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bhc 박현종 막전막후

머슴은 머슴…‘팽’ 쫓겨난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치킨 전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치킨업계를 대표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명분도 과정도 뜬금없는 상황에 그 배경을 알아보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박현종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가 해임됐다. bhc 지주사 GGS는 발 빠르게 새 대표이사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세웠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bhc=박현종’ 공식이 깨진 순간이다. 

손 못쓰고
당했다?

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GGS 등기임원이자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인 차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 해임,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8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산하 자회사에서 박 전 대표와 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각 신임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박 전 대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대표도 맡아왔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GGS는 bhc 지분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약 45%씩 지분을 갖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지분은 9%가량이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그룹이 BBQ로부터 bhc를 인수할 당시 CEO로 영입됐다.

MBK는 2018년 박 전 대표가 로하튼그룹으로부터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투자를 진행, 보유 지분을 45%까지 확보했다. 

업계는 박 전 대표의 해임에 ‘갑작스럽다’ ‘뜬금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bhc가 종합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물이 공개적으로 경질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찾기 힘들어 경쟁업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금옥 대표도 함께 해임
소송·가맹점 갑질 리스크?

bhc치킨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해 왕좌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 2017년 2400억원대였던 치킨 매출이 5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른 외식 분야서도 아웃백스테이스하우스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GGS 측이 내놓은 박 전 대표의 해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10년 넘게 이어진 bhc와 BBQ의 이른바 ‘치킨 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hc와 BBQ는 한때 한 기업이었지만 2013년 6월 BBQ가 bhc를 매각한 이후 10년째 30여건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대부분 기업 대 기업 소송이지만 일부는 박 전 대표 개인이 연루된 소송도 있다. 실제 BBQ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은 1심서 박 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표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접속 내역이 BBQ 서버에 없으며 증거 역시 없다고 주장하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간접증거를 모아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에서
진흙탕 싸움

직접증거는 없을지라도 정황상 박 전 대표가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항소심서도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원심 양형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서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경쟁사의 대표이사로 자신의 사무실서 상대방 회사의 내부 전산망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취득하고 200억원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재판서 승소까지 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수사 시 증거인멸이나 수사 심의 및 신청고 취하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지연시켰고 법정서도 명백한 증거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있기에 가벼운 원심 양형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6월 BBQ가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로하틴그룹은 계약 하자를 주장하면서 잔금 약 100억원 지급을 거절했다. BBQ가 매각 과정서 진술 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다. 

로하틴그룹은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로하틴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BBQ는 박 전 대표가 bhc 매각 당시 BBQ 해외사업 부문 대표로 있으면서 매각 업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정보를 확보했고 2016년 박 전 대표와 bhc 임직원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긴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이와 관련해 BBQ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박 전 대표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해묵은 논란
진짜 이유는?

ICC 판결 이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등 주주 5명은 박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매각 업무 담당자가 모두 bhc로 이직해 관련 자료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원래 채무를 갚아야 할 사람에게 가지는 권리를 뜻한다. 


1심은 BBQ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전 대표가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것은 맞지만 BBQ 본사도 매각 과정을 감독하고 확인할 책무가 있어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전 대표가 BBQ에 약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 BBQ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 소송 등에서 법원이 잇따라 상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주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제기됐다. bhc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갑질 논란 등 가맹점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bhc 관계자는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bhc 가맹점주들은 교촌, BBQ에 비해 크게 높은 bhc의 영업이익률이 원가 폭리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등은 국감에 출석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맹점에 튀김유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도 받았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기성품인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뜬금 퇴장’에 수많은 추측
무너진 10년 신화 뒷말 무성

해당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서 직접 살 수 있는데도 불합리하게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본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한 bhc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동부지법은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총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부터 울산서 가맹점을 운영해 온 진씨는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선출된 2018년 bhc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이나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해 8월, 본사 임직원들을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발했고 2019년 4월에는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자 bhc 본사는 진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본사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다”며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bhc 본사와 진씨 사이에 소송전이 이어졌고 해지무효확인 본안 소송서 진씨가 승소하면서 해지 통보의 효력이 상실됐다.

이후 진씨는 bhc 본사에 5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hc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진씨의 재산상 손실인 8225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해당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 때문. 2017년 10월 도입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한 거래 거절 등으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가맹본부가 3배 범위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연루된 소송전과 가맹점 갑질 논란 등이 갑작스러운 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당 사안은 bhc의 ‘꼬리표’로 인식될 만큼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인데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문제로 삼는다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배경으로 MBK의 의도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리스크’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서 MBK와 bhc 경영진 사이서 누적된 갈등이 박 전 대표 등의 해임으로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가치
높이려고?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한 bhc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BBQ와의 치킨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초 소송전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갈등서 비롯된 만큼 그 요소가 사라지면 전쟁 역시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