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선판 삼킨' 대장동 삼대장

화천대유 김·유·남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화천대유자산관리·성남도시개발공사·엔에스제이홀딩스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3인방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의혹에 중심에 있는 3인방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53), 남욱 변호사(49)다.

검찰이 지난달 29일 화천대유자산관리·성남도시개발공사·엔에스제이홀딩스 등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3인방의 사무실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등 3인방의 유착 관계와 수상한 자금 흐름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모두 한통속
그들 정체는?

김씨는 1992년 1월 <한국일보> 공채 기자로 입사한 뒤 <일간스포츠> <뉴시스>에서 근무했으며 <머니투데이> 사회부 법조팀장(사회부장 대우)을 거쳐 부국장에 올랐다.

2006년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사법 사상 최초로 구속된 법조 브로커 사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론스타 수사, 2006년 12월 검찰 간부 수명과 감사원 금감원 고위직이 연루된 김흥주 게이트를 단독 보도했다.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주주의와 인권, 형사사법에 관심이 많다. 그는 성균관대 출신으로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과 학연 관계며 2009년 곽 의원이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기사를 쓰는 등 과거부터 친분이 있었다.


지난 9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기업인 화천대유의 대주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화천대유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김씨는 대장동 개발 당시 자본금 5000만원과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을 통해 성남의뜰 보통주를 모두 사들여 실소유주가 됐고, 지난 6년간 약 4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에 대해 김씨는 “화천대유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이 지사와의 유착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부동산값 폭등으로 얻은 것이다.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억울하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절대로 자기들은 손해를 안 보고 사업이 망하든 흥하든 자기들이 원하는 수익을 다 뽑아가는 구조로 만들어놨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업 구조나 주주협약을 보면 자산관리회사(AMC)인 우리에겐 뭐 하나 유리하게 돼있는 게 없다. 성남시는 이 사업에 단 1원도 낸 적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간개발로 진행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 지사의 개발 방식 때문에 더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의혹 중심에 선 3인방…연결고리는?
모든 게 의문투성…어떻게 얽혀있나

한편 김씨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이었던 당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BBK 취재파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한 것으로 알려지자 정치권에선 뚜렷한 정치 성향을 가진 김씨가 이 지사와의 친분으로 화천대유를 설립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번졌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지사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며 “한 개인이 1% 지분인 5000만원을 가지고 577억원을 배당받았고, 나머지 배당금도 화천대유 소유자인 김만배씨와 친구, 대학 동문 등 특수관계자 6명으로 구성된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받았다”며 이들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지난달 26일 곽 의원의 아들 곽병채씨가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퇴사하기 전까지 대리 직급으로 보상팀에서 일하다 지난 3월 퇴사하며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이 밝혀지자 논란이 됐다. 

곽 의원이 밝힌 아들의 퇴사 전 급여는 383만원이니 여기에 지급률을 곱하면 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액은 세전 2259만7000원이다. 50억원은 정상적인 퇴직금 지급액의 221배에 달한다. 이는 국내 30대 그룹 전문경영인의 퇴직금 상위 20위에서도 4위에 속하는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김씨는 50억원 지급 경위에 대해 “그분이 산재를 입었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후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자 김씨는 “산재 처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희 회사에서 중대재해라고 판단했다며 병원진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얽혀있는
실타래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관할 고용노동관서에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보고할 경우 벌금이나 징역에 처하게 된다. 또 위로금과 관련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지급액은 1억여원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는 퇴직금 사건의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폭로되기 전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 또 그러면서도 추석 연휴 내내 대장동 의혹을 고삐로 여권과 이 지사를 난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이 사실을 추석 이전에 제보를 통해 알았으며, 그 외에도 몇 명이 더 연루돼있다는 사실까지 밝혔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1969년생으로 한양대학교를 졸업했다.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건축시스템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성남 분당 정자동의 모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으면서 ‘부동산 개발 전문가’라는 평을 얻게 됐다.

2010년 5월11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한솔마을 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으로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이 지사 지지성명을 발표한다.

그는 “이 후보가 분당의 현안을 해결하는 현장에서 솔선수범했고 리모델링 관련 법 개선에 노력한 점 등을 높게 평가해 분당 리모델링에 가장 적합한 시장 후보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10년 7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인수위 도시건설분과 간사를 지낸 다음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8년여간 재직했다.

그 나물 
그 밥들

특히 2014년 이 지사가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이 진행되던 당시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기획 및 사업자 선정 등 핵심적 역할을 하며 2017회계연도 133억원 흑자 등 3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하는 데 앞장섰다.

이어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후인 2018년엔 경기관광공사 사장(차관급)으로 중용되기도 했다. 그는 2년여간 민선 7기 경기도 관광분야의 각종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31일 임기를 9개월여 앞두고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유 전 사장 직무대리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였다.

한편 유 전 사장 직무대리는 대장동 사업 관련 의혹이 제기된 후 원래 쓰던 휴대전화 번호를 없애고 외부와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1973년 서울 출생으로 2001년 서강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사법시험 47회 합격 사법연수원 37기로 수료했다. 법무법인(유한) 강남(신관) 소속 변호사로 부동산 개발과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2008년부터 한나라당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한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당시 한나라당 보도자료를 보면 한나라당은 같은 해 6월19일 당사에서 강재섭 대표 주재로 중앙청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을 개최했으며 남 변호사는 19명의 부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 특정 업체에 대장동 개발권을 달라며 정치권에 로비한 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전력이 있다.

남 변호사는 2009년 대장동 일대 부지를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 하여금 사업을 포기하도록 정치권에 로비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 이모씨에게 8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6월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매머드급 전담 수사팀 구성
수백억 어디로? 돈 흐름 추적

남 변호사는 2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장은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었다. 2016년 3월18일, 최 전 감사원장은 남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1심(수원지법)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남 변호사가 상고하지 않아 2심서 무죄가 확정됐다.

