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문정부' 결정적 헛발질 순간들

촛불은 그냥 그렇게 꺼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오는 10일이면 문재인정부가 막을 내린다. 지난 5년간 문재인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공도 있지만 당연히 과도 함께 있다. 문제는 공에 비해 과가 더 눈에 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40%를 굳건히 지키며 흔히 말하는 레임덕 현상은 오지 않았다고 평가가 내려진다. 촛불민심으로 선택받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정 초반 80%에 육박해 기대감이 컸다.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내 곧 실망감으로 뒤집어졌다. 퇴임을 앞둔 현재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면 갈수록
실패의 연속

한국형 뉴딜 정책 시행,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G7 초청국으로서 국격을 높였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대응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고용보험을 확대한 부분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남북 정상이 만나 손을 번쩍 들었던 순간도 있었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이뤄냈다. 대외적으로 성과를 낸 부분이 명확하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은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평가가 문 대통령에게 비판이 가해지는 대목이다.

부동산, 검찰, 인사, 외교, 경제(일자리) 분야에서 문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런 탓에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 부동산 문제는 문정부 5년간 짐짝처럼 따라다닌 존재다. 30번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 대수술을 반복해왔지만 오히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취임 후 문정부에서 발표한 8·2대책 이후 지금까지 집값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투기가 과열된 양상을 보이면서 문정부는 투기꾼을 잡겠다며 규제를 통해 강한 그립을 쥐었다. 임대사업등록제를 실행을 통해 갭투자 등 투기를 막으려 시도한 것.

정부의 예상과는 다르게 주택을 소유한 이들은 집을 팔지 않고 임대사업등록으로 혜택을 받는 데 몰두했다.

이 정책은 오히려 투기세력의 배를 불린 꼴이 된 셈이 되고 말았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의미로 시행했지만 결국 임대사업등록제는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런 탓에 문정부는 4년 만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 실패를 인정하며 국민에게 직접 사과했다.

최근 들어서야 집값이 주춤한 양상을 띠지만 5년간 서울 아파트 기준 3.3㎡당 평균 매매가는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

일각에선 임대사업등록제를 제외하고 집값 상승이 공급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수요 규제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실제 아파트 공급량을 따져보면 이전 정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총량을 살펴보면 연간 54만호 규모다.

잘했다? 못했다? 역대 정권같이 공과 공존
퇴임 전후 여론은 싸늘…더 지나봐야 안다?

그러나 정부는 공급 부족을 원인으로 분석해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사건인 이른바 ‘LH 사태’가 터지면서 문정부에 대한 부동산 문제 해결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민심 악화에 기름을 끼얹게 된 꼴이다. LH 사태는 풀어야 할 국민적 숙제를 해결하지 않고, 내부정보를 활용해 공공직원들을 건드린 탓이 크다. 역린을 건드렸던 죄는 민주당이 패배한 재보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투기를 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게 적이 내부에도 있었던 셈이다. 규제에 찍혀있던 부동산 대책의 방점을 공급으로 수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급히 공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급히 시행했으나 결국 전셋값마저 치솟아 버린 결과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누더기 정책이 돼버렸다. 사실 이미 투기화된 시장을 정부가 예측하고 맞추기는 힘들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 = 과거 검찰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권력으로 불렸다. 오랜 기간이 지나는 동안 검찰의 권력에 칼을 댈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앞선 노무현정부에서도 검찰개혁은 큰 화두였다. 검사와의 대화부터 촉발된 검찰개혁은 20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정치권의 풀지 못한 숙제 중 하나다. 

당시 한 검사는 노 전 대통령에게 몇 학번인지를 묻기도 했다. 대화가 보여주는 것처럼 검찰은 무서울 게 없는 권력이었던 셈이다. 문정부 역시 초기 필수 과제 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띄웠다. 최근 민주당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벌써부터 안팎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미완의
검수완박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출범 직후 내세운 검찰개혁 공약을 채택해 국정과제로 삼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수처 설치, 자치경찰제 등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에 주안을 둔 포인트는 권력분산이다. 비교적 긴 시간 논의가 이뤄졌고, 2019년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완성됐다. 당시에도 검찰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파격적인 임명을 감행한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서다. 파격적인 시도는 오히려 부메랑이 된 모양새다. 윤 당선인은 총장 임명 직후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시켰다. 

