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최순실 게이트> ⑦그녀가 삼킨 이슈들

큰일 많은데…블랙홀에 빠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그야말로 블랙홀이다. ‘최순실’ 이름 석 자에 모든 이슈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행적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심지어 그녀의 신발 브랜드, 검찰 수사 중 먹은 식사 메뉴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릴 정도다. 정부가 최순실의 치마폭에서 놀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그녀의 치마폭 뒤로 수많은 이슈들이 묻히고 있다.

작은 사건이 정부와 대통령이 연루된 게이트로 번지면서 최순실은 몇 달 새 전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달 31일, 검찰 출두 당시 최순실의 벗겨진 신발을 찍기 위해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댈 정도로 그녀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고, 관련자들의 말이 바뀐다. 최순실과 대통령의 관계, 외부인의 손을 탄 사업 및 정책, 대통령의 대응 등에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 사이 정치, 사회, 민생 등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대형이슈 틈타
요금 기습인상

먼저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사라졌다. 개헌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야뿐만 아니라 제3지대 원외인사들이 단골처럼 언급하던 단어다. 심지어 “개헌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논의서 한발자국 물러서 있던 박근혜 대통령조차 국회 시정연설서 이를 언급했다.

대선주자들은 “대통령 4년 중임제”(문재인, 유승민), “분권형 대통령제”(김부겸), “시기상조”(안철수) 등 개헌에 대한 저마다의 입장을 내놓고 내년 대선을 위한 판짜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치권이 패닉에 빠지면서 개헌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대통령 탄핵, 하야 요구뿐만 아니라 일각에선 대통령 검찰 수사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논의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병준 후보자가 그동안 꾸준히 개헌을 언급해온 개헌론자라는 점에서 작은 불씨가 남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개헌 방향으로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해 왔다.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논의도 자취를 감췄다. 백남기 농민은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가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 사태를 두고 유족, 야당,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공권력 남용이 현 상황을 촉발했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경찰은 불법시위에 대응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면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논란은 사망 이후에도 이어졌다.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병사’로 기입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백 교수의 스승으로 알려진 서울대병원 백남기사건특별조사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백 교수가 사망진단서 지침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했다”면서 제자의 사망진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유족 측과 이 위원장, 서울대 의대 재학생 등은 모두 ‘외인사’라는 입장이다.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재신청 끝에 부검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족과 백남기 투쟁본부는 부검을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영장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유족과 시민들의 강력 반발로 철수했다.

이후 경찰은 영장 만료 기한이었던 지난달 25일 또다시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백남기 농민의 장례는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유족과 투쟁본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박주민 의원 등은 백남기 농민 사태와 관련해 특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지 않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문화·스포츠·민생 몽땅 빨아들여
대신 신발·식사…최씨 일거수일투족 관심

문화계를 발칵 뒤집은 성추문 사건도 최순실 게이트로 조용히 넘어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블랙리스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문화계는 성추문 사태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세월호 시국선언,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등 문화계 인사 9400여명의 이름이 거론된 블랙리스트가 현 정권의 탄압에 맞선다는 이미지를 준 것에 반해, 성추문 사태는 문화계의 추악한 이면을 들췄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박범신 작가, 박진성 시인, 함영준 전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등은 SNS에 불거진 성추행 의혹 관련 사과문을 게재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배용제 시인이 미성년 습작생들을 성폭행하고 반강제로 돈을 빌렸다는 폭로가 쏟아지기도 했다.

배 시인은 “단 한 번의 자기 성찰도 하려하지 않은 채 많은 일을 저질러 왔다”며 “이 일로 큰 상처를 받고 힘들고 아파했을 아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속죄를 하며 용서를 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문화계에선 성추문 사태의 원인을 개인의 일탈보다는 이미 고착된 갑을관계 등 구조적인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갑’에 위치에 있는 권력자가 행한 폭력에 대한 ‘을’의 폭로가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는 것.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안을 공론화하고 일부 폐쇄적으로 진행되던 등단 제도 등을 손봐야 한다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국이 어지러워지면서 피해자의 고발에 따른 가해자의 사과 및 활동중단 수준에서 사안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방패 아래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 역시 슬그머니 조용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현 시국을 타개할 대책으로 내각 개편에 나선 사이 올 시즌 프로야구가 마무리됐다.

