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4.02 01:01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안뇽하세요, 여러분?” 버스 문이 열리면서 지나치게 환하게 미소 짓는 미국 여성들이 손을 흔들며 내렸다. 몇 명의 흑인 여자도 섞여 있었다. 늘어선 원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까발린 사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걸어오던 여자 하나가 하필이면 용운에게로 다가오더니 물었다. “안뇽? 잘 지내니?” 그녀는 용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쏼라쏼라 댔다. 용운이 두 눈을 껌벅거리고 있으려니 따라온 한국군이 통역을 해주었다. “보내준 선물 잘 받았느냐고 물으신다.” 선물이라니 금시초문이었다. 용운이 도리질을 하자 미국 여자는 의외라는 듯 다시 중얼거렸다. 통역병이 말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뭘 먹었냐?” 당황한 용운은 그만 사실대로 말해 버렸다. “수제비……요.” 순간 주위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당황한 용운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어, 없어요.” “왜, 언제부터 없어?” “어렸을 적에 서울역에서 엄마랑 헤어지고부터예요.” “흠, 고아로구만. 그래, 어쩌다가 헤어졌냐?” “엄마가 기다리라고 해놓고 어디로 가더니 안 왔어요. 아직도 안 와요.” 기다림 순경의 시선이 잠시 용운의 미간 위에 머물러 멀뚱거렸다. “너 살던 곳이 어딘지는 기억하냐?” 용운은 생각을 해보려고 했다. 아슴푸레하기만 했다. 기억하려고 애를 써보았으나 푸른 산의 진달래와 뻐꾸기 울음소리만 스칠 뿐이었다. 용운이 도리질을 하자 순경이 말했다. “더 물으나마나겠군. 저리 들어가!” 용운은 손바닥만한 그 경찰서의 보호실에 갇히게 되었다. 용운은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입술을 앙다물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저도 모르게 맑은 눈물이 맺혀 더러운 볼 위로 흘러내렸다. 다음날 용운은 다시 경찰 앞으로 불려갔다. “임마, 너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운동장에 만들어 놓은 눈사람은 각양각색이었다. 눈뭉치를 3층으로 올린 외계인 같은 꼴도 있었고, 원형이 아니라 삼각형이나 사각형으로 만든 로봇 같은 것도 보였다. 반장의 지시가 없어도 그들은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하여 그 어떤 형상을 건축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주먹코를 붙인 놈, 배꼽이 툭 튀어나온 놈, 심지어 다리를 단 놈도 있었다. 솔가지를 꺾어 와서 머리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신사 눈사람을 만든 팀도 있었다. 내면 혁명 계기 그것이 눈길을 상당히 끌긴 했지만 옆에 선 요염하고 풍만한 여자 눈사람을 보다 보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디서 그런 발상들이 나왔을까? 억눌려 있던 내부의 소망이나 욕구들이 그런 야릇한 모습으로 표현되었을 수도 있었다. 아예 눈사람을 엎어놓고 등짝에 탱자나무 가시를 촘촘히 박아둔 고슴도치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 부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그게 뭐야? 이리 갖고 와봐.” 그건 새로 반장이 된 스라소니의 목소리였다. “아, 아무것도 아녜요.” “새꺄, 갖고 오라면 갖고 와!” 스라소니는 눈알을 부라렸다. 용운은 불안했지만 가져다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달라진 백곰 “새끼, 이런 걸 쓸데없이…….” “제발 이리 주세요.” “당장 갖다 버려!” 목상을 집어던지려던 스라소니가 갑자기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탁자에서 연필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는 음흉스레 웃으며 목상의 앞부분에 유방을 그려넣는 것이었다. 콩알만하게 젖꼭지도 그리고 겨드랑이께엔 검은 칠까지 했다. 용운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쳤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새어나왔다. “개새끼!……” 스라소니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눈에서 불똥이 일고 있었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면서 그는 목상을 힘껏 내던졌다. 