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4대강' 돌고 도는 운명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5.02 11:12:09
  • 호수 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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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열어놨더니 도로 닫는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2010년 5월31일은 조계종 문수 스님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문수 스님은 “MB(이명박)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다.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을 시작했고, 4대강은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보자 시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은 MB의 4대강 보 사업을 폄훼하고 부쉈다”며 4대강 사업 계승 의지를 밝혔다.

한국에는 크고 작은 강이 많다. 한국의 강만 그려놓은 지도는 사람의 실핏줄 모습처럼 보인다. 강의 역할도 이와 같다. 강은 ▲잔디 ▲도로 ▲하수 처리장 ▲정화 시스템 ▲농업 등에 물을 공급해 오염된 물질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2011년부터 부작용
2013년 초에 완료

강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막아버린 사업이 있다. 바로 이명박정부 시기였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뤄진 ‘4대강 정비 사업’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고도 불렀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하는 사업으로 이명박정부의 주요 국정 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수해 예방 ▲수자원 확보 ▲수질개선 ▲수변 복합공간 조성 ▲지역 발전을 목표로 했다.

한국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강 주변이 범람해 홍수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비가 오지 않으면 가물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자원을 얻는 게 불가능했다.

특히 이상기후로 인해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의 위험성이 높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4대강 사업의 총사업비는 22조원이다. 계획은 4대강 외에도 섬진강 및 지류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만들어 4년 만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설계됐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는 예산 낭비·부실 공사·환경 오염 등을 우려해 대대적으로 반대했지만, 2009년 2월 사업은 추진됐고 2013년 초에 완료됐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될 때는 “왜가리나 모래무지에게도 4대강 사업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환경 문제가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홍수나 가뭄 등의 자연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사업이 진행되는 내내 지적됐고, 비슷한 예로 청계천을 제시하며 4대강 사업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멈추지 않았다.

22조 혈세 먹은 국책사업
윤, 보 재개 등 계승 의지

2010년까지만 해도 언론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거나, 우려가 섞인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된지 3년째인 2011년부터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이 속속들이 보도됐다.

충남 공주시 계룡저수지는 원래 수질이 맑은 곳이었으나 4대강 사업 이후로 변했다. 물줄기에는 녹조가 뒤덮였고, 물이 고여있어서 그런지 저수지는 새까맣게 변해 악취가 진동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전국에 있는 강 녹조가 심화됐다. 특히 수질은 악화됐고, 농지는 물에 잠겼다. 낙동강에 건설한 거의 모든 보는 물이 샜다. 강변의 모래와 자갈이 콘크리트로 대체되면서 물에 사는 동식물과 미생물이 죽어서 자가정화 작용도 할 수 없었다.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 덕분에 장마나 홍수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기존에도 이 지역은 홍수가 잘 나지 않는 지역이었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문재인정부에서 한 차례씩 네 차례 감사를 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국책사업이다.

감사 결과는 ▲문제 없음 ▲공사 담합 ▲수질 평가에 외압 등 정권에 따라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펼쳤고, 같은 맥락으로 환경부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꾸렸다.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은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대강의 보 개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금강·영산강의 보 개방 후에는 ▲유해 남조류 ▲저층 빈산소 ▲퇴적물 ▲생태계 건강성 등의 물 환경지표가 개선된 경향을 보였다.

수질 악화
악취 진동

또한 모래톱, 수변공간 등 생물서식처가 다양하게 형성돼, 여러 멸종위기종이 지속해서 관측됐다. 3년 반 동안 보를 개방한 결과 강의 자연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가장 큰 효과는 보 개방 이후 녹조현상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특히 완전히 개방한 금강 보 구간에서는 지난해 기준으로 녹조가 최대 85% 줄어들었다.

