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파업 쓰나미 손 놓은 정부,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28 16:28:18
  • 호수 1403호
  • 댓글 0개

‘발만 동동’ 멈춰버린 대한민국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총 7개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파업을 진행하는 단체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처우개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실현시키기 위해 집단적으로 노동 제공을 거부하고 일을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파업의 이유로 ▲고용 조건과 작업환경의 개선 ▲미해결된 고충 해결 ▲노동조합을 교섭 기구로 인식시키기 ▲기업 경영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목적 등이 있다.

전국적으로…
끝나지 않은

위와 같은 목적이 있더라도 모든 파업이 정당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파업 정당성 인정 기준을 정해놨다. 정당한 파업의 기준으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되며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목적으로 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해 단체교섭을 거부했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 결정을 따라야 하며 ▲파업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게 되면 회사나 파업 대상과 척을 지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을 이끈 주동자는 잠재적 위험 인물로 퇴사 압박 또는 승진 시 차별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파업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은 시시각각 발생한다.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에서만 7개의 파업이 진행되거나 예정돼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22일 화물연대 총파업 등 잇단 노동계 투쟁과 관련해 “110만 조합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우리 시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이다. 핵심 과제를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총파업 총력 투쟁 선포 및 개혁 입법 쟁취 농성 돌입’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산하 조직의 총파업을 앞두고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로 파업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다. 해당 파업에서 민주노총은 ‘노동 개악’ 저지와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주장했다. 민주노총의 대정부·국회 요구사항은 ▲건설 안전 특별법 제정을 통한 건설현장의 중대재해 근절 ▲화물 안전 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적용 업종 확대 ▲교통·의료·돌봄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노조법 2, 3조 개정 ▲진짜 사장 책임법 ▲손해배상 폭탄 금지법 제정 등이 있다.

교섭 진행해도 입장 차 좁히지 못해
“단체 요구에도 계획 없다 말만 들어”

두 번째 파업은 이튿날(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가 ‘안전 운임제’ 연장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정부와 합의한 ‘안전 운임제’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품목 확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전 운임제 관련은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도 지난 24일 0시부터 총파업을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강원 동해 ▲경남 마산 ▲광주 하남 ▲전남 광양항 ▲경북 구미 ▲경북 포항 ▲대전 ▲부산 ▲위수탁 ▲서경 의왕ICD ▲울산 ▲인천 ▲전북 군산 ▲제주 ▲충남 현대제철 ▲충북 단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화물연대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지난 9월29일 안전 운임제 폐지와 품목 확대 법안의 논의가 국회에서 시작됐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자동차 운수 사업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시행됐는데, 올해 말 제도가 일몰된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제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20년 동안 투쟁한 산물이고 동시에 화물노동자의 염원이다. 화물노동자의 안전뿐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 안전 운임제의 일몰이 불과 1개월 남았는데, 정부는 이 법에서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와 차종, 품목 확대를 결정할 때까지 화물연대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철도 지하철 협의회 ▲철도노조 ▲공항항만운송 본부 ▲민주버스본부 ▲항공연대협의회 ▲택시지부 전국 물류센터 지부가 함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준법투쟁도 있었다.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구조조정 저지, 올해 임단협 승리를 위한 철도노조 준법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4일부터 준법투쟁을 벌였다.

