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사생결단 승부수

일단 삼켰다 ‘약일까 독일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장동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날로 커진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택지개발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관련 있다며 의혹 제기를 통해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인권 변호사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0년 성남시장에 취임하며 본격적인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성남시장 때부터 이 지사의 추진력은 유명했다.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서다. 이후 경기도지사로 취임하고 난 뒤에도 거침없는 실행력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개발 특혜?
임기 성과?

이 지사는 시원시원한 일처리와 언행 덕에 ‘전투형 노무현’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추진했던 대장동 개발사업도 이 지사의 추진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대장동은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조그만 도시로 성남에 있는 ‘노른자위’ 중 하나로 불린다. 당초 대장동 개발사업은 2005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공영개발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으로 LH는 진행 중이던 개발사업 414개 중 138개 사업 철회를 검토했고, 대장동 개발사업도 함께 포함됐다. 이와 더불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신영수 의원의 개입도 2010년에 민간개발로 전환된 계기 중 하나다. 


같은 해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취임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다시 활기를 띈다. 우선적으로 사업을 공영개발로 전환시켰지만 1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성남시는 대규모 개발을 진행한 이력이 전무했다. 이런 탓에 성남시는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권, 화천대유와 계열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으로 구성된 ‘성남의뜰’에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권을 줬다. 그 결과 성남시는 5500억원이 넘는 개발이익을 환수했다.

그러나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별다른 실적이 없고, 출자금도 5000만원에 불과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라는 민간업체가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혹으로 떠올랐다.

국힘 화력 집중에 곧바로 반격
최대 위기 직면…정면돌파 시도

또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 특혜 논란이 촉발됐다. 업체 소유자가 이 지사와의 관계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당시 업체와 협약을 주도한 인물은 이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본부장이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개발공사 실무 직원들이 해당 협약을 진행하면 민간에 이익을 몰아준다며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협약을 밀어붙였다고 전해진다. 

유 전 본부장은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 기업실 소속 투자 사업팀장으로 근무한 정민용 변호사도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정 변호사의 입사 시점이 개발사업자 선정을 4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는 컨소시엄 선정에 앞서 두 차례 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정 변호사는 천하동인 4호(현 엔에스제이홀딩스)를 소유한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다. 당시 남 변호사는 출자금 8721만원으로 10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핵심인물로 분류되는 인물 중 하나지만 미국으로 출국해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가 서로 연결이 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유 전 본부장과 연결고리가 개발 인허가권자였던 이 지사에게까지 특혜 의혹이 번졌다.

진짜 주인?
공방 격화

지속적으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27일 검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엔에스제이홀딩스를 비롯한 성남도시개발공사, 유 전 본부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검찰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이 지사가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 이익 회수 과정 중 개입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는 100건이 넘는 녹취록도 함께 확보돼 녹음 파일 속 등장인물이 대거 소환될 가능성도 크다. 이 지사는 화천대유에 특혜를 제공했다며,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즉시 대장동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첫 번째 의심 대상자이자 범인”이라며 “특검을 받으시라, 그것만이 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특검 준비와 활동 시기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대안으로 제시된 점은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제시한 합동수사본부 구성이다. 이 지사 역시 특검에는 반대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다만 이 지사는 앞으로 지사직을 유지할 경우에 피감기관장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이 지사가 오는 10일 결정되는 민주당 최종 대선후보로 선정된 직후 지사직을 사퇴하면 출석할 필요가 없다. 행안위와 국토위의 경기도 국감 날짜는 각각 오는 18일과 20일로 예정돼있다.

총력전
전면전

앞서 국민의힘이 국교위에 대장동 관련 증인 18명, 법제사법위원회에 17명, 행안위에 30명을 채택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거부 중이다. 이 지사 캠프는 즉각 반박했다.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수령한 점을 들며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했다.


캠프 측은 국민의힘이 민간에 곳곳에 녹아든 토건 비리 네트워크와 어떻게 결합돼있는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곽 의원이나 남욱 변호사 모두 국민의힘과 관계 있는 사람들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이 지사의 책임은 사람을 잘못 쓴 정도에 그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캠프 측의 해명과 반박에도 야권의 공세가 거세자 결국 이 지사가 직접 등판했다.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를 택한 셈이다. 이 지사는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부정을 저지른 관리를 파면하고 관고를 봉하여 잠근다는 뜻)하도록 하겠다”며 국민의힘이 제시한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직원을 관리하는 업무를 했고, 이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공모해 선발과정을 거쳐 뽑았을 뿐이라는 것.

유 전 본부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이 지사에게 예산편성을 요구했으나 지원해 주지 않아 사장직을 그만두고 인연을 끊다시피 한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고비 넘어야 대권 보인다
키맨들 입에 운명 달렸다


또 지난달 29일 개최된 개발이익 환수 법제화 긴급토론회에 참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개발이익 환수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발이익 환수제는 국가가 인허가권을 가진 개발사업에서 생기는 불로소득을 100% 공공으로 환수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장동 논란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민심을 만회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지사가 내세운 공약은 민간의 참여 유인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이 지사가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검찰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지사 캠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오랜 측근으로 분류됐던 만큼, 수사 방향과 상황에 따라 이 지사 쪽으로 의혹이 더 번질 수 있어서다. 특히 이 지사는 얼마 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를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했다가 ‘보은 인사’ 논란을 샀던 경험이 있다. 

현재까지는 이 지사가 확실하게 특정 인물과 명확한 증거가 나온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이 지사에게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대선 경선 일정 내내 ‘측근 챙기기 논란’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지시가 직접 뇌물이나 배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인물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의 책임 소재가 어느 정도 있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지렛대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거버너로서의 이 지사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지만 장점의 이면에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게 화천대유 특혜 의혹에서 터져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확실한 것은 측근 챙기기”라고 정의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정치권 인사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촉발된 의혹은 국민의힘까지 번졌다.

시작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으면서다.

해당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자 곽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현재는 의원 제명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뿐만 아니다. 야권 대선주자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도 터져 나왔다.

윤 전 총장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현재 대장동 게이트로 여야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결과가 드러나기 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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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