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①> 시민들과 머리 맞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다

“10년간 후진, 이제야 바로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4번이나 서울시민의 부름을 받은 ‘최다선’ 서울시장이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1.5선의 시장이라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정을 제대로 운영해본 기간이 6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일’하고 싶은 그에게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4선에 성공해 다시 4년을 보장받았고, 시의회의 구성도 그에게 유리하게 짜여진 것이다. 이제 오 시장은 본인의 능력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장 선거는 유독 여러 번 치러졌다. 비극적인 사건으로 전임 시장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무상급식 파동으로 그 전 시장이 사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 시장직에 4번이나 도전해 당선된 사람이 있다. 11년 전, 무상급식 파동으로 스스로 물러났던 오세훈 서울 시장이다.

그는 지난해 보궐선거와 이번 해 지방선거에 연이어 당선되며 서울시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요시사>는 추석을 맞아 오 시장에게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시정 계획을 물었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역대 최다선 서울시장이 되셨습니다. 초선, 재선, 3선, 그리고 지금 중 어떤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총 4번 당선된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 일한 기간으로 따지면 이제 6년을 좀 넘겼습니다. 사실상 1.5선이라는 시장이라는 마음으로 일하는 중입니다. 시기마다 중요한 사업이나 이슈들이 있었고 모든 순간들이 다 각별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0년 만에 시장으로 복귀한 지난해 여름입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민들께서 서울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적임자로 저를 선택해주셨습니다. 10년 동안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서울시와 시민을 위해 진심으로 분골쇄신해서 시민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생각입니다.


-유례없는 전폭적인 지지였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25개 자치구, 426개 동에서 모두 승리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에서까지 승리했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체적으로 분석해 봤는데요, 제1호 공약인 ‘약자와의 동행’ 덕분이라고 결론 지었습니다.

‘약자와의 동행’처럼 양극화와 빈부격차의 대물림 문제에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 경우는 그동안 많이 없었습니다. 그 진정성을 공감하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제 표를 위한 구호가 아닌 서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이정표라는 것을 증명해내겠습니다.

-‘식물시장’으로 1년을 보내셨는데.. 지난 1년간 가장 아쉬웠던 점은?

▲지난 1년은 과거로 역주행하던 서울시정을 정상화하고 미래로의 도약을 다지는 새로운 출발의 시간이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사실상 민주당 1당 독제체제였던 시의회에 의해 서울시의 미래구상이 번번이 제동 걸렸던 점입니다.

과거 시의회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울 미래사업’이나 ‘서울시 바로 세우기’에 ‘오세훈 치적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예산삭감을 계속 시도했어요. 결국 ‘반의 반’ 성과로 끝났죠. 서울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내재된 문제를 뿌리 뽑고 흔들림 없는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시의회 과반을 가져오면서 동력이 생겼습니다. 어떤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행하실 건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협력할 땐 협력하고 견제가 필요할 땐 견제할 수 있는 균형구도가 회복됐습니다. 저는 시급한 민생과 안전 현안 해결을 위해 ‘동행·매력특별시’ 구현에 힘을 쏟으려합니다. 지금은 밑그림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는 단계인데요.

생계·교육·주거·의료 등에 대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미래공간기획관과 디자인정착관도 신설하겠습니다. 누구나 살고, 일하고, 투자하고 싶은 도시로 만들 거에요. 부정·부패 척결도 중요합니다. 민간위탁 사업을 중심으로 암암리에 이뤄져온 ‘끼리끼리 채용’을 차단하고 특정 기관 독점, 장기 수탁 방지를 위해 동일 기관이 10년을 초과해 장기 수탁할 수 없게 하는 지침도 마련하겠습니다. 

4번 임기 중 작년 기억 남아…분골쇄신 다짐
물난리, 11년 전 제안한 정책 시행됐더라면…

-이번 물난리로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됐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나요?

▲전임 시장 시절, 비용과 진영논리를 핑계로 2011년 제가 발표한 ‘빗물 터널’ 설치 구상을 철회했습니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봐요. 빗물 터널만 철회하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난리가 나진 않았을 겁니다. 

-빗물 터널이요?

▲네, 제가 2011년 강남 등 7곳에 빗물 터널을 만들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계획이 변경돼 신월 시설만 완료됐더라고요. 전임 시장님께서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와 함께 이 계획을 ‘토목공사’로 치부한 결과죠.

빗물 배수 터널은 지하 50m 깊이에 홍수기 빗물을 가둘 수 있는 시설입니다. 신월의 경우 시간당 95~100mm의 폭우가 왔는데도 감당이 가능했습니다. 32만톤 규모의 저류 능력을 갖고 있거든요. “이걸 7곳 모두 실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 여당, 시의회 모두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순조롭게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며 서울시를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졌습니다. 많아질 관광객에 대한 대처방안은 준비해놓으셨는지?

