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타결’ 일본과 비교하니…

버티기 승부수 먹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7분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나란히 악수를 나눴다. 3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협상에서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한일 양국의 정상회의 성적표를 비교해 봤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국제회의장. 이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 중 가장 주목받은 날이었다. 87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 한국은 마지막 협상국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협상을 마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무역(Fair Trade)’을 내세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중국 등을 대상으로 25%의 관세 인상 조치를 예고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부분 무관세였던 한국엔 사실상 FTA 무력화 선언이었다.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수출 주력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쏟아졌다.

자동차 업계는 25% 관세 적용 시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을, GDP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을 우려했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2024년 말 윤석열정부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통상 대응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미국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차기 정부 출범 전까지는 실질적 협상이 불가능했다.

정치 공백 속에서 산업계는 초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자동차·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농축산물 시장 개방, 주한 미군 방위비, 정밀지도 반출 등 민감한 현안이 한꺼번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7월, “일본과의 무역 협상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산 수입품에는 상호 관세 15%, 기존 25%보다 10%포인트 낮은 세율이 적용됐다. 대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농산물·자동차 시장 일부 개방을 약속했다.

닷새 뒤 유럽연합(EU)도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15% 관세율을 받아들이는 합의를 발표했다.

남은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미국은 “일본보다 낮은 관세율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이 결정을 미루면 25%가 그대로 발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 6월부터 협상이 재개됐다. 첫 외교 과제로 한미 관세 협상을 꺼내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한미FTA는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라며 협상 재개를 제안했다.

곧바로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단장으로 한 통상 대응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 실무 라인을 맡았다.


7월 초 워싱턴에서 첫 실무 협상이 열렸지만, 미국은 “한국이 미국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과도하다”며 3500억~4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투자보다 관세율 조정이 우선”이라며 맞섰고,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7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과 전면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합의는 25%로 예고된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이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 펀드(MASGA 프로젝트)로 운용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큰 틀의 합의는 있었지만,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협상은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까지만 결정됐을 뿐, 자금 운용·수익 배분·외환시장 충격 완화 조항 등 핵심 내용은 빠뜨린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8월1일까지 최종 합의가 없으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최후 통첩성 문서를 보냈고, 협상은 교착에 빠졌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쌀과 쇠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3개월 교착 끝 극적 결실
87분 회담 세부 조항 확정

8월 이후 한국 측은 외환시장 안정장치 삽입과 투자 상한제 설정을 요구했고, 미국은 자동차 15% 관세 유지와 농산물 시장 확대를 고수했다. 23차례 이상의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지만, 합의는 지연됐다.

교착을 깬 것은 10월 APEC 정상회의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약 87분간의 정상회담 끝에 세부 협정을 매듭지었다. 핵심은 투자 구조의 변화였다. 총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는 현금 투자,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으로 구분됐다.

특히 현금 투자분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cap)을 두고 10년간 단계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이는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에서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항이다.

또 투자 운용 주체가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양해각서(MOU)에는 “한국 추천 기업 참여”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된 프로젝트에 한정” “수익 5대 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시기 조정 가능” 등의 조건이 명시됐다.

일본이 미국에 전액 위임한 것과 달리, 한국은 실질적 주도권을 확보했다. 수익 배분 구조도 새로 정리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는 5:5로 나누되, 20년 내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손실 발생 시 다른 사업 수익으로 보전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한국이 방어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 ‘쌀·쇠고기 전면 개방’을 요구했으나, 최종 합의문에서는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검역·비관세 절차 개선 수준의 협의만 반영됐다.

자동차 관세는 일본·EU와 동일한 15%로 확정됐다. FTA 무관세(0%)였던 한국에는 손실이지만, 25%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투자 규모

표면적으로만 보면 일본의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 일본은 총 5500억달러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제시하며 15% 상호 관세를 받아냈다. 반면 한국은 총 3500억달러로 규모가 작다. 하지만 협상 방식과 자금 운용 조건, 투자 결정권의 주체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더 ‘관리 가능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은 5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 중 대부분은 미국 정부가 지정하는 인프라 및 제조 투자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투자처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한국의 경우 투자 규모는 총 3500억달러지만 구조는 다르다. 투자금 전액을 한번에 내는 대신, 연간 200억달러 한도를 둬 10년간 분할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정부는 “시장 매입이 아닌 방식으로 조달할 것”이라며 외환 수급 불안에 대응할 여지를 남겼다.

