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2020 문재인정부의 난제

북·미·일 사방에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단층선에 있기 때문에 고도의 외교 스킬이 필수였다. 2020년 역시 북·미·일 곳곳에 갈등이 고조되면서 내년 역시 험난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우세하다. <일요시사>가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난제로 꼽히는 ‘외교’ 분야에 어떤 과제들이 있는지 분석해봤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2019년은 남북한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그 어떤 해보다 외교적 논란이 많았던 해다. 특히 한일관계는 강제징용 판결 이후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루비콘 강(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일관계 기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 종료로 흔들리고 있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뇌관에는 한일 역사를 둘러싼 여러 갈등들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올해 한일 갈등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강제징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 철회와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문정부는 미국이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한 상징으로 여기는 지소미아 종료를 전격 발표했다. 일본정부가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서 제외하자 강경대응 카드를 꺼낸 것이다. 문정부는 지금까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따라 ‘삼권분립의 기본원칙에 따라 행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자 일본정부는 국가 간 외교협정을 위반했다며 문정부와 평행선상을 달리고 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1+1+α’안이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부상하는 듯 했지만 문정부는 피해자 치유가 우선시돼야 한다며 문희상안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제징용 피해자 및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은 문희상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의 속도감 있는 해결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요한 것은 해법을 찾는 일이다. 본질을 둘러싸고 (다른)논쟁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며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자”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논쟁’은 한일 양측 언론을 통해 강제징용 해결 방안과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문정부와 일본정부는 이 문제를 대화로 풀어갈 것이라는 큰 틀에는 합의했지만, 역사 문제를 둘러싼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해자 중심의 해법을 고수하고 있는 문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일본정부가 서로 언제든 지소미아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따른 미국정부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이 계속되면서 한미동맹이 균열을 입은 점도 문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연초부터 논란이 커진 방위비 분담금은 1년 내내 한미동맹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평행가도’ 한반도 위기 고조
평화 프로세스 좌초? 앞날은?

문정부는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전혀 관계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정부는 지소미아는 북한 경계를 위한 한미일 동맹의 핵심으로 꼽으며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 발표에 이례적으로 불만을 표해왔다.

미국정부는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이아몬드 안보 체제의 핵심 축으로, 지소미아 파기는 한··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북··러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압박했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이 지난 10월과 11월에 잇달아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가 지소미아 파기 재고를 강요하자, 동북아시아의 핵심 동맹이라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역시 문정부가 2020년에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정부는 한국정부가 부담할 방위비 분담금으로 2019년의 방위비(1조389억원)의 5배 수준인 50억달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정부는 “과도한 요구”라며 “합리적 수준서 공평하게 방위비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왔다.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하지만 최근 미국 의회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오히려 한미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역풍을 맞자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내년 대선서 재선을 도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력 과시를 위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하게 추진한 것이라는 의회의 분석 때문이다.

일각에선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 입장이 중소폭의 방위비 인상 쪽으로 좁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것도 문정부의 과제 중 하나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6월 남·북·미 정상의 깜짝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문정부는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한··일 정상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 회담서 최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상태에 이른 데 대해 “한반도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과 한국은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에 일관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집중과 선택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변국과 협의를 통해 비핵화 협상판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최근 ‘2020 아산국제정세 전망’ 간담회서 “한국은 주변국에 모순되는 듯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며 “북한과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미·일과 군사 공조로 강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미국의 핵우산 포함 전략 자산을 활용하며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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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