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와 4·15총선’의 함수관계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간 ‘집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 22일,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일부 언론과 야당에선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에선 지소미아 종료에는 일본정부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한미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한일관계가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 당정청회의 갖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조 정책실장 및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청와대

 

문재인정부는 지난달 22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응 조치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이하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신뢰 훼손으로 화이트리스트서 배제된 한국이 안보상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판단이 뒷받침됐다.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발,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 사이에 신뢰관계를 해치는 대응이라며 한일간 국가 사이의 약속을 지키라고 밝혔다.

미일 공조
한국 압박?

문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로 일본을 압박함과 동시에 지소미아 종료 철회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당정청 회의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11월23일까지 약 3개월의 기간이 남아 있다”며 “그 기간에 타개책을 찾아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 하면 우리는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 총리의 발언 다음날인 28일에도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개정안을 예정대로 시행했다. 특히 이 총리의 발언에 “일본의 수출 관리와 군사정보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며 사실상 원상회복을 거부했다.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은 “수출 관리를 적절히 실시하기 위한 운용 재검토로, 한일 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생각은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해 한일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무부의 반응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은 저의 좋은 친구” “한국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의견을 표명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미국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한 것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한다”며 “한국 방어는 더욱 복잡해지고 미국 병력에 대한 위험도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방위비 대폭 인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익명의 미국 고위 당국자는 지난달 27일, 11월이 종료되기 전에 한국이 생각이 바꾸기를 바란다며 문정부가 종료 결정을 재고하도록 촉구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가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실망만을 표출했던 미국이 안보이익을 우려하며 적극적인 한국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협정 종료’ 한미일 안보 협력은?
‘평행선’ 내년 선거 영향 미칠까

한국의 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한일문제를 악화시킨다”며 불편한 심경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1966년 이후 정례로 이뤄진 한국의 독도훈련을 미국이 문제 삼은 것 역시 처음으로 강제 징용 판결을 둘러싼 한일갈등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확대될 때 미국의 방관적인 자세와 대조되는 대목이다.

미국정부의 우려가 계속되자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달 28일 미국 해리스 대사에게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양자관계 맥락서 검토, 결정된 것으로 한미동맹과는 무관하다”며 “미측의 긴밀한 공조하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지속 유지해 나가는 것과 함께 한미동맹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서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 나오자 문정부가 직접 나서서 이를 불식시키고자 함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미일 3국의 공조가 분열되면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중국이 얻게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어 3국 공조가 틈을 보일 경우 북한의 핵도발 위협에 대한 한미일 협력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3국 체계가 약화되면 자연스레 북·중·러 동맹이 강화돼 이는 동북아 패권경쟁서 미국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 역시 배경이 됐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일본 아베 총리가 2016년 케냐서 처음 언급한 것으로, 태평양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해양 안보 벨트로 묶어 협력을 추진하자는 외교 전략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해 경제와 안보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 마크 에스퍼 미국방장관

일본의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의 원인을 ‘중국 공포증’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지소미아를 종료한 이유는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해 대규모 경제 보복을 받은 한국이 경제가 심각하게 악화돼 미국과의 공조가 아닌 중국과의 공조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소미아 파기의 원인을 일본정부의 문제가 아닌 한국 내부의 원인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중·러
웃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의 종료 결정에는 최근의 반일 여론뿐만 아니라 한일 간 정치적 신뢰 부재가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갈등이 무역전쟁서 안보 문제로 확대 재생산됐으며 앞으로 다른 분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미국의 위상 저하와 한미일 공조 약화로 이어졌음을 지적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는 <민중의 소리>가 실은 ‘지소미아 종료, 의미 있는 한걸음’이라는 사설 전문을 소개하고 나섰다.

사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은 적어도 외교적 굴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단호히 거부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며 “우리 안보의 근간도 아니고 절차적으로도 무리가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를 지지했다. <메아리>가 사설의 전문 그대로를 인용한 것으로 보아 지소미아 종료에 지지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동맹이 약화돼 한국이 북중러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동아시아 패권 속 한국이 포지셔닝 변화를 추진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지소미아 폐기 관련 한반도 안보’ 긴급간담회서 “지소미아 파기가 결국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미래 한국의 포지셔닝에 대해 ‘희망적 사고’를 품을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 동맹을 거래 카드로 사용한 것은 외교·안보의 기본 식견 부족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문정부의 외교 능력을 정면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과 달리 문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일 공조 체계가 와해되거나 한일 정보교류가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해 군사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지난 2016년 11월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도 한미일 3국 간 군사정보 교환은 이뤄져왔다. 지소미아 체결 이후엔 한일간 정보교류는 모두 29건으로, 남북관계가 희망적였던 작년엔 2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을 빼곤 한일간 별다른 정보교류가 없어 효용성 차원서도 한국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총선 앞두고
지지율 휘청


지소미아의 태생적 한계 역시 종료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소미아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한 탄핵안이 가결되기 불과 보름 전에 체결됐고, 미국과 일본의 압박에 의해 졸속으로 협정이 체결돼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일본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 한일 외교부장관 회담, 이 총리의 종료 파기 가능성 등 우리 정부의 화해 시도를 모두 무시했다. 외교적 실익만큼 국민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의 강경한 전략가인 신보수주의자를 배경으로 한 전략가들과 아베의 전략이 일치하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또는 폐기는 그 사람들의 심기 건드리는 것 사실”이라면서도 “한미동맹은 전혀 문제가 없는 동맹”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한미동맹이 해체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데 66년 동맹의 제도적 문화적 군사적 동맹 체제가 이로 해체된다면 그 동맹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이라며 “지나친 비약이고 정치적 공세”라고 강조했다.
 

▲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다로 일본 외무상

정가에선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두고 여야 정치인들이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민감한 군사정보를 신뢰가 깨진 일본과 공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서 지소미아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로 “신뢰가 깨졌는데 경제보다 더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우리와 북한 사이의 핫라인이 만들어졌으니 위기국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걷어찬 일본과 연대할 이유가 없다”며 한국정부가 다방면으로 외교적 노력을 펼쳤음에도 일본이 모두 거부했기 때문에 더 이상 정부가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여야 극명한 차이


반면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종료가 아니라 파기한 것”이라며 “북한이 원했던 상황이 벌어졌다”고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와 국내 정치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의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기승전 총선, 국내 정치와 관련해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연구원이 지난 7월 말 한일갈등이 내년 총선서 민주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며 “그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보수권 시민단체에서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문정부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살리려 한미일 삼각동맹을 파괴해 반일 정서로 조 후보를 살리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조 후보는 대표적 친문 세력이자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조 후보자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총선이 8개월 남짓한 시점서 조 후보의 법무부장관행을 두고 전국적인 논란이 일자 일본과의 대결전선으로 흔들리는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문정부의 의도 유무와는 상관없이 지소미아 종료가 조 후보 논란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조국 때리기’로 물 만난 보수 세력에 중도층이 결집되자 주목도가 높은 한일갈등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주장에 서둘러 차단막을 쳤다.

또 다른 시각
조국 살리기?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일부 정당이 조국을 덮으려고 지소미아를 꺼냈다고 하는데 국익과 정략적 이해를 혼동하고 구별하지 못하는 저차원적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CBS 라디오서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얘기”라며 “조 후보자 문제가 그냥 하루 잠깐 내리고 마는 그런 비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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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