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문재인-윤석열 파워게임

신·구 권력 제대로 붙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만남이 불발되면서 분위기가 싸늘하다. 협상 과정은 틀어질 대로 틀어졌다.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한 발짝도 뒤로 물러나지 않는 탓이다. 양측은 표면상으로만 만나자며 신경전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담이 4시간을 앞두고 한차례 결렬됐다. 표면상의 불발 이유는 실무협상 조율 문제 때문이다. 만남이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여전히 신‧구 권력은 서로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넘어야 할 
첫 번째 산

과거에도 정권이 바뀌면 인사 문제로 현 정부와 다음 정부가 충돌을 빚어왔다. 인사 문제는 새 정부가 탄생하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으로 분류된다. 

2008년 노무현정부에서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교체될 때도 극심한 대립이 펼쳐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측은 인사 문제를 두고서 청와대에 2번이나 인사 자제를 요청했을 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 측이 중앙선거관리위원과 감사위원 등을 임명하자 즉각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즉각 항의하자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에게 모욕을 주기 위함이냐며 맞불까지 놓은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전임 정부 인사의 절반을 남긴다는 관행을 깨버렸다. 참여 정부 인사 대부분을 교체하고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인사 솎아내기 작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취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연구기관장, 공공기관장 등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과거와 비슷한 기류가 흐른다. 현재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서 대립이 극에 달한 지점은 ‘인사 문제’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다.

인사 문제를 먼저 압박하고 나선 쪽은 인수위 측이다. 권영세 기획위원회부위원장이 한 차례 “문정부에서(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게 화근이었다.

권 부위원장의 발언은 350곳에 이르는 기관장 대부분이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유지하게 되는 상황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중 쟁점은 검찰총장 유임과 차기 한국은행 총재 임명권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거취와 관련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발언한 탓에 양측 인사권 대립은 더욱 불이 붙은 모양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아직 1년이 넘게 남았다. 이 같은 연유로 취임식 직후 김 총장을 교체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 역시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겪으면서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을 강조했던 바 있다.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당시 윤 당선인은 검찰의 독립성 명분을 들며 총장직에서 버텼다. 이 같은 권 의원의 발언은 총장 교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여론에 우회적으로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권 둘러싼 진실공방
퇴임 앞두고 알박기 시도?

이에 대해 김 총장은 물러날 뜻이 없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반박에 나섰다. 사퇴 압박에 대해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지금까지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이후 임기를 마치고 그만둔 인물은 8명에 불과하다. 통상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점에 임기를 마치지 않고 그만뒀다. 

김 총장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가장 먼저 사퇴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분류됐다. 그가 남은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데는 2가지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사건 수사와 검찰의 검찰 독립성이 쟁점이다. 

칼을 쥔 검찰이 대장동 사건 수사에 돌입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는 상태다. 대장동은 대선기간 내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정쟁 사안이었다.

추후로도 여야가 대장동 특검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김 총장의 거취에도 더욱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윤 당선인 본인에 대한 수사도 남아있는 터라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김 총장의 유임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검찰 내에서도 김 총장의 유임 여부를 두고 반응이 엇갈린다. 일각에선 정권이 교체된다면 수장의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임명된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까지는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의 거취 표명 여부도 알 수 없다.

이런 부담 속에서 향후 윤정부가 새 총장을 임명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인사 대립은 비단 검찰총장 유임 문제뿐만이 아니다.

과거 존중?
미래 우선?

임기가 4년 보장된 한국은행 총재 지명권을 놓고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통상 차기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정부에서도 임기를 이어간 뒤 물러났다.


이주열 총재는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이례적으로 문정부에서도 총재직을 이어가며 8년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금융권에서도 이 총재가 차기 정부에서 임기를 이어갈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 총재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 23일 청와대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차기 총재로 지목했다. 이런 탓에 양측의 대립은 더욱 심화된 양상을 띤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으로 보인다.

차기 총재 지목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국장이 좋은 사람 같다고 했던 게 전부”라며 “발표 10분 전에 전화 와서 임명하겠다고 전해 들었다”고 이 국장 지목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장 실장의 발언은 청와대 결정에 정면 반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반면 청와대는 당선인 측과 협의가 있었다며 장 실장과는 정반대 의견이다.

