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목줄’ 성남FC 후원금 대반전 스토리

와르르 무너진 ‘돌다리 협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도 변호사비도 아니었다. 성남FC에 발목이 잡혔다. 주변부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던 검찰은 이제 ‘윗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창과 윗선의 방패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2장의 문서가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실제 서명한 당사자가 ‘방어’의 목적으로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발→경찰의 무혐의 처리→이의 신청→검찰 수사→경찰 재수사→기소 등 2018년 첫 문제 제기 이후 4년 동안 이어온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끌다가
마무리 단계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망을 펼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래 줄곧 ‘윗선’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쌍방울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기인 2014~2016년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고발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3년3개월 동안 있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는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경기남부경찰청이 다시 수사한 끝에 전 두산건설 A 대표와 전 성남시 B 전략추진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A 전 대표는 뇌물 공여 혐의를, B 전 팀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청탁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원을 공여했다. 

2017년 10월 SNS 공개
지난해 3월 시 ‘부존재’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현재 구속 상태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수사는 여기서 그쳤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 

특히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이 두산건설에 이어 표적이 됐다. 검찰은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허가와 39억원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네이버의 성남FC 지원 방식이다. 네이버는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건네면, 해당 시민단체에서 성남FC에 광고비로 전달하는 식이다.

희망살림 대표를 지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이사를 맡았던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2015년 5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맺은 4자간 협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관과 단체, 기업 대표가 서명한 ‘4자간 협약서’가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19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이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4자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이 겨눈
네이버·차병원

4자간 협약은 2017년 10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10월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트위터)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4자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4자간 협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4자간 협약서를 공개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퇴출되어야 할 적폐세력 자한당…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4자 협약)당시 언론은 후원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2017년 공개한 4자간 협약서에 대해 성남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4자간 협약서 마지막 부분에는 ‘본 협약서는 4부를 작성해 서명한 후 각 1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실제 당시 협약식에 참여한 이들은 협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3월 성남시에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위한 결재 문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 공식 신상정보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열린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법적 근거자료 및 상황실 사용 관련 지침(규정) ▲성남FC·네이버·성남시·희망살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4자간 협약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관 안하고
대체 어디에?


성남시 지역경제과는 성남공정포럼에서 요청한 자료에 대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정보 부존재 사유를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주무부서로 우리(지역경제과)가 지정됐고, 확인 결과 요청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부존재)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7월30일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맺은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를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당시 협약서 말미에는 ‘양 기관은 본 협약을 보증하고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협약서 2부를 작성해 양 기관장의 서명 후 각각 1부씩 보관한다’고 명시돼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인 당시 두산건설 A 대표가 서명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4월 앞서 요청했던 4자간 협약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두산건설과 성남시가 맺은 업무협약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업무협약 당시 내부 결재문서, 최종 결재권자, 법적 근거자료, 협약 문서 등이다.

성남시 정책기획과는 당시 협약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협약 체결의 법적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업무협약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상호기관 간 이행 약속’이라고 답했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주체의 대표성 문제부터 협약 내용 이행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협약서에 서명한 4명 가운데 2명이 대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와 제윤경 전 희망살림 상임이사다. 

김진희 전 대표의 경우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대신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을 받는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에도 위임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헌 대표이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김진희 대표가 참석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시민단체 “효력 없는 문서”
이, 오는 10~12일 출두할 듯

제윤경 전 의원은 협약식에 참석할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식에는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은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해당 시기 희망살림 대표는 김재욱 목사로, 법인등기부등본 상에는 ‘이사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대표권 제한 규정이 돼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악서 제3조(협약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성남공정포럼이 문제 삼은 부분은 ‘후원금’이다. 실제 네이버는 법인회비 명목으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앞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협약식 하루 전인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법인회비 형식으로 10억원씩 40억원을 납부했다. 여기에 네이버 측은 세제혜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박성중 의원의 문제 제기에 성남시는 “4자 협약을 맺음으로써 구단은 롤링주빌리(빚탕감 프로젝트)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혜택,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시 설명과 네이버의 행보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4자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문서다. 이 대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4자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창과 방패
맞부딪히나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 의사를 밝힌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0~12일 사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이 1월 둘째 주 출석 의사를 타진하고 검찰에서 같은 달 10~12일 중 출석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며 “출석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아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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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