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고모’ 극우 유튜버 극비리 후원 내막

고마워서? 더하라고? ‘죽마고우’ 시위대 챙기기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취임한 지 100일이 조금 넘었음에도 30%대를 겨우 회복했다. 잇단 인사 논란과 ‘김건희 리스크’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불거진 당의 혼란이 대통령실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를 대통령실에 채용한 데 이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라 불리는 ▲학력·경력 위조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화류계 출신 ▲무속 논란 등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김건희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건희 일가가 극우 유튜버들을 지원 사격해온 정황을 포착했다. 주인공은 김 여사의 친고모인 김혜섭 목사다.

끊이지 않는
극우 접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앞 ‘양산 욕설 집회’를 주도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친누나 안모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한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적잖은 비판이 나왔다. 부담을 느낀 안씨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표를 던졌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라는 인과관계에 김 여사와 뒷배경에 김 목사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 유튜버들에게 큰손으로 불리는 ‘로뎀지기’는 김 목사다.

로뎀지기는 유튜브 채널마다 돌아다니며 슈퍼챗을 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유튜버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 실제 김 목사로부터 옷이나 신발을 선물받은 이들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가 김 목사를 통해 대통령실에 입성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목사는 기하성여의도총회 로뎀교회 소속 목사다. 2002년 2월 대한중앙신학연구원을 졸업하고 2004년 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여목총회에서 안수를 받았다. 예장 연학여목총회 산하 교육 기간은 정식 인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2006년 2월 기하성 목회연구원(서상식 목사)을 수료하고 2013년 9월 기하성 여의도 총회 연수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지난 2월21일 부산 해운대 그린나래 호텔에서 열린 한국 보수 시민단체 및 전국기독교 총연합 출범식과 2월26일 파주 남북중앙교회에 열린 ‘대통령 후보 윤석열 지지 선언 한국 보수단체 및 전국기독교총연합회’에도 참석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김 목사는 같은 달 <한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녹취록에서 언급된 ‘주술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여사가 4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 사람이며 주술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정권 누나 대통령실 입성
‘김혜섭 목사’ 경로 통했나

김 목사는 “건희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는데, 시어머님(윤 후보 어머니)이 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래도 시어머니가 다른 종교를 믿다 보니 우리나라 정서상 불교와 좀 가까워진 것일 뿐 일각에서 말하는 주술이 아닌 ‘성령’과 가까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건진법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너무 문제가 되니까 목사인 제가 직접 나서 한 번쯤 정확한 얘기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건진법사와 관련된 논란을 엮어 자꾸 주술 프레임을 씌우는 모습을 보고 너무 답답했으며, 이는 정말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김 여사에게 불거진 이른바 ‘쥴리’ 의혹도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희가 쥴리라는 의혹은 명백한 왜곡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걸 보고 황당했다”며 “건희도 제게 ‘고모. 다 거짓말이야’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학창 시절 공부하느라 바빴던 모습이 기억난다. (쥴리 의혹은)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건진법사가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서 근거 없는 얘기들이 떠돈다.” 김 목사가 어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김 여사와 건진법사 전모씨가 특별한 관계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전씨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서 굿판을 벌이며 소를 마취한 채 가죽을 벗긴 인물이다. 과거에는 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고 처남과 딸 역시 선대본 내에서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후 전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해산을 지시해 해체됐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사실상 외면받은 전씨는 대선 이후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사실상 축출되면서 김 여사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최근까지 김 여사가 전화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때부터
수차례 지원?

전씨 외에도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모 전 동부전기산업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쪽 6촌의 대통령실에 근무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자처했던 강신업 변호사가 출처 불명의 대통령 부부 사진을 연속해 SNS에 공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월 칼럼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나 패션 정보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김 목사 남편인 장모씨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거론된 인물이다. 장씨는 평택 물류항에서 큰 이권을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과거 관세 포탈과 세금 탈루를 일삼던 최순실 국정 농단 세력이 쥐고 있던 가공식품 제조업체 선라이즈F&T를 꿰차는 과정에서 비리를 제보하던 이성열 슈퍼마린종합물류회사 대표를 도산으로 몰아넣은 인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기 직전 대검찰청 앞에 많은 화환이 놓였던 일화도 있다. 안씨와 같은 성향을 띠는 극우 유튜버 김상진씨는 문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윤 대통령을 임명했을 당시 계란을 들고 출근하는 윤 대통령에게 직접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하는 방송을 진행하다 구속된 바 있다.

김씨는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고 안씨는 김씨를 마중 나갔다.

