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3 00:01
2020학년도 대학 입시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시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학과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지방대학이 학생 충원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 9개 학교의 정시 경쟁률은 4 대 1 정도다. 이 중 가장 경쟁률이 낮은 대학은 3.3 대 1이다. 1980년대에는 서울 소재 대학에 견줄만 했던 지방 국립대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지방 사립대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대학 간에도 편차가 있지만 경쟁률이 3 대 1도 되지 않는 대학이 많다. 정시모집은 수험생이 최대 3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하면 3 대 1 미만의 경쟁률은 사실상 정원미달을 의미한다. 심지어 복수지원을 고려하지 않아도 미달인 경쟁률 0점대 대학도 있다. 경쟁률이 낮아 공개하지 않은 대학도 상당수에 이른다. 2021학년도 입시는 지원자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시작으로 수십개 대학이 폐교에 이르게 된다. 대학 폐교는 단순한 고등교육기관 감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대학에 종사하는 교직원들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대학 소재지의 경제가 위축된다. 대학 한 곳이 폐교
지난달 26일, 경기도 구리시 한 아파트서 초등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잔혹하게 친구를 살해한 사건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온라인에선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범행 당시 만 14세 미만일 경우는 처벌하지 않는다. 만 10세 이상이면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집단폭행이나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형사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는 사례가 생긴다. 이번 초등학생 살인 사건서도 경찰은 가해자를 조사한 후 일단 귀가 조치했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지식수준과 사물 변별력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 또, 인터넷서 온갖 정보를 찾을 수 있어 범죄 시도가 용이해졌다. 해외 사이트에는 가정서 폭발물이나 마약을 제조하는 방법까지 떠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보호관찰 청소년의 집에서 사제폭발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폭발물을 제조한 청소년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동영상을 보고 만들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만 9세인 초등학생이 승용차를 직접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서 순찰차 등 차량 여
연말연시에는 많은 이들이 으레 행복을 만끽하고자 한다. 다른 때는 몰라도 연말연시만큼은 행복하리라 다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연말연시에는 유독 벗들과 만나는 자리가 잦고, 크리스마스나 설날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연말연시의 행복한 풍경은 뉴스서도 한 꼭지를 차지한다. 일 년 중 단 얼마 동안이라도 세상에 행복이 차고 넘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인간사가 그렇지 못하다. 세상에 뿌려진 행복의 합(合)이 얼마나 될까? 행복하다 여기는 사람들은 플러스(+) 점수를 매기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마이너스(-) 점수를 매겨서 모두 합한다면 아마 영(0)에 수렴하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거니와 누군가의 행복에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노력과 희생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끼리 외식을 하려면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정성껏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설 연휴 교통체증을 겪으며 귀향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은 평상 시보다 더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TV에 나오는 연말연시 풍경이 내 모습과 비슷해 풍요로움과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연말연시를 즐길 형편이 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소외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사태 이후, 구직난이 심화되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보호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호응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파견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채용절차법) 등이 제정됐다. 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 사용할 경우 정년제 근로자로 전환하고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정당한 사유없이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채용 과정서 거짓과 부당함이 없도록 하고 구직자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률들이 마련됨으로써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률적 기반이 조성됐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법률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와 고용안정, 공정한 채용 절차 확보에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국가가 사용자인 비정규직 공무원에게는 이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에 상응하는 조치도 없는 경우가 많
이번 칼럼의 제목은 필자가 보기에도 진부하기 짝이 없다.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히 하자는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내용이다. ‘일하는 국회’ ‘일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문구도 심히 상투적이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여러 사람이 글을 쓴 주제로 독자들의 흥미조차 끌기 어렵다. 굳이 필자까지 나서 또 글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국회가 달라지지 않으므로 다시 한 번 일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쓴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이 되는 임무는 법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일부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의 행태를 보면 입법은 내팽개치고 내년 총선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국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이유로 200개에 육박하는 국회 본회의 계류 법안 전부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서 보장하고 있는 소수정당의 합법적 저항 수단이다. 2016년에 현재의 여당서도 200여 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한 바 있다. 