목상이 관자놀이를 스치는 것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이 직접 본 건 아니잖아 뭐.” “나야 누에똥 치우느라 바빠서 그 멋진 러브 스토리의 일장면을 못 봤으니 억울한 노릇이지.” “괜한 상상은 하지도 마. 아닌 밤중에 귀신을 봤다고 지어내는 애들인데 뭘 믿겠어.” 용운은 애써 반론을 폈다. 박꽃 같은 누나의 이미지와 으슥한 뽕밭은 영 어울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용운의 머릿속엔 그녀의 하얀 목덜미와 젖가슴이 자꾸 떠올랐다. 억누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용운은 야릇한 상상을 떨쳐 버리려는 듯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그 뒤로 두 남녀의 로맨스에 대한 소문은 공상의 가지를 계속 치며 입에서 입으로 번져 나갔다. 달라진 백곰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어느덧 겨울이 왔다. 백곰 반장은 몰라보리만치 달라져 있었다. 위악적인 살인미소도 전혀 짓지 않고 벙어리라도 된 듯 아예 입을 봉해 버린 것이었다. 눈을 감고 벽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빨리 가서 들것 가져와!” 왕거미 사장이 이르고는 용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이 자식, 이 기회에 똑똑히 봐 둬! 도망자의 꼴이 어떤가를…….” 그러나 용운의 귀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아뜩해지는 의식으로 팔딱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만 들을 따름이었다. 제왕 원장 시신은 공동묘지로 운반되고 원장의 명령하에 매장을 했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해변에서 파도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외로운 주검에게 들려주는 장송곡과도 같았다. 용운은 묘지 위로 눈물을 뿌리며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하늘나라에 가거든 다시는 부모랑 헤어지지 마세요. 다시 태어나더라도 부랑아나 거지는 되지 말구요.” 그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저 무덤 속에 누운 사람은 이 땅 선감도에서는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곤 시간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운 곳을 향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누군가 무덤을 향해 한 마디 던졌다. “아, 선배님들 안녕하쇼?” 뒤이어 또 누군가가 말했다. “안뇽하시므니까? 먼 옛날 쓰카다 다타노부 때부터 여기 누워 계신 선배님들께서는 오랜 세월 얼마나 적적하셨스므니까?” 소년들 고문 쓰카다 다타노부란 일제 식민지 때의 초대 원장을 말했다. 그 당시 선감원에 끌려온 소년들은 전역한 군인과 경찰 등으로 이뤄진 교관들의 엄격한 통제 아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무슨 잘못을 한 경우엔 건물 아래 마련된 지하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거나 밥을 굶기는 등의 처벌을 내렸다. 대나무 끝을 뾰족하게 갈아 손톱 아래에 끼워넣는 고문을 비롯해 심한 몰매와 배고픔…… 참지 못해 탈출을 감행한 소년들은 절벽 아래로 뛰어 내리거나 갯벌을 향해 걷다가 서해의 강한 물결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 일쑤였다. 겨우 살아남은 원생들은 대동아전쟁 말기에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시간이 있건 없건 간에 수용소의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기야 그런 와중에도 어떤 아이들은 방앗간에서 햅쌀을 훔쳐내 세숫대야에다 밥을 지어서는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을 꿀꺽꿀꺽 삼키기도 하고, 개구리나 뱀을 잡아서 구워 먹기도 했다. 물론 무엇보다 우선 배가 고파서 그랬지만, 그런 일탈행위를 통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시간을 벗어나는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확실한 목표 그런 때야말로 시간은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렀고 그 속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찔하면서도 짜릿한 그 찰나가 지나고 나면 한없이 묵중한 시간의 굴레가 이미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고 믿는 사내는 간혹 이상한 전화를 걸거나 받곤 했다. 