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장영실, 바다가 아닌 우주에 있어야

추석 명절이면 필자는 “추석은 조선 초기 천문과학기술자 장영실이 만들었다”며 “추석날 하늘의 보름달을 볼 때 장영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과학 선생님의 주장은 “추석은 달의 주기와 낮밤의 길이가 바뀌는 자연의 시간과 농경 문화가 합쳐져 생긴 절기인데, 장영실이 혼천의와 간의대를 만들어 달의 주기를 예측했고,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를 만들어 자연의 시간을 측정했고 측우기를 만들어 비의 양를 측정해 농경문화에 적용했기 때문에 후손들이 추석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민속 신앙이자 농경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장영실에겐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적 계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장영실의 이름은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해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10월 말을 전후해 우리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3600톤급 중형 잠수함 ‘장영실함' 진수식을 갖는다고 밝혀, 필자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해군은 장보고, 홍범도 등 역사 속 호국 영웅들의 이름을 잠수함 명칭으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부터 과학자의 이름도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꿨다고 한다. 이는 군인뿐만 아니라 과학자 역시 국방력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장영실은 천문학과 기기 제작에서 혁혁한 업적을 남긴 천문과학기술자다. 하늘의 별을 헤아리던 천문과학기술자의 이름을 인공위성이 아닌 잠수함 명칭에 붙이는 우리의 현실을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인류는 과학자의 이름을 그 업적과 상징에 맞게 사용해 왔다. 유럽의 위성항법체계는 ‘갈릴레오’, 미국의 대표적 우주망원경은 ‘허블’, 심지어 화성 탐사 로버에도 ‘스피릿’ ‘큐리오시티’ 같은 과학정신을 담은 이름이 붙여졌다.

인공위성이나 잠수함에 붙여지는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그 이름의 정신과 업적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기호다. 그런데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시간을 재고, 우주를 탐구했던 장영실의 이름이 잠수함에 붙여졌다는 건 모순이자 시대정신의 왜곡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한국 사회가 과학자를 기리는 방식, 그리고 과학정신을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장영실을 잠수함으로 기억하게 된다면, 과학사의 왜곡이자 후대에 부끄러운 선택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의 인공위성 이름은 1992년 첫 위성 ‘우리별 1호’ 이후 ‘아리랑’ ‘천리안’ ‘과학기술위성’ ‘아나시스’까지 이어져왔다. 그러나 조선시대 천문과학기술자로서 인공위성 이름 제1호 자격을 가진 장영실은 없었다.

장영실이 측우기, 자격루, 혼천의 등 천문기기 제작에 혁신을 남긴 과학기술자지만, 인공위성에 그의 이름이 붙지 않았던 데는 그 이유가 있다. 인공위성은 외교, 군사, 경제 등 다층적 맥락에서 쓰이기에 특정 인물명은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적 호소력과 대중적 친근성을 따지자면 ‘아리랑’이 훨씬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의 반열에 들어섰고, 달 탐사를 준비하고 있는 마당에 우주 탐사, 우주과학 연구까지, 순수 우주과학 정신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할 때가 돼, 장영실 이름이 하늘에서 당당하게 등장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달나라에 쏘아올리는 인공위성 이름은 ‘장영실 1호’여야 한다.

장영실 이름이 인공위성에 등장하면, 그 이름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 과학의 뿌리를 알리고, 우리 국민에게는 자긍심과 영감을 주는 아이콘이 될 것이고, 과거와 미래, 땅과 우주를 잇는 매체가 될 것이다.


장영실함 진수식에 장영실기념사업회 임원진이 해군의 초대를 받아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진수식에 참석할 것이 아니라 잠수함에 장영실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김규석 이사장은 “장영실의 업적은 하늘에 있지만, 그 정신은 바다 속 은밀한 무기에도 살아 숨 쉰다”며 “인공위성이 ‘하늘의 장영실’을 상징한다면, 잠수함은 ‘바다의 장영실’을 상징한다”고 필자에게 말해줬다. 그래도 필자는 장영실은 바다가 아닌 우주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에는 2023년 11월 기준 기념일 규정에 따른 기념일은 54개, 개별 법률에 따른 기념일은 103개나 있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기술자 중 한 사람인 장영실을 기리는 ‘장영실의 날’은 없다. (사)과학선현장영실선생기념사업회가 10월26일을 장영실의 날로 지정해 매년 아산시와 관련 단체가 기념행사를 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는 과학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한글날이 언어적 정체성을 다지는 날이라면, 장영실의 날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정체성을, 특히 우주과학 정체성을 다지는 날이 된다.

장영실 과학관이 있는 아산시 소재 아산문화재단이 도고아트홀에서 10월 한 달간 장영실을 주제로 한 공연과 전시·체험 행사를 갖는다고 한다. 행사 관계자는 "장영실의 업적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장영실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과학 없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지금,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구축하고 있는 정부가 우리나라 우주강국의 비전을 위해서라도 장영실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

장영실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 장영실은 바다가 아닌 우주에서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으로 견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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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