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하이라이트' 김건희 등판 경우의 수

사람 모으는 스타? 표심 날리는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대통령만큼 높은 관심을 받는 이는 다름 아닌 영부인이다. 단지 대통령의 아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내 등판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 역시 공식 행보를 함께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과거 이야기와 친근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교성으로
스타급 효과? 

이에 따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등판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김 대표는 윤 후보가 과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기 위해 청와대를 찾았던 것을 제외하면 현재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 후보의 이름값에 비해 김 대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라곤 문화예술 콘텐츠 기업인 코바나컨텐츠의 대표라는 정도다. 

김 대표는 2012년 윤 후보와 결혼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12살 차이다. 윤 후보는 김 대표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하면서 애처가 면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면서 김 대표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욱이 윤 후보의 장모 최씨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김 대표는 언론에 일체 본인을 노출하지 않았다.

청와대 방문 이후로 재차 언론에 얼굴을 드러낸 시점은 지난 5월이다.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이 공개되면서부터다. X파일 속에는 김 대표의 개명 전 이름부터 과거 행적, 예명(줄리)에 대해서도 나열돼있었다.

김 대표는 지난 6월 말 <뉴스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가 막힌다”며 자신과 관련된 의혹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의 해명에 대해 윤 후보는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적절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무대응으로 일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김 대표의 언론 인터뷰가 윤 후보에게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이런 탓에 김 대표는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시점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윤 후보 역시 김 대표에 대한 의혹 해명에 소극적인 편으로 과거 적극적으로 부인하던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당선은 아내 손에 달렸다?
정식 데뷔 임박…조율 중

반면 경쟁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전면에 등판하면서 김 대표도 등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 후보의 아내 김씨의 낙상사고가 부부 간 갈등 때문이라는 말이 파다했으나 이 후보가 전면 부인했고 오히려 현재 일정의 상당 부분을 함께 소화 중이다.


김씨는 이 후보 대신 다른 일정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내조 정치’를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아내인 김미경씨 역시 지난 19대 대선 당시 공식 행보에서 내조를 통해 안 대표의 이미지 상승을 도왔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의 아내 김 대표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하듯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배우자포럼을 띄우면서 등판 포석을 깔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포럼을 통해 김 대표의 선거활동 지원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배우자포럼은 국민의힘 원내·외 당협위원장의 여성 배우자로 구성된 조직으로 내달 중 출범 예정이며 봉사를 통해 측면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활동한다. 김 대표 역시 회원 자격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자포럼이 내년 대선을 위해 발족된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 대표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 대표의 등판이 머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선거활동 경험은 없지만, 문화·예술계에서 사업을 해오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수월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가 윤 후보와 결혼 전부터 전시기획사를 운영한 경험은 강점 중 하나로 추후 대중에게 전문직 여성인 점을 강조한다면 여성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째깍째깍
시한폭탄?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등판설이 제기되자, 방송가에서도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대표를 향한 인터뷰와 예능프로그램 출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김 대표의 활약 여부에 따라 윤 후보의 희비 역시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이 후보의 아내인 김씨보다 나이가 어린 점은 장점으로 비칠 수 있다. 바로 윤 후보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2030세대의 표심을 끌어오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어서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의 실책도 김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앞서 “김씨는 두 아이의 엄마, 김 대표는 토리(윤 후보의 반려견)의 엄마. 영부인이 국격을 대변한다”는 게시물을 SNS에 올려 누리꾼 사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김씨는 두 아이를 낳아 길렀지만 김 대표는 자녀 없이 반려견만 키운다는 점을 직격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와 김 대표가 과거 유산의 아픔을 겪었던 것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역풍을 맞은 셈이다.

결국 한 의원은 사과했고, 현재 해당 게시물은 수정된 상태다.


김 대표의 등판이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 본인 역시 여러 가지 의혹에 휩싸인 상태로 등판했다가 윤 후보에게 자칫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는 허위 학력 논란, 박사 논문 표절 의혹,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에서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김 대표의 허위 학력과 관련된 의혹은 10건이 넘는다. 또 국민대, 서일대, 안양대 등의 5개 대학 이력서도 허위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허위 이력서로 강사로 뽑힌 뒤 이를 통해 다른 대학에 임용되는 수법을 사용하는 등의 행위를 반복해왔다. 

영부인 돼도…
끝까지 내조만?

윤 후보 측은 김 대표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논란이 윤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공정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2030세대가 ‘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해당 의혹에 대한 해명이 완벽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윤 후보의 약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논문과 관련된 사안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데 김 대표가 과거 국민대에 제출했던 논문이 표절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민주당에서 해당 논문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고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본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상위 유관기관인 교육부가 국민대를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결국 국민대는 재검증 계획을 세우고 내년 2월까지 논문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향후 결과 발표에서 표절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김 대표는 의혹 해소에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윤 후보에게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도이치모터스와 김 대표의 관련성이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구속되자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점차 검날이 김 대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권 회장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은 모두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검찰은 김 대표가 주가 조작 사건에서 전주 역할을 맡아 주식을 저렴하게 샀다가 되팔아 차익을 취했다고 보고 있다. 

의혹 해소 못하면 치명적
후보 본인이 결정 내려야

당시 김 대표는 자신의 10억원의 계좌를 권 회장 소개로 알게 된 주가 조작 선수인 이모 씨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윤 후보 측은 오히려 손해를 봤다며, 김 대표의 주가 조작 관여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만일 김 대표가 검찰에 소환될 경우, 소환 자체만으로도 윤 후보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 대표가 가진 의혹이 윤 후보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의혹 중 털어내야 할 것은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현재까지 해소된 의혹이 없다. 윤 후보 본인도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태에서 김 대표의 문제까지 겹쳐진다면 향후 윤 후보의 행보에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김 대표의 등판에 대해 고민이 깊다. 김 원내대표의 고민은 김 대표가 등판할 경우 그에 대한 민주당의 총공세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김 대표가 윤 후보의 리스크로 분류되기 때문에 등판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끝까지 안 나타날 것”이라며 “김 대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를 접해 본 사람들이 말투, 어휘 등이 너무 위험하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내보내지 않는 게 감점 요인이 적다. (나라면)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득실 계산
윤 결정은?

한 정치 전문가는 “민주당 이 후보가 아내와 함께 공식 행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윤 후보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김 대표 등판의 득실을 잘 따져야 윤 후보가 향후 이 후보에게 맞섰을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장모 의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처가가 경기도 양평군에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평군 아파트 사업과 관련한 의혹은 공공개발이 아닌 민간개발로 진행된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여부, 사업 기한 연장, 개발 부담금에 관한 특혜 의혹이다.

관련 의혹을 내사 중이던 경찰은 정식 수사로 전환했으며 아직까지는 특정 인물에 대한 혐의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이 정식 수사로 전환한 이유는 의혹 자체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해당 의혹들에 대해 윤 후보 측은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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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