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 사면론 막전막후

풀어주고 통합? 다음정권 패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형이 확정되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사면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원칙을 강조했던 문대통령이기 때문에 사면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아 여론마저 싸늘한 상황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와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후 긴 공방을 벌여왔다. 이로써 2007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은 13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칙의 ‘문’
카드 꺼낼까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구속 집행정지 결정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지 8개월여 만에 서울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 1년간 구치소에 수감됐기에, 남은 수형기간은 16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사면이나 가석방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2036년에 형기를 마치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의 나이 95세로, 사실상 종신형인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 이 전 대통령은 “법치가 무너졌다.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내가 재판에 임했던 것은 사법부가 자유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며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형이 확정되면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도 가능해졌다. 형을 확정받은 대상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변수가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판결은 내년 초에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 전 대통령만 사면하기는 어려워, 최소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난 후 여야 사면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구속돼 4년째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생활 중이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수감 기간이 가장 길다. 지난 7월 열린 ‘국정 농단’ 및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선고됐다. 또 새누리당 공천 불법 개입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선고된 총 형량은 22년이다.

따라서 이후 열린 재상고심 결과가 파기환송심 선고와 같을 경우 박 전 대통령은 87세가 되는 때에 출소할 수 있다.

야권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벌써부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확정되면 ‘통 크게 사면’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대국민 사과할 뜻을 밝혔다.

MB 사실상 ‘종신형’ 변수는?
박 확정판결 때까진 올스톱?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냉담한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이 죄를 뉘우치며 사죄하기는커녕, 사법부 판결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사면 복권이 아니라 “억울함을 토로하고 무죄 판결을 받아 해결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청와대 역시 “관련 입장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특별사면을 제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면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반란·내란수괴·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 문재인 대통령

또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징역 12년을 확정했다. 하지만 특별사면으로 두 전 대통령 모두 구속 수감된 지 2년 만에 풀려났다.

과거 선례와 같이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위해 사면 카드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양 극단 간 대립이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 레임덕을 막을 수 있는 ‘히든카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2주년 특집 대담에서 “한 분(이명박)은 지금 보석 상태이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아직 한 분(박근혜)은 수감 중이시다. 저의 전임 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자마자 사면권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발언과 사뭇 결이 다르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5월 퇴임간담회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고 했다. 다만 문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사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성격을 고려해봤을 때, 특별사면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5대 중대 부패 범죄(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들의 특별사면 논의 자체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적 여론
모두 수렴해야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사면은 국민적 여론을 모두 수렴해야 하는 사안인데, 민심 역시 싸늘하다. 국민들은 전두환씨의 선례로 석방 카드가 국민통합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두환씨는 최근까지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광주 시민을 모욕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결국 사면 여부는 형 확정과 문정부의 원칙, 국민통합을 위한 두 전직 대통령들의 의지에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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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