개인 정치행보 경계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을 찾아 도지사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크게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지난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원전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와 금융 지원, 소형모듈 원전(SMR) 개발과 상용화 지원을 약속하셨습니다. 

또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 임기 내 착공 의지를 표명하고 경남에서 미리 제반사항을 준비해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경남은 대통령께서 말씀하고 약속하신 사항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열심히 소통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경남도의회 전체 의원 중 60명이 국민의힘 소속입니다.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도민의 뜻을 엄중하게 받들어 도정을 운영해나갈 것이지만, 포용과 화합의 자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도민을 위한 것이라면 작은 목소리라도 언제나 귀 기울이고, 통합의 과정을 통해 견제와 비판을 수용할 것입니다. 도의회 본연의 임무는 도정을 감시 감독하는 것입니다.


도의회가 특정 정당 출신들 중심으로 구성됐다 해도 본연의 기능이 왜곡되거나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도의회 함께 도민에게 희망을 주는 도정을 펼치도록 할 것입니다.

-최근 도지사님께서는 중앙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해 달라고 제시하셨습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큰 병입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다양한 균형발전·저출산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수도권은 과밀로 고통받고, 지방은 인구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재정, 권한, 인력, 그리고 정보를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하는 혁명적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불균형의 전철을 답습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재정에 대한 권한, 책임을 지방에 이양하는 재정분권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선 국세와 지방세의 8대2로 배분 비율을 실제 재정 집행 비율인 6대4 수준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합니다. 

-사회대통합위원회 구성, 국내외 투자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유치자문위원회 구성 및 전문가 영입을 하고 계십니다

▲취임식 때 화합과 통합의 도정을 약속한 바와 같이 세대, 지역, 젠더, 계층 간의 갈등과 분열을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학계, 사회시민단체, 직능단체, 여성, 청년 등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회대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지역사회에 곳곳에 퍼져있는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입니다. 

또 4대 기업이 6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발표한 만큼 투자유치 전담기구와 함께 투자유치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기업과 투자를 적극 유치할 것입니다. 경제투자자문위원회는 전직 대기업 CEO 출신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해서 대기업들의 투자정보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맞춤형 투자 유치 전략을 세우는 데 활용할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을 분석해 보신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3월 정권교체의 연장선상에 치러진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께서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에 큰 기회를 주셨지만 많은 실망을 하셨습니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민의 힘에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국민의 힘은 절대 자만하지 않고 언제나 초심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경남도지사 출신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선거를 출마한 바 있습니다. 전국 타 광역지자체장에 비하면 대권에 도전한 사례가 매우 많은 편입니다 

▲그동안 정치인 출신 도지사가 정치적 사심으로 도지사직을 이용해왔기 때문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도정 공백은 경남 경제와 도민 삶의 질 저하의 원인이 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이 부담해야 했습니다. 경남도정이 더 이상 개인의 정치적 행보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경남만을 생각하고 도정에 전념할 수 있는 진짜 도지사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박완수의 도정은 정치적 사심 없이 오로지 도민만을 바라보고, 경남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생각입니다. 

-윤석열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협치를 하실지 알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의 힘에 큰 지지와 기대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과 경남을 다시 일으켜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입니다. 새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지역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실현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민선 8기 경남 도정이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도정 공백이 많았던 만큼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너진 경남의 경제와 위상을 다시 바로 세우겠습니다. 도민이 행복한 경남, 340만 도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런 경남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과 열정을 쏟겠습니다. 경남 도정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완수 도지사, 민주당 의원들 무슨 말 나눴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국비 확보를 위해 자리를 가졌다.

지난달 김해에서 민주당 경남지역 국회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내년도 국비 주요사업 42개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해당 자리에서 박 지사는 경남 현안 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민홍철·김정호·김두관 의원이 마주 앉았다. 

경남은 현재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박 지사는 진해 신항, 남부내륙철도, 남해·여수 해저터널 등을 위해 예산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정부가 내년 예산편성에 재량 지출 10% 의무 감축과 지출구조 조정을 예정하고 있다. 국비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지역사업과 경남 전체의 발전을 위한 핵심 산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지사는 예산 확보를 위해 중앙부처를 자주 방문할 계획이다.

또 경남도 지역구 의원들과 협업 체제를 구국해 국비 확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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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