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검찰 교감설 막전막후

‘공수처 백지화’ 서로 통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에서는 때 아닌 자유한국당-검찰 간 교감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이 강하다. 검찰은 공수처 설립을 막기 위해 정치권의 힘이 필요하다. 그중 검사 출신들이 많은 한국당은 검찰 조직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대변해줄 당으로 꼽힌다. 한국당이 검찰 개혁 방향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설치를 반대한 것이 이러한 교감의 증거라고 일각에선 입을 모은다. <일요시사>는 한국당과 검찰 간에 오가는 암묵적 신호들을 추적해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는 확고하다. 후보 시절부터 검찰 개혁을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주요 공약으로 발표했다. 최근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이 같은 개혁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낙마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또다시 비검사 출신을 지명한 것이다. 이는 검찰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개혁에 나서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인 셈이다.

안경환→박상기
또 비검사 출신

박 후보자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있다. 그는 지명 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적선빌딩에 모습을 드러내 기자들 앞에서 “법무·검찰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구체적인 검찰 개혁 복안에 대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신설, 그리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서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안 전 후보자에 이어 법무부장관으로는 두 번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세 번째로 비검사 출신을 사정라인에 세웠다. 형법 전문가인 박 후보자는 검찰 개혁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오랫동안 힘을 쏟아왔다. 

특히 학자 시절부터 검찰과 법무부가 문민화를 통해 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기구로 거듭나야 함을 줄곧 주장해왔다. 권위를 벗어던지고 국민과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일치한다.
 

일례로 박 후보자는 지난 2010년 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있을 때 한 세미나서 검찰 기소권을 상당히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하 형소법) 개정시안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검찰의 기소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형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조를 이뤘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같은 학자·비검사 출신에 개혁 성향을 띈 조국 민정수석과의 호흡을 기대하고 있다. ‘조-박 라인’이 찰떡 궁합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다. 검찰의 인적쇄신과 인사제도 개선 없이는 검찰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소신도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다. 이들과 뜻을 같이할 검찰총장만 임명된다면 검찰 개혁은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완성될 수 있다.

마지막 퍼즐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에 있어 가장 핵심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이다. 이 중 공수처 신설은 검찰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검찰 기능 중 가장 핵심이 고위층에 대한 사정기능이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를 떼어내는 대수술인 셈이다. 고위층 비리 수사가 언론·대중이 가장 주목하는 일이라는 점도 검찰 조직의 약화를 예상케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도 공수처 신설 못지않게 민감한 부분이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현재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형소법 제 195·196조와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명시한 헌법 제12조 제3항 등에 대한 개정이다. 

헌법 제 12조 제3항을 보면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만약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를 제거하면 수사경찰도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검찰 내부의 불만은 결코 작지 않다. 불만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첫째로 검찰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공수처 신설 등이) 순수한 의도로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정권 초마다 이런 말이 불거지는데 검찰을 더 잘 다루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두 번째는 공수처도 정치권의 입김서 자유로울 수 없음에도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최상의 카드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검찰은 공수처가 정치적인 수사 기구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국회서 계류 중인 공수처 설치 법안을 보면 국회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이 수사요청을 하면 공수처는 즉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즉 의원 30명만 동의하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정치권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무부도 공수처가 통제 불가능한 성역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 박상기 지명, 또 비검찰
‘조-박 라인’ 검 개혁 정조준

이러한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검찰 측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오르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이 최순실 게이트 국면서 석연찮은 점을 여러 번 보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귀국한 지난해 10월30일 최씨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다음 날 소환해 증거인멸 시간을 벌어줬다는 비난을 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에 대해서도 ‘뒷북 압수수색’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수사팀 구성 후 75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80일 만에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과 검찰이 입수한 물품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박스 2개 분량의 자료에 그쳤다.

수사 초기 미진한 대응과 우 전 수석 수사에 실패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검찰 내부서 자성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도 검찰의 일사분란한 불만 표출을 가로막는 요소다.
 

이렇듯 검찰이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개진할 수 없는 상황서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검찰 조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나섰다. 검찰 개혁 추진 방향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설치를 한국당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다른 교섭단체가 사개특위 설치에 찬성하는 것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한국당 반대로
사개특위 난항

한국당의 반대에 정치권은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개혁을 할 사개특위 설치가 한국당 반대로 무산돼 매우 유감”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추진하면 된다고 고집하는 한국당 주장은 사법 개혁 의지와 실현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서 “위원 구성을 여야 동수로 하고, 여야 합의 없이는 결정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았는데도 반대하는 한국당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국회 상임위인 법사위를 통해 검찰 개혁에 나서면 될 일이지 굳이 별도 특위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논리다. 

법사위원장인 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특위서 법안을 만들더라도 결국 법사위를 거쳐야 하는데 굳이 이중절차를 둘 필요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개특위는 ‘옥상옥’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당의 주장대로면 결국 검찰 개혁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검사 출신이 대부분인 법사위서 검찰 개혁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그간 법사위서 사법 개혁 논의가 몇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가로막힌 이유도 검사 출신들의 개혁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검, 불만 많지만…여론 의식
한국당, 사개특위 저지 성공

한국당-검찰이 교감하고 있다는 신호는 앞서 사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논란이 있는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자 한국당 법사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검찰 길들이기, 검찰 조직의 사병화 시도”라고 규정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한국당 측의 책임론도 검찰 개혁을 가로막기 위한 프레임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전 후보자가 낙마하자 한국당은 조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검찰 개혁을 거부하는 적폐 세력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며 “일각서 제기되는 것처럼 검찰 개혁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다면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자신의 SNS 라이브 방송서 “자기(검사)들끼리 모여서 대통령이라 안 하고 ‘문 아무개’라 부르고,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조모란 XX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고 하더라”고 하자 한국당은 손 의원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선을 기점으로 한국당의 검찰 개혁 반대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교감설은 힘을 받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 후보는 대선토론회서 줄곧 “검·경을 개혁할 때 상호 감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동등한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록 공수처 설치에 대해 홍 전 후보는 반대 의사를 내비쳤지만, 검찰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은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랬던 한국당이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검찰 개혁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교체되니
입장이 바뀌어

이 때문에 교감설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최강욱 변호사가 최근 자신의 SNS에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내통하며 제휴하려는 정당은 누구나 아는 바로 그 당”이라며 “장담컨대, 앞으로 검찰 개혁 법안이 제출되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당과 그 당 소속의 국회의원, 특히 검사 출신 국회의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상기(법무부장관 후보자) 앞날은?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사뭇 결연해 보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청문회 부담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담은 없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표정은 편안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박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 여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 국정 동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혼인무효 소송’ 사건으로 낙마해 문 대통령 입장서도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 후보자는 “모든 것을 다 준비하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고 전한 뒤 사무실로 향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안 전 후보자에 이어 박 후보자도 낙마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박 후보자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9억9800만원의 인건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 후보자가 연구원 근무 당시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이 부도덕과 무능, 부실검증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만일 이번 인선에서도 청와대의 검증 부실이 드러난다면 거센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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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