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전과 좌천’ 윤석열 사단 대해부

‘물 만난 영감님’ 검사들의 전성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인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모든 일은 사람을 어떤 자리에 어떤 역할로 쓰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 신임 대통령의 인사 공식이 윤곽을 드러냈다. 한 단어로 요약하면 ‘검찰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은 ‘파격의 연속’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하다.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 수사 과정에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게 시작이었다.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하던 윤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한직을 전전했다.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팀에 발탁되면서 중앙으로 복귀했다. 

깜짝 발탁
파격 인선

문재인정부의 출범과 함께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된 데 이어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다. 문정부에서의 꽃길은 그걸로 끝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첨예한 갈등을 빚은 끝에 그는 지난해 3월 검찰총장에서 내려왔다. 법으로 보장된 2년 임기를 미처 다 채우지 못했다. 

그 다음은 정치였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 1년여 만에 선출직으로는 최고 자리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최초 기록도 여럿 남겼다. 최초의 서울 출신 대통령, 선출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최초의 대통령 등이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력은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이다.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이력은 윤 대통령이 절대로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됐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당선 이후에는 검찰 출신이 정부를 장악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인사 과정에서 후보자를 지명하면 그 배경에 검찰 이력이 있는지 들여다보는 게 첫 수순이 됐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한 달이 지났다. 윤정부 1기 내각이 완성 단계에 이르면서 그 인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신임 대통령의 1기 내각이 조각되면 이후 인사에 대한 ‘신조어’가 등장하곤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인사는 국정철학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 첫 인사 기조가 마지막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강부자(강남부동산 자산가), 박근혜정부 때는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도)·수첩 인사라는 말이 인사철마다 유행처럼 떠돌았다. 문정부 인사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와 ‘여민호(여성·시민단체·호남)’로 요약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찬밥 취급받다
대통령 취임 동시에 화려한 부활

윤석열정부 인사를 두고는 ‘서오남(서울·50대·남성)’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여기에 더해 현재까지 지명된 대부분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검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윤석열 사단’이라 불렸던 인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윤석열 사단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총장으로 일할 무렵 검찰 핵심 요직에 포진됐던 검사들이다. 

이들은 추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에서 친정부 검사에 밀려 한직을 전전했다. 추 전 장관의 첫 검찰 인사 당시에는 ‘검찰 대학살’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 거듭된 검찰 인사로 와해 직전에 몰렸던 윤석열 사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는 대통령 당선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 


윤석열 사단의 대표격이면서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작이다. 한 장관은 추 전 장관,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거듭된 좌천에도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됐을 땐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을 꿰찰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한 장관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죄다 쏠린 시점이었다. 

한 장관의 법무부 장관행은 ‘깜짝’을 넘어 ‘파격’이라는 말이 나온 인사다. 한 장관이 검찰 요직을 넘어 검찰을 관리하는 부처의 장관으로 임명되자 정치권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어졌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입성 이후 깜짝 검찰 인사를 단행, 윤석열 사단을 전진 배치했다.

법무부부터
금감원까지

문정부에서 홀대 받았던 특수통 검사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켰다. 

문정부 관련 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뭉개기 의혹’이 제기됐던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내친 김에 한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복구하는 조직 개편에 돌입하는 등 검찰권 강화에 나섰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등 민감한 수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윤정부의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공식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과 인사혁신처, 교육부, 국방부, 국세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파견 받은 인력 13명과 검사 3명, 단장 1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관리단은 기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담당한다. 

초대 단장으로 비검찰 출신 박행열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리더십개발부장이 임명됐다. 인사 검증 실무를 담당하는 인사정보1담당관은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검사가 자리했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인사청문회 준비단에 합류한 바 있다.

관리단에 파견된 김현우 창원지검 부부장검사, 김주현 법무부 정책기획단 검사도 이 부장검사와 함께 인수위에서 일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윤석열 사단 검사가 꿰찼다. 윤석열 사단 막내로 불리는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그 주인공. 금감원 설립 이래 검찰 출신 금감원장은 처음이다. 지난 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정은보 전 금감원장 후임으로 이 전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비검찰 앞에
요직은 검사


이 신임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검찰 내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 전문가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 형사부장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이 2006년 대검 중수1과장 시절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맡아 수사할 당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2013년에는 국정원 댓글 수사팀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했고, 2016년에는 박영수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다. 이 신임 원장은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반발해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당시에도 윤정부에서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신임 원장 취임으로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칼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이 신임 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문정부 당시 미흡했다고 지적받은 의혹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다고 천명했다. 서울남부지검에 부활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의 합동 수사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의 조직관리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자리했다. 2006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당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김건희 여사의 변호를 맡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징계 취소 소송 업무를 맡았던 최측근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사단을 비롯해 검찰 출신이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도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박민식 보훈처장이 임명됐다. 통상 군 출신 인사가 맡았던 자리다. 국무총리 비서실장도 검찰 출신인 박성근 변호사가 인선됐다. 이외에도 아직 비어있는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의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장 ‘막내’ 이복현 지명
야, ‘오만과 아집’ 날선 비판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 지명에 대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같이 벌써 검사 그만둔 지 20년이 다 되고 국회의원 3~4선, 도지사까지 한 사람을 검사 출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어폐가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내각과 대통령실 고위급에 검찰 출신으로만 15명이 포진됐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그러면서 “다 법률가들이 가야 하는 자리고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에 따라 법률가들이 갈만한 자리에 대해서만 배치했다.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8일에도 윤 대통령은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는가”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대통령의 인재풀이 검찰에만 편중돼있다는 지적을 문정부 인사로 반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설이 제기됐던 검찰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인선에서 제외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스탠스를 취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인사에 날선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검찰 출신 측근만이 능력이 있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오만과 아집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총리실, 국정원, 금감원까지 10여명의 측근 검사가 요직에 임명돼 윤석열 사단은 사정·인사·정보·사회 분야까지 통치하게 됐다”며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 원리가 잊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책임은
대통령 몫?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사가 결국 실적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실력’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수차례에 걸쳐 이념이나 진영에 좌우되지 않고 실용주의 노선을 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인사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 지게 된다. 윤 대통령은 현재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법무연수원 증원 왜?

법무부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인사에 대한 추가 좌천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통상 ‘한직’으로 분류된다. 

현재 검사가 맡을 수 있는 연구위원 네 자리는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정현 전 대검공공수사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문정부에서 이른바 ‘꽃길’을 걸었던 고위 간부로 채워졌다.

이종근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는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에 일단 발령하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파견하는 우회 형식을 취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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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