그러므로 이번 필리버스터도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필리버스터의 원인이 되는 법안 외에 모든 법안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경험은 곧 자산이었다. 가령 서울서 부산으로 가는 방법을 모른다면 주변의 아는 이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교육 경험이 없는 대학생에게 중·고등학생이 과외수업을 받는 것도 대학입시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경험을 신뢰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널리 확산되고 이후 발전을 거듭하면서 개인의 경험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서울서 부산으로 가는 길을 교통 수단별로 자세히 알려준다. 심지어 미국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샌디에고서 로스엔젤레스로 가는 길과 소요시간을 찾을 수 있다. 온라인 교육의 보편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검증된 강사를 접하기 용이해지면서 대학생이 하는 과외는 크게 쇠퇴했다. 즉, 개인의 경험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연장자의 권위도 약화됐다.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하는 조언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서 ‘꼰대’라고 험담한다. ‘내가 대학생일 때’ ‘내가 신입사원일 때’로 시작하는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여야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에선 표창원, 이철희, 임종석 의원이 다음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야당에선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표창원, 이철희 의원은 초선이지만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방송 등을 통해 높은 인지도가 있어 총선 출마 시 재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두 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비서실장으로 활약하면서 최근까지 대선주자로도 거론됐다. 김세연 의원은 야당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는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중진 의원으로 부친도 같은 지역구서 5선을 지냈다. 정치적 계산으로 출마하지 않거나 당내 경쟁서 밀려 자의반 타의반 출마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사유를 거론치 않고 불출마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과거 사례에 비춰 보면 이번 불출마 선언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은 공천을 받아 당선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데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그와 더불어 현 정치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원래의 목표였던 통일 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이른바 ‘386세대’가 세월이 흘
최근 여당은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모병제’를 총선 공약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야당에선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모병제를 반대한다는 여론조사를 내놓는 등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모병제 문제는 비단 현재 여권서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022년까지 모병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무성, 김두관, 손학규 등 정치권 유력 인사들도 모병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모병제에 대한 찬반 의견은 보수-진보 간의 사상적 차이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여당의 모병제 도입 논의가 내년 총선을 대비해 20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모병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부터 언급한 바 있을 정도로 꽤 오랜 기간 논의돼온 것이며 총선용으로 급조한 것은 아니다. 모병제를 국민 과반수가 반대한다는 야당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다면 총선에 유리하지도 않다. 모병제는 내년 총선서 표를 많이 얻기 위한 것인지, 현실적으로 도입이 가능한지 여부 등으로 옥신각신 할 것이 아니라 인권 차원서 접근
1990년대 중반에 처음 등장한 대형마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대형마트가 지역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바람에 정부서 재래시장 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무제도를 도입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2년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도입된 지 불과 7년여 만에 대형마트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99억원이다. 창사 이래 첫 적자다. 롯데마트는 2018년은 겨우 적자를 면한 정도고 올해 2분기 적자 규모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은 업계서 가장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자영업자들이 대형마트 등장과 확대로 어려움을 겪었듯이 대형마트도 온라인쇼핑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성장동력이 꺾였다. 대형마트 업계에선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매장 수를 줄이고 직원들을 재배치했다. 초저가 전략을 구사하며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가성비를 내세운 자체 브랜드를 확대 해 단독매장을 연 업체도 있다. 관련 업계에선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마트의
연구업무 수행을 위한 공무원을 연구직 공무원이라고 한다. 9개 직급이 있는 행정직군 공무원과 달리 연구관, 연구사 두 개의 직급만을 두고 있다. 승진 등에 신경 쓰지 말고 소신에 따른 연구를 하라는 의도일 것이다. 제도의 취지에 따라 연구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연구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다만, 인문사회계열 전공자인 필자의 입장에선 연구직 공무원의 직렬이 이공계에 편중돼있는 점이 아쉽다. 10개가 넘는 연구직 공무원 직렬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직렬은 학예, 편사, 기록 등 서너 개에 불과하다. 학예연구 직렬은 학예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하고 편사는 사학 전공자가 아니면 사실상 임용이 어렵다. 기록연구 직렬도 마찬가지다. 반면 기술직군은 다양한 전공자를 임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업연구 직렬은 기계, 전기, 전자, 금속, 섬유, 화학, 물리 등의 직류를 둬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임용하고 있다. 인문사회계열 연구직군이라 할 수 있는 학예직군과 이공계열 연구직군인 기술직군 간 인원도 큰 차이가 있다. 인사혁신처서 발간한 ‘2018년 인사혁신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구직 공무원 5393명 중
