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발목 잡을 ‘셰셰 외교’ 족쇄

국익 나 몰라 맹목적 혐중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급증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났지만, 사회에 깊게 뿌리 박힌 ‘혐중’ ‘반중’ 정서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공산당 OUT’ 팻말을 든 극우 보수 세력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친중 반미’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던 첫날, 중국 선사의 크루즈 관광객과 승무원 등 약 2700여명이 인천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 따르면, 무비자 입국 제도 적용 대상은 전담 여행사가 모객한 3인 이상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다. 해당 제도를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은 15일 범위에서 무사증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으며 기한은 내년 6월까지다.

돌아온
유커들

정부는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비자 정책이 시행되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발맞춰 백화점과 면세점, 서울 명동 상점 같은 유통업계는 물론 제주도, 부산 등 관광지에서도 유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갖췄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에 한중 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짐으로써 양국의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정부는 무단이탈, 불법 체류 등의 상황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도 마련했다. 법무부 출입국 기관은 전담 여행사가 제출한 단체 관광객 명단을 사전에 확인해 과거 불법 체류 기록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만약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경우 무사증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종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설명에 나섰지만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반중 정서를 없애기엔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달 18일 국회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 단체관광 무비자 입국 허용을 즉각 폐지하고 치쿤구니야 감염 모기 유입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청원은 약 4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도 혐오성이 짙은 글이 잇따르면서 반중 정서가 확대될 우려가 제기됐다.

주한 중국대사관도 자국 관광객에게 ‘반중 시위’와 관련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최근 한국 일부 지역, 특히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지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시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과 한국 양측 모두 이에 대해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관광객은 높은 경계심을 유지하고 자기 보호 의식을 강화해야 하며 현지의 정치 집회에는 접근하지 말고 공개적인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돌발 상황 발생 시 시위대와 언어·신체적 충돌을 피하고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덧붙였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당부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첫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를 중심으로 반중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로 이뤄진 ‘민초결사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정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진상 규명 촉구 및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무비자 입국 ‘활짝’ 열렸다
동시에 시작된 ‘이 공산당’ 몰이

이 밖에도 대림동, 명동, 중국 대사관이나 광화문 광장 등 곳곳에서 ‘공산당 OUT’ 팻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Only 윤’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와 더불어 최근 피살된 미국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에는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한 노인을 인신매매하려 했다” “대한민국이 공산당처럼 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중국인이 밀집된 관광지를 중심으로 반중 시위가 계속된다면 외교 문제로도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명동의 혐중 시위에 대해 “그게 무슨 표현의 자유냐? 깽판이다. 그러면 안 된다”며 대응 방안을 신속히 검토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반중 기류는 정치권에까지 손을 뻗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셰셰 외교 참사’라 비판했으며 더 나아가 ‘친중 반미’ 꼬리표를 달기도 했다.

셰셰 외교라는 표현은 지난해 3월 이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에 관여하는 대신 각각 표준 중국어로 ‘셰셰(고마워)’ 하자”고 말하면서 생겼다.

당시 4·10 총선을 앞두고 충남 당진을 찾은 이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윤석열정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여러분 눈으로 보시고 몸으로 겪었죠”라며 “차라리 없었으면, 가만 놓아뒀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거다. 자꾸 집적거려서 더 망가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크게 망가뜨려진건 외교”라며 “우리나라 최대 흑자 국가, 수출 국가인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 국가가 돼버렸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이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왜 중국에 집적거려요”라고 말한 뒤 “그냥 (중국에) ‘셰셰’, 대만에도 ‘셰셰’ 하면 된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에 왜 우리가 개입하나? 그냥 우리는 우리가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해당 발언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 큰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6·3 조기 대선 정국에서도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확산되는
음모론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제가 작년에 셰셰라고 했다. ‘중국에도 셰셰, 대만에도 셰셰,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 말든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제가 틀린 말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제가 일본 대사에게도 셰셰라고 말을 하려다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아서 ‘감사하므니다’라고 했다. 제가 잘못됐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지만 친중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외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진행한 기내 간담회에서 ‘친중 성향’ 이미지를 불식할 만한 준비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고 선을 그었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한 여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내 편 네 편 나누니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라며 “(이정부의 외교 철학은) 실용적인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하면 지금처럼 극우 세력의 호응은 좀 얻을 수 있겠으나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전화 통화도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진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 미국, 일본 순으로 통화를 했는데, 이 대통령은 중국과 가장 마지막에 소통한 것”이라며 “당시 미국 관세 협상 등 상황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관계를 확인하고, 친중 프레임을 덜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 정부는 ‘실용 외교’ ‘가치 외교’를 주장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셰셰 외교로 못 박았다. 여기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인사들이 말을 얹으며 오히려 이들이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번 (국정자원관리원) 화재 사고로 모바일 신분증 등 국민 개인정보 보안 행정 전산망이 심각하게 훼손됐고 국가 행정망을 통해 자국민의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인 입국이 앞으로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고 수습과 전산 복구, 개인정보 보호·신원 확인 보안 대책, 이중화 체계 확립 등 철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작을 연기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두고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공공 부문 고위 관리부터 초등학교 교사, 의사, 간호사, 정부 계약업체 직원, 일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해외여행을 승인 형태로 제한하고 있다”며 “중국이 자국민의 출국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무비자로 한국에 대거 몰려드는 중국인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슬아슬
외줄 타기

