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⑦그녀가 삼킨 이슈들

큰일 많은데…블랙홀에 빠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최순실’ 이름 석 자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행적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신발 브랜드, 검찰 수사 중 먹은 식사 메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다. 정부가 최순실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그녀의 치마폭 뒤로 수많은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

작은 사건이 정부와 대통령이 연루된 게이트로 번지면서 최순실은 몇 달 새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달 31일, 검찰 출두 당시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을 찍기 위해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댈 정도로 그녀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고, 관련자들의 말이 바뀐다.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 외부인의 손을 탄 사업 및 정책, 대통령의 대응 등에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 사이 정치, 사회, 민생 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대형이슈 틈타
요금 기습인상

먼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개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뿐만 아니라 제3지대 원외인사들이 단골처럼 언급하던 단어다. 심지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논의서 한발자국 물러서 있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국회 시정연설서 이를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문재인, 유승민), “분권형 대통령제”(김부겸), “시기상조”(안철수) 등 개헌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위한 판짜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권이 패닉에 빠지면서 개헌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탄핵, 하야 요구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대통령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후보자가 그동안 꾸준히 개헌을 언급해온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작은 불씨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개헌 방향으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해 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 사태를 두고 유족, 야당,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현 상황을 촉발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경찰은 불법시위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란은 사망 이후에도 이어졌다.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백 교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백남기사건특별조사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제자의 사망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족 측과 이 위원장, 서울대 의대 재학생 등은 모두 ‘외인사’라는 입장이다.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재신청 끝에 부검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유족과 시민들의 강력 반발로 철수했다.

이후 경찰은 영장 만료 기한이었던 지난달 25일 또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백남기 농민의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유족과 투쟁본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주민 의원 등은 백남기 농민 사태와 관련해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문화·스포츠·민생 몽땅 빨아들여
대신 신발·식사…최씨 일거수일투족 관심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성추문 사건도 최순실 게이트로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블랙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문화계는 성추문 사태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세월호 시국선언,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등 문화계 인사 940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 블랙리스트가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선다는 이미지를 준 것에 반해, 성추문 사태는 문화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췄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등은 SNS에 불거진 성추행 의혹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배용제 시인이 미성년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쏟아지기도 했다.

배 시인은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을 저질러 왔다”며 “이 일로 큰 상처를 받고 힘들고 아파했을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를 하며 용서를 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문화계에선 성추문 사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보다는 이미 고착된 갑을관계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갑’에 위치에 있는 권력자가 행한 폭력에 대한 ‘을’의 폭로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안을 공론화하고 일부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등단 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국이 어지러워지면서 피해자의 고발에 따른 가해자의 사과 및 활동중단 수준에서 사안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방패 아래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슬그머니 조용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내각 개편에 나선 사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마무리됐다.

개헌·백남기
순식간 사라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는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이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고,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NC의 무기력한 패배는 선발진 가운데 한 명인 이재학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재학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의혹이 계속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됐다. NC는 이재학 없이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진의 열세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NC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C는 지난 7월, 투수 이태양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계약을 해지했다. 2013년 우선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던 롯데 투수 이성민 선수의 2014년 승부조작 가담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NC구단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재학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생각했지만 이성민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성민은 NC서 KT로,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NC로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구단이 이성민의 승부조작 연루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구단 차원에서 은폐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KBO규약에 따르면 구단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한 경우에는 총재가 경고, 1억원 이상 제재금 부과,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야신’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선수 혹사, 인권 침해 논란도 야구계에선 뜨거운 감자지만 조용히 묻히고 있다.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이후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있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권혁은 지난달 20일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앞서 같은 달 11일에는 투수 송창식이 일본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은 두 번째, 권혁은 세 번째 수술이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2년 동안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송창식은 지난 4월14일 두산과 홈경기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0개의 공을 던졌다. 이 과정서 송창식은 홈런 4개를 맞는 등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이 12실점을 할 때까지 마운드서 내리지 않았다. 송창식은 바로 전날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해 15개의 공을 뿌렸고, 앞서 9일에는 선발 등판해 69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은 송창식의 계속된 투구가 김 감독의 벌투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경기 중계진이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추문·조작
조용히 묻혔다

