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3대 사다리’ 수시·로스쿨·의전원의 이면

개천서? 윗물이 맑아야 용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려운 환경서 성공을 일궈낸 사람을 가리켜 개천서 용 났다고 했다. 개천에 살던 많은 이무기들은 여러 종류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용이 되길 꿈꿨다. 하지만 최근 그들이 타고 오를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 사법고시 폐지 반대 중인 시민단체

2015년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 1위는 ‘금수저’였다. 대한민국 홍보연합동아리 ‘생존경쟁’서 대학생 2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였다. 응답자의 31%가 금수저를 올해의 신조어로 꼽았다. 흙수저와 대비되는 개념인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 밑에서 자라 사회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람이나 계층을 풍자한 단어다.

금·흙수저
수저계급론

부모가 자식을 뒷받침해주는 능력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으로 분류하는 이른바 수저계급론2015년 전후로 한국 사회를 강타했다.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수준이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실제 사례가 터져 나오면서 수저계급론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자조 섞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실제 서울대 입학이 학생의 잠재력보다 부모의 재력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6년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류근관 교수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의 경제논집에 발표한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 논문에 따르면 같은 능력을 가진 학생이라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서울대 입학 가능성이 8090%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타고난 잠재력 차이만으로는 소득 차이에 따른 구별 입학률을 설명할 수 없다. 합격률 차이의 8090%는 부모 경제력에 따른 치장으로 설명된다일부 계층, 학교, 지역에 서울대 합격자가 쏠리는 것은 이 같은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도 개인의 능력으로 계층 이동이 가능했던 과거에 비해 부모의 경제수준이 자녀의 사회 진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2030대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서 나온 특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입시비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교육과 병역 문제는 ‘국민들의 역린’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민감한 분야로 손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장미대선을 거쳐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과 함께 공정사회를 지향점으로 내세웠다.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제기
‘교육문제’ 국민 역린 건드려

실제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도 문 대통령은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토대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성장을 지속시키면서 함께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라며 미래의 희망을 만들면서 개천서 용이 나오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을 지냈고 현재 법무부장관 후보자 타이틀을 달고 있는 조국 전 수석의 딸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라는 기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조 전 수석의 딸을 둘러싼 입시비리 의혹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조씨의 딸이 한영외고 시절 2주가량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 과정에 나온 의학논문에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또 고려대 입학 전형 과정서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서 인턴십 성과로 내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됐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논문 실적을 고려대 입학 당시 활용했는지 여부, 조씨가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논문에 기여를 했는지 여부, 당시 조씨의 소속 문제까지 총체적인 의혹이 나오면서 조 전 수석의 명쾌한 해명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수석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조씨가 논문의 1저자라는 내용은 (자소서에)적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공정사회
외쳤지만…

조씨가 대학 입시를 위해 준비한 스펙은 화려한 수준이다. 1저자로 이름을 올려 문제된 논문부터 물리학회 수상, 국제 조류학회 참가 등 광범위한 부분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대다수의 보통 학생들이 만들기 어려운 스펙이기에 부모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해 큰 인기를 누렸던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현실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br>

<스카이캐슬>은 스카이캐슬에 살고 있는 상류층 학부모들이 자녀를 일류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입시 코디네이터가 일류대 의대 진학을 위한 맞춤형 스펙을 만들기 위해 시험지 유출, 협박 등의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사회 국민모임) 대표는 조 전 수석은 위법성이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지만 꼼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조 전 수석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은 시스템의 문제서 접근해야 한다조 전 수석 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된 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을 만든 이 대표는 수시 축소 및 폐지를 원하는 학부모,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공정사회 국민모임을 결성했다. 공정사회 국민모임은 현행 수시 제도를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등을 현대판 음서제로 보고, 개선 혹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시와 관련된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시의 핵심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다. 학종은 학교 시험으로 결정되는 내신과 동아리·봉사·교내 수상경력·진로 활동 등 비교과 부분,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을 다각도로 평가하자는 취지서 도입됐다. 학종으로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폐해 드러나도
오히려 늘어나

드라마 <스카이캐슬>서 처럼 입시 코디네이터가 등장했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첨삭해주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었다. 교내 수상경력을 성적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밀어주거나 교사가 학생의 백일장 작품을 써주는 등의 문제들이 불거졌다. 대학교수들이 친한 교수의 자녀들을 논문 저자로 등재하는 등 논문 품앗이의혹이 나왔다.