문 대통령의 긍정과 부정 지지율이 데드크로스를 맞이한 시기다. 사실상 ‘조국 사태’로 검찰이 청와대에 강한 반기를 들었다고 해석된다. 

이런 탓에 결국 조 전 장관은 35일 만에 장관직을 스스로 물러났다. 2019년 연말에 패스트트랙을 거쳐 검찰개혁 법안들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문정부에는 큰 타격이 가해졌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등을 완전히 돌리게 된 순간이다. 

여전히 검찰 조직의 저항은 거셌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개혁 다음 주자로 추미애 전 장관을 임명했다. 

추 전 장관과 윤 당선인의 대립은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갔다. 수사지휘권 발동, 징계 및 징계위원회 개최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윤 당선인 징계가 의결되자 추 전 장관이 먼저 물러났다. 반면 윤 당선인은 한동안 버텼다. 

야당과 보수 언론은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고,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로  몸집을 키웠다.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이 조국 사태와 재보선 패배로 동력을 잃었고 윤 당선인이 대선주자로 나서게 된 계기로 평가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었던 윤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 정권교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이 됐다. 대선 패배를 기록한 민주당은 발 빠르게 움직여 검수완박을 재차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기 전 마지막 숙제로 검수완박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미완 상태라고 지적한다. 수사권 축소로 6대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담당할 것인지, 경찰에 수사권이 집중될 경우 경찰 권력이 세지는 폐단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내로남불
그게 그거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권력분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견제기구로 공수처가 출범됐으나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견제를 전혀 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수사기관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하는 숙제가 남는다. 

▲인사 = 인사 문제는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정권교체가 된 결정적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부는 인사에서 좌우 가리지 않고 임명하는 탕평책을 펼쳤다. 

지난 5년간 인사청문회는 총 120회가 넘게 열렸다. 문정부는 인사 검증으로 위장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등을 검증하겠다는 7대 원칙을 내세워왔다. 강조해오던 공정이 실종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초기 내각 구성 당시부터 후보자들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던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셈이다. 

특히 조국 사태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인사문제와도 접점이 있다. 대립각을 세웠던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됐고,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정치 1번지 종로를 차지했다.

최 의원은 과거 감사원장 시절에 월성 1호기 원자력 발전소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의결 과정에서 반기를 든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문정부의 인사들을 두고,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임기 말에는 문 대통령에게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대외적인 성과 낸 부분 명확
“국내 상황은 제대로…” 지적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문정부에서 알박기 의혹이 의심된다고 밝혀진 인물은 52개 기관의 기관장 13명, 이사·감사 46명 등 총 59명이다. 

차기 정부와 기조가 다른 곳곳에 문정부 인사가 새로 요직을 차지했다. 이런 탓에 차기 정부 국정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외교 = 대한민국의 위상은 올라갔다. 선진국 지위로의 격상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더 알리는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외교 성과 중 하나다. 집권 초반 남북 정상회담으로 북한과의 교착된 관계의 물꼬를 터 종전이 앞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올라간 반면 최근 북한과의 관계는 꼬였다. 북한의 도발이 게속 이어졌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됐다.

최근에는 열병식과 새로운 무기를 북한이 선보였다. 문 대통령 역시 임기 내 종전선언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고 밝혔을 만큼이다. 

높아진 국격과 대비되게 외교적 쟁점을 두고서는 전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둘 중 누구를 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사이에서 한국은 늘 가운데였다.

일각에선 한 국가를 선택하는 것은 무리지만, 한국의 국익을 지켜 역할을 하는 실용적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경제 = 경제성장의 경우 소득주도 성장에 초첨을 맞췄으나 여전히 여러 문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출범 직후인 2017년 일자리 확대를 이유로 들어 1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시작으로 임기 내 총 10회, 매년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총 153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해당 추경은 앞선 3개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한 규모(90조원)보다 많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을 들인 이후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실질소득 격차는 여전하다. 코로나19 이후 통계상으로는 가계소득이 증가해 분배지표가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이마저도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생산에 기여하지 않고, 개인이 정부에게 받는 수입)이 있어서 가능했다. 

성공한 
대통령?

이제 바통은 윤 당선인에게 넘어간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현 정부와 반대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른다. 문 대통령의 지난 5년의 평가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문 대통령은 JTBC와의 대담에서 “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해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데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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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