투자 결정권


두 나라 협상 결과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는 투자처 결정권이다. 일본 투자금의 사용처는 사실상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자금이 미국 내 산업과 인프라 재건에 직접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일본이 미국의 ‘재정적 후원자’가 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투자 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운용 주체가 되는 ‘상업 투자형’ 방식을 택했다.

한국이 제시한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직접 프로젝트를 검토·선정해 집행하게 된다. 다만 투자 분야는 ‘미국 내 첨단산업 및 공급망 안정화 프로젝트’로 한정돼있어, 미국 정부가 제시한 전략적 방향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부분적 자율성을 가진 형태다.

한국이 제시한 부분은 원리금이 보장되는 사업 한정, 수익 5:5 배분, 외환 불안 시 납입 조정 요청 가능 등의 조건을 포함한다.

한미 협상의 결과로 적용되는 상호 관세율은 15%. 이는 일본, EU와 동일한 수치다. 하지만 출발점이 달랐다. 일본은 기존보다 관세율이 올라갔다. 반면 한국은 FTA로 무관세(0%) 상태에서 15%로 인상됐다. 한국은 무관세에서 큰 손실을 입게 됐지만, 이는 ‘불가피한 현실적 타결’로 평가되고 있다.

25% 관세가 그대로 적용됐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연간 4조원 이상 손실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농업 부문에서도 차이가 크다. 일본은 농산물 일부 개방을 수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시장 내 미국산 농산물 점유율 확대를 협상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반면 한국은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끝까지 막았다. 검역 절차 개선 등 비관세장벽 완화는 일부 수용했지만, 시장 자체 개방은 내주지 않았다.

일, 즉시 납부·미국 위임
한, 10년 분납·자율 확보

김용범 정책실장은 “쌀‧쇠고기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서 추가 개방을 철저히 방어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농업 방어전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선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협력 구조

핵심에 놓인 산업 분야도 다르다. 일본은 자동차·반도체 중심의 제조업 협력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현지 공장 투자 확대를 공표했다.

한국은 방향을 달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이후 강조한 ‘조선업 부흥’을 공략해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한국의 조선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 내 조선소 확충, MRO(유지·보수·정비) 및 기자재 공급망 구축 등이 포함됐다.

즉, 일본은 기존 산업의 연장을 선택했고, 한국은 미국의 정책적 수요를 충족시키며 협상 여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안전 장치

일본의 투자금은 일시 지급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즉각적 지원으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얻을 것”이라며 ‘즉시 집행’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연간 200억달러 상한을 두는 분납 구조로 설계했다. 한국은 이를 통해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차단했다.

또 납입 시기·금액 조정 조항을 넣어, 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협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EU 협상 때는 허용하지 않았던 조건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규모는 작지만, 운용의 안전성은 더 높다.

배분과 회수

수익 배분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일본의 경우 대미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미국에 유리한 협상”이라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한국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5대 5 수익 배분으로 결정됐다.

또 20년 이내 원리금 전액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즉, 한국은 수익형 구조, 일본은 정책성 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관세 협상은 일본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외신들도 공통적으로 “한국이 일본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이 일본보다 덜 부담스러운 협상을 성사시켰다”며 “한국은 투자 규모는 작지만 상업적 합리성과 자주성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개월간 교착 상태였던 협상이 예상 밖의 진전으로 타결됐다”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에 직접 부합하는 양보이자, 한국 기업에 실질적 이익을 제공할 조치”라고 분석했다.

한미 협상은 타결됐지만, 실질적 이행은 이제 시작이다. 2029년까지 이어질 3500억달러의 투자 계획이 어떻게 집행되고 어떤 산업에 배분되느냐에 따라 이번 합의의 진정한 평가가 내려진다. 또 일본과 달리, 한국은 조선업 협력이라는 ‘새로운 산업축’을 구축한 만큼 해당 프로젝트의 성패가 향후 통상 외교의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는 관세 문제 외에도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 새로운 의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과 미국의 연료 공급이 필요하다. 다만 핵연료 공급과 기술 이전 등 세부 사항은 향후 추가 협의가 남아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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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