개헌·백남기
순식간 사라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는 내리 4연승을 거둔 두산의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두산은 지난해 우승 이후 창단 최초로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했고,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창단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NC의 무기력한 패배는 선발진 가운데 한 명인 이재학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이재학은 “승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의혹이 계속되면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서 제외됐다. NC는 이재학 없이도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선발진의 열세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NC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 혐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C는 지난 7월, 투수 이태양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드러나 계약을 해지했다. 2013년 우선 지명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던 롯데 투수 이성민 선수의 2014년 승부조작 가담 혐의도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NC구단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관계자들은 이재학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압수수색으로 생각했지만 이성민과 관련된 것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성민은 NC서 KT로, 2015년 5월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NC로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경찰의 압수수색에서 구단이 이성민의 승부조작 연루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를 구단 차원에서 은폐했다는 증거가 발견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KBO규약에 따르면 구단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신고하지 않거나 은폐한 경우에는 총재가 경고, 1억원 이상 제재금 부과, 제명까지 징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야신’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선수 혹사, 인권 침해 논란도 야구계에선 뜨거운 감자지만 조용히 묻히고 있다. 김 감독이 한화에 부임한 이후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있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투수 권혁은 지난달 20일 왼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를 위해 수술대에 올랐고 앞서 같은 달 11일에는 투수 송창식이 일본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은 두 번째, 권혁은 세 번째 수술이다.

두 선수는 김 감독이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2년 동안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송창식은 지난 4월14일 두산과 홈경기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90개의 공을 던졌다. 이 과정서 송창식은 홈런 4개를 맞는 등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이 12실점을 할 때까지 마운드서 내리지 않았다. 송창식은 바로 전날에도 구원투수로 등판해 15개의 공을 뿌렸고, 앞서 9일에는 선발 등판해 69개의 공을 던졌다. 당시 많은 야구팬들은 송창식의 계속된 투구가 김 감독의 벌투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경기 중계진이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성추문·조작
조용히 묻혔다

2군 선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최근에 불거져 나왔다. 스포츠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화 2군 숙소에 전달된 지시사항에는 ‘한 달에 한 번 휴식일 외박 가능’ ‘선수단 휴일 외박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구단 2군 내규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가혹한 2군 규제는 팔꿈치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권혁이 2군 숙소로 내려간 시기에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감독이 권혁에게 무통 주사를 맞으며 1군에서 던질 것을 요구했는데, 권혁이 난색을 표하자 이 같이 조치했다는 것이다. 이어 권혁이 수술과 재활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김 감독이 자비로 수술 받을 것을 요구했다는 추가 폭로가 터져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결론적으론 구단이 수술비를 지원했지만 감독이 부상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구단과 감독은 최근 논란에 대해 “부풀려진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비 수술’은 감독이 푸념하듯이 말한 게 외부에 이상하게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팬들은 ‘김성근 OUT’을 외치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구단은 지난 3일 내년에도 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며 유임을 공식화했다.

‘기회는 이때다’ 싶은 일도 있다. 지난달 2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6.1%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전국 1660만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요금은 기존 3만2427원에서 3만4185원으로 1758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열 사용요금 역시 4.7% 오른다. 월 평균 가구당 2214원의 난방비 상승이 예상돼 겨울철 서민 삶을 팍팍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비용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연탄값도 7년 만에 15%가 뛰었다. 2020년까지 화석연료 보조금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연탄업계 지원금이 줄어든 탓이다.