손을 귀에 대고 진지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시늉을 했다. “자기야, 난 여기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거긴 어때? 음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잘 들어라. 여기 끝까지 사람대접 받기를 마다하는 놈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소원대로 개돼지 취급을 해줄까 한다. 너희들은 간혹 체벌이 가혹하니 어쩌니 하지만, 이쯤 되면 너희들도 할 말이 없을 거다.” 그러더니 사장은 용운을 향해 명령했다. 개돼지 취급 “무릎 꿇어!” 그의 양손에는 몽둥이와 결박용 로프가 들려 있었다. 용운은 시키는 대로 물통 앞에 꿇어앉았다. 동시에 사장의 입에서 두 번째 명령이 무겁게 떨어졌다. “얼굴 담가!” 용운이 불안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사장은 잠시의 여유도 두지 않고 구둣발로 가슴을 걷어찼다. 숨통이 탁 막히면서 정신이 아뜩해졌다. 사장은 숨을 고를 여유조차 주지 않고 계속 다그쳤다. “한번 더 말한다. 얼굴 담가!” 용운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못하겠다 이거야? 어디 누구 고집이 센가 해보자. 대가리를 스스로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헤어진 엄마를 찾으려 한다구?” “예, 아저씨.” “엄마가 보고 싶니?” “예.” “언제 헤어졌냐?” “몇 년 됐어요. “엄마가 어디 있는지는 알구?” 필사적 매달림 용운은 그의 눈빛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무작정 여기저기 다 뒤질 거라는 식의 대답은 그를 어이없게 만들 터였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꾸미기도 쉽지 않았다. 섣부른 거짓말은 자칫 낭패를 자초하기가 십상일 것이었다. 엄마의 소재를 안다고 하면 자기가 연락해 줄 테니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할 것 같았다. 용운은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어디 있는지는 확실히 몰라요. 그렇지만 저는 꼭 찾을 거예요. 지금 우리 엄마도 저를 찾으려고 고생하고 있을 거예요. 은혜 잊지 않을 게요! 제발 저 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아저씨 부탁드려요.” 용운은 어느새 글썽거리기 시작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탈출 성공 여부는 열흘 정도 지나면 알게 되었다. 가라앉은 시체가 여름에는 사흘 안에 떠오르지만 겨울에는 열흘쯤 지나야 떠오르는 까닭이었다.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건 누구든 도중에 죽으면 시체가 물에 밀려 어김없이 되돌아온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끝장 중압감 익사할 때의 위치나 조수 간만의 변화에 따라 마산포까지 밀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쨌든 시체는 반드시 발견되었던 것이다. 수용소로서는 규율을 무시하고 탈출하다 죽은 일개 무연고자에 대해 어떤 책임의식 같은 걸 느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억울한 건 그저 죽은 자들뿐인 것이다. 아무튼 용운이 잠잠하게 참고 있었던 것은 탈출에 대한 의욕이 꺾여서가 아니었다. 실패하면 끝장일지 모른다는 중압감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빨리 나서야 한다고 다짐했지만 더 완벽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참아야 했다.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한숨 소리를 귓가에 듣는 사이에 용운은 눈물을 닦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도 또 새로운 눈물이 고였다. 눈을 들었을 때 하늘엔 핏빛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석양 빛을 받은 바다는 잔잔하게 출렁이며 잔인하고 아름다운 고락의 세계로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석상인 양 선 용운의 눈망울엔 또 한 방울의 눈물이 맺혔다. 그의 입에서 울음기가 섞인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늘의 짐 “엄마, 지금 어디 계세요? 