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대장동 특검 관전 포인트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제2의 BBK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쟁은 끝났지만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여야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대선이 역대 최소 득표 차로 마무리된 점이 전투 국면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특히 ‘대장동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간 대결이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선거기간 동안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할지라도 결과가 나온 이후엔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모래만 남듯,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라는 결과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난무했던 고소·고발도 대부분 취하되곤 했다.

선거 후폭풍
여진 남았다

여러 모로 역대급 기록을 남긴 3‧9대선은 선거 이후 모습마저 다른 양상을 띠는 듯하다. 선거기간 내내 이슈로 작용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이하 대장동 사건)이 승패가 가려진 이후에도 힘겨루기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때 등장한 업체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기에 처음 불거진 대장동 사건은 선거기간 내내 최대 이슈였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짓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두고 TV토론회에서 후보 간 입씨름을 벌였다.

진실규명 큰 뜻은 같지만
수사 방식·범위 전부 달라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녹취록’ 등 선거 마지막 날까지 장외전도 치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을 꾸려 수사에 돌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남욱 변호사(구속)·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유한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50억 클럽에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곽 전 의원만 기소된 상태다.

50억 클럽은 물론 ‘윗선’에 대한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검찰은 대선기간 내내 화두에 올랐다.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이 눈치 보기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 대신 대장동 사건만을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특검 논의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바라는 특검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수사 범위, 수사 주체 등에 있어서 극과 극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여야 간 줄다리기는 점차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서로 유리
방향 고집

대장동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을 바라보는 두 당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양측은 이미 대선 때 ‘이재명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밝히고자 하는 진실의 방향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쟁점은 수사 주체와 수사 범위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 대출·부실수사·특혜 제공 등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2011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를 봐줬다는 의혹을 특검에서 수사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23일 김기현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106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관된 특혜제공 등 불법행위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특수목적법인 시행사 등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등 불법행위 ▲성남시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전 현직 임직원 및 자본투자자 등 사건 관계인의 직권남용·횡령·배임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을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 형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기존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상설특검으로 진행하게 되면 특검 후보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한 4명에,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 회장 등 7명이 추천된다.

이 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되는 구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도의 일반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 후보는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유불리를 계산해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특검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처리”
“꼼수 안 돼”

민주당이 이달 중에 국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문 대통령이 하게 된다. 특검을 해야 한다면 새 정부 출범 전에 진행하는 게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일반 특검 방식이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이 검사 출신이라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에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일반 특검으로 진행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윤 당선인이 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기간도 다르다. 상설특검은 60일 수사에 30일 연장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제출한 특검법은 70일간 수사하고 3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양측이 내놓은 특검법은 대장동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큰 틀에서의 대의만 같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처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양측은 특검법 국회 처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선정하는 꼼수는 더 이상 안 통한다”며 “가짜 특검으로 말장난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길 바란다”고 팽팽히 맞섰다. 

일각에서는 어떤 특검법이 통과되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진행됐던 ‘BBK 특검’처럼 정치적 셈법에 따라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것.

문재인정부 들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당시 BBK 특검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책임진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2008년 면죄부 특검
13년 뒤 180도 반전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투자자문회사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컸고, 대선 사흘 전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2000년 10월 광운대 특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다. 동영상 공개 다음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주가조작 등 범죄 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하는 특검이 출범했다.

당시 정호영 특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이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45일 만에 도곡동 땅과 다스 차명 소유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을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을 나흘 앞두고 나온 특검 수사 결과 덕분에 홀가분하게 대통령 업무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2020년 10월 대법원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4월 구속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처리까지
산 넘어 산

결국 대장동 특검이 발의되기 위해선 정치적 고려, 이벤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대선에서 진 상황이라 단독처리를 하기엔 부담스럽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합의 없인 아예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6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터라 여야 모두 강하게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자루 쥔 박범계 “대장동 특검 찬성”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되고,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안 돼”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언제까지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각도는 다르지만 대동소이하게 얘기되고 있는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도 검토해볼만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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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