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신공항 밀당 정치 막전막후

뻔한 사업에 10조 베팅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내년 재보궐선거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PK 지역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냈다. 공항 사업에 타당성이 있는지 따져보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를 골자로 한다. 여야의 대권 주자들은 한술 더 떠, 대구와 광주 신공항 특별법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백년대계인 대형 국책 사업이 ‘포퓰리즘’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더불어민주당 부산, 울산, 경님 지역 의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선거 정국이 되자 ‘신공항 정치’의 막이 올랐다.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지난 17일 김해공항 확장안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하는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하고, 내년 초에는 이를 통과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4년간 끌어온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했다는 비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손바닥
뒤집듯

가덕도는 경남 밀양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의 유력한 후보지였다. 동남권 신공항은 2004년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영남 지역의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 본격화됐다.

TK지역은 밀양을, PK지역은 가덕도를 밀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의 입지평가위원회는 두 후보 모두 경제적 타당성에서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냈다. 정계에선 TK와 PK 사이에 지역 갈등이 불거지자 정부가 손을 뗐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이후에도 지역주민들에게 희망고문은 계속됐다. 2012년 대선 정국에서 신공항 카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부산 지역 유세를 돌면서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어줬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역 갈등이 계속되자,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하 ADPi)에 신공항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다. ADPi는 세계 3대 공항 설계 회사다. 당시 정부는 용역비 20억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불 붙은 지역 갈등에 객관적인 평가로 종지부를 찍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김해신공항 사실상 백지화…왜 가덕도?
복잡해진 국민의힘 특별법 두고 내홍

하지만 결과는 가덕도도 밀양도 아니었다. ADPi는 김해공항(818점), 밀양(683점), 가덕도(635점) 순으로 총점을 매겼다. 김해공항이 공항 운영, 접근성, 경제성 등 대다수의 평가항목에서 나머지 후보를 월등하게 앞섰다. 가덕도는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낮았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야 하는 입지조건으로, 10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신공항 건설에 드는 4조원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이었다.

결국 ADPi 검토에 따라, 박근혜정부는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짓는 방안으로 결론을 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의 반발에 의해 제3의 장소를 선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반면 국내 항공·도시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됐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또 뒤집혔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김해 신공항 확장 안을 토대로 정부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 단체장들은  ADPi 배점과 평가 기준이 정치적으로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해신공항안의 재검증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 출범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는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신공항 문제는 14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뜨거운 감자
여야 셈법은?

여당은 ‘선거용 카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물류·국토 균형발전 측면에서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민주당 송영길 외교통신위원장은 “PK 지역은 조선, 기계, 설비 등 산업에서 AI, 로봇, 항공부품 등 첨단산업으로 전환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24시간 운행 가능하며, 대형화물기 이착륙에 위험이 없는 안전한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 카드는 여당의 보궐선거 전략이라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당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다. 민주당은 당헌을 고치는 무리수까지 뒀다. 내년 재보궐선거가 다음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해신공항 백지화 규탄대회 갖는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관계자들

민주당으로서는 간절한 선거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게다가 PK 지역은 국민의힘의 강세 지역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산 시장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신공항 카드를 내자, 지역 민심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만큼 신공항 문제는 부산시민들의 오래된 숙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표를 읍소할 수 있는 대의적인 명분이 생겼다. 국민의힘은 정치 지형상 분열을 보일 수밖에 없다. 가덕도 신공항은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꽃놀이패’인 셈이다.

보궐선거
앞두고…

반면 국민의힘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국책 사업 뒤집기를 비판하면서도 부산 민심의 눈치를 봐야한다. 당내 ‘자중지란’의 모습도 잠시 보였다. 검증위의 발표 직후 TK 의원들은 반발한 반면, PK 출신 의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이번 검증 과정이 합당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부산 시장 출마에 나선 이언주 전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 찬성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두고 “학생회보다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권의 갈라치기 전략에 국민의힘이 제대로 말려든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에서 무너지면 당은 사실상 미래가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덥석 물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한술 더 떴다. 이 대표는 반발이 극심한 대구와 광주에서 요구하는 신공항 특별법 추진을 제안했다. ‘지역 균형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대구와 광주의 민심을 달랠 카드다. 해당 지역 공항 건설에 대한 국비 지원을 특별법으로 보장해, 지역 민심을 다잡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차기 대선을 준비 중이다. 지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영남과 호남 지역 민심을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선이다. 신공항 정치에 뛰어든 대권 주자는 이 대표뿐만이 아니다. 대구가 지역구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마찬가지로 공항 사업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각지 공항 적자 시달리는데…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 논쟁


홍 의원은 4대 권역별로 공항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부산과 대구·광주 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해 인천을 엮는 전국 4개 거점을 4대 관문 공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여야의 신공항 포퓰리즘의 폭주가 이어지면서, 백년대계인 대형 국책 사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인은 선거 때마다 지역균형 발전을 외치며 대규모 SOC 건설을 약속했다. 표와 직결돼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사업은 정치권력과 연관이 깊다. 지어진 공항마다 정치인 이름이 붙을 정도다.
 

▲ 하태경(사진 오른쪽)·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를 찾아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국 15개 공항 중에서 10개 공항이 매해 적자 상태다. 매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한화갑공항(무안공항)'이 대표적이다. 타당성 검토 없이 공항 사업을 ‘선거용’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예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추진되면, 국책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도 없이 10조원이 넘는 국비가 투입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항공업계와 공항이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리스크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4년마다
선심성 사업

정의당은 “가덕도에 이어 대구·광주신공항특별법에 집권여당 대표를 필두로 국민의힘 지역 기반 정치인까지 합세하고 있다”며 “백년지대계가 아닌 선거지대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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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