품속에 안겨야 할 어린 새가 우는 소리 들리지 않으세요? 할딱이는 이 가슴에 새겨진 피멍이 보이지 않으세요? ……오늘도 긴 하루 해가 저물어요. 밤 같은 절망이네요. 엄마, 어딘가에 계시다면 큰 소리로 저를 한번만 불러봐 주세요. 그 소리 파도 따라 이곳까지 들릴 것도 같네요…….”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하늘가의 노을은 점점 짙어지더니 차츰 청회색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런 날 밤엔 각 사방엔 여름의 열기와는 다른 활기와 어떤 진한 냄새가 감돌았다.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주간지나 외국 잡지서 찢어낸 여배우의 야한 나신을 몰래 돌려 보며 한숨을 내쉬던 고참 원생들은 청천백일 아래서 직접 본 여신에 대해 자기의 상상을 보태어 얘기꽃을 피웠다. 그런 밤엔 어쩐지 원생들의 숨소리도 꿈결 속에서 높아지고 은은한 밤꽃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하지만 용운은 박꽃 누나가 준 종이쪽을 생각하며 눈을 꼭 감았다. 자신의 삶과 자유가 남에 의해 결박된 상태에서 저속하게 희희덕거리는 게 싫었다. 왕거미 사장 그 다음날 오후였다. 점심 식사 후의 휴식시간에 용운이 화단에 핀 채송화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불렀다. 돌아보니 왕거미 사장이었다. 용운은 그때 마침 관찰하고 있었던 거미줄 속의 벌레를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벗어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작열하는 태양 빛 아래 맨살을 드러낸 그들은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었다. 용운은 수영도 서툴거니와 숫기가 적어서 그 속에 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안면을 트고 통성명을 한 서울 손님 ‘양돼지’ 녀석이 자꾸 불러대는 바람에 마지못해 나갔다. 원장 딸과 밀담 모래밭에 반사된 햇볕은 눈이 부셔서 아플 지경이었다. 용운은 수영을 가르친다기보다 그저 양돼지와 함께 얽혀 뒹굴면서 개구리 헤엄과 뒤로 누워서 나가는 송장헤엄 따위를 익혔다. 사장 왕거미가 모래사장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문득 하늘을 보는데 연보랏빛 수영복을 입은 한 소녀가 눈에 띄었다. 단발머리를 한 그 소녀의 하얀 목덜미와 등허리가 햇빛보다 더 눈부셔서 용운은 몇 번이고 자맥질을 했다. 소녀는 용운과 눈이 마주치자 해맑게 한번 웃더니 깊은 바다 쪽으로 헤엄쳐 가기 시작했다. 마치 헤엄 실력을 자랑이라도 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놈들! 따지고 싶은 게 있으면 지휘 계통을 밟아야지, 이게 무슨 난리통이야? 이 자식들을 그냥……. 말이 나왔으니 하는 애긴데, 너희 놈들이 억울하다고 할 건 없어.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 지려 하고, 이게 네놈들의 본성이야! 전생에 얼마나 못되게 살았으면 지금 이런 곳에서 짜고 있겠어? 너희들은 밥이고 뭐고 함부로 투정할 게 못 돼. 지금 나라 지키느라 애쓰는 혁명 군인들도 너희보다 낫지는 않아. 그게 바로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야. 우리는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허리를 졸라매고 뛰어야 한다구. 또 그렇게 먹는 것부터가 배고픔을 이기는 훈련이기도 한 거구 말야.” “네놈들의 본성” “혁명 군인들한테 일년 열두 달 소금국만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장이 황급히 두 팔을 휘저었다. “아, 조용 조용히! 이 자식들이 웬 말이 많아. 그렇다면 그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판길이에 이어 그 아이가 가마니에 둘둘 말려 공동묘지로 떠나는 걸 보면서 원생들은 하나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군가 슬픈 곡조로 노래를 불렀다. 슬픈 곡조 가네 가네 나는 가네 구름같이 태어나 바람처럼 가누나 북망산이 어드메뇨 건너산이 북망일세 만장 같은 집을 두고 북망산천 찾아 가네 어이 넘차 어허야~ 어허이 어허야~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마라 영영 가는 나도 있다 어이 넘차 어허야……. 목소리가 차츰 하나 둘 합쳐지더니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모든 건 빠르게 진행되었다. 각 사동 간에 은밀한 모의가 신속히 오가더니 드디어 실행 날짜까지 잡혔다. 그날 아침 식당에 도착하는 대로 원생들은 각자 밥과 국을 타 들고 원장 관사 앞의 넓은 마당에 모였다. 