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중국통’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의 APEC 총평

“옛 친구와 새 친구 사이에 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됐다.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대형 외교 이벤트를 무난하게 치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과 만나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세계 강대국의 외교 전쟁 무대가 된 경주 APEC 정상회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양일간 경북 경주 등에서 열린 아시아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났다. APEC은 무역과 투자 등에 대해 정부 간 논의하는 지역경제협력체로 1989년에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20년 만에 의장국을 맡아 외교무대를 진두지휘했다.

경주에 쏠린
세계인의 눈

이번 APEC 정상회의의 관심사는 단연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패권국인 미국과 그 뒤를 바짝 쫓는 중국 정상 간의 만남이 성사될지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모였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APEC 참석과 정상회의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시작된 무역 전쟁의 연장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 결정되면서 관세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과 중국은 한쪽이 관세를 부과하면 그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가 수백~수천%에 이르기도 했다.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희토류를 무기로 미국을 압박했다. 희토류는 희귀 광물로 반도체 제작 등에 사용된다. 지난 9월9일 중국 상무부가 역외로 나가는 희토류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미국과의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AI를 앞세운 정보 전쟁의 시대인 만큼 희토류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었다. 당장 미국은 관세 부과로 응수했다.

이번 APEC에서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지난달 30일 김해공항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건 6년 만이다. 이날 회담에는 양안(대만-중국) 문제 등 민감한 이슈 대신 무역과 경제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공군기지 의전실인 나래마루에서 만나 약 100분간 회담 후 ‘휴전, 확전 자제’ 수준의 합의를 이뤄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시행 중인 합성 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적 세를 기존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나온 것이다.

6년 만에 트럼프-시진핑 만나
희토류·관세 한발 물러섰나

지난달 30일 서울 금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윤석헌 아시아경제개발위원회 회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 APEC 정상회의를 무대로 부담이 덜한 선택을 했다”고 분석했다. 양국이 따로 정상회담을 진행하려 했다면 의전이나 장소, 의제 등을 두고 오래도록 논의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데 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그런 부분이 단숨에 정리됐다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관세 협상을 하는 방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주의보다는 양자주의를 지향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국 정상과 1대 1로 만나 이른바 ‘거래의 기술’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식이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요 이유는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역시 APEC 다음 의장국으로서 한국방문이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했을 때 나름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각국 정상이 공항 의전실에서 만나 회담을 진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은 김해공항 의전실에서 열렸다. 한국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으로 들어오는 시 주석이 상호 가장 효율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소였기에 그곳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 이유는 두 나라가 전 세계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우리 근대사를 보면 패권국이 독주 체제로 갈 때보다 경쟁국이 존재할 때 더 발전했다. 일례로 미국과 러시아가 패권국을 놓고 경쟁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된다. 그러다 러시아가 몰락한 뒤 미국이 패권국으로 전 세계를 좌지우지했으나 9·11 테러가 일어나는 등 반작용이 나타난 것도 그 시기”라고 말했다.

고래 싸움
새우 등은?

이어 “중국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면서 세계는 G1과 G2라는 경쟁 체제를 보게 됐다. 패권국의 지위를 지키려는 나라(미국)와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나라(중국) 간의 건전한 경쟁은 결국 세계질서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쟁은 작게는 국가 발전에, 크게는 인류 발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 역시 미·중 정상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은 ‘영원한 우방’인 미국과 ‘결코 멀어져서는 안 될’ 중국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교 스탠스가 명확한 미국에 비해 중국과의 관계는 정권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윤 회장은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주목했다. 시 주석은 2014년 박근혜정부 때 한국을 찾은 이후 11년 동안 걸음을 하지 않았다. 윤 회장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가장 좋았던 때는 박근혜정부 시기다. 시 주석의 방문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한중 사이가 격상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시 주석이 서울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언급하면서 “시 주석은 ‘금 100냥으로 집을 사고 금 1000냥으로 이웃을 산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정말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며 중국인들이 신라 왕자 김교각을 존경한다고 하는 등 한국 친화적인 연설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문재인정부, 윤석열정부를 거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기에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만한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았다고 봤다. 정상회담을 진행한다는 건 양측 모두 굵직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상태인데, 그 논의가 이뤄지기엔 (그 당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미 회담
진전 있어

윤 회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한 외교 스탠스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보 정권일 때와 보수 정권일 때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는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도 맞지만 정치, 외교 부분에서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인 만큼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 주석의 방한 의미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짚었다.

윤 회장은 “시 주석의 방한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빨간불이 켜져 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앞에서 양국의 경제협력이라는 새로운 길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내수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과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지면 양국 간 ‘윈-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회장은 ‘미국은 옛 친구, 중국은 새 친구’라는 개념을 꺼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에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에 기울어진 외교를 펼치면서 중국 대사들이 곤란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 걸맞은 21세기형 선진 한국에 맞는 외교 스탠스로 대중 관계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는 1945년 해방 이후 정치, 사회, 군사,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호 밀접한 관계다. 중국은 1992년에야 수교를 맺은 한국의 새 친구다. 새 친구가 생긴다고 옛 친구를 버리지 않고, 옛 친구가 있다고 새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게 아니지 않나. 옛 친구(미국)에 대한 예의, 새 친구(중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년 만에 의장국으로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윤 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난 일을 거론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외교 루트를 통해 언론에 보도된 정도의 내용만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윤 회장은 “한국과 미국의 정상이 만나는데 중국에는 기사에 나온 내용 정도만을 알린 점 등은 대중 외교의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어떤 식으로든 미리 언질을 줬어야 한다”며 “그것이 외교의 본질”이라고 했다.

윤 회장은 “옛 친구인 미국에 대한 예의와 함께 새 친구인 중국에 대한 배려를 갖춘다면 피할 수 없는 미중 양국의 패권 경쟁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증진은 물론,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시때때로 바뀌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양국의 우의를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경제, 외교, 문화 속에서도 협력의 길을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서면을 통해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총평을 부탁했다.

윤 회장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 진행된 첫 대형 외교 이벤트를 무난하게 치렀다는 설명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전,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성과 등을 높게 봤다.

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게 굉장한 관심사였고, 한국 정부로서는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였다. 일본에서는 2박3일을 보냈는데 한국에서는 숙박도 하지 않고 잠깐 들렀다 가는 수준으로 방한했다면 외교적으로 실패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는데 그 부분이 잘 정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관세 협상이 일정 수준 정도로 타결됐고 무엇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미국과 논의가 이뤄진 점은 아주 높은 현실적 성과라고 볼 만하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방폐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군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등 여러 가지로 한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국군의 ‘숙원’이라고 할 정도로 오랜 시간 추진한 이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그것에 기반해 나는 한국이 보유한 구식이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디젤 잠수함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윤 회장은 “APEC 정상회의는 정상이 모여서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 정상끼리 얼굴을 맞대고 관계의 물꼬를 트거나 돈독하게 만드는 자리다. 한국은 이번 APEC을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강대국과 연달아 회담을 진행했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된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도 제공했다. 이제 이 관계를 건전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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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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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