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극단적 선택하는 가족들

생활고에 못 이겨…함께 떠나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말연시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연예인의 기부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팬들의 기부로까지 이어지는 훈훈한 뉴스도 나왔다. 그와 비례해 비극적인 뉴스도 연일 언론을 오르내렸다.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일가족 전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18년 고의적 자해(자살) 사망률은 10만명당 26.6명으로 나타났다. 2017(24.3)에 비해 2.3(9.5%) 증가한 수치다. 80대 이상을 제외하고 전 연령서 고의적 자해에 의한 사망률이 늘어났다. 10(22.1%), 40(13.1%), 30(12.2%)순으로 크게 증가했다.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고의적 자해는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에 이어 전체 사망원인 중 5위를 차지했다. 1030대에서는 1, 4050대에서는 2위였다. 실제 자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10∼30대
사망 원인

최근에는 가족 전체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성탄절이나 어린이날 등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운 날, 누군가는 죽음을 택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대구의 한 주택서 일가족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소방과 교육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830분께 대구 북구의 한 주택서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일가족의 죽음은 중학생 아들이 등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담임교사의 신고로 밝혀졌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부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돼 경찰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수사하고 있다.


주변 정황을 토대로 보면 일가족의 죽음 뒤엔 극심한 생활고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우편함에는 지난 10월부터 요금이 체납됐다는 도시가스 요금고지서와 주정차위반 과태료 고지서 등이 쌓여 있었다. 가장의 사업 실패 후 가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일가족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3건이나 일어났다. 지난달 20일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19일 낮 1239분께 인천시 계양구 한 임대아파트서 엄마 A씨와 자녀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사망한 4명 가운데 1명은 A씨 딸의 친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A씨와 딸 등 3명은 거실서 숨져 있었고 A씨의 아들은 작은방에서 사망한 상태였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은 없었다. 집안에서 나온 유서에는 생활고와 건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적 자해, 사망원인 5위
10만명당 26명 넘게 사망

지난달 6일에는 세 부자가 차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40분쯤 양주시 장흥면의 한 고가다리 아래 주차된 SUV 차량 안에서 50대 남성과 6, 4세 아들 2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차 안에서 불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망한 50대 남성은 조경사로 일했는데 몇 년 전부터 일거리가 줄어 경제난에 시달렸다. 그는 사망 전 조카들에게 미안하다는 뉘앙스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일에는 서울 성북구의 한 다가구주택서 일가족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리모델링 업자가 발견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은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업자는 인기척이 없고 안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알렸다.
 


경찰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네 모녀의 카드대금 체납액과 은행 대출금 등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노모는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간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했다. 이들 곁에는 하나님의 품으로 간다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용표 서울경찰청장은 성북동 네 모녀에 대한 기자간담회서 “1차 소견은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나타났다현장 상황 등에 대한 수사 결과, 범죄 혐의는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전했다.

네 모녀가 극단적 선택에 이른 배경에 대해서는 채무 독촉장이나 유서 등을 종합할 때 생활고가 원인으로 보인다“1·2금융권 빚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의 한 병원서 네 모녀에 대한 무연고 장례식이 치러졌다.

대부분
생활고

지난 10월에도 경남 거제, 제주, 경기 시흥서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남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1015일 오전 1030분께 거제 상동의 한 원룸서 30대 남성과 6, 8세 아들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남성의 아내는 발견 당시 위독한 상태였다. 현장에선 번개탄이 발견돼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제주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30분쯤 제주시 연동 한 아파트서 일가족 4명이 모두 한 방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했던 아이들이 오지 않자 교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함께 발견된 메모 형식의 짧은 글에는 사기를 당해 억울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함에는 대출 상환 독촉장이 꽂혀 있는 것 등으로 미뤄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흥에선 올해만 3건의 일가족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107일 오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서 40대 남성과 아내,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친척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이들을 발견했다. 현장서 유서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6월에는 80대 부부와 5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차 안에서 사망 상태로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80대 부부가 빚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다는 주변인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아내·딸을…

이들 일가족은 함께 살면서 딸이 주도하는 사업체를 함께 운영하던 중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들은 억대의 빚에 시달렸고, 임대사업을 하던 아들도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송사에 휘말린 상태였다.

어린이날에 일어난 일가족 사망 사건도 시흥서 일어났다. 시흥경찰서는 어린이날 오전 4시쯤 시흥시 은행동의 한 농로에 주차된 차량서 부부와 자녀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부부는 전날 렌터카를 빌렸다. 업체는 반납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자 수소문에 나섰다가 이들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5월에는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서 아들을 제외한 일가족이 칼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20일 오전 1130분께 50대 남성과 아내,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숨져 있는 것을 중학생 아들이 신고했다. 숨진 3명은 한 방 안에서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을 발견한 중학생 아들은 늦은 새벽 자신의 방에서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가족들이 숨져 있었다고 증언했다. 여러 의문점을 남긴 이 사건은 아버지의 손에서 주저흔, 딸의 손에서 방어흔이 발견되면서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죽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람은 심리적으로 한 번에 치명상을 가하지 못하고 여러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거나 마지막으로 치명상을 가해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치명상이 아닌 자해로 생긴 손상을 주저흔이라고 한다. 방어흔은 공격을 당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막으면서 생긴 손상을 말한다.

한 달 방치됐다 발견되기도
우편함에는 독촉장만 가득

이들 가족은 최근 억대 부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전날에도 부부와 딸이 모여 아파트 처분 문제를 두고 상의했다고 한다. 중학생 아들은 평소 가족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심각한 대화를 자주 했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존중시민사회는 경찰청 통계연보의 원인별 자살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 경제생활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수가 3390명으로 전년의 3111명보다 9%(27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직업별로 보면 직업이 없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경우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고 자영업자인 경우도 급증했다이는 저소득자와 실직자들이 경제정책 실패의 직격탄을 맞아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교수는 지난 21<열린 라디오 YTN>에 출연해 극단적 선택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그중 사회·경제적 변동에 주요 심증을 놓지 않을 수 없다“1998IMF사태,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 사태에 즈음해 극단적 선택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1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서 어떤 요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부추기는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10대 외에 2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서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특히 30~50대는 사회서 경제활동을 가장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기 때문에 이때 겪는 실업이나 부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위기
자살률↑

이어 극단적 선택은 개인이 목숨을 끊는다는 점에서 사적인 행위로 일어난 것일 수 있지만 국가나 사회 구성원의 생명이 사회나 국가와 연관돼 존속된다는 차원서 보면 지극히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사건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반자살 아니라 타살 ‘자녀 죽이고’ 극단적 선택

지난 10월 경남 김해서 30대 가장 A씨가 아내와 자녀 2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일어났다.

A씨는 아내와 다투다 가족들을 죽였다. 나도 죽으려 했는데, 움직이지 못하겠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가족 전체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일가족 자살’ ‘동반자살등으로 불리는 이 사건들의 속내를 살펴보면 대부분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신도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를 두고 엄연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라는 이유로 어린 자녀의 생명권까지 앗아가는 행위는 범죄라며 이런 경우 동반자살이 아니라 자녀들 입장에서는 타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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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