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X맨 주의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37:47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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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라도 끌려내려오면 정권은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인사 논란으로 인해 정국이 뒤숭숭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은 여야 협치 국면을 빠르게 냉각시켰다. 문 대통령의 심복들 중 몇몇은 연이은 헛발질로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를 임명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야3당은 일제히 “협치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청와대 인사 논란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 과정서 정점을 찍었다. 

안 전 후보자는 ‘몰래 혼인신고’ ‘어긋난 성 평등 의식’ ‘아들 징계’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안경환 낙마
그 다음은?

이에 지난 16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이런(안경환) 후보자를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준은 무엇”이냐며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의 ‘인사 5대원칙’은 물론 국민 상식에도 어긋난 어처구니없는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그는 결국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외교·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공정위원장 등 문재인정부의 인사들이 ‘인사 5대원칙’을 지키지 못함에도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자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고장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비난의 화살은 인사검증에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조국 책임론’을 거론해 조국 민정수석은 취임 한 달 만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X맨’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의당 초선 10명은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바른정당도 조 수석 책임론에 가세한 모양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검증 시스템 자체가 도대체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검증 시스템은 있지만 안면으로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 철저히 따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국 책임론의 배경에는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의 특수 관계서 비롯된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면서 동료 교수로 서울대서 근무했다. 또 지난 2000년 안 전 후보자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조 수석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001년 12월 조 수석이 동국대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길 때 안 전 후보자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조 수석이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건을 알면서도 인사를 강행했느냐는 점이다. 

앞서 국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인사 청문 자료에는 안 전 후보자가 20대 때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조 수석이 이미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야3당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진상 파악을 이유로 조국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의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운영위는 파행을 맞았다. 
 


야당의 인사 실패 공세에 민주당은 ‘검찰개혁 무마용’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서 “제대로 출발하지 못한 새 정부의 인사책임자를 출석시키는 운영위를 열겠다고 하는데 국회 운영위원회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조 수석이 임명과 동시에 내세웠던 ‘내년 지방선거 전 검찰 개혁 완수’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 인사 실패에 대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딜레마 
급한 불만 껐다

조 수석이 안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면 조현옥 인사수석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영입과정서 뭇매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 국장”이라며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라고 밝혀 인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강 장관 후보자의 검증을 맡은 조 인사수석은 “강 후보자가 미국 유학 중인 1984년 출산한 큰딸이 현재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녀 고교 시절 위장전입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건, 후보자의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 상황서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문제는 청문회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자녀 국적, 위장 전입은 청와대가 자청해서 밝혔기 때문에 청문 과정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추가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안경환 낙마…강경화 강행카드
떠오르는 조국·조현옥 책임론

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지만 세금탈루, 위장 전입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위장 전입 관련해선 본인의 집을 친척집이라고 해명해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조 수석 책임론도 불거져 나왔다. 검증과정서 각종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강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 둔 상황서 외교부장관 임명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청와대가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 운영위 출석을 요구했지만 두 수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여·야·정 협치는 깨지고 정국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양당의 상임위 보이콧이 문재인정부와 전면전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의혹 백화점’이라 불린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눈앞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일자리추경·정부조직개편안에서는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상곤·조대엽
의혹의 백화점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도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폭탄이 될 전망이다. 

야3당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발판 삼아 청와대와 여당에 맹공을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용기 수석 대변인은 “안경환·김상곤·조대엽 후보자는 신 3종세트”라며 “김·조 후보자도 안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본다. 자기 직무와 직접 관련된 의혹들인 만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 역시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안경환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김·조 후보에 대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 안에서 철저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후보자는 석·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교육감으로 재직했을 때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아 일부를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감 시절 측근을 교육청에 채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당시 김 후보자의 측근인사였던 이모씨는 김 후보자가 교수노조 위원장일 당시 교수노조의 교권실장을 맡았고, 김 후보자가 2009년도 교육감 선거를 준비할 당시 캠프서 정책참모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럴 줄 알고 뽑은 게 아닌데…
물 건너간 인사 5대원칙·협치 

교수 재직 시절 출판사 대표를 겸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원의 겸직금지 의무 위반 의혹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또,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출판사 노기연은 직원들에 대한 고용·산재보험료 총 34만9640원을 채납키도 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보험료 미납을 두고  사업체 대표로서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내정된 조대엽 후보자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조 후보자는 임금 체불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여론방송의 대주주임과 동시에 사외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노사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조 후보자가 경영에 참여한 정황을 발견했으며 이는 대학교수의 영리활동을 금지한 사립학교법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 후보자가 2대 주주로 있는 회사가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 문제가 돼 민·형사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은 음주운전이다. 조 후보자는 고려대 교수이던 2007년 1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 150만원을 냈다. 그는 내정 직후 음주운전 전력을 사과하면서 “(총장 후보하고 술을) 먹고, 학생들하고도 가서 먹었던 것 같아. 그날 총장(후보)하고 헤어져 가지고 애들한테 갈 때는 눈이 조금 왔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고려대서 ‘교수 감금’ 사건으로 학생 7명이 출교 조치돼 천막 농성을 하고 있던 당시 그 학생들과 조 후보자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학생들의 말은 달랐다. 한 학생은 “조대엽 교수가 평소 출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신 건 맞다”면서도 “조 교수와 술을 마신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정면 돌파? 
과연 그 결과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인선 강행으로 국정 초기 문 대통령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조대엽 두 후보자의 인선도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국정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문회 과정서 두 후보가 충분한 해명과 더불어 각 부 운영 능력을 선보인다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의 내로남불 

조국 민정수석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는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인선을 발표하면서 ‘음주 운전’ 이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과정서 다뤄질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조 수석은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조 수석은 자신의 SNS에 “음주운전 사고를 냈으나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했다는 이 청장을 기어코 경찰청장에 임명했다”며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조 수석은 위장전입을 두고도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주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 신문사 칼럼을 통해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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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