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X맨 주의보’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26 10:37:47
  • 호수 12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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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라도 끌려내려오면 정권은 끝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위기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인사 논란으로 인해 정국이 뒤숭숭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은 여야 협치 국면을 빠르게 냉각시켰다. 문 대통령의 심복들 중 몇몇은 연이은 헛발질로 문재인정부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인사를 임명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야3당은 일제히 “협치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청와대 인사 논란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 과정서 정점을 찍었다. 

안 전 후보자는 ‘몰래 혼인신고’ ‘어긋난 성 평등 의식’ ‘아들 징계’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안경환 낙마
그 다음은?

이에 지난 16일 국민의당은 논평을 내고 “이런(안경환) 후보자를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기준은 무엇”이냐며 “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의 ‘인사 5대원칙’은 물론 국민 상식에도 어긋난 어처구니없는 인사”라고 맹비난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던 그는 결국 사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낙마했다.


외교·법무부장관을 비롯한 공정위원장 등 문재인정부의 인사들이 ‘인사 5대원칙’을 지키지 못함에도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자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고장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비난의 화살은 인사검증에 책임이 있는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에게 쏠리고 있다.

특히 야권에선 ‘조국 책임론’을 거론해 조국 민정수석은 취임 한 달 만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X맨’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지난 19일 국민의당 초선 10명은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인사 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바른정당도 조 수석 책임론에 가세한 모양새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검증 시스템 자체가 도대체 작동하지 않는 것인지, 검증 시스템은 있지만 안면으로 직무를 유기한 것인지 철저히 따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국 책임론의 배경에는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와의 특수 관계서 비롯된다.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면서 동료 교수로 서울대서 근무했다. 또 지난 2000년 안 전 후보자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으로 재직 당시 조 수석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2001년 12월 조 수석이 동국대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길 때 안 전 후보자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조 수석이 안 전 후보자의 혼인무효소송건을 알면서도 인사를 강행했느냐는 점이다. 

앞서 국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된 인사 청문 자료에는 안 전 후보자가 20대 때 혼인무효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조 수석이 이미 해당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야3당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진상 파악을 이유로 조국 수석의 국회 운영위 출석 의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운영위는 파행을 맞았다. 
 


야당의 인사 실패 공세에 민주당은 ‘검찰개혁 무마용’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서 “제대로 출발하지 못한 새 정부의 인사책임자를 출석시키는 운영위를 열겠다고 하는데 국회 운영위원회를 정치 공세의 수단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로써 조 수석이 임명과 동시에 내세웠던 ‘내년 지방선거 전 검찰 개혁 완수’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 인사 실패에 대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화 딜레마 
급한 불만 껐다

조 수석이 안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곤욕을 치렀다면 조현옥 인사수석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영입과정서 뭇매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당시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비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첫 여성 국장”이라며 “최초,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외교 전문가”라고 밝혀 인선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강 장관 후보자의 검증을 맡은 조 인사수석은 “강 후보자가 미국 유학 중인 1984년 출산한 큰딸이 현재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한국 국적을 다시 취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장녀 고교 시절 위장전입 사실도 밝혔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강 후보자를 지명한 건, 후보자의 외교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현 상황서 가장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털 것은 털고 가자’는 스탠스를 취한 셈이다. 문제는 청문회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자녀 국적, 위장 전입은 청와대가 자청해서 밝혔기 때문에 청문 과정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추가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안경환 낙마…강경화 강행카드
떠오르는 조국·조현옥 책임론

강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지만 세금탈루, 위장 전입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위장 전입 관련해선 본인의 집을 친척집이라고 해명해 ‘거짓 해명’ 논란에도 휩싸였다. 
 

자연스럽게 조 수석 책임론도 불거져 나왔다. 검증과정서 각종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강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 둔 상황서 외교부장관 임명은 불가피했다는 평가다. 다만, 청와대가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 운영위 출석을 요구했지만 두 수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여·야·정 협치는 깨지고 정국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양당의 상임위 보이콧이 문재인정부와 전면전의 시발점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의혹 백화점’이라 불린 강 장관을 임명하면서 눈앞의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걱정은 덜었지만,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일자리추경·정부조직개편안에서는 험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상곤·조대엽
의혹의 백화점

최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도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재인정부의 폭탄이 될 전망이다. 

야3당은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발판 삼아 청와대와 여당에 맹공을 퍼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김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조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정용기 수석 대변인은 “안경환·김상곤·조대엽 후보자는 신 3종세트”라며 “김·조 후보자도 안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공직자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본다. 자기 직무와 직접 관련된 의혹들인 만큼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 역시 “이대로라면 제2, 제3의 안경환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김·조 후보에 대한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 청문회 안에서 철저하게 검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김 후보자는 석·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과 중복 게재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교육감으로 재직했을 때 당시 비서실장이 뇌물을 받아 일부를 김 후보자의 업무추진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감 시절 측근을 교육청에 채용했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당시 김 후보자의 측근인사였던 이모씨는 김 후보자가 교수노조 위원장일 당시 교수노조의 교권실장을 맡았고, 김 후보자가 2009년도 교육감 선거를 준비할 당시 캠프서 정책참모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럴 줄 알고 뽑은 게 아닌데…
물 건너간 인사 5대원칙·협치 

교수 재직 시절 출판사 대표를 겸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원의 겸직금지 의무 위반 의혹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숙제다. 또, 김 후보자가 대표로 있던 출판사 노기연은 직원들에 대한 고용·산재보험료 총 34만9640원을 채납키도 했다. 일각에선 김 후보자의 보험료 미납을 두고  사업체 대표로서 책임감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장관으로 내정된 조대엽 후보자도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조 후보자는 임금 체불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여론방송의 대주주임과 동시에 사외이사로 재직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노사 문제를 담당하는 부처의 수장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조 후보자가 경영에 참여한 정황을 발견했으며 이는 대학교수의 영리활동을 금지한 사립학교법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조 후보자가 2대 주주로 있는 회사가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 문제가 돼 민·형사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엇보다 논란의 핵심은 음주운전이다. 조 후보자는 고려대 교수이던 2007년 12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면허가 취소되고 벌금 150만원을 냈다. 그는 내정 직후 음주운전 전력을 사과하면서 “(총장 후보하고 술을) 먹고, 학생들하고도 가서 먹었던 것 같아. 그날 총장(후보)하고 헤어져 가지고 애들한테 갈 때는 눈이 조금 왔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는 고려대서 ‘교수 감금’ 사건으로 학생 7명이 출교 조치돼 천막 농성을 하고 있던 당시 그 학생들과 조 후보자가 함께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학생들의 말은 달랐다. 한 학생은 “조대엽 교수가 평소 출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신 건 맞다”면서도 “조 교수와 술을 마신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정면 돌파? 
과연 그 결과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인선 강행으로 국정 초기 문 대통령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조대엽 두 후보자의 인선도 정면돌파를 시도할 경우 국정은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문회 과정서 두 후보가 충분한 해명과 더불어 각 부 운영 능력을 선보인다면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국의 내로남불 

조국 민정수석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지난 11일 청와대는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인선을 발표하면서 ‘음주 운전’ 이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과정서 다뤄질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조 수석은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조 수석은 자신의 SNS에 “음주운전 사고를 냈으나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했다는 이 청장을 기어코 경찰청장에 임명했다”며 “미국 같으면 애초 청문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앞서 조 수석은 위장전입을 두고도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주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자녀 학교 문제로 위장전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 신문사 칼럼을 통해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라고 일갈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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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