줄을 맞춰 선 모습이야 전과 다를 게 없었지만 감도는 분위기는 이전 같지 않았다. 식당 앞에서 위압을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늙은 무당은 잠시 멍하니 서 있더니 상 앞에서 방울과 구리칼을 집어들고 발딱 일어나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딴 존재로 변한 듯 펄떡펄떡 뛰고 돌며 팔을 쳐들어 흔들면서 괴성을 질렀다. 한 자락 귀곡성이 흘러 뒷산으로 메아리쳤다. 한순간, 무당의 눈이 간짓대 아래 놓인 작두로 향했다. 감나무 아래 무당은 입술을 모아 긴 휘파람을 불고 나서 간짓대를 잡곤 시퍼런 작두날 위에 한 발을 올려놓았다. 무당의 마른 발이 작두날을 딛고 올라선 순간 구경꾼들의 긴장된 비명이 고요를 찢었다. 작두날이 금방이라도 발꿈치를 썩둑 베고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늙은 무당은 다른 사람이 된 표정으로 작두 위에서 춤추며 야릇한 목소리로 공수를 뇌었다. 둘러선 구경꾼들은 두 손을 모으고 비볐다. 방울소리가 절정을 이루다가 잦아들었다. 늙은 무당의 이마와 눈엔 땀과 눈물이 번지레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선감학원이란 그 정도로 고달픈 곳이었다. 아마 자살을 한두 번쯤 생각해 보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 긴장과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용운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줄곧 한 가지 생각에만 매달려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귀중한 자유 ‘아무런 자유도 없이 개돼지처럼 목숨을 남의 손에 맡겨 놓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서글픈 노릇인가. 잘못도 없이 이런 지옥에 갇혀 사는 건 도대체 누구의 뜻에 의한 것인가? 남의 손에 목숨을 맡기느니 차라리 내 스스로 생명을 걸고 귀중한 자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빨리 이곳을 탈출하여 엄마를 찾아서는 그 은은하고도 정겨운 미소를 보아야만 한다!’ 용운은 몸서리를 치는 상황 속에서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의 눈은 종이꽃을 태우기라도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장이나 반장들은 상부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광분했다. 성과가 좋은 사(舍)나 반에는 상이 주어지고 나쁜 반엔 벌이 주어졌으므로 사장들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 하고 조 원장의 좌우명을 대신해서 외치며 발악을 했다. 생사여탈권 원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쥔 사장들 중엔 자기가 혁명 정권의 슬로건을 실행하는 중요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자도 있었다. 폭행과 고문이 일상다반사로 자행되어 수많은 청소년이 꽃봉오리를 피우지도 못한 채 스러져 갔다. 하루에도 많을 때는 서너 송이의 어린 목숨이 떨어져서 공동묘지에 내던져졌다. 또 날이 밝았다. 고립된 섬에서의 막막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원생들은 일렬로 질서정연히 작업장까지 걷기 시작했다. 만일 도중에 좌우를 둘러보거나 앞 사람과 간격이 벌어지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던 사장의 주먹이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거지 세계가 모두 그렇게 화기애애한 건 아니었다. 청계천 식구들이야 텁석부리 왕초가 통솔을 잘 하니까 그렇지 물 건너 남대문 패들이나 명동 패들의 짓거리는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남의 집 앞에 쭈그리고 앉아 씨부렁대며 이를 잡는 것은 예사였고, 빈집에 넘어 들어가 맘대로 뒤져 먹곤 정원에 드러누워 코를 고는 축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주인이 돌아와 악다구니를 쓰면 적반하장으로 트집을 부리기도 했다. 이판사판 “배가 워낙 고파 실례 좀 했기로서니 너무 그러지 마쇼. 같이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요.” “아니, 뭐 이따위가 다 있어. 저게 사람이야 짐승이야?” “흐흐, 짐승이래도 먹은 밥을 이제 어쩌란 거요? 거지도 사람인데 너무 괄시하지 말란 말요.” 그러면 집주인은 세상이 무너진 것보다 더 팔팔 뛰었다. “그래, 거기 그대로 있어. 경찰을 부를 테니.” “우리 같은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