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4대강' 돌고 도는 운명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1:12:09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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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열어놨더니 도로 닫는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0년 5월31일은 조계종 문수 스님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문수 스님은 “MB(이명박)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시작했고, 4대강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보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은 MB의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쉈다”며 4대강 사업 계승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는 크고 작은 강이 많다. 한국의 강만 그려놓은 지도는 사람의 실핏줄 모습처럼 보인다. 강의 역할도 이와 같다. 강은 ▲잔디 ▲도로 ▲하수 처리장 ▲정화 시스템 ▲농업 등에 물을 공급해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2011년부터 부작용
2013년 초에 완료

강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막아버린 사업이 있다. 바로 이명박정부 시기였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도 불렀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이명박정부의 주요 국정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수변 복합공간 조성 ▲지역 발전을 목표로 했다.

한국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 주변이 범람해 홍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비가 오지 않으면 가물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자원을 얻는 게 불가능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해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높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4대강 사업의 총사업비는 22조원이다. 계획은 4대강 외에도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어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설계됐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는 예산 낭비·부실 공사·환경 오염 등을 우려해 대대적으로 반대했지만, 2009년 2월 사업은 추진됐고 2013년 초에 완료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때는 “왜가리나 모래무지에게도 4대강 사업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지적됐고, 비슷한 예로 청계천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멈추지 않았다.

22조 혈세 먹은 국책사업
윤, 보 재개 등 계승 의지

2010년까지만 해도 언론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거나, 우려가 섞인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된지 3년째인 2011년부터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속속들이 보도됐다.


충남 공주시 계룡저수지는 원래 수질이 맑은 곳이었으나 4대강 사업 이후로 변했다. 물줄기에는 녹조가 뒤덮였고, 물이 고여있어서 그런지 저수지는 새까맣게 변해 악취가 진동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국에 있는 강 녹조가 심화됐다. 특히 수질은 악화됐고, 농지는 물에 잠겼다. 낙동강에 건설한 거의 모든 보는 물이 샜다. 강변의 모래와 자갈이 콘크리트로 대체되면서 물에 사는 동식물과 미생물이 죽어서 자가정화 작용도 할 수 없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덕분에 장마나 홍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기존에도 이 지역은 홍수가 잘 나지 않는 지역이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문재인정부에서 한 차례씩 네 차례 감사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국책사업이다.

감사 결과는 ▲문제 없음 ▲공사 담합 ▲수질 평가에 외압 등 정권에 따라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펼쳤고, 같은 맥락으로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꾸렸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은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대강의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금강·영산강의 보 개방 후에는 ▲유해 남조류 ▲저층 빈산소 ▲퇴적물 ▲생태계 건강성 등의 물 환경지표가 개선된 경향을 보였다.

수질 악화
악취 진동

또한 모래톱, 수변공간 등 생물서식처가 다양하게 형성돼, 여러 멸종위기종이 지속해서 관측됐다. 3년 반 동안 보를 개방한 결과 강의 자연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장 큰 효과는 보 개방 이후 녹조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완전히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녹조가 최대 85% 줄어들었다.

또 강물 체류 시간은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유속은 증가하는 등 물 흐름이 개선됐다. 금강의 체류 시간은 최대 88% 줄었으며, 영산강의 유속은 최대 813% 증가했다. 이런 구간에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지난 3월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월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4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 현안 27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50.9%,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재추진돼야 한다’는 29.5%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9.5%로 집계됐다.

대중들도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오는 9일로 막을 내린다.

즉 4대강 사업에 관한 정책도 곧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대선후보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는 “4대강 보를 잘 지키겠다.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후보는 “4대강이 독성물질로 사람을 공격한다.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간신히 
살려놨는데…

윤 후보는 지난 2월 공식선거 기간에 경북 상주를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이어나가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우리 상주·문경 시민들께서 맘 놓고 쓰실 수 있도록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정책 답변서에 잘 나온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폐기해야 할 3대 과제로 꼽았다.

윤 후보가 폐기하겠다고 한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은 4대강 사업을 ‘인위적 사업’으로 규정한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자연에 맞게 강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조성한 친수공간이 친수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감사원 보고서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당시 4대강의 둔치를 여가 등 복합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2009~2012년까지 1조7319억원을 들여 169.5㎢의 생태하천을 조성했다. 

그러나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친수공간의 저조한 이용도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69.5㎢ 중 60.6%는 유지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광 측면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친수공간은 효과가 없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지역인 79개 시·군·구의 친수효과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의 방문 여행객 수가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4대강을 지켜 농업용수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4대강 보를 없앨 경우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보를 개방해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4대강 복원 정책 때문이 아니라 4대강 사업 당시 물을 취수·양수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잘못 설계돼 시공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환경 흐름에 역행”
당선인 행보 환경단체들 난색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설을 잘못 만들어놔서 공급이 안 된 것이다. 양수시설은 최저 수위에서도 물을 당겨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 추진 시 보에 설치된 수문을 개방할 경우 수위 저하에 대한 고려 없이 양수장과 어도를 설계·시공, 수문을 개방하면 양수가 어렵거나 어도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는 4대강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른바 ‘녹조 라테’로 불리는 4대강의 녹조 문제다.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 일부 지역에서 검출된 녹조에서 발암성이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최근에는 이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쌀, 배추, 무 등 농작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전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녹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지속해서 밝혀지고 있는데, 계속 ‘재자연화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4대강을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4대강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제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첫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 윤 당선인이 4대강 사업 재자연화 폐지를 여전히 중요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과거 학술지 기고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기후변화 적응의 대표적인 통합대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자가 이 기고문을 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실에서 환경비서관직을 마친 뒤 본래 직장인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으로 돌아왔을 때다.

지난달 13일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소개하며 “규제 일변도의 환경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환경정책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윤 당선인의 행보에 환경단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 폐기’ 등 전 세계적인 환경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을 보였다”며 “4대강의 경우 2012년 준공 이후 해마다 녹조 발생 등 수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녹조 독성이 농·식물에 검출됐다. 녹조가 우리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되고 있다. 이것이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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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