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봉하마을 수행원 대선 전 여론조작 의혹

개 사과·귤 사진 이어 ‘댓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남정운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최근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때 수행원 일부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중 정모씨는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는 정씨가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에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은 이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서 여론조작으로 의심되는 발언을 수차례 나눈 것으로 파악됐다.

정모씨는 김건희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석연치 않은
영부인 행보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씨는 ‘김건희 녹취록’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이 기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 김 여사에게 한동훈한테 제보할 게 있다고 했다. 당시 김 여사는 ‘나한테 보내줘’라고 했다가 ‘정XX한테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기자는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에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한다.


이 기자의 증언에 따르면 관련 논의가 오고 간 때는 지난해 8월30일 저녁. 당시 김 여사가 심 박사에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신에 대한 정보를 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김 여사는 ‘댓글 작업’을 말했고, 정씨는 어둠의 세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자는 “정씨가 ‘어디까지 올렸냐’고 묻자, 심 박사가 ‘특정 주제에 대한 게시물 수백개를 올렸는데 뒤로 밀렸다. 다른 걸 빨리 올려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도 심 박사와 정씨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한 차례 비슷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설명이다. 이 기자는 “정씨가 심 박사에게 ‘특정 워딩을 한 번만 더 올려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둘은 특정 워딩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고, 정씨는 대화 끝에 ‘아무것도 없는 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당시 이들은 구체적인 인물과 커뮤니티명까지 언급하면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 대상은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당시 대선 예비후보)과 ‘에펨XXX’였다.

김 여사 밀착 수행원 알고 보니…
코바나 방문 당시 댓글 작업 논의

당시 홍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윤 대통령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에펨XXX는 2030 남성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대선후보 경선 때 홍 당선인 지지세가 두드러진 곳이었다.


이 기자는 정씨 외 다른 코바나컨텐츠 직원도 동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바나컨텐츠의 한 직원이 정씨에게 홍 당선인과 관련해 언급한 적이 있다”며 “에펨XXX를 강조하면서 홍 당선인 지지자들이 어떤 ‘게시물을 올린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일요시사>는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정씨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정씨는 이 같은 ‘물밑작업’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올린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여러 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이 ‘개 사과’ 사진이다.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은 고 전두환씨의 일부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남겨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반려견에 사과를 주는, 일명 ‘개 사진’이 게시되면서 논란이 빗발친 것이다. 당시 캠프는 사진을 게시한 인물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야, 총공세
여, 자중론

이어 대선 직전인 지난 3월에는 귤 사진이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윤 대통령 인스타그램에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는 문구와 함께 귤에 얼굴을 그려 넣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정씨는 이 두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씨는 현재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 때와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면서 윤석열정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라며 “정씨를 채용하는 건 인사권자의 권한이지만 계속 논란의 중심에 있던 직원을 굳이 채용하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코바나컨텐츠 출신’은 정씨뿐만이 아니다. 정씨 외에도 김량영씨와 유모씨가 김 여사 수행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겸임교수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는 10년가량 알고 지냈으며, 코바나컨텐츠에서는 전무 직함을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공식 석상에서도 코바나컨텐츠 직함을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에 참가할 때 ‘코바나 전무’로 이름을 올렸다.

수차례 나눈
수상한 발언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김 교수의 동행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김 여사 요청으로 김 교수가 동행한 것”이라며 “김 여사와 가까운 사이고, (김 교수)고향도 비슷한 위치에 있다 보니 동행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 지인이 동행한 데 대해선 “처음부터 비공개 행사였고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고 일축했다. 김 여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비공개 행사여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은 전날부터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결국 대통령실 공동취재단까지 꾸려지면서 사실상 ‘공개 행사’로 전환됐다.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지인은 (권 여사 예방에서)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노 전 대통령을 함께 추모했을 뿐”이라며 “추모의 마음을 사적 논란으로 몰아가는 민주당의 행태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김 여사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졸지에 전담기구 설치 논쟁도 재점화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에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건진법사 제자와 함께…
정황 담긴 녹취록 확보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 (대통령 업무를)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인 동행 논란’은 일축하며 김 여사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 윤 대통령은 “언론에 나온 그분은 저도 잘 아는 제 처의 오래된 부산 친구”라며 “(처가 권양숙)여사님 만나러 갈 때 좋아하는 빵이라든지 이런 걸 많이 들고 간 모양인데 부산에서 잘하는 집을 안내해준 것 같다. 봉하마을은 국민 모두가 갈 수 있는 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대외 행보를 두고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논란을 소환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제2부속실 폐지와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를 공약했으나 막상 김 여사는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 김 여사와 그 주변이 공사를 구분 못한 채 연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김 여사와 동행했던 사람들은 코바나컨텐츠 임직원이었고 현재 이 중 두 명은 대통령실 직원이 됐다”며 “이들을 보며 박근혜정부 시절 헬스트레이너 출신 3급 행정관 윤모씨를 떠올리는 건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출신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만약 김 여사가 실수를 하게 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며 “팬클럽 회장이라는 사람이 마치 부속실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던데 그걸 방치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해명에도
여전한 의심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여사의 대외활동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자중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영부인 동선이나 활동 내역 같은 경우 안전과 국가 안보에도 상당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영부인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jeongun15@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잇단 김건희 리스크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이 잇단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지난 13일 경남 봉하마을 방문 때의 동행인 ‘정체’ 등을 놓고 논란의 불길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부부 동반 영화 관람·빵집 방문은 통신·교통통제로 야권의 비판 공세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여 공세 일환으로 김 여사를 향한 날을 한껏 세우는 분위기다.

최근 물의를 빚은 김 여사 팬클럽 ‘건희 사랑’이 주된 먹잇감이다.

여권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20대 대선 때 뇌관이었던 ‘김건희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8%를 기록하며 2주 연속 하락했다.

인사이트케이 배종찬 연구소장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역대 대통령 중 임기 한 달 차에 지지율이 뒷걸음질 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에 타격을 준 것은 인사”라고 진단했다.

함께 출연한 전민기 한국인사이트연구소 팀장은 “빅데이터 상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감성어가 70까지 올라왔다”며 “부정 감성어는 3가지로 인선, 빵집 방문에 따른 교통통제, 김 여사 외부활동”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여사 외부활동이 노출되면 될수록 이상하게 부정 감성어가 올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봉하행을 공격하며 “차라리 대선공약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 공약인 ‘제2부속실’ 폐지로 김 여사의 대외 행보 컨트롤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잠행하던 민주당 이재명 의원도 거들었다. 북한이 방사포를 쏜 지난 12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의 영화 관람을 뒤늦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보 최고책임자가 (방사포 발사를) 보고받지 못했다면 국기 문란이고 보고받았다면 대통령의 안보 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에서도 팬클럽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KBS라디오에서 팬클럽을 통한 김 여사 사진 유출 논란을 두고 “한 번 정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전날 SNS을 통해 “팬클럽을 해체하고 ‘나홀로 고요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과 김건희씨가 진영불문 사랑하는 이 나라 국민들을 위해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을 향해 “자꾸 사소한 것들로 (상대편에)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는 전략을 쓴다”며 “이것이 민주당을 망쳤다”고 질타했다.

CBS 라디오에서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최순실 프레임’으로 규정하며 “너무 뻔하다. 그만하시라”고 비판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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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