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⑤최씨 어른거리는 국책사업 총정리

올림픽부터 안보까지…업종불문 ‘기웃’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있다. 관련 의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국내 모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혈세가 담긴 국책사업까지 최씨 측근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가 노린(?) 국책사업을 정리했다.

지난 1일, 비선 실세로 꼽히는 최순실씨가 린다 김(본명 김귀옥)과 친분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최씨의 지근거리에 김씨가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눈길이 쏠렸다. 최씨가 무기 로비스트인 린다 김과 방산업 관련 사업에 손을 뻗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로비스트 린다김
어쩌다 친분을?

언론보도에 따르면, 린다 김과 지난 8월 접촉했던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린다 김이 최순실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F-X(차기전투기) 사업에 최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동시에 제기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씨와 린다 김의 친분이 2000년대 이전 형성됐을 것이란 분석이 중론이다. 현재로선 두 사람이 실제 같이 일했는지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린다 김과 친분이 있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두 사람이 알고 지낸 것은 맞으나 동업을 했는지 확인은 어렵다”고 했다.

최씨가 글로벌 방산업체의 일을 대행해주는 국내 에이전트 쪽에 전화를 걸어 동업 제의 등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방산업 분야의 전문가인 린다 김이 최씨의 사업을 도와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서도 최씨와 김씨의 관계에 주목하며 방산업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서 제기하는 의혹이 가장 큰 사업은 F-X 사업으로 공군이 보유한 F-4 등 노후된 전투기들을 대체하는 7조3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2013년 9월 보잉사의 F-15SE를 낙점할 예정이었지만 국방부 당국자가 기종을 결정할 당시 방위사업추진위원 20여명에게 전화를 걸어 부결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9월 24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15SE를 부결했고, 두 달여 뒤 록히드마틴의 F-35A를 단독으로 올려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최씨는 올해 국가 안보 최대 현안인 사드배치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조력자는 이번에도 린다 김이 꼽힌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SNS에 최순실씨가 지난해 말부터 사드배치에 대해 말하고 다녔다는 내용의 글과 박근혜 대통령이 린다 김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이권 개입 혈안…걸림돌은 과감히 제거
방위산업에 문화산업까지 손뻗어 ‘섬뜩’

자연스레 이 둘이 사드배치에 관여했을 개연성을 암시한 것이다. 최씨가 국내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책사업에까지 손을 댔다는 정황이 나오자 국민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최씨 측근이 각종 국책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최씨와 측근들이 주요 국책사업에 영향력을 미친 사업으로는 문화 관련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최씨 측근으로 꼽히는 차은택 광고감독이 부당한 위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화 콘텐츠 기획·제작·판매·재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상암동 문화창조융합센터, 청계천 문화창조벤처단지, 고양시 K컬처밸리,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 등 다양한 문화사업 거점을 국내 곳곳에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차 감독은 지난해 2월, 박 대통령이 “문화창조융합벨트가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추적 플랫폼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지 약 두 달 만에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자리를 꿰차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특히 문화창조융합본부의 핵심 프로젝트 K컬처밸리 사업자로 선정된 CJ그룹이 차 감독과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직간접적으로 차씨가 K컬처밸리 사업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면을 전제로 차씨가 CJ그룹에 대형 투자를 약속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CJ그룹은 당초 1조원의 투자 금액보다 40% 증액된 1조4000억원의 통큰 투자를 감행했고, 올해 광복절 특사로 이 회장이 사면되면서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문화부분의 국책사업 외에도 서민들의 희노애락이 담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작업에도 최씨의 영향력이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무기도입 입김?
사드도 구설수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도 최순실 게이트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들이 이권에 깊숙히 개입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를 인용하며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차은택씨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태스크포스(TF)의 자문위원으로 일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다른 핵심 인물인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역시 TF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재정상태가 불량한 수협 측이 노량진수산시장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현 정권의 비선실제인 차은택과 이성한이라는 인물을 활용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의 공사기간 동안 사업비가 4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며 “수협 측이 능동적으로 비선 실세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사업에도 최순실씨의 압력 정황이 보인다. 지난 5월 조양호 2018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배후에 최씨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순실 씨가 의도를 가지고 평창 올림픽에서 사기행각을 벌이며 이권에 개입하자, 유진룡 문체부 장관과 조 위원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2일, 조 위원장과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마주앉은 자리서 김 장관은 조 위원장에게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습니다”라고 했고 조 위원장은 다음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평창에도 그림자
정황 속속 드러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당시 김 장관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갔다. 평범한 조찬으로 생각하고 간 자리서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며 “조 위원장이 3억∼5억원대의 각종 용역 및 컨설팅 프로그램에 대한 결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사인을 거부했다. 그게 결정적으로 조 위원장의 ‘해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각종 이권 사업을 겨냥하다 걸림돌이었던 조 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최순실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K가 이권 개입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다.