또 강물 체류 시간은 전체적으로 감소했고 유속은 증가하는 등 물 흐름이 개선됐다. 금강의 체류 시간은 최대 88% 줄었으며, 영산강의 유속은 최대 813% 증가했다. 이런 구간에는 녹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지난 3월1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2월 26~27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4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거 및 사회 현안 27차 정기 여론조사’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응답은 50.9%,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재추진돼야 한다’는 29.5%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9.5%로 집계됐다.

대중들도 문재인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오는 9일로 막을 내린다.

즉 4대강 사업에 관한 정책도 곧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난 2월에는 당시 이재명 대통령 대선후보와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윤 후보는 “4대강 보를 잘 지키겠다. 지역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시고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 후보는 “4대강이 독성물질로 사람을 공격한다. 4대강 보를 해체해야 한다”고 공약했다.

간신히 
살려놨는데…

윤 후보는 지난 2월 공식선거 기간에 경북 상주를 찾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이어나가서 이 지역의 농업용수와 깨끗한 물을 우리 상주·문경 시민들께서 맘 놓고 쓰실 수 있도록 잘 해내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정책 답변서에 잘 나온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을 폐기해야 할 3대 과제로 꼽았다.

윤 후보가 폐기하겠다고 한 ‘지속 가능한 국토환경 조성’은 4대강 사업을 ‘인위적 사업’으로 규정한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자연에 맞게 강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4대강 재자연화는 친수관리와 이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도록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조성한 친수공간이 친수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감사원 보고서에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당시 4대강의 둔치를 여가 등 복합공간으로 이용하기 위해 2009~2012년까지 1조7319억원을 들여 169.5㎢의 생태하천을 조성했다. 

그러나 2018년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친수공간의 저조한 이용도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69.5㎢ 중 60.6%는 유지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광 측면에서도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친수공간은 효과가 없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지역인 79개 시·군·구의 친수효과 분석 결과 해당 지역의 방문 여행객 수가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4대강을 지켜 농업용수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4대강 보를 없앨 경우 농업용수가 부족해질 거라는 우려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보를 개방해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4대강 복원 정책 때문이 아니라 4대강 사업 당시 물을 취수·양수할 수 있는 시설 자체가 잘못 설계돼 시공됐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 환경 흐름에 역행”
당선인 행보 환경단체들 난색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시설을 잘못 만들어놔서 공급이 안 된 것이다. 양수시설은 최저 수위에서도 물을 당겨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시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4대강 사업 추진 시 보에 설치된 수문을 개방할 경우 수위 저하에 대한 고려 없이 양수장과 어도를 설계·시공, 수문을 개방하면 양수가 어렵거나 어도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윤 후보는 4대강의 가장 큰 문제점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른바 ‘녹조 라테’로 불리는 4대강의 녹조 문제다.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8월 낙동강과 금강 일부 지역에서 검출된 녹조에서 발암성이 있는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인체에 유해할 정도로 높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최근에는 이 주변 노지에서 재배한 쌀, 배추, 무 등 농작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전했다. 

김종원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녹조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지속해서 밝혀지고 있는데, 계속 ‘재자연화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4대강을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4대강 정책에 대해 이렇다 할 제시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의 첫 환경부 장관 후보자를 보면 윤 당선인이 4대강 사업 재자연화 폐지를 여전히 중요사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과거 학술지 기고문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야말로 기후변화 적응의 대표적인 통합대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후보자가 이 기고문을 쓴 시기는 이명박 대통령실에서 환경비서관직을 마친 뒤 본래 직장인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으로 돌아왔을 때다.

지난달 13일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를 소개하며 “규제 일변도의 환경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환경정책을 설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윤 당선인의 행보에 환경단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4대강 재자연화 폐기’ 등 전 세계적인 환경 전환 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을 보였다”며 “4대강의 경우 2012년 준공 이후 해마다 녹조 발생 등 수질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조사에 따르면 녹조 독성이 농·식물에 검출됐다. 녹조가 우리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4대강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되고 있다. 이것이 4대강 재자연화 사업이 중단되지 않고 지속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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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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