급기야 광주에선 학부모가 돈을 주고 시험지 유출을 사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숙명여고서도 아버지 교무부장이 쌍둥이 딸에게 시험지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숙명여고 사태를 정점으로 현행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이 폭주했다. 학생 개인의 능력보다 외부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교육부 업무보고서 내신이나 학생부 같은 경우 도대체 그것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대학 수시도 워낙 전형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많은 부모들 입장에선 깜깜이라 공정성을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반칙·특권과 비리 부정이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한 국민들, 학부모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입전형서 수시모집 비율은 2019학년 76.2%, 2020학년 77.3%, 2021학년 77% 8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2021학년도 대입 전형유형별 모집 비중을 살펴보면 여러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학종 비율은 24.8%에 달한다. 지난해 공론화위서 학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여론이 많았지만 오히려 전년도보다 0.3포인트 늘었다.

부모 경제수준에 수저색 달라져
정부 평등·공정·정의 가치 무색

문제는 수시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각서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로스쿨과 의전원도 다양한 부작용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위한 3년 과정의 전문 법과대학원으로 2009년 노무현정부 시절 도입됐다. 로스쿨 도입 전까지는 사법고시를 통과해야만 판사,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시 낭인의 양산, 배타적인 기수 문화 등의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사시 폐지 움직임이 일었고 2017년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관문이 로스쿨로 일원화됐다.

로스쿨은 도입 당시부터 높은 학비, 불분명한 입학 구조 등의 부작용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입학 과정서의 불공정 논란은 로스쿨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변시 낭인(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오탈자(5회 제한에 걸려 변호사 시험 기회를 잃은 로스쿨 졸업생)의 증가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의전원은 조 전 수석의 딸 논란으로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을 입학하는 과정서 따른 전형을 보면 정량평가보다는 면접 등 정성평가가 당락에 미친 영향이 크다.

조 전 수석은 조씨가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점수 없이 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MEET 성적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씨의 입학 전형과정서 MEET 점수의 반영도는 0점이었다. 당락과는 무관했던 셈이다.

기득권 전유물
바뀔 수 있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정유라에 대한 분노가 조국 딸에 대한 분노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좌불안석인 여야 정치인, 한국사회 소위 지도자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것이라며 기득권 집착에는 여야가 없고, 청부, 졸부가 따로 놀지 않는다. 모두가 한마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이 분노해야 할 곳은 조국 사건에 대한 1회성 분노가 아닌 변칙 입학, 변칙 출세해 변칙 사회를 만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제도개혁 요구에 대한 분노이고 혁신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기사 속 기사>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 인터뷰
현대판 음서제 바꾸기 쉽지 않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앞서 사법고시 폐지를 반대하면서 거리로 나섰다. 사시가 폐지된 후에는 대학 입시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비판적인 학부모들과 연대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학종이 기득권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이하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조국 전 수석 딸 논란이 시끄럽다

조국 딸 논란의 본질은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수시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즉 꼼수를 사용해 자기 자식을 특권층으로 만드는 세습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조국이 특히 더 논란이 되는 것은 딸을 명문대로 진학시킨 이후 의전원까지 보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크다.

-수시와 로스쿨, 의전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시제도와 로스쿨, 의전원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점에서 결이 같다. 과정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득권이나 특권층이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재력과 정보력으로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변화는 요원하다.

3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분노는 하지만 행동할 동력은 없다. 대입제도가 변화한다고 해서 당장 혜택을 보거나 피해를 보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들은 조국 논란에 대해 화는 낼지언정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꾸자고 나서진 않는다.

두 번째로는 언론서 조국 논란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도 본질을 보도하진 않는다. 조국과 관련된 사안만 열심히 보도할 뿐 어떤 문제로 인해 지금 사태까지 왔는지에 대한 보도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수시나 로스쿨, 의전원 제도는 기득권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조국만 날리면 될 뿐 제도까지 바꿀 생각은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현대판 음서제의 흐름은 정말 바꾸기 쉽지 않다.

-정말 바꿀 방법은 없나

현재 교육제도는 누더기에 가깝다. 바꾸려면 위에서부터 한 번에 바꿔야 한다. 특정 정당이나 의식과 신념이 있는 정치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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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