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세균-추미애 청문회’ 쟁점 관전포인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30 09:54:57
  • 호수 1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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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현역불패’라지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문회 정국이 곧 문을 연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곧바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피 튀기는 공방이 펼쳐질 두 거물급 후보자를 둘러싼 핵심 쟁점을 쫓았다.
 

▲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여야가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를 검증할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인선을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청문회 정국의 서막이 오른 것.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박병석, 원혜영, 박광온, 신동근, 박경미, 김영호 의원을 위원으로 추천하고 이 중 박광온 의원이 간사를 맡기로 했다.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자당 몫으로 나경원 의원을 특위위원장에 선정하고, 주호영, 김상훈, 김태흠, 김현아 의원을 위원으로 명단에 올렸다. 간사는 김상훈 의원이다. 

검증 에이스
전진 배치

진용이 화려하다. 모두 여야의 간판급 중진 의원들이다. 이번 청문회의 중량감을 대변한다. 이들은 청문 일정 확정, 증인 채택 등 청문회 사전 논의 단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절차는 내년 1월8일까지 완료돼야 한다.

정 후보자 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삼권분립 파괴 논란’이다. 만약 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이는 헌정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라는 사례가 된다. 앞서 국회의장·국무총리를 모두 지낸 선례가 2차례(백두진·정일권 전 의장)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국무총리를 지낸 뒤 국회의장으로 옮겼다.

반면 정 후보자는 이와 반대다. 통상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 의전서열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은 2위고, 국무총리는 5위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원이었던 정 후보자가 의정서열상 3단계 하락한 자리로 가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정 후보자 지명을 직접 발표하며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야권은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측은 매서운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문 대통령의 정 후보자 지명을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새로운보수당도 역시 ‘헌법유린’이라며 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삼권의 한 축인 입법부의 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로 간다면 입법부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공통된 우려다. 이는 다가올 청문회에서 여야가 가장 크게 부딪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 ‘삼권분립 파괴’ ‘송도사옥 개입’
추 ‘울산시장 개입’ ‘석사논문 표절’

‘포스코 송도사옥 매각 개입 의혹’ 역시 여야가 불붙을 지점이다. 앞서 정 후보자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지난 2014년 6월 지인 박모씨의 부탁을 받고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해당 의혹을 보도하며, 그 근거로 2014년 6월 정 후보자와 박씨 간에 이뤄진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통화에서 정 후보자는 포스코 측의 초벌 검토 결과를 박씨에게 알려주며 “‘(내가 포스코 측에)좀 더 체크를 해봐라. 그래서 길이 없겠는지 연구를 해봐라’고 얘기를 해놓은 상태”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정 후보자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2심서 모두 패했다. 법원은 정 후보자가 박씨에게 청탁을 받고 포스코건설 측에 송도사옥 매각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 후보자가 억대 빚을 총리 지명 직전에 일괄 변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상훈 의원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억대 자금을 수십 년간, 이자 지급도 없이 상환하지 않았다면, 이는 채무가 아니라 사실상 증여를 받은 셈이다. 마땅히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해당 의혹에 “새로울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1·2심 패소
부메랑?

이 외에도 정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시절 15∼20대 국회까지 실적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 후보자가 이 기간 대표발의한 법안의 수는 45건, 이 중 처리된 수는 14건에 불과하다는 것. 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 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역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큰 쟁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이는 현 정국 최대 이슈기도 하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 과정서 청와대와 함께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논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확산됐다. 그는 지난달 27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한국당은 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 ▲송철호 전 울산시장

한편 민주당 측에선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단수 공천
발목 잡나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 시장은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 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단수후보로 공천했고, 김 시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최근 청와대뿐만 아니라 민주당으로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단수후보로 공천을 받은 과정서 당청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검찰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2일 지방선거서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은 해당 소식을 전한 후 “경선은 최대한 치열하게 한다는 당의 정신과 국민 여러분의 경선에 대한 관심 주목도를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에 따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보수야당 배수진 예고
낙마하면…정권 휘청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해 4월3일 민주당은 송철호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은 이 과정이 석연찮다고 말한다. 송 시장의 당적변경 등 공천서 감점을 받을 만한 이력을 갖고 있어서다. 

송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서 당선되기 전 총선 등에서 8번 낙선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소속이나 민주노동당으로 출마하는 등 수차례 당적을 옮겼다. 당시 민주당 당헌·당규는 당적을 옮겨 정체성이 의심되는 당원은 단수 후보로 공천을 금지하고 있었다.
 

▲ 이낙연 국무총리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한 일이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비록 그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했지만, 당의 동의하에 열세 지역에서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송 시장과 경선을 앞두고 있던 다른 예비후보자들이 이의를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는 추미애 후보자였다. 보수야당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추 후보자가 송 시장을 단수후보로 공천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을 따져 물을 예정이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추 후보자의 경우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여권 개입 의혹에 따라 참고인이든, 피의자든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이 외에도 청문회에는 ▲석사논문 표절 ▲차용증 위조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논문 표절 의혹은 추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 제기됐다. 지난 2003년 연세대 석사 과정에서 쓴 논문이 앞서 200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보고서와 2002년 국립농업과학원의 학술대회 결과보고서 등과 유사하다는 의혹이다. 추 후보자 측은 시점상 논문을 썼을 2003년에는 학계의 논문 작성기준이 정비되기 전이라고 해명했다.

조국 이어
가족 겨냥

전임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때처럼 가족 의혹이 청문회서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 2012년 추 후보자는 자신의 딸에게 9000만원을 무상 증여한 후 뒤늦게 차용증 문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추 후보자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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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종로는 누구에게?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을 받으면서 종로는 공석이 됐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에서 빅매치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출마가, 자유한국당 진영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정권과 현 정권 국무총리의 대결이라는 역대급 대진표가 성사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종로에 누가 출마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은 하늘만 아실 것”이라고 답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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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