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⑦그녀가 삼킨 이슈들

큰일 많은데…블랙홀에 빠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최순실’ 이름 석 자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행적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신발 브랜드, 검찰 수사 중 먹은 식사 메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다. 정부가 최순실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그녀의 치마폭 뒤로 수많은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

작은 사건이 정부와 대통령이 연루된 게이트로 번지면서 최순실은 몇 달 새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달 31일, 검찰 출두 당시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을 찍기 위해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댈 정도로 그녀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고, 관련자들의 말이 바뀐다.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 외부인의 손을 탄 사업 및 정책, 대통령의 대응 등에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 사이 정치, 사회, 민생 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대형이슈 틈타
요금 기습인상

먼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개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뿐만 아니라 제3지대 원외인사들이 단골처럼 언급하던 단어다. 심지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논의서 한발자국 물러서 있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국회 시정연설서 이를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문재인, 유승민), “분권형 대통령제”(김부겸), “시기상조”(안철수) 등 개헌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위한 판짜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권이 패닉에 빠지면서 개헌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탄핵, 하야 요구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대통령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후보자가 그동안 꾸준히 개헌을 언급해온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작은 불씨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개헌 방향으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해 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 사태를 두고 유족, 야당,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현 상황을 촉발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경찰은 불법시위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란은 사망 이후에도 이어졌다.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백 교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백남기사건특별조사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제자의 사망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족 측과 이 위원장, 서울대 의대 재학생 등은 모두 ‘외인사’라는 입장이다.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재신청 끝에 부검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유족과 시민들의 강력 반발로 철수했다.

이후 경찰은 영장 만료 기한이었던 지난달 25일 또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백남기 농민의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유족과 투쟁본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주민 의원 등은 백남기 농민 사태와 관련해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문화·스포츠·민생 몽땅 빨아들여
대신 신발·식사…최씨 일거수일투족 관심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성추문 사건도 최순실 게이트로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블랙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문화계는 성추문 사태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세월호 시국선언,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등 문화계 인사 940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 블랙리스트가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선다는 이미지를 준 것에 반해, 성추문 사태는 문화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췄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등은 SNS에 불거진 성추행 의혹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배용제 시인이 미성년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쏟아지기도 했다.

배 시인은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을 저질러 왔다”며 “이 일로 큰 상처를 받고 힘들고 아파했을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를 하며 용서를 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문화계에선 성추문 사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보다는 이미 고착된 갑을관계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갑’에 위치에 있는 권력자가 행한 폭력에 대한 ‘을’의 폭로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안을 공론화하고 일부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등단 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국이 어지러워지면서 피해자의 고발에 따른 가해자의 사과 및 활동중단 수준에서 사안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방패 아래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슬그머니 조용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내각 개편에 나선 사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마무리됐다.

개헌·백남기
순식간 사라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는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이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고,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NC의 무기력한 패배는 선발진 가운데 한 명인 이재학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재학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의혹이 계속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됐다. NC는 이재학 없이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진의 열세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NC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C는 지난 7월, 투수 이태양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계약을 해지했다. 2013년 우선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던 롯데 투수 이성민 선수의 2014년 승부조작 가담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NC구단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재학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생각했지만 이성민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성민은 NC서 KT로,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NC로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구단이 이성민의 승부조작 연루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구단 차원에서 은폐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KBO규약에 따르면 구단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한 경우에는 총재가 경고, 1억원 이상 제재금 부과,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야신’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선수 혹사, 인권 침해 논란도 야구계에선 뜨거운 감자지만 조용히 묻히고 있다.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이후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있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권혁은 지난달 20일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앞서 같은 달 11일에는 투수 송창식이 일본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은 두 번째, 권혁은 세 번째 수술이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2년 동안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송창식은 지난 4월14일 두산과 홈경기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0개의 공을 던졌다. 이 과정서 송창식은 홈런 4개를 맞는 등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이 12실점을 할 때까지 마운드서 내리지 않았다. 송창식은 바로 전날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해 15개의 공을 뿌렸고, 앞서 9일에는 선발 등판해 69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은 송창식의 계속된 투구가 김 감독의 벌투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경기 중계진이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추문·조작
조용히 묻혔다

