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윤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말한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진다거나 업무 과정서 타인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일하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일반적인 직업윤리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특히 요구되는 직업윤리도 있다.
이를테면, 세무사나 관세사가 탈세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 공인노무사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방법을 자문해서는 안 된다. 특정 직업인에게만 요구되는 직업윤리는 높은 전문성을 가진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문직 종사자의 비윤리적 행동은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이 발견하기 어렵운 반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는 높은 윤리의식 하에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윤리의식은 일반인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논문 게재와 입시과정에 대한 논란은 직업윤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과계열 고등학생이 의학논문의 제 1저자가 됐고 소속이 대학 부설연구소로 명시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공분야를 불문하고 논문 작성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논란에 대해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거나 “불법은 아니다”는 답변을 한다. 논문 게재 당시를 기준으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여러 일로 바빠 후보자 본인은 논문 관련 내용을 미처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30년의 연구경력을 가진 교수로서의 직업윤리는 어디로 갔는가? 학문 분야마다 관행이 다르다손 치더라도, 비전공자가 2주의 노력으로 제1저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고등학생을 대학 부설 연구소 소속이라고 기재하는 것이 무방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직업윤리를 묻고 싶은 또 한 사람은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다. 해외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도록 할 목적으로 제1저자로 기재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인가? 심지어 해당 대학 내 논문정보에 고등학생이었던 제1저자를 박사로 기재했다는 언론보도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개중에는 형제나 친인척과 관련된 문제처럼 후보자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힘든 것도 있다. 또, 사실이 아니거나 크게 부풀려진 내용도 있을 것이다.
부당한 것은 적극 해명하되, 사실로 밝혀진 과오에는 진정성을 담아 사과해야 한다.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오랜 경력을 가진 연구자이자 정부관료 후보자로서의 직업윤리를 고려해야 한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마음 깊이 사죄한다면 오히려 더욱 당당해 질 수 있고 악화되는 여론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법무부장관 임명이 강행된다면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정권의 도덕성이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국정 농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롭게 등장한 이번 정부에 국민들이 거는 기대는 여전히 크다. 장관 후보자와 직계가족의 도덕적 과오가 정권 전체의 과오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