지난 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리서 물러났다. 임명된 지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그러나 사퇴 이후에도 ‘조국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1일에 끝난 국정감사에선 마지막 날까지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질의가 이어졌다. 사퇴 이튿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감사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비겁하게 사퇴했다”는 발언이 나왔다. 여러 이유로 사퇴해야 된다고 주장했던 측에서 정작 법무부장관이 사퇴하니 “비겁하다”고 비난한다. 대학교수가 정무직에 임명돼 휴직한 경우 임기 동안에 한해 휴직할 수 있다. 지체 없이 복직원을 내는 것은 절차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선 ‘칼복직’이라는 단어를 쓰거나 “장관 면직 하루 전에 복직원을 냈다”며 비판조의 기사를 냈다. 수업을 하지 않고 학교도 나가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는다는 보도도 보인다. 대학 수업은 매 학기 시작 전에 확정된다. 학기가 막 시작되었을 때라면 모르지만, 중간고사 기간인 지금 와서 수업을 맡을 수는 없다. 조 전 장관이 맡았을 강의를 대신하고 있는 교강사를 쫓아
국내 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은 몇 년 새 자주 들어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학령인구 감소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예견됐다. 그러나 대학 입학 정원보다 수험생 수가 적어진다는 2020년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획기적인 대응방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발적 폐교를 유도하고 기준을 초과한 수익용 기본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그나마 실효성 있는 대책이다. 이런 와중에 해외캠퍼스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리 대학의 해외 진출 방법을 유연화하겠다는 방안은 앞서 언급한 두 대책에 비해 진취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이다. 필자는 해외캠퍼스 설립기준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바라면서 두 가지 대학교육 유연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기존 대학에도 온라인 학위과정을 허용해야 한다. 북미와 유럽의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만으로 이뤄진 학위과정을 운영한다. 세계적 명성이 있는 대학을 포함한 대다수 대학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온라인으로 취득할 수 있다. 일부 대학에선 박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서 온라인 학위과정은 ‘사이버대학’이라는 명칭을 붙여 기존 대학과 구분하고 있다. 기존 대학도 온라인 학위
시중 대형은행 두 곳이 주로 판매한 선진국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Derivative Linked Securities)과 파생결합펀드(DLF: Derivative Linked Fund)가 큰 손실이 났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선진국 금리연계 파생상품의 원금손실률은 대부분 50%가 넘는다. 게 중에는 확정 손실률이 98.1%인 것도 있다. 사실상 원금 전액을 잃은 것이다. 큰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연일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국정감사서도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향후 분쟁 조정 결과에 은행들이 불복한다면 피해자 소송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DLF 판매가 불완전 판매를 넘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기가 아닌가 생각된다”는 발언에 윤 원장이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역할을 다하지 못해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원금보장이 되는 것으로 여길만한 설명을 하며 상품을 판매한 은행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금융당국도 입장이 곤란해졌지만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아비투스(Habitus)라는 개념을 제창했다. 아비투스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개인의 취향이나 습관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파티에 다녀오면 사회적 위치에 따라 묻는 것이 다르다고 한다. 빈곤층은 음식을 많이 먹었는지를, 중산층은 음식이 맛있었는지를, 상류층은 분위기가 좋았는지를 묻는다고 한다. 사회적 계급에 따른 아비투스를 설명하는 예화라 할 수 있다. 한 국가나 지역에 광범위하게 나타났던 사회문화적 환경이 그곳에 거주하는 다수의 공통된 아비투스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개인뿐만 아니라 지역·국가·민족 단위로도 아비투스가 구분될 수 있다. 일례로 우리는 종종 “밥 먹었니?”라는 인사를 하는데 이는 밥도 제때 챙겨 먹기 어려웠던 시절의 아비투스가 세대를 거쳐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한국 전쟁 직후의 폐허서 오늘날의 경제 수준에 이르는 고속성장 과정서 우리 국민 다수가 공유하는 아비투스가 생겼다. 개중에는 고속성장의 이면에 드리워진 그늘과 같은 부정적인 아비투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이익이나 원하는 결과를
주장에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 나머지 법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제 3자의 공감을 얻을 수도 없다. 빈약하거나 잘못된 근거에 기초한 주장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은 기본 소양을 의심받거나 신뢰를 잃게 된다. 때로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떤 주장에 논리적 결함이 있더라도 이해관계가 있는 상대방 입장에선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상대의 주장을 인정하거나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이들이 나서서 바로 잡지 않으면 잘못된 주장이라도 제법 설득력 있게 보인다. 일반 대중은 물론 입법자나 국가정책 책임자도 깜빡 속을 수 있다. 입법과 행정을 이끌고 있는 이들이 가짜뉴스와 같은 이익집단의 주장에 설득되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점에서 필자는 최근 행정사들이 제기하는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대한 주장이 염려스럽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작성 대행을 주 업무로 하는 직종이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제한돼있는 업무는 할 수