남 변호사는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지분 1.74%를 가져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은 천화동인4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 변호사 부인인 전 MBC 기자 A씨도 위례자산관리 주식회사 사내이사로 있다가 2013년 12월5일 사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을 가지고 투자 비율에 따라 배당을 받는 신생 주식회사 ‘위례투자2호’의 사내이사로도 등재됐고 2014년 8월25일 사임했다. 

남 변호사는 최근에 가족과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하던 트위터 등 SNS도 모두 삭제했으며 부인 A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지난달 16일 퇴사했다. 

MBC 제3노조 측은 A씨가 공익을 대변하는 MBC 기자 신분으로 겸업 금지 의무를 위반해 사규를 어겼으므로 징계를 받아야 하고 퇴직금 지급도 일단 보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천화동인 4호 사무실로 쓰던 곳도 비었고, 이전한 사무실도 직원은 없다.

검찰이 6개월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정치적 시비를 피하기 위해 단기간에 고강도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10명이 넘는 검사로 매머드급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인력 보강
속도전 돌입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씨, 남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엔에스제이홀딩스와 유 전 사장 직무대행 주거지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앞서 유 전 사장 직무대행 등 관계자들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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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임기 반환점서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가 혹평으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례 없는 솔직함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원했던 방향과는 달랐던 모양새다. 남은 임기는 2년 반. 출구도 퇴로도 꽉 막힌 길목서 바라본 결승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용산은 그야말로 지뢰밭을 걸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는 ‘명태균 게이트’에 지지율은 20%대 안팎을 맴돌았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탄핵소추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계속되는 당정 갈등과 영부인 리스크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조차 흔들었다. 윤 대통령이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보수 궤멸, 더 나아가 2016년 탄핵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위기감마저 맴돌았다. 이번엔 다를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용산의 아픈 부분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속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건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고 국민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힌 뒤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한 대표는 녹취록에 대한 질문에는 에둘러 대답을 피했다. 대신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진을 설득해 용산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 대한 입장 발표를 무한정 미룰 수 없으니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한 대표는 전면 개각도 요구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사안의 경우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과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개각을 단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상황서 머뭇거리면 공멸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보도가 난 건 이날 늦은 저녁이었다. 현재 상황이 임기 반환점을 돌아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예정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일부 수렴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대대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당 차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을 움직인 배경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허리 숙였지만…‘김건희 대변인’ 비판만 국회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 자기모순 논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사흘 앞둔 7일, 회견을 통해 김 여사 문제와 명태균씨 관련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는 약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의 담화를 발표한 뒤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는 시간이나 질문 분야, 개수 등에 제한 없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그야말로 ‘끝장 회견’을 통해 고꾸라지는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에 대한 솔직한 입장이 나올지, 그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집 나간 TK 민심은 물론 국정운영까지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견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이 강조된 메시지를 기대했다. 이번 회견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처럼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 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대국민 담화가 또다시 소환됐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때 당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기자회견서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한 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분 남짓한 시간에 준비한 사과문만 낭독한 뒤 퇴장했으며,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았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다. 민심을 확인한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특검 수사를 비롯한 개헌을 제시했지만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넌 뒤였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단상에 섰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지난 2년 반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격적? 뭐 하러… 이어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리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그동안은 잘못된 경제기조, 국정기조를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남은 2년 반은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해결이 시급한 의료개혁 역시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취재진들의 질의를 받았다. 먼저 ‘대선 이후에도 명씨와 소통을 이어갔는지’를 묻는 말에 윤 대통령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이후)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까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자기(명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을 수가 있다. 그런데 답을 안 하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신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으로 김 여사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주고받은 연락’에 대한 질문에는 “일상적인 것(연락)들이 많았고 (연락은)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좀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본인(김 여사)도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김 여사)본인도 어찌 됐든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거나 가짜 뉴스로 침소봉대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국민들이)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그런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저에게도 ‘괜히 임기 반환점에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하라’(말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 찜찜한 뒷끝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으며 특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각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어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매듭 지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서 이번 담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렸다. 여권에서는 “솔직한 답변이었다” “겸허히 사과했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 여사를 선택했다”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140분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은 전면 거부했으며 김 여사를 지키려 특검 제도마저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회견은 마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서 ‘최순실은 어려웠을 때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데자뷰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다”면서도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힘만 빠지는 여 기회 노리는 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번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끝이 났다. 국민께서 준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 민심의 태풍을 그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탄핵만이 해답”이라고 소리 높였다. 개혁신당은 “변화 없는 돌림노래”, 새로운미래는 “부부의 절절한 사랑을 과시하기에 바빴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뚜렷이 밝히셨고 인적 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시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이상 지지율이 하락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중간중간마다 탄식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집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이 뜰락 말락 하는 지지자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당은)오는 15일, 2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로 승부를 보려 하는데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앞으로의 분수령이라고들 해석하셨다. 변화와 쇄신이 키워드였는데 결국 국민께서, 특히 이탈한 보수층이 이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등을 돌린 TK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용산이 즉각 대응하지 않거나 거짓 해명으로 스텝을 꼬아 보수 지지층의 적잖은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반응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야 지지율이 올라가고, 지지율이 올라야 개혁을 할 수 있다”며 “지금은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여론의 지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도 멀었다 신평 변호사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견서 윤 대통령은 평소 인품대로 아주 솔직 담백한 말을 했다”며 “고강도의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분도 분명히 계셨을 테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꺼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 쇄신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정운영이 답답한 때도 있다. 조금 더 긴밀히, 그리고 국민의 심기를 살피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되도록 많은 소통을 하고 또 나아가서는 협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