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목줄’ 성남FC 후원금 대반전 스토리

와르르 무너진 ‘돌다리 협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도 변호사비도 아니었다. 성남FC에 발목이 잡혔다. 주변부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던 검찰은 이제 ‘윗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창과 윗선의 방패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2장의 문서가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실제 서명한 당사자가 ‘방어’의 목적으로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발→경찰의 무혐의 처리→이의 신청→검찰 수사→경찰 재수사→기소 등 2018년 첫 문제 제기 이후 4년 동안 이어온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끌다가
마무리 단계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망을 펼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래 줄곧 ‘윗선’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쌍방울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기인 2014~2016년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고발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3년3개월 동안 있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는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경기남부경찰청이 다시 수사한 끝에 전 두산건설 A 대표와 전 성남시 B 전략추진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A 전 대표는 뇌물 공여 혐의를, B 전 팀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청탁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원을 공여했다. 

2017년 10월 SNS 공개
지난해 3월 시 ‘부존재’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현재 구속 상태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수사는 여기서 그쳤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 

특히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이 두산건설에 이어 표적이 됐다. 검찰은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허가와 39억원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네이버의 성남FC 지원 방식이다. 네이버는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건네면, 해당 시민단체에서 성남FC에 광고비로 전달하는 식이다.

희망살림 대표를 지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이사를 맡았던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2015년 5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맺은 4자간 협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관과 단체, 기업 대표가 서명한 ‘4자간 협약서’가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19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이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4자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이 겨눈
네이버·차병원

4자간 협약은 2017년 10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10월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트위터)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4자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4자간 협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4자간 협약서를 공개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퇴출되어야 할 적폐세력 자한당…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4자 협약)당시 언론은 후원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2017년 공개한 4자간 협약서에 대해 성남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4자간 협약서 마지막 부분에는 ‘본 협약서는 4부를 작성해 서명한 후 각 1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실제 당시 협약식에 참여한 이들은 협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3월 성남시에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위한 결재 문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 공식 신상정보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열린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법적 근거자료 및 상황실 사용 관련 지침(규정) ▲성남FC·네이버·성남시·희망살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4자간 협약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관 안하고
대체 어디에?


성남시 지역경제과는 성남공정포럼에서 요청한 자료에 대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정보 부존재 사유를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주무부서로 우리(지역경제과)가 지정됐고, 확인 결과 요청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부존재)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7월30일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맺은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를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당시 협약서 말미에는 ‘양 기관은 본 협약을 보증하고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협약서 2부를 작성해 양 기관장의 서명 후 각각 1부씩 보관한다’고 명시돼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인 당시 두산건설 A 대표가 서명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4월 앞서 요청했던 4자간 협약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두산건설과 성남시가 맺은 업무협약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업무협약 당시 내부 결재문서, 최종 결재권자, 법적 근거자료, 협약 문서 등이다.

성남시 정책기획과는 당시 협약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협약 체결의 법적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업무협약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상호기관 간 이행 약속’이라고 답했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주체의 대표성 문제부터 협약 내용 이행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협약서에 서명한 4명 가운데 2명이 대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와 제윤경 전 희망살림 상임이사다. 

김진희 전 대표의 경우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대신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을 받는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에도 위임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헌 대표이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김진희 대표가 참석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시민단체 “효력 없는 문서”
이, 오는 10~12일 출두할 듯

제윤경 전 의원은 협약식에 참석할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식에는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은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해당 시기 희망살림 대표는 김재욱 목사로, 법인등기부등본 상에는 ‘이사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대표권 제한 규정이 돼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악서 제3조(협약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성남공정포럼이 문제 삼은 부분은 ‘후원금’이다. 실제 네이버는 법인회비 명목으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앞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협약식 하루 전인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법인회비 형식으로 10억원씩 40억원을 납부했다. 여기에 네이버 측은 세제혜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박성중 의원의 문제 제기에 성남시는 “4자 협약을 맺음으로써 구단은 롤링주빌리(빚탕감 프로젝트)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혜택,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시 설명과 네이버의 행보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4자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문서다. 이 대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4자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창과 방패
맞부딪히나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 의사를 밝힌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0~12일 사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이 1월 둘째 주 출석 의사를 타진하고 검찰에서 같은 달 10~12일 중 출석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며 “출석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아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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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