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건으로 본 '검수완박' 두 가지 시선

문제는 경찰 수사능력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문재인정부 임기가 한 달이 남지 않은 시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자는 의미의 ‘검수완박’을 강하게 추진 중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과 찬성하는 움직임 모두 거세게 붙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수사능력을 얼마나 갖췄느냐다. 지난해와 올해 일어난 두 가지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능력을 살펴본다.

‘검수완박’의 원래 명칭은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원내대표)이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당 171명 전체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 법률안은 ‘검찰청법’의 6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한 규정 등을 삭제해서 검찰의 공소제기 또는 유지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재정립하는 것이다.

끝없는 대립
이러다 말까

법안의 주요 골자는 ‘검사의 직무를 공소제기와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그리고 경찰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수사로 한정’이라고 게재됐다.

검수완박이 논의된 시점은 지난해 1월부터다. 당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를 반드시 전면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력한 목표를 세웠다.

이런 강한 움직임에도 검수완박은 바로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검수완박은 1년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자는 의견으로 흘러갔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여권발 검찰개혁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정신의 파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중대 범죄에 대응할 수 없게 만들어 국민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는 본인이 직접 수사한 ▲대선자금 사건 ▲대기업 비자금 사건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국정 농단 사건을 예로 들며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였으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검수완박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여권 인사들의 갈등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찬성한다”며 “대한민국 검찰이 담당한 0.6%의 수사는 그동안 그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검사의 조언·협의·상담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협력에 응할 자세가 돼있다. 검사는 법률 전문가로서, 경찰은 수사 전문가로서 긴밀하게 논의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달 내에 처리하는 것은 너무 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검수완박의 방향은 여전히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은 ‘0.6% 성역’
“강자 못 건들면 서민권익 침해” 반발

평검사 200여명은 “검수완박이 실행되면 민생범죄나 대형 경제 범죄에서 서민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검수완박은 입권법의 사유화이자 입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찬반 논란을 떠나 검수완박의 가장 핵심은 경찰 수사에 관한 전문 역량이다. 사건이 단순 폭행·절도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형법과 민법 등 각종 법률이 얽혀있어 변호사마다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많다. 또 수사관 1명당 담당 사건이 50~200건에 달해 검수완박이 진행될 시 경찰 수사 조직이 붕괴할 거란 의견도 있다. 경찰의 수사력 부족이 드러난 대표적 사건으로는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들 수 있다.

지난해 4월25일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이던 고 손정민씨는 서울시 반포한강공원에서 밤새 친구 A씨와 술을 마셨다.

손씨와 친구 A는 이미 1차 술자리를 가져 술에 취한 상태였다. 친구 A씨는 귀가 중 2차로 술을 마시고 싶어서 밤 10시경 손씨를 불러 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술을 마셨다.

이날을 기점으로 손씨는 5일간 실종됐고, 지난해 4월30일 민간구조사의 구조견에 의해 발견됐다. 장소는 반포한강공원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에서 약 20m 떨어진 수면이었다.

친구 A씨는 손씨와 헤어진 뒤 오전 4시30분쯤 홀로 귀가했다. A씨는 당시 깨고 난 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다.

시신 검안에 관해서 손씨의 아버지 손현씨는 “머리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로 상처가 2개 나 있었다. 날카로운 것으로 베인 것처럼 굵고 깊었다”고 밝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의견은 달랐다.

손씨의 사인은 익사였고, 머리 부위에서 발견된 2개의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사망 시각은 마지막 음주 후 2~3시간 이내로 추정했다.

구멍이 여기자기
의대생 사망사건

국과수에 의해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밝혀졌지만, 손현씨는 여전히 손씨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가 지적하는 의문은 여러 가지다.

손현씨는 “경찰의 결정문에서 피의 사실이 적혀 있는 불송치 이유는 반쪽도 안 됐다. 거기에는 ‘피의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모든 수사 자료들을 종합했는데 피의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거가 불충분해 혐의 없다는 게 전부”라며 “경찰이 A씨를 조사한 것은 지난해 5월 초에 끝났고, 지난해 6월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새로운 각도의 CCTV를 경찰이 갖고 있는데, 이를 보여주지 않아 현재 행정소송 중”이라고 밝혔다.


손씨의 시신에 신발이 없는 것도 의문을 표했다. A씨는 손씨의 신발이 더러워져서 버렸다고 한다. 손씨가 굴러떨어져서 끌어올리는 과정 중 신발이 더러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발이 아무리 더러워도 버린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당시 손씨의 친구 A씨는 한강에서 집으로 귀가했을 때 자신의 휴대전화인 아이폰 대신 손씨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갔다.

만약 휴대전화를 착각한 것이라면 손씨가 A씨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손씨의 시신 소지품에는 휴대전화가 없었다.

A씨의 휴대전화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 한강공원 반포 안내센터에서 “환경미화원이 주워 제출했다”고 서초경찰서에 전달했다.

