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목줄’ 성남FC 후원금 대반전 스토리

와르르 무너진 ‘돌다리 협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도 변호사비도 아니었다. 성남FC에 발목이 잡혔다. 주변부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던 검찰은 이제 ‘윗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창과 윗선의 방패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2장의 문서가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실제 서명한 당사자가 ‘방어’의 목적으로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발→경찰의 무혐의 처리→이의 신청→검찰 수사→경찰 재수사→기소 등 2018년 첫 문제 제기 이후 4년 동안 이어온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끌다가
마무리 단계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망을 펼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래 줄곧 ‘윗선’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쌍방울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기인 2014~2016년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고발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3년3개월 동안 있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는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경기남부경찰청이 다시 수사한 끝에 전 두산건설 A 대표와 전 성남시 B 전략추진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A 전 대표는 뇌물 공여 혐의를, B 전 팀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청탁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원을 공여했다. 

2017년 10월 SNS 공개
지난해 3월 시 ‘부존재’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현재 구속 상태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수사는 여기서 그쳤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 

특히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이 두산건설에 이어 표적이 됐다. 검찰은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허가와 39억원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네이버의 성남FC 지원 방식이다. 네이버는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건네면, 해당 시민단체에서 성남FC에 광고비로 전달하는 식이다.

희망살림 대표를 지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이사를 맡았던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2015년 5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맺은 4자간 협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관과 단체, 기업 대표가 서명한 ‘4자간 협약서’가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19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이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4자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이 겨눈
네이버·차병원

4자간 협약은 2017년 10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10월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트위터)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4자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4자간 협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4자간 협약서를 공개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퇴출되어야 할 적폐세력 자한당…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4자 협약)당시 언론은 후원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2017년 공개한 4자간 협약서에 대해 성남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4자간 협약서 마지막 부분에는 ‘본 협약서는 4부를 작성해 서명한 후 각 1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실제 당시 협약식에 참여한 이들은 협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3월 성남시에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위한 결재 문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 공식 신상정보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열린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법적 근거자료 및 상황실 사용 관련 지침(규정) ▲성남FC·네이버·성남시·희망살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4자간 협약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관 안하고
대체 어디에?


성남시 지역경제과는 성남공정포럼에서 요청한 자료에 대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정보 부존재 사유를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주무부서로 우리(지역경제과)가 지정됐고, 확인 결과 요청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부존재)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7월30일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맺은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를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당시 협약서 말미에는 ‘양 기관은 본 협약을 보증하고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협약서 2부를 작성해 양 기관장의 서명 후 각각 1부씩 보관한다’고 명시돼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인 당시 두산건설 A 대표가 서명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4월 앞서 요청했던 4자간 협약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두산건설과 성남시가 맺은 업무협약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업무협약 당시 내부 결재문서, 최종 결재권자, 법적 근거자료, 협약 문서 등이다.

성남시 정책기획과는 당시 협약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협약 체결의 법적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업무협약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상호기관 간 이행 약속’이라고 답했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주체의 대표성 문제부터 협약 내용 이행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협약서에 서명한 4명 가운데 2명이 대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와 제윤경 전 희망살림 상임이사다. 

김진희 전 대표의 경우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대신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을 받는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에도 위임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헌 대표이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김진희 대표가 참석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시민단체 “효력 없는 문서”
이, 오는 10~12일 출두할 듯

제윤경 전 의원은 협약식에 참석할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식에는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은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해당 시기 희망살림 대표는 김재욱 목사로, 법인등기부등본 상에는 ‘이사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대표권 제한 규정이 돼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악서 제3조(협약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성남공정포럼이 문제 삼은 부분은 ‘후원금’이다. 실제 네이버는 법인회비 명목으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앞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협약식 하루 전인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법인회비 형식으로 10억원씩 40억원을 납부했다. 여기에 네이버 측은 세제혜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박성중 의원의 문제 제기에 성남시는 “4자 협약을 맺음으로써 구단은 롤링주빌리(빚탕감 프로젝트)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혜택,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시 설명과 네이버의 행보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4자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문서다. 이 대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4자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창과 방패
맞부딪히나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 의사를 밝힌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0~12일 사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이 1월 둘째 주 출석 의사를 타진하고 검찰에서 같은 달 10~12일 중 출석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며 “출석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아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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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