움직이는
화물연대

철도노조는 “지난 수개월간 대화와 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러나 정부와 철도공사 그 누구도 책임 있게 듣고 행동하지 않았다. 정부와 철도공사의 탈선을 멈추기 위해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지난 4월부터 임금·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철도노조는 지난달 26일 조합원 총투표를 시행해 재적 조합원 61.1%의 찬성률로 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이들은 ▲임금 정액 인상 ▲사측이 추진하는 직무급제 도입 중단 ▲호봉제·연봉제 직원 간 임금 형평성 확보 ▲불공정한 승진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진행했다. 학교 비정규직에는 급식조리원·돌봄 전담사가 포함돼있어 급식과 돌봄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지난 23일, 11개 교육지원청과 대책회의를 열고 학교 교육활동 정상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교육청은 유치원·초등학교 돌봄교실, 특수교육 분야의 학교 내 교직원을 최대한 활용해 파업으로 인한 교육 공백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학비연대는 ▲학교 급식실 폐암·산재 종합 대책 마련 ▲지방 교육재정 감축 반대 ▲정규직과 차별 없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개편 관련은 지난 9월부터 교육당국과 6번의 실무교섭과 2번의 본교섭을 가졌으나 끝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학비연대는 “시·도교육청은 임금교섭에서 근속수당을 동결하는 등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 교섭안을 제시했다. 복리후생 지급 기준 동일 적용 등 임금체계 개편 요구는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기투쟁
불사할 것”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학비연대는 교육당국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환기시설·배치 기준 개선 등 종합 대책 마련을 위한 예산편성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계획이 없다고 무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파업 요구에 정부와 교육감이 화답하지 않는다면 재차 파업 등 장기투쟁도 불사할 것이며 사상 처음으로 신학기 총파업도 이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전종근 서울시 교육청 노사협력담당관은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안으로 현재 노사 간 의견 차이가 있지만, 시‧도 교육감과 노동조합 간 집단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현재 진행 중인 파업으로, 예정된 파업은 2개나 더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와 서울시가 인력 감축 계획을 철회하지 않으면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오는 30일에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 18일 명순필 노조위원장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 예정일이 2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서울시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쪽으로는 안전 인력의 임시변통 투입을 지시하고 한쪽에선 대규모 인력 감축과 외주화를 강요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로 구성된 연합 교섭단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2026년까지 1500여명을 감축하는 구조 조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경제에 피해, 글로벌 경쟁력도 위협”
“정부는 법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현재 예정된 마지막 파업은 다음달 2일에 있는 철도노조 파업이다. 철도노조는 지난 24일 준법투쟁을 거쳐 다음 달 2일 이를 받아 총파업을 이어간다. 

총력투쟁에 나서는 이유로 철도노조가 준법투쟁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 임단협 갱신 교섭에서 철도공사가 보인 고집과 불통을 들었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철도공사는 불공정한 인사 보수제도를 바로잡자는 요구를 거부하고 노사합의조차 정부의 지적을 핑계로 외면해왔다”며 “여기에 지난 5일 발생한 오봉역 참사도 투쟁에 불을 피웠다. 철도노조는 올해만 네 명의 조합원이 작업 중 순직했는데, 국토부는 ‘남 탓’으로 국면 전환만 시도한다. 철도공사는 예산과 권한을 핑계로 뒷짐 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철학과 정책이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현 위원장은 “모두 살릴 수 있었지만 정부가 역할을 못해 살리지 못한 인재가 오봉역 참사다. 이제 노동자가 나서서 시민을 보호할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철도노조는 근무체계 개편에 필요한 1800여명의 인력증원을 요청했지만 국토부가 묵살했다. 오히려 지금은 한 술 더 떠서 철도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부족한 인력 충원은커녕 오히려 1000여명 넘는 정원 감축을 추진 중인 기재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기관이냐”고 따져 물었다.

여기까지가 다음달까지 예정된 파업 단체의 속사정과 일정이다. 이들은 모두 원청과 교섭을 하지 못하면서 처우 개선·인력 충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장기간 파업을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요청 묵살
단호한 대응

지난 2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국무총리는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운송 거부 행위는 국가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글로벌 경쟁력마저 위협하는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편에서 법과 원칙을 수호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단체행동이 이뤄지는 원인 파악도 병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물연대 파업, 경제단체 입장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진행한 지난 24일 총파업과 관련해, 경제 6단체가 “화물연대의 집단이기주의”라고 반발하면서 파업 철회와 안전운임제의 즉각적인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무역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이날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선언과 관련한 공동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수출과 경제에 미칠 심각한 피해를 우려한다. 화물연대 측이 즉각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차주, 운송업체, 화주 간 상생협력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또 “이미 지난 6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로 수출 현장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국가기간산업은 1주일 넘게 마비됐고 일부 중소기업은 수출물품을 운송하지 못해 미래 수출계약마저 파기되는 시련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또 다른 집단행동은 우리 수출업체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면서 수출과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화물연대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은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물연대가 연장을 요구하는 안전운임제에 대해서도 “인위적 물류비 급등을 초래하는 등 화주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해 위험에 빠뜨림으로써 궁극적으론 차주나 운송업체들의 일감마저 감소시킬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라며 “계약당사자도 아닌 화주를 상품 운송을 의뢰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이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계획대로 안전 운임제를 즉각 폐지하되 차주, 운송업체, 화주가 서로 ‘윈-윈-윈’ 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