조 위원장 후임인 이 위원장 체제서도 사업 수주에 실패했지만 올해 말 조직위가 입찰할 예정인 1500억원 규모의 올림픽 시설공사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이견이 많았던 설악산 케이블카에도 최순실 입김 의혹이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최씨와 그 측근들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계획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씨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건의와 박 대통령의 지시,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무리하게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강원도 양양군 숙원 사업인 오색케이블카는 오색마을과 설악산 끝청(해발 1480m)을 잇는 3.5㎞ 노선으로 2012년과 2013년 잇따라 퇴짜를 맞았지만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을 따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작년 8월 환경부는 국립공원위원회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7가지 부대조건을 달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통과가 돼야 설악산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확인한 결과, 진행됐던 환경영향평가 과정서 상당한 비리와 의혹이 밝혀졌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에조차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까지 나와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올해 여름 조건부 승인이 난 것이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려 했으나 환경부에서 통과시키기 어렵다며 계속 거부를 해왔던 상태”라고 말했다.

혈세가 그녀의 주머니로∼
각종 의혹에 관계자는 부인

이어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추진이 됐다. 올해 8월 9일 전경련서 산악관광활성화정책에 관련된 발표가 한 번 있었다. 그 다음에 저희가 문광부에 이런 일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는데 주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이후 우연히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케이블카 사업을 위해 김종 전 차관이 주도했던 친환경케이블카확충 TF(태스크포스)라는 것이 결성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잘 몰랐는데 최씨 사건이 터지고 나서 보니까 이 부회장이 모금사업을 주도했고 그 다음에 김 전 차관이 문화대통령으로서 최씨 라인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이것을 저희가 알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씨가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상당한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최씨가 평창에 상당히 많은 땅을 매입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여러 관광지를 조성하는 과정서 승마사업까지, 게다가 산지 초지에 승마장을 건립하겠다는 그런 계획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낸 것으로 알려진 산지관광개발안을 바탕으로 산지와 초지 안에 승마장 건립을 신고제로 전환한다는 것에 대해 이 의원은 “(최씨가)탐냈다기보다는 계획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이 맞다. 그래서 전경련은 이것을 추진하고 정부가 이 산지관광개발사업을 대부분 수용해서 초기에 건립사업이 안 된다고 돼 있던 것은 2014년 8월에 제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서 설악산 케이블카를 건립하겠다고 박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현재 사업 승인이 최종적 나지 않은 상황서 양양군이 케이블카업체인 ‘도펠마이어’와 계약을 하면서 25억원을 선납금을 지불한 것도 권력실세 개입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 부실 문제 등이 제기돼도 이 사업은 어차피 추진될 것이라는 확실한 권력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25억이라는 돈을 미리 지급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최씨의 영향력 아래 사업이 추진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부처들은 그와의 관계를 부정했다. 경기도는 “K컬처밸리 부지 공급 과정에 법적 하자나 특혜는 없었다”며 “CJ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누가 관련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큰 사업마다
최순실 거론

강원도 역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은 양양군의 직접 사업으로 민간의 이권개입 여지가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자치단체들은 관련 사업 예산이 줄줄이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며 “최씨와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각 단체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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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