언제부터인가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주기 시작했다. 2015년, 국민 사기 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통행료 면제가 수년 간 계속되다 보니 작금에 들어서는 통행료 면제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기 힘들게 된 모양새다. 2018년 1월, 유료도로법과 동법 시행령 개정으로 그간 정부 정책으로 시행되던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됐다. 개정 법령이 명절 등에 반드시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특정한 기간에는 통행료를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해 놓은 법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고속도로 통행료는 면제됐다. 납부해야 할 요금을 내지 않게 해 준다는데 기분 좋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통행료 면제의 목적 중 하나인 국민의 사기 진작이 이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정책이 타당한 것인지는 한 번쯤 따져 볼 일이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승용차로 고향을 다녀올 수 있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경제적으로 조금이라도 더 여유가 있을 것이다. 직업적 특성이나 경제적·사회적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고, 절대적으로 힘이 약한 무력한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 철학자 마크 롤랜드(Mark Rowlands)가 그의 저서 <철학자와 늑대>를 통해 남긴 명언이다. 우리 대부분 강자에게는 언행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안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직장상사의 평가에 따라 내 급여가 달라질 수 있고 승진 여부가 결정될 수 있으므로 직장상사 앞에서 언행을 함부로 하는 이는 드물다. 반면, 약자는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기 힘들다. 친절히 대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거니와 쌀쌀맞게 대한다고 해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타인을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당위적 도덕관념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들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이들은 약자에게 가혹하다.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반말을 일삼고 사소한 잘못에 분통을 터뜨린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비판한 청년에게 ‘수꼴(수구꼴통)’이라고 해 논란이 된 변상욱 YTN 기자가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그간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이가 그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기도 하다. 진영논리란 어떤 판단을 할 때 그 대상이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는가를 가장 중요시해 결론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미 우리 사회전반에 통용되고 있고 마땅한 대체용어를 찾을 수도 없으므로 본 칼럼서도 ‘진영논리’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진영논리는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어디에 속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그들의 입장이나 주장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이므로 ‘논리’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 실상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서 진영논리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자기가 소속돼있거나 지지하는 정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발휘되는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도 있다. 진영논리는
직업윤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덕적 가치관을 말한다.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진다거나 업무 과정서 타인을 속이지 않는 것은 일하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일반적인 직업윤리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특히 요구되는 직업윤리도 있다. 이를테면, 세무사나 관세사가 탈세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 공인노무사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방법을 자문해서는 안 된다. 특정 직업인에게만 요구되는 직업윤리는 높은 전문성을 가진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문직 종사자의 비윤리적 행동은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이들이 발견하기 어렵운 반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은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는 높은 윤리의식 하에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전문직 종사자들의 윤리의식은 일반인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논문 게재와 입시과정에 대한 논란은 직업윤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과계열 고등학생이 의학논문의 제 1저자가 됐고 소속이 대학 부설연구소로 명시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공분야를
우리 사회는 신뢰 수준이 낮다. 여러 국내외 기관서 조사한 바를 종합해보면 한국사회는 가족을 제외한 집단과 개인에 대한 신뢰가 낮다.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신뢰가 부족한 사회는 큰 거래비용을 치르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각종 규제가 늘어나게 된다. 세세한 규정으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여한다. 규제를 제·개정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규제를 개혁하기 위한 정부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를 운영하기 위한 규정을 또 만든다. 창의적·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도 기존 규제 때문에 출시가 지연돼 경쟁력이 저하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국고보조금은 사용처, 증빙인정기준, 사용한도, 전용(轉用) 방법 등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부처나 사업마다 기준도 제각각이다. 국고보조금을 활용하려면 본래 사업에 투입하는 시간을 쪼개 국고보조금 정산에 신경 써야 한다. 아니면 국고보조금 중 일부로 국고보조금을 관리하기 위한 직원을 뽑아 인건비를 줘야 한다. 사업에 매진해 소기의 성과를 내야하는 입장에선 답답한 노릇이다. 타인의 주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