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신공항 밀당 정치 막전막후

뻔한 사업에 10조 베팅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내년 재보궐선거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PK 지역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냈다. 공항 사업에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보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다.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한술 더 떠, 대구와 광주 신공항 특별법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백년대계인 대형 국책 사업이 ‘포퓰리즘’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더불어민주당 부산, 울산, 경님 지역 의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선거 정국이 되자 ‘신공항 정치’의 막이 올랐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는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내년 초에는 이를 통과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4년간 끌어온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는 비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
뒤집듯

가덕도는 경남 밀양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의 유력한 후보지였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4년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남 지역의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 본격화됐다.

TK지역은 밀양을, PK지역은 가덕도를 밀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입지평가위원회는 두 후보 모두 경제적 타당성에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냈다. 정계에선 TK와 PK 사이에 지역 갈등이 불거지자 정부가 손을 뗐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후에도 지역주민들에게 희망고문은 계속됐다.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신공항 카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산 지역 유세를 돌면서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어줬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역 갈등이 계속되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하 ADPi)에 신공항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ADPi는 세계 3대 공항 설계 회사다. 당시 정부는 용역비 2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불 붙은 지역 갈등에 객관적인 평가로 종지부를 찍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김해신공항 사실상 백지화…왜 가덕도?
복잡해진 국민의힘 특별법 두고 내홍

하지만 결과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니었다. ADPi는 김해공항(818점), 밀양(683점), 가덕도(635점) 순으로 총점을 매겼다. 김해공항이 공항 운영, 접근성, 경제성 등 대다수의 평가항목에서 나머지 후보를 월등하게 앞섰다. 가덕도는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낮았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야 하는 입지조건으로, 10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신공항 건설에 드는 4조원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었다.

결국 ADPi 검토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짓는 방안으로 결론을 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의 반발에 의해 제3의 장소를 선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반면 국내 항공·도시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또 뒤집혔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김해 신공항 확장 안을 토대로 정부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은  ADPi 배점과 평가 기준이 정치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해신공항안의 재검증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 출범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신공항 문제는 1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감자
여야 셈법은?

여당은 ‘선거용 카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물류·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신위원장은 “PK 지역은 조선, 기계, 설비 등 산업에서 AI, 로봇, 항공부품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24시간 운행 가능하며, 대형화물기 이착륙에 위험이 없는 안전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여당의 보궐선거 전략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당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다. 민주당은 당헌을 고치는 무리수까지 뒀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해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 갖는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들

민주당으로서는 간절한 선거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게다가 PK 지역은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산 시장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신공항 카드를 내자, 지역 민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만큼 신공항 문제는 부산시민들의 오래된 숙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표를 읍소할 수 있는 대의적인 명분이 생겼다. 국민의힘은 정치 지형상 분열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꽃놀이패’인 셈이다.

보궐선거
앞두고…

반면 국민의힘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국책 사업 뒤집기를 비판하면서도 부산 민심의 눈치를 봐야한다. 당내 ‘자중지란’의 모습도 잠시 보였다. 검증위의 발표 직후 TK 의원들은 반발한 반면, PK 출신 의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번 검증 과정이 합당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부산 시장 출마에 나선 이언주 전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찬성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두고 “학생회보다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의 갈라치기 전략에 국민의힘이 제대로 말려든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에서 무너지면 당은 사실상 미래가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덥석 물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한술 더 떴다. 이 대표는 반발이 극심한 대구와 광주에서 요구하는 신공항 특별법 추진을 제안했다. ‘지역 균형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대구와 광주의 민심을 달랠 카드다. 해당 지역 공항 건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특별법으로 보장해, 지역 민심을 다잡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이다. 지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영남과 호남 지역 민심을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신공항 정치에 뛰어든 대권 주자는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대구가 지역구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마찬가지로 공항 사업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각지 공항 적자 시달리는데…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 논쟁


홍 의원은 4대 권역별로 공항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부산과 대구·광주 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해 인천을 엮는 전국 4개 거점을 4대 관문 공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야의 신공항 포퓰리즘의 폭주가 이어지면서, 백년대계인 대형 국책 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지역균형 발전을 외치며 대규모 SOC 건설을 약속했다. 표와 직결돼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사업은 정치권력과 연관이 깊다. 지어진 공항마다 정치인 이름이 붙을 정도다.
 

▲ 하태경(사진 오른쪽)·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찾아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국 15개 공항 중에서 10개 공항이 매해 적자 상태다. 매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한화갑공항(무안공항)'이 대표적이다. 타당성 검토 없이 공항 사업을 ‘선거용’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추진되면, 국책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10조원이 넘는 국비가 투입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업계와 공항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리스크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4년마다
선심성 사업

정의당은 “가덕도에 이어 대구·광주신공항특별법에 집권여당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힘 지역 기반 정치인까지 합세하고 있다”며 “백년지대계가 아닌 선거지대계”라고 비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