손현씨는 “아들의 휴대전화는 ‘갤럭시 S20+’이고 A씨의 휴대전화는 ‘아이폰8 스페이스그레이’다. 갤럭시보다 아이폰은 23.5㎜ 작고, 무게는 38g 덜 나간다”며 “A씨는 본인의 휴대전화 대신 아들의 갤럭시 S20+를 가지고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가방을 들지 않은 채 호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귀가한다.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모를 수 없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손현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 곧(아들이 사망한 지) 1년이다. 그런데 사건 현장을 비추는 CCTV를 두고 경찰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내가 별도로 준비했던 자료로 경찰이 하나도 밝히지 못한 의혹들과 ▲미흡한 초동수사 ▲임의제출로 놓친 증거들 ▲CCTV 제공 비협조 ▲현장검증 미실시 등 무성의함이 밝혀졌다”고 썼다.

그는 “여러분들의 탄원서가 없었다면 이런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마약 밀수입
글로벌 수사

최근 경찰이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발휘한 사건이 있다. 지난 1일, 경찰청(청장 김창룡)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국가정보원과와 함께 힘을 모아 동남아 마약 밀수입 조직 총책을 캄보디아에서 검거해 강제송환했다.

피의자 B씨(35세‧여)는 2018년 3월 중국으로 출국 후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지서 국내의 공범과 함께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지속 밀반입했다.

2018년 12월 인터폴국제공조과(당시 외사수사과)는 B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고 중국 인터폴과 국제공조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태국·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를 밀입국해 활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 A씨의 소재 파악을 위해 태국·캄보디아 경찰 등과도 공조를 진행했다.

지난해 4월 경찰청(인터폴국제공조과)에서 태국 경찰과 공조해 추적 중이던 별건 마약 피의자의 은신처가 B씨의 명의로 임차된 게 드러나면서 소재가 파악됐다.

경찰청은 태국 경찰에 B씨 검거를 요청하면서 국정원 첩보를 함께 제공했고, 태국 경찰은 추적 끝에 지난해 7월 그의 은신처에서 마약 소지 및 밀입국 등의 혐의로 B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태국 법원에 낸 B씨의 보석 신청(보석금 약 2억원·추산)이 받아들여져서 지난해 8월 석방됐다.

국정원은 보석으로 석방 중인 B씨가 국내로 마약을 지속적으로 밀반입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를 통보받은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석 기간인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B씨에게 마약을 받은 국내 공범 2명을 검거했다.

피해자에게 CCTV 안 주는 이유?
해외 공조로 마약 공급책 검거

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을 태국 사법당국에 통보해 B씨의 재구금을 요청했고, 태국 법원은 B씨에게 재판 출석을 명령했다. 그러나 B씨는 출석에 응하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경찰청은 피의자가 마약 밀수입을 위해 캄보디아에도 체류했던 이력을 고려했고, 태국·캄보디아 경찰과 양국 경찰 주재관 및 국정원과 함께 공조해 다시 B씨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B씨가 태국에서 캄보디아로 밀입국해 체류 중이라는 첩보를 확보했다. 캄보디아 내부 실정을 잘 아는 피의자를 신속하게 검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와 긴밀한 협력관계가 필요했다.

경찰청은 국제 공조 총괄 부서로서 국내에서는 국정원과 경기북부청 강력범죄수사대, 국외에서는 캄보디아 경찰과 경찰 주재관으로 구성된 공조 네트워크를 통해 B씨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양국 경찰과 여러 부서의 노력 끝에 B씨가 캄보디아에서 사용 중인 그의 휴대전화, 연락처 등 주요 정보를 확보했고, 즉시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지난 1월30일 캄보디아 내 아파트에서 은신 중이던 B씨를 검거했다.

경찰청은 B씨의 과거 도피 행적 등을 고려해 국내 호송관에 의한 강제송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 중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캄보디아 입국 절차 없이 공항 보안구역에서 캄보디아 경찰로부터 피의자 신병을 인계받는 미입국 송환 방식으로 지난 1일 B씨를 국내 송환했다.

그렇다면 외국의 상황은 어떨까. 미국은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연방수사국(FBI)나 경찰이 주로 수사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중대 범죄 사건은 경찰이 아닌 검사가 수사한다. 

미국 법무부 연방검사 매뉴얼에 따르면 연방검사는 연방 검찰총장 아래 관할구역 내에서 연방형사법상 수사에 관한 권한을 가진다. 연방검사는 연방 범죄를 직접 수사하거나 연방수사기관(FBI, DEA 등)이 수사 지시를 할 수 있다.

미국은
수사 가능

미국연방검찰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통상적으로 수사는 FBI 등 연방수사기관이 맡는다”고 밝히고 있다. 즉 통상적이지 않은 사건의 경우는 연방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형배 탈당과 검수완박 관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하려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민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회부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 견해를 밝혀, 민 의원이 탈당을 통해 양 의원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양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만약 안건조정위로 가게 되면 무소속 한 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양 의원이 고민하고 있다면 본인 선택이라 저희는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따른 대책도 다 준비돼있다”고 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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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