2군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최근에 불거져 나왔다. 스포츠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화 2군 숙소에 전달된 지시사항에는 ‘한 달에 한 번 휴식일 외박 가능’ ‘선수단 휴일 외박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구단 2군 내규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가혹한 2군 규제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권혁이 2군 숙소로 내려간 시기에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감독이 권혁에게 무통 주사를 맞으며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했는데, 권혁이 난색을 표하자 이 같이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어 권혁이 수술과 재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감독이 자비로 수술 받을 것을 요구했다는 추가 폭로가 터져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결론적으론 구단이 수술비를 지원했지만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구단과 감독은 최근 논란에 대해 “부풀려진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비 수술’은 감독이 푸념하듯이 말한 게 외부에 이상하게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김성근 OUT’을 외치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은 지난 3일 내년에도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며 유임을 공식화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일도 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6.1%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전국 1660만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요금은 기존 3만2427원에서 3만4185원으로 1758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사용요금 역시 4.7% 오른다. 월 평균 가구당 2214원의 난방비 상승이 예상돼 겨울철 서민 삶을 팍팍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비용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탄값도 7년 만에 15%가 뛰었다.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연탄업계 지원금이 줄어든 탓이다.

공장 연탄 가격은 장당 446.75원으로 19.6% 인상됐고, 소비자가격은 489원서 573원으로 올랐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기부의 손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맥주값도 올랐다. 맥주값 인상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6%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1081.99원서 1147.00원으로 65.01원 올랐다.

“최순실 치마폭에 싸여있다”
대한민국 지금 무슨 일이?

오비맥주는 빈병 취급 수수료 인상, 할당관세 폐지 등 원가 상승 요인과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맥주업계에선 타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인상한 후 후발 주자들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코카콜라와 환타 가격도 평균 5% 인상된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31일 업소용 제품을 제외한 일반 소매 판매용 코카콜라와 환타 등 2개 브랜드 15개 품목의 출고가를 5%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음료는 유가와 원당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비와 판매 관리비가 상승했다며 출고가 인상 이유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대두 직배 공급 가격을 현행 1㎏당 1020원서 1100원으로 7.8% 인상했다. 이에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수입 대두 공급 가격 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수입 대두 공급 가격의 대폭 인상은 대부분 영세한 대두 식품 가공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절히 호소해 왔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로 1997년 IMF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정권 말기에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식품업계로서는 지금 시기가 가격 인상의 적기다. 게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어서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다.
 

안전 문제 역시 뒷전이 됐다. 지난 9월12일 경북 경주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한반도가 뒤흔들렸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진이 감지되는 등 지진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경주에서 규모 2.1, 규모 2.3, 규모 2.3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지진 이후 지난 3일 오후 5시까지 총 512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와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여진에 또 다시 불안에 떨었다.

민생도 올스톱
지진대책 전무

9월 지진 당시 정부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마비, 재난 문자메시지 통보 지연 등으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진 발생으로 원전에 대한 공포도 높아졌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지난달 24일에는 부산·경주·울산·경남 등에서 학부모들이 일제히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날 ‘잘가라 핵발전소’ ‘원전 반대’ ‘안전은 나몰라라’ 등 손수 피켓을 만들어온 학부모들은 정부 당국의 무대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일에도 경북 경주 학부모 행동과 탈핵경주시민 공동행동 등 두 단체는 “경주시와 시의회는 9‧12 지진 이후 여전히 불안해 하는 시민을 위해 지진-원전 재난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어선도 최순실에 ‘꿀꺽’
'여전히 불법조업과의 전쟁'

최순실 게이트로 외교 문제도 ‘깜깜’해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대중 외교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다. 최근 몇 년 간 꽃게철만 되면 서해는 중국 어선으로 새카맣게 뒤덮였다. 7∼8월 금어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서는 우리 어민들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하루 평균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2013년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꽃게철만 되면 서해안에서 불법 중국 어선과 해양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을 일부러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첫 공용화기 사용에도 ‘조용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에 정부는 같은 달 11일 “폭력 사용 등 공무집행 방해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은 지난 1일 인천시 옹진군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30여척이 몰려들어 저항하자 M60 기관총 600여발을 발사했다.

중국 언론은 해경의 공용화기 사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어민들이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 해경에 죽임을 당하면 중국인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무너지면 한국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중국 어선 불법조업 근절 대책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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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