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휘감은’ 패밀리 미스터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27 08:28:06
  • 호수 12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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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깨끗한 척 다 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족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다. 수상한 가족 펀드, 친동생의 웅동학원 재산 문제, 딸의 고려대 꼼수 입학과 장학금 특혜 논란 등이다.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중도 사퇴하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2일 “저와 제 가족들이 사회로 받은 혜택이 컸던 만큼 가족 모두가 더 조심스럽게 처신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집안의 가장으로, 아이의 아버지로 더 세심히 살폈어야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회초리를 들어달라”며 “향후 더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인사청문회를 예고했다. 조 후보자는 “모든 것은 청문회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펀드

조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조 후보자의 가족은 2017년 7월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에 74억 5500만원의 투자를 약정하고, 10억5000만원을 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 약정금액이다. 조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인 56억4000만원보다 18억원이 많은 액수다. 때문에 조 후보자 가족이 낸 10억5000만원을 뺀 나머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려고 했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약정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나 해당 사모펀드의 정관을 살펴보면 운용사의 요구가 있을 경우 미리 약정한 투자금(출자금)을 납입하도록 규정돼있다. 투자금 납입 의무는 투자 기간(최초 투자로부터 6개월)이 종료되거나 모든 투자자가 약정한 금액을 전액 출자하기 전까지 유지된다. 


해당 사모펀드에는 조 후보자의 아들과 딸 명의로 각각 5000만원이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아들과 딸 명의의 출자금이 5000만원이라는 데 주목한다. 성인 자녀에게 10년 내 증여세를 내지 않고 물려줄 수 있는 금액이 5000만원이기 때문이다.

가족펀드부터 딸 학교까지
대한민국 부모들이 뿔났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원래 지난달 25일, 만기가 도래해 청산 후 투자자들에게 돈을 지급해야 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내정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이 사모펀드는 금감원에 펀드 만기를 1년 연장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증여세 탈루 시도를 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코링크PE 재무제표에는 53억3500만원의 자산수증(증여) 이익이 잡혔다. 주주나 제3자가 아무 대가 없이 현금이나 현물을 줬다는 의미다. 2017년 744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던 코링크PE는 대거 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30억5466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의문의 자금은 코스닥 상장사이자 코링크PE가 인수한 더블유에프엠 주식 110만주가 들어온 데 따른 것이다. 코링크PE는 2017년 교육업체 에이원앤을 인수해 사명을 더블유에프엠으로 바꿨다. 

또 코링크PE의 실질적인 대표가 조 후보자의 조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훈 코링크PE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오너가 조 후보자의 5촌 조카인 조모씨가 아니냐는 것이다.  

학원


조 후보자 일가족이 집안서 운영해 온 사학재단(웅동학원)서 공사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미 청산돼 사라진 가족 소유 기업의 공사 대금 청구권을 뒤늦게 인수 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존재하지도 않는 채권을 인수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조 후보자 일가는 이 청구권 서류를 법원에 내 웅동학원을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았다.

1996년 고려종합건설과 고려시티개발을 각각 운영하던 조 후보자 부친과 동생은 웅동학원서 16억원대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고려종합건설은 이듬해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서 부도가 났다. 당시 하도급 공사를 맡았던 고려시티개발은 2005년 12월 완전히 청산됐다. 조 후보자 일가는 기술보증기금 등이 대신 변제한 돈 9억원과 지연 이자도 갚지 못했다.

그런데 조 후보자 동생과 제수 조모씨는 다음해 별도의 건설사(코바씨앤디)를 설립한 뒤 고려시티개발로부터 채권 51억원(공사 대금 16억원+지연 이자)을 인수했다며 웅동학원에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냈다. 두 사람은 2006년 10월20일, 51억원의 채권을 양도받았다는 채권 증서도 창원지법에 제출했다.
 

▲ 자유한국당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회사가 사라진 지 1년 뒤 갑자기 그 회사 보유 채권을 인수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사망신고까지 끝난 사람이 죽은 지 1년 만에 나타나 다른 사람에게 채권을 넘겨준 격”이라며 “조씨 부부가 위조된 채권 증서를 재판부에 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동생

조 후보자의 동생이 위장이혼을 한 의혹도 불거졌다. 2013년 조 후보자 동생은 회사명을 코바씨앤디서 카페휴고로 바꾸고 대표직을 이혼한 조씨에게 넘겼다. 조씨는 또 앞서 문제가 된 고려시티개발의 51억원 채권도 받았다.

이 채권 시효가 만료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7년 다시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내 승소했다. 총자산 127억원인 웅동학원이 조씨 측에 갚아야 할 빚은 지연 이자를 포함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빚이 많은 조 후보자 동생이 채권 추심을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해 조씨에게 재산을 넘겼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같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또 이들 부부가 2013년 부산서 제빵사업체를 함께 세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장관 후보자 가족 청문회로 번져  
동생·아내·딸도 인사검증 대상?

이에 대해 조 후보자 동생 전처는 호소문을 통해 “위장이혼을 하지 않았다”며 “경제 사정 등 문제로 2009년 4월 남편과 합의 이혼했다”고 밝혔다. 그는 “밉지만 전 남편이 자리를 잡아야 보다 안정적인 환경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전 남편이 사업을 한다며 이름을 빌려 달라고 하는 등 도움을 요청하면 어쩔 수 없이 도와주곤 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동생 부부는 부동산 위장매매 의혹도 제기됐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조 후보자 동생의 전처가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와 빌라를 후보자 부부 대신 차명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 부인이 마련한 전세보증금이 동생 전처가 빌라를 살 때 매입 자금으로 흘러들어갔고, 이 빌라에 조 후보자 모친이 거주하는 등 위장매매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의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며 성적 미달로 2차례 유급했는데 6학기 동안 장학금을 수령한 데 대해서도 논란이다.

딸 조씨는 2015년 이 학교 의전원에 입학한 뒤 2016∼2018년 매 학기 200만원씩 1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조씨는 2015년 1학기 3과목을 낙제해 유급당하고, 장학금을 수령 중이던 2018년 2학기에도 1과목을 낙제해 유급됐다. 유급을 당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지 못하고 모든 과목을 재수강해야 한다.
 

▲ 인사청문회 준비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해당 장학금은 조씨의 지도교수 A씨가 개인적으로 만든 ‘소천장학회’서 지급했다. 특히 A 교수가 올해 부산시장이 임명하는 부산의료원장으로 낙점되면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 중이었던 조 후보자가 딸에게 매 학기 장학금을 지급한 A 교수의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조 후보자는 56억4000만원의 재산 중 예금이 34억4000만원이나 되는 재력가”라며 “두 번이나 유급한 낙제생인데 장학금을 받은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다른 학생의 장학금을 뺏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가 외국어고 재학 시절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고려대에 입학하는 데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 때인 2007년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해 같은 학교에 자녀를 둔 단국대 의대 장모 교수 연구실서 2주간 인턴을 했다. 


듬해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 영어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 조씨는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입학전형 당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논문 작성 참여 등 10여개의 인턴십·과외활동 경력을 기재했다. 대학과 의학계가 조씨가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공정성 검증에 본격 착수했다. 검증 과정서 부정 혹은 허위가 드러날 경우 조씨의 고려대 부정입학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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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