그러면서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 등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며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께서는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경계, 신고, 위생, 정보 확인, 공유 총 다섯 단계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며 “이정부는 국민 안전을 고려치 않았다. 죄송하지만, 스스로의 안전 반드시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불안감을 조성해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가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강공 태세를 보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을 향해 보란 듯이 ‘관세 보복’을 단행하면서 외교 정세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외교가 ‘양자택일’이 될 수 없는 만큼 한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가 날로 심해지면서 한중 외교는 더 이상 단순한 두 나라 간의 협력만이 아니라 미국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6월 백악관은 이 대통령 당선에 대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 한국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국 보수 지지층이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구심점으로 힘을 키우면서 이정부를 둘러싼 반미 친중이라는 프레임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미국 보수 성향 의원들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 대통령을 ‘반미’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한국 지도부는 미국에 두 가지 엿을 줬다”고 주장하는 등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고민
‘경주 APEC’ 최대 분수령

최근에는 손현보·전광훈 목사 등 한국 보수 기독교 세력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MAGA 세력에 은근한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다. 한미 극우의 연대를 발판 삼아 이정부의 반미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정부의 반미 꼬리표가 질겨질수록 친중 외교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오는 31일 열리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이정부의 최대 난관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APEC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일본, 러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 국가가 자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 정세가 다시 한번 출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가 APEC을 통해 얼마만큼 국익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APEC 정상회의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초청했고, 왕 부장 역시 한국서 조 장관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담서 조 장관은 이같이 밝히며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발전시켜 나가되 국익과 실용에 기초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왕 부장 역시 “중국이 대(對) 한국 우호 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지속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번 APEC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셰셰 프레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번씩 작심 발언을 하는데 (보수에서는) 귀담아들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반중 시위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북·중·러가 연대를 과시하며 끈끈하게 뭉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이 합류하면 반서방 연대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데, 일각에서 신냉전이라고 주장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면서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는 (중국과 한국이)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짚었다.

하나만 꼬여도
줄줄이 엇박자

그는 “중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핵을 용인하겠다고 공언한 건 아니지만 (이번 회담서) 언급하지 않은 건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변수가 가져올 나비효과가 무척 크다. 한국 정부는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용 외교를 하겠다는 건데,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라호텔 노쇼 후폭풍

중국 정부가 경주 APEC 기간 동안 신라호텔을 전체 대관했다가 취소하자 국민의힘이 “이것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호텔 경제학’이냐”며 크게 반발했다.

신라호텔에서 중국 정부의 예약으로 고객의 결혼식 날짜를 변경했는데, 돌연 대관이 취소되자 “호텔 예약이 취소돼도 돈이 돌았으니 경제가 활성화된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호텔 경제학을 꼬집은 것이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중국이 대한민국의 호의에 ‘노쇼’로 보답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중국이 과연 경주 APEC에 참석을 하긴 할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오랜만에 대한민국이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이재명정부의 준비 부족과 잘못된 외교 전략으로 인해 걷어차 버리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라며 “열심히 중국에 셰셰 해온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고 질타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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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