▲코로나로 멈췄던 관광시장이 재개되면서 서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 K-콘텐츠가 글로벌 대세로 부상한 점도요. 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서울의 보물 같은 매력을 계속 발굴해낼 생각입니다.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노력은 이미 착수 중입니다.

정부와 협의를 통해 일본·대만·마카오 대상 무비자 입국 연장을 허용하기로 했고요.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축제와 한층 다채로워진 한강, 그리고 새롭게 문을 열 문화역사 랜드마크를 준비하려 합니다.

-준비 중이신 것 한 가지만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신다면?


▲예를 들어, 한강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잖아요?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한강을 세계적 석양 명소로 만들 생각입니다. 매일 저녁 황금빛 물결을 만드는 낙조를 뷰포인트로 만들겠습니다. 여기에 세계적 규모의 대관람차, 수상 공연장, ‘노들섬 선셋랜드마크’까지 조성할 계획입니다.

-서울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폭락까지 우려하는데?

▲현재 서울시 집값이 기대보다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난 5년 서울 집값이 두 배 이상 뛴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 폭락을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안정세를 보다 확실하게 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현재 서울시는 부동산시장에 재건축과 재개발 정상화를 통해 서울시내 신규 주택이 지역별, 시기별로 안배돼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와 시그널을 주려 합니다.

-그렇다면 그 계획은?

▲서울시는 정부 발표 이전부터 2026년까지 53만호의 신규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앞으로도 주택공급 확대, 규제 완화를 골자로한 정부의 ‘8·16 국민주거안정 실현방안’을 기초로 국토부와 정책 정합성을 맞춰가며 서울 집값의 연착륙을 이끌겠습니다.

-TBS의 기능 전환을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왜 전환해야 하나요?


▲TBS는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공영방송입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쇠퇴한 것 같아요. 이미 교통정보를 얻기 위해 TBS를 켜는 시민이 없고, 다가온 미래인 ‘자율주행시대’에서는 교통방송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집니다. TBS의 기능 전환은 시민의 신뢰와 사랑받는 방송으로 자립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 걱정 없어 ‘만반의 준비’
“TBS 소임은 끝났다…지금부터 기능 전환해야”

-현재 구체화된 계획은 있나요? ‘교육방송’으로의 전환도 얘기하셨던데?

▲TBS의 구체적 개편 방향은 향후 시의회와 함께 논의할 예정입니다. 제가 당초 제안한 ‘교육방송’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교육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 직업교육, 교양방송 등 외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시의회가 TBS 지원 폐지 조례를 발의하는 등 자립과 존립 요구를 이미하는 중이고 TBS 자체적으로 기능 전환을 비롯한 주체적인 자구책 논의가 시작됐다고 들었습니다. TBS 내부는 이미 진행자 교체 및 출연료 삭감 등 프로그램의 개편을 통한 자립 노력을 개시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인연이 많으십니다. 이번에 유치원까지 확대하셨던데?

▲그동안 학교 급식법에 적용받는 초중고교는 2011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해온 데 반해, 유치원 급식은 별도의 제도적 지원이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유치원별 급식단가에 편차도 생기고 식재료의 안전성과 품질도 어린이집 급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의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유치원 무상급식 확대에 서울시가 더 적극적이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서울시는 교육청의 제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울시는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성장기 아이들에 차별 없이 안전하고 영양 높은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어린이집 급식비를 유치원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방안도 시가 먼저 제안한 거구요.

올해부터 시비를 추가 책정해 어린이집 급식비 단가를 인상, 유치원 급식비 단가와 동일하게 맞추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미래인 아이들이 건강한 급식과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시와 교육청 모두 한 마음입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 필요성에 동감하시는 걸로 압니다.

▲청년의 시정 참여는 청년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을 넘어 서울시정 전반에 청년의 창조적 역량을 수혈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청년참여제도는 확대·개선하고, 다양한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참여 채널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청년들과 어떤 형태로 일하고 있나요?

▲전문성을 가진 청년들이 각 분야별 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청년친화위원회를 확대했습니다. 위원회의 위원 중 10% 이상은 반드시 청년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도 신설해놨습니다.

청년정책 콘테스트 ‘내가 청년 서울시장이다’ 등 참여 채널도 다양화했고,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도 지속해서 운영 중입니다.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지원 중입니다.

-끝으로, 서울시민과 독자분들에게 추석인사 한마디 해주신다면.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추석은 풍성한 결실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민생경기와 치솟은 밥상물가로 추석을 앞둔 우리 주변의 풍경이 예년처럼 활기차지만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크고 환한 보름달의 빛이 모든 시민을 고르게 비춰주듯이 서울시 역시 한가위의 풍요로움이 서울시민 모두에게 와 닿을 수 있도록 ‘동행·매력 특별시’를 힘차게 만들어 가겠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 건강하고 행복하며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세요.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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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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