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대장동 특검 관전 포인트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제2의 BBK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쟁은 끝났지만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여야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대선이 역대 최소 득표 차로 마무리된 점이 전투 국면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특히 ‘대장동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간 대결이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선거기간 동안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할지라도 결과가 나온 이후엔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모래만 남듯,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라는 결과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난무했던 고소·고발도 대부분 취하되곤 했다.

선거 후폭풍
여진 남았다

여러 모로 역대급 기록을 남긴 3‧9대선은 선거 이후 모습마저 다른 양상을 띠는 듯하다. 선거기간 내내 이슈로 작용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이하 대장동 사건)이 승패가 가려진 이후에도 힘겨루기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때 등장한 업체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기에 처음 불거진 대장동 사건은 선거기간 내내 최대 이슈였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짓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두고 TV토론회에서 후보 간 입씨름을 벌였다.

진실규명 큰 뜻은 같지만
수사 방식·범위 전부 달라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녹취록’ 등 선거 마지막 날까지 장외전도 치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을 꾸려 수사에 돌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남욱 변호사(구속)·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유한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50억 클럽에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곽 전 의원만 기소된 상태다.

50억 클럽은 물론 ‘윗선’에 대한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검찰은 대선기간 내내 화두에 올랐다.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이 눈치 보기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 대신 대장동 사건만을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특검 논의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바라는 특검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수사 범위, 수사 주체 등에 있어서 극과 극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여야 간 줄다리기는 점차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서로 유리
방향 고집

대장동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을 바라보는 두 당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양측은 이미 대선 때 ‘이재명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밝히고자 하는 진실의 방향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쟁점은 수사 주체와 수사 범위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 대출·부실수사·특혜 제공 등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2011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를 봐줬다는 의혹을 특검에서 수사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23일 김기현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106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관된 특혜제공 등 불법행위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특수목적법인 시행사 등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등 불법행위 ▲성남시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전 현직 임직원 및 자본투자자 등 사건 관계인의 직권남용·횡령·배임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을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 형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기존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상설특검으로 진행하게 되면 특검 후보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한 4명에,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 회장 등 7명이 추천된다.


이 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되는 구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도의 일반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 후보는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유불리를 계산해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특검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처리”
“꼼수 안 돼”

민주당이 이달 중에 국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문 대통령이 하게 된다. 특검을 해야 한다면 새 정부 출범 전에 진행하는 게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일반 특검 방식이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이 검사 출신이라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에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일반 특검으로 진행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윤 당선인이 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기간도 다르다. 상설특검은 60일 수사에 30일 연장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제출한 특검법은 70일간 수사하고 3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양측이 내놓은 특검법은 대장동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큰 틀에서의 대의만 같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처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양측은 특검법 국회 처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선정하는 꼼수는 더 이상 안 통한다”며 “가짜 특검으로 말장난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길 바란다”고 팽팽히 맞섰다. 

일각에서는 어떤 특검법이 통과되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진행됐던 ‘BBK 특검’처럼 정치적 셈법에 따라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것.

문재인정부 들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당시 BBK 특검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책임진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2008년 면죄부 특검
13년 뒤 180도 반전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투자자문회사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컸고, 대선 사흘 전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2000년 10월 광운대 특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다. 동영상 공개 다음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주가조작 등 범죄 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하는 특검이 출범했다.

당시 정호영 특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이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45일 만에 도곡동 땅과 다스 차명 소유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을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을 나흘 앞두고 나온 특검 수사 결과 덕분에 홀가분하게 대통령 업무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2020년 10월 대법원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4월 구속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처리까지
산 넘어 산

결국 대장동 특검이 발의되기 위해선 정치적 고려, 이벤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대선에서 진 상황이라 단독처리를 하기엔 부담스럽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합의 없인 아예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6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터라 여야 모두 강하게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자루 쥔 박범계 “대장동 특검 찬성”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되고,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안 돼”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언제까지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각도는 다르지만 대동소이하게 얘기되고 있는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도 검토해볼만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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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