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그래도 풀려난 김경수 전 경남지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02 14:02:36
  • 호수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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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고 개선장군처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특별사면됐다. ‘복권 없는 사면’인 만큼 오는 2027년까지 모든 선거에 나올 수 없다. 당초 그는 옥중에서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던 바 있다. 출소 후 가장 먼저 한 말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이었다. 

지난달 27일, 2023년 신년을 맞아 정부는 이튿날(28일 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 특별사면’ 브리핑을 열고 “화해와 포용, 배려를 통한 폭넓은 국민 통합 관점에서 28일 자로 정치인·공직자·특별 배려 수형자 등 1373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5개월 남기고
들러리 세워

사면 대상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및 복권’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으로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도 포함됐다. 또 ‘국정원 특활비’ 사건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도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남은 형기가 감형됐다. 이 밖에 여권에선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태·이완영 전 국민의힘 의원, 야권에선 전병헌 전 대통령 정무수석, 신계륜 전 의원, 강운태 전 광주시장 등 정계 출신 인사 다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날 김 전 지사는 ‘복권 없는 사면’을 두고 “이번 특별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0시쯤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앞에는 김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모여 “김경수는 무죄다”를 외쳤다. 김 전 지사는 출소 직후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오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사면 불원 의사를 밝히며 5월까지 형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셨는데 통합은 이런 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들께서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통합과 관련해선 저로서도 국민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완화시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지난 몇 년간 저로 인해 우리 사회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제가 그동안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형기 만료일은 올해 5월이었다.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이 면제됐다. 복권이 안 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28일까지 5년 동안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2026년 6월 지방선거, 2027년 3월 대통령선거 등 선거에 나올 수 없다.

MB, 사면에 복권까지
김은 복권 없는 사면

김 전 지사는 교도소 앞에서 출소 소회 발표 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민홍철·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을 비롯한 지지자 100여명의 응원을 받고 떠났다. 이날 오전 10시쯤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경남 고성에 있는 부친 산소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제 사건으로 사회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진 것 아닌지”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은 바로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필명 드루킹)씨와 당시 김 전 지사, 그리고 경공모 회원이었던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공모해 인터넷에서 각종 여론조작을 한 사건이다. 드루킹은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 성향이었던 유명 블로그다.

문제 제기가 된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한 네티즌이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관련 기사에 달린 정부 비판 댓글의 공감수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을 통한 조작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이 댓글을 조작한 일당 3명을 붙잡았다. 이들 중 1명이 앞서 말한 드루킹이고, 나머지 2명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 전 지사와 민주당 권리당원들이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과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두 사람은 2016년 말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유독 대선 기간에 SNS 메신저인 시그널을 사용해 의혹이 커졌다. 김 전 지사와 드루킹이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55건의 대화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서가 일부 포함됐다.

김 전 지사가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 URL 10건 중 8건은 대선 실시 전 기사로 대부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내용이었다. 김 전 지사는 기사를 보내며 “홍보해주세요”라고 요청하거나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고 적었다. 댓글 작업을 요청하는 듯한 뉘앙스다.

또 “답답해서 내가 문재인 홍보한다”는 제목의 3분20초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드루킹에게 보내기도 했다. 동영상은 곧바로 드루킹의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 올라갔다. 드루킹의 최측근인 박모씨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인 ‘MLB파크’에 해당 동영상을 올리며 홍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적발된 선거 브로커의 개인 일탈 행위라며 규정과 관련 의혹에 대한 선긋기를 했다. 주범인 드루킹은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김 전 지사를 지목했다.

드루킹
잊었나

2018년 5월18일 <조선일보>의 ‘[단독] 드루킹 옥중편지 전문’에서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공개됐다. 옥중편지에서 드루킹은 “2016년 9월 김경수 의원이 파주의 내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상대측의 이 댓글 기계에 대해 이야기했다…김경수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프로토타입으로 작동되는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제 사무실에서 직접 보여주게 됐다”며 “김경수 의원은 우리의 첫 만남부터가 극히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친밀한 관계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썼다…돌이켜보면 김경수 의원은 처음부터 저나 경공모를 철저히 이용하려는 생각이었고 문제가 생기면 발을 빼려고 몹시 조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건 전말을 설명했다.