다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신속히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또 이 국장이 다양한 이력을 가진 경제 금융 전문가인 만큼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설명에 대해 장 실장은 윤 당선인 측은 본인이라며 총재 지명을 두고 재차 반박하고 나섰다.

인사권 문제는 총재 임명 외에도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도 난항이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에서 사전 협의를 요구했지만 청와대 측 입장은 현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진다는 데서 완고한 태도를 취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총재 임명이 협의된다면 향후 나머지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 문제가 해결될 경우 두 인물의 만남이 급속도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협의점을 찾지 못해 만남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파다하다. 

끝까지…
승리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온도 차가 뚜렷한 것은 한은 총재 지명 외에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도 있다. 대선기간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권력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무실 이전을 통해 소통하는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직접 선언한 것.

해당 사안을 두고서도 윤 당선인과 현 정부의 의견 차가 극명하다. 청와대가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안보 공백과 이전 비용 문제 때문으로 이전에 예비비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비용을 두고서도 양쪽의 대립은 격화된 상태다.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 비용을 500억원으로 추산한 데 비해 민주당 측은 1조원이 든다고 집무실 이전에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 역시 강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과의 가까움’을 서로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이전에 대해 여전히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서는 당장 추진이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당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으나 가능성이 낮아지자 한 차례 용산 이전으로 방향을 선회하기도 했었다. 

용산 이전은 윤 당선인이 정권 교체의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윤 당선인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 정부서 실행하지 못했던 공약을 이뤄냈다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까닭이다. 또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옮기는 게 소통이라는 구도를 만들기 위함으로도 여겨진다.

앞서 문 대통령도 청와대 집무실 이전을 추진한 바 있으나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무산됐던 바 있다. 윤 당선인이 문정부와 반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려는 배경인 셈이다.

집무실 이전 두고도 대립
장기전 탓 양측 부담 가중

결국 윤 당선인은 용산 이전이 당장 추진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통의동 사무실을 집무실로 사용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용산 이전에 대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다만 여론이 좋지 않은 편이라 재차 신중을 가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문정부와 정반대의 기조를 내세우며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집무실 이전이 아닌 자신이 공약했던 것들을 먼저 이행한 뒤 집무실을 이전해도 늦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소야대 형국에서 윤 당선인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만 관련 사안을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윤 당선인 인수위가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빠른 인사 영입을 통해 이르게 출범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집무실 이전 부분만 강조되고 있는 탓에 국가 비전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인수위에 합류한 얼굴들 역시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자)이 주를 이루고 있어 비판을 샀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청년 위원 등 180명에 이르는 인물을 꾸렸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인수위는 집무실 이전에만 이목이 쏠리자 재빠르게 공식 의제로 코로나19 문제를 띄우기도 했다.

현재 인수위에는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태다. 총리 지명, 통합과 소통, 제왕적 대통령 탈피라는 새 정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윤정부 출범을 앞둔 50일 이내에 도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지속된 마찰이 이런 의제 설정단계부터 시작해 물밑 기 싸움이 고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 중 전직 대통령을 만나지 못한 경우는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제외하고는 없다.

늦은 만남 탓에 회담이 늦을수록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사실상 조율은 둘째치더라도 논의 자체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던 셈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한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말씀하신 대로 조율 없이 만나자”고 먼저 운을 띄웠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순리대로 해결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여전히 만남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열어놓았다는 취지로 읽힌다.

일단 만나야 
둘 다 산다

한편에서는 양측이 표면적으로만 만남을 원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전히 여러 문제가 조율이 되고 있지 않는 탓에 회동 자체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장기적인 만남 불발에 양측 모두 부담을 느낀 모양새다. 결국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19일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양측의 만남으로 어떤 결과가 도출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동 무산된 또 다른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정치권에서는 첫 실무 협의 당시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해당 자리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이 전 대통령의 동시 사면 방안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내에서도 엇갈린 의견이 쏟아졌다. 

극적 만남이 성사된 이후 문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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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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