2군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최근에 불거져 나왔다. 스포츠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화 2군 숙소에 전달된 지시사항에는 ‘한 달에 한 번 휴식일 외박 가능’ ‘선수단 휴일 외박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구단 2군 내규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가혹한 2군 규제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권혁이 2군 숙소로 내려간 시기에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감독이 권혁에게 무통 주사를 맞으며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했는데, 권혁이 난색을 표하자 이 같이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어 권혁이 수술과 재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감독이 자비로 수술 받을 것을 요구했다는 추가 폭로가 터져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결론적으론 구단이 수술비를 지원했지만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구단과 감독은 최근 논란에 대해 “부풀려진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비 수술’은 감독이 푸념하듯이 말한 게 외부에 이상하게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김성근 OUT’을 외치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은 지난 3일 내년에도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며 유임을 공식화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일도 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6.1%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전국 1660만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요금은 기존 3만2427원에서 3만4185원으로 1758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사용요금 역시 4.7% 오른다. 월 평균 가구당 2214원의 난방비 상승이 예상돼 겨울철 서민 삶을 팍팍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비용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탄값도 7년 만에 15%가 뛰었다.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연탄업계 지원금이 줄어든 탓이다.

공장 연탄 가격은 장당 446.75원으로 19.6% 인상됐고, 소비자가격은 489원서 573원으로 올랐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기부의 손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맥주값도 올랐다. 맥주값 인상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6%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1081.99원서 1147.00원으로 65.01원 올랐다.

“최순실 치마폭에 싸여있다”
대한민국 지금 무슨 일이?

오비맥주는 빈병 취급 수수료 인상, 할당관세 폐지 등 원가 상승 요인과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맥주업계에선 타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인상한 후 후발 주자들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코카콜라와 환타 가격도 평균 5% 인상된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31일 업소용 제품을 제외한 일반 소매 판매용 코카콜라와 환타 등 2개 브랜드 15개 품목의 출고가를 5%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음료는 유가와 원당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비와 판매 관리비가 상승했다며 출고가 인상 이유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대두 직배 공급 가격을 현행 1㎏당 1020원서 1100원으로 7.8% 인상했다. 이에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수입 대두 공급 가격 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수입 대두 공급 가격의 대폭 인상은 대부분 영세한 대두 식품 가공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절히 호소해 왔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로 1997년 IMF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정권 말기에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식품업계로서는 지금 시기가 가격 인상의 적기다. 게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어서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다.
 

안전 문제 역시 뒷전이 됐다. 지난 9월12일 경북 경주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한반도가 뒤흔들렸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진이 감지되는 등 지진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경주에서 규모 2.1, 규모 2.3, 규모 2.3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지진 이후 지난 3일 오후 5시까지 총 512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와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여진에 또 다시 불안에 떨었다.

민생도 올스톱
지진대책 전무

9월 지진 당시 정부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마비, 재난 문자메시지 통보 지연 등으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진 발생으로 원전에 대한 공포도 높아졌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지난달 24일에는 부산·경주·울산·경남 등에서 학부모들이 일제히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날 ‘잘가라 핵발전소’ ‘원전 반대’ ‘안전은 나몰라라’ 등 손수 피켓을 만들어온 학부모들은 정부 당국의 무대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일에도 경북 경주 학부모 행동과 탈핵경주시민 공동행동 등 두 단체는 “경주시와 시의회는 9‧12 지진 이후 여전히 불안해 하는 시민을 위해 지진-원전 재난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어선도 최순실에 ‘꿀꺽’
'여전히 불법조업과의 전쟁'

최순실 게이트로 외교 문제도 ‘깜깜’해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대중 외교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다. 최근 몇 년 간 꽃게철만 되면 서해는 중국 어선으로 새카맣게 뒤덮였다. 7∼8월 금어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서는 우리 어민들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하루 평균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2013년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꽃게철만 되면 서해안에서 불법 중국 어선과 해양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을 일부러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첫 공용화기 사용에도 ‘조용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에 정부는 같은 달 11일 “폭력 사용 등 공무집행 방해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은 지난 1일 인천시 옹진군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30여척이 몰려들어 저항하자 M60 기관총 600여발을 발사했다.

중국 언론은 해경의 공용화기 사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어민들이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 해경에 죽임을 당하면 중국인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무너지면 한국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중국 어선 불법조업 근절 대책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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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