대부분 김 전 지사가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바른미래당 등은 이 사건을 계기로 문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무효도 가능한 여론 조작 게이트로 규정했다. 이들은 정부여당의 여론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며 대여 공세를 가했다.

당시 바른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게이트로 번질 수 있는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했고, 자유한국당 단장인 김영우 의원은 “민주당 김경수 의원 외 다른 여당 정치인과 ‘드루킹’이 연계된 정황이 있다. 민주당이 여론조작의 중심에 있다는 근거”라고 지목했다.

결국 2018년 5월21일 국회 본회의에 특검법이 통과돼 특검 수사가 착수됐다. 특검법 통과 직후 네이버 뉴스 댓글 수가 대폭 감소했다. 2018년 6월11일 네이버 뉴스 댓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워드미터’에 따르면 특검법안 국회 통과 전후인 6월 1~8일 네이버 뉴스 댓글 수는 직전 5월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6.5% 감소한 142만1746건으로 기록됐다.

봉하마을
달려가다

같은 기간 활동 ID 수는 33.7% 줄어든 63만407개, 공감(비공감 포함) 클릭 수는 67.7% 급감한 978만7109회를 기록했다. 문제가 돼온 정치 뉴스만 해도 댓글은 38.6% 줄어든 66만7677건, ID 수는 37.1% 줄어든 32만6900개, 공감 클릭 수는 84.4% 감소한 367만3126회를 기록했다.

특검은 8월27일 수사 결과 보고를 통해 드루킹이 댓글 조작 1억회 중 8840만회를 드루킹이 김 전 지사와 공모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특검팀은 6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이 운영한 ‘경공모’와 함께 2016년 11월부터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들이 19대 대선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9년 1월30일 드루킹이 댓글 조작, 뇌물공여 등의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 전 지사에게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했고,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혐의 별로는 댓글 조작을 통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의 실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그대로 징역 2년이 선고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2021년 7월21일 대법원이 원심 확정 판결로 징역 2년형이 최종 선고되면서 경남도지사직도 상실됐다.

김 전 지사는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는 더 이상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감내할 몫은 감당하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지사는 옥중에서 편지로 새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김 전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는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의 옥중편지를 공개했다. 편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지난해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직도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우리 모두 새해 새 아침을 맞고 있다. 우리는 늘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서 새해를 맞게 된다. 맑고 차가운 정신으로 새해 새 아침을 맞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올해는 그렇게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이 소중한 한 해가 되리라 본다. 2022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대단히 중요한 해다. 그 미래를 결정하는 힘은 ‘시민’에게 있다. 선거의 승패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꼭 필요한 해다.”

“받고 싶지 않은 선물 받아” 어부지리 출소
2027년 대선 출마 불가…정치생명 5년 스톱

이후 옥중 서신으로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배우자 김씨는 지난달 13일 김 전 지사 페이스북에  “남편은 지난달 7일 교도소 측에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글을 올렸다.

김 전 지사가 공개한 가석방 불원서에는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에 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교정본부에서 펴낸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무죄를 주장해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건임을 창원교도소 측에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이런 제 뜻과 상관없이 가석방 심사 신청이 진행됨으로써 필요치 않는 오해를 낳고 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우자 김씨도 “가석방 심사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뤄지는 절차인데도 ‘신청-부적격, 불허’라는 결과만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남편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석방은 제도 취지상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그동안 이와 관련한 일체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응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야깃거리가 되는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뜻을 함께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 전 지사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해 사면 없이 복권한 것을 두고 “김경수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서 노무현 가문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주목되는 
향후 행보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면을) 원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까지 한 김 전 지사를 굳이 복권 없는 사면을 하는 것은 사면권 남용이다. 사면의 역사를 보면 앞으로 정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 달랑 5개월 남은 형량을 사면해주고 복권해주지 않는 사례가 있었냐”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 피선거권 제한이 필요 없는 사람도 복권해주면 뻔히 정치를 해야 될 사람에 대해서는 사면만 해주는 게 어떻게 이해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 사면권은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식이면 정말로 이게 법률적으로 이 부분은 제한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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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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