총장 시절 대검 화환
“내가 주도했다” 자폭


안씨는 이후 대검찰청 앞을 화환으로 꾸며놨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목사는 본인이 직접 해당 화환을 둬왔다고 주장했다. 안씨가 김 목사의 지시를 받아 화환을 놓아왔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윤석열 캠프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전했다.

인사와 극우 세력 논란으로 지지율이 거듭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의 행보는 일정하다. 최근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보수 유튜브 채널인 이봉규TV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전화통화 성사 과정을 공개했다.

강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일정이 잡혀 있어 펠로시 의장이 의사를 물어봤을 때 이미 양해를 구했다”면서 “의전적으로 정리가 된 사안”이라 설명했다. 또 “일부러 만나지 않은 것이며 중국의 눈치를 봤다는 등의 주장은 외교정책이 흔들린다고 비판하기 위한 억측”이라 해명했다.

해당 채널은 2020년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해온 시사평론가 이봉규씨가 진행하는 방송으로 극우 채널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무속인을 초청해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사주를 보면서 그를 비판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직이 굳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등장해 현안을 해명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뒷말이 이어진다. 국민의힘 박민영 전 대변인도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각성해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상대를
공격해야지”

이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이봉규TV’를 즐겨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당시 윤 대통령은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는데, 이씨는 해당 사진이 자신의 채널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직과 분명한 친분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것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전에도 대통령실과 극우 유튜버 간의 접점은 꾸준히 문제가 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유튜버 강용석씨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해 “상대 후보를 공격해야지 왜 김은혜(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를 공격하느냐, 함께 잘 싸워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선거개입의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통화 사실을 부인했고 강씨도 “노코멘트”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문자 파동’ 사건에서 등장한 강기훈 대통령실 행정관도 극우 유튜버 출신이다. 강 행정관은 과거 ‘자유의 새벽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유튜브를 진행해왔다. 그는 ‘중국 속국 문재인’ ‘박근혜 탄핵은 중국 공산당과 관련’ ‘페미와 대선과 간첩’ 등의 소재를 방송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극우 유튜버들이 초청됐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안씨가 대통령 취임식에 VIP 자격으로 초청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안씨의 이름이 적힌 주황색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과 취임식 날 찍힌 안씨 사진들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주황색 초청장은 대통령 당선인의 특별초청장으로 알려지며 윤석열정부와 보수 유튜브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행정안전부가 취임식 초청 명단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지며 참석자 명단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극우 큰손 ‘로뎀지기’ 활동
수차례 지원 및 의류 전달도

이에 대해 행안부는 “취임식 초청 대상자 명단은 개인정보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5월10일 취임식 종료 직후 삭제했으며 실무추진단 사무실에 남아 있던 자료도 5월13일에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는 김 여사 장모 등 ‘처가 리스크’에 연루된 인물들이 대거 초청됐다. 재판이 진행 중인 주가조작 사범 가족과 극우 유튜버에 이어 잔고증명서 위조 공범까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상징적 행사에 초청되면서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지난 17일 <한겨레>는 취임식 초청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윤 대통령 장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를 선고받은 김모씨와 그의 부인이 초청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초청 주체는 김 여사였다.

김씨는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작업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최씨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는 모친 최씨와 김씨의 연결고리로 지목돼왔다. 김씨는 2011년 김 여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수료했다. 또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서 2012년부터 4년간 감사로 재직했다. 또 김씨는 지난해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후원해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언론마저 윤 대통령을 외면한 모습이다. 기자들의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10%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소속 언론사, 부서를 막론하고 부정 평가가 압도적이다. 기자 출신의 정치권 직행에 대해서는 기자들 내부에서도 우려스럽다는 인식을 보였다.

최근 <기자협회보>가 공개한 한국기자협회 창립58주년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10.7%, ‘잘못하고 있다’는 85.4%로 나타났다. ‘매우 잘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1.3%에 그친 반면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7.6%에 달한다.

기자협회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협회 소속 199개 언론사 기자를 대상으로 7월29일~8월7일 진행한 조사 결과다.

언론마저…
사실상 외면

부정적인 평가는 기자들의 소속 매체, 부서를 막론했다. <기자협회보>는 “언론사 유형별로 보면 종편·보도전문채널(76.4%)의 부정 평가가 그나마 제일 낮았고, 그외 모든 언론사 유형에서 부정 평가가 80~90%로 나타났다”며 “특히 지역민영방송과 라디오방송의 경우엔 응답자 전원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을 ‘매우 보수’라고 밝힌 응답군에선 유일하게 긍정 평가가 51.6%로 과반, 부정 평가는 48.4%로 집계됐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