공장 연탄 가격은 장당 446.75원으로 19.6% 인상됐고, 소비자가격은 489원서 573원으로 올랐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기부의 손길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맥주값도 올랐다. 맥주값 인상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이다. 오비맥주는 카스 등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6%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 출고가가 1081.99원서 1147.00원으로 65.01원 올랐다.

“최순실 치마폭에 싸여있다”
대한민국 지금 무슨 일이?

오비맥주는 빈병 취급 수수료 인상, 할당관세 폐지 등 원가 상승 요인과 판매관리비 등의 증가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일단 맥주업계에선 타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도미노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소주의 경우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참이슬의 가격을 인상한 후 후발 주자들이 줄지어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코카콜라와 환타 가격도 평균 5% 인상된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달 31일 업소용 제품을 제외한 일반 소매 판매용 코카콜라와 환타 등 2개 브랜드 15개 품목의 출고가를 5%가량 올린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음료는 유가와 원당 가격이 오르면서 제조비와 판매 관리비가 상승했다며 출고가 인상 이유를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수입 대두 직배 공급 가격을 현행 1㎏당 1020원서 1100원으로 7.8% 인상했다. 이에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수입 대두 공급 가격 인상 철회를 촉구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수입 대두 공급 가격의 대폭 인상은 대부분 영세한 대두 식품 가공업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간절히 호소해 왔다”며 “극심한 경기 침체로 1997년 IMF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통 정권 말기에 물가 관리가 느슨해지기 때문에 식품업계로서는 지금 시기가 가격 인상의 적기다. 게다가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전 국민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어서 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다.
 

안전 문제 역시 뒷전이 됐다. 지난 9월12일 경북 경주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한반도가 뒤흔들렸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진이 감지되는 등 지진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하루에만 경주에서 규모 2.1, 규모 2.3, 규모 2.3의 여진이 세 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지진 이후 지난 3일 오후 5시까지 총 512회의 여진이 일어났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주와 인근 주민들은 갑자기 늘어난 여진에 또 다시 불안에 떨었다.

민생도 올스톱
지진대책 전무

9월 지진 당시 정부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마비, 재난 문자메시지 통보 지연 등으로 세월호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진 발생으로 원전에 대한 공포도 높아졌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자 지난달 24일에는 부산·경주·울산·경남 등에서 학부모들이 일제히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날 ‘잘가라 핵발전소’ ‘원전 반대’ ‘안전은 나몰라라’ 등 손수 피켓을 만들어온 학부모들은 정부 당국의 무대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일에도 경북 경주 학부모 행동과 탈핵경주시민 공동행동 등 두 단체는 “경주시와 시의회는 9‧12 지진 이후 여전히 불안해 하는 시민을 위해 지진-원전 재난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어선도 최순실에 ‘꿀꺽’
'여전히 불법조업과의 전쟁'

최순실 게이트로 외교 문제도 ‘깜깜’해졌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문제는 대중 외교의 고질적 걸림돌이었다. 최근 몇 년 간 꽃게철만 되면 서해는 중국 어선으로 새카맣게 뒤덮였다. 7∼8월 금어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꽃게잡이에 나서는 우리 어민들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하루 평균 출몰하는 중국 어선은 2013년 92척에서 지난해 152척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꽃게철만 되면 서해안에서 불법 중국 어선과 해양 경찰의 추격전이 벌어진다. 특히 최근에는 그 수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인천 소청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이 단속 중인 해경 고속단정을 일부러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첫 공용화기 사용에도 ‘조용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에 정부는 같은 달 11일 “폭력 사용 등 공무집행 방해 중국 어선에 대해서는 필요하면 공용화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해경은 지난 1일 인천시 옹진군에서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중국 어선 30여척이 몰려들어 저항하자 M60 기관총 600여발을 발사했다.

중국 언론은 해경의 공용화기 사용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어민들이 불법 조업 때문에 한국 해경에 죽임을 당하면 중국인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무너지면 한국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중국 어선 불법조업 근절 대책 촉구 결의안이 채택됐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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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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