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문재인정부 '탄소중립' 고집,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29 10:21:48
  • 호수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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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만 세우고 제자리 뱅뱅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폭염·한파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한국은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도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부터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시작은 
의욕적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해 탄소중립 사회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돕는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이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적 과제”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발걸음이지만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매우 빠른 속도다. 지난해 P4G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대한 의욕적이며 도전적으로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으며, 오늘 시행령 의결로 본격 실천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제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완비된 만큼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단위까지 탄소중립 이행체계가 촘촘히 구축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무거운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탄소중립 계획은 2020년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 발표됐고, 그해 11월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 바 있다.

온난화 해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 발표
세계 14번째 법제화…실효성 없는 방침 도마

이후 11월22일에는 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밝혔다. 12월7일에는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개최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8일 후인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이처럼 문정부는 탄소중립 국가로 향하기 위해 범국가적 실천을 해왔다. 

탄소중립에는 대표적으로 무공해 차(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일체형 태양광(BIPV)이 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무공해 차 133만대 보급을 위해 2022년에는 수소차 2만8000대, 전기차 20만7000대를 보급한다.


무공해 차 충전 기반시설(인프라)도 대폭 확충해 주유소만큼 편리한 충전환경을 조성한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을 설치해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위한 시험장(테스트베드)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 같은 방침은 예전부터 실효성 없는 것으로 지적돼온 상황이다. 제주도는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2013년에 선언하며, 제주도가 도민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보조금이 2300만원에 달해 2100만원이면 전기차를 살 수 있었다. 700만원 상당의 가정용 충전기 설치비도 지원됐고, 2019년 초까지 제주도가 운영하는 공영충전기 요금은 무료였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등록 자동차의 75%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배출 없는 제주’는 전기차 160대를 보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해마다 보급량을 늘려나갔다. 제주도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만5381대로, 전체 차량 대비 전기차 비중은 6.3%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만큼 내연차도 함께 늘어 탄소중립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세계 흐름
적극 동참

그렇다면 제주도 전기차 보급이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했던 2014년에 비하면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제주도는 전기차 보조금으로 국비 800만원과 도비 450만원인 1250만원을 지급한다. 최근 인기 있는 전기차를 사기 위해서는 4000만원 이상 자부담이 필요한 실정으로, 제주도 시민들은 전기차를 사는 데 큰 부담이 된다.

또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심을 벗어나면 농어촌이 대부분이어서 자동차 없이 이동하기 힘들다. 인구 유입도 늘고 있고 1인당 차량 보유 대수도 0.595대로 전국 평균 0.481를 넘어선다.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는 1.310대다. 2017년 버스 우선차로 신설과 준공영제 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실시했지만, 수송 분담률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관광산업이 주요산업인 영향도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렌터카 위주로 돌아간다. 제주도 렌터카는 지난해 2만9800여대로,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제주도는 빠르게 늘어나는 렌터카의 수요관리를 위한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했으나 업계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정책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온실가스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제주도는 탄소중립 대응계획을 다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제주도가 행하고 있는 탄소중립은 기술낙관주의고, 제주도의 탄소중립 대응계획은 기후위기를 진정한 위기로 인식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주먹구구
지지부진

이들 단체는 “1월에 있는 공청회에서 실제 비행기와 자동차의 연료를 전기와 수소로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처럼 설명됐고, 제2공항 등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그대로 용인하면서 보전지역을 확대해 탄소 흡수를 늘리겠다는 엉뚱한 말을 늘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저 태양광과 풍력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서 제기돼온 여러 가지 논의가 이번 계획에는 전혀 반영돼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태양광에도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급격히 늘어난 태양광 시설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설치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탄소중립을 위한 수치인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이미 초과 달성했다. 연간 보급량의 대부분은 태양광이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깔린 태양광 설비 규모는 4.4GW로, 전체 보급량의 91.7%에 해당한다. 풍력발전 보급은 0.1GW에 불과하다. 2017년에 비하면 2.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존 발전 방식에 비하면 친환경적이나 단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우선 태양광은 실외에 설치해 태양을 마주 보게 해야 하는 분산형 시설이다. 눈·비·강풍·산사태 등 자연현상과 동물의 공격에도 항상 노출돼있어 언제든지 고장 날 수 있는 환경이다.

수소·전기차, 태양광…
단기간 성과에 급급 지적

여기에다 태양광 발전 모듈은 15~20년이면 수명이 끝나고 해당 모듈을 만드는 데 재료로 구리·규소·납·비소 등과 각종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문제는 납과 비소가 발암 물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태양광에 대한 문제점에 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국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폐모듈은 2023년 988톤에서 2033년 2만8153톤으로 10년새 28.5배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반면 산업부나 폐기물을 담당하는 환경부 모두 현재 태양광 관련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앞으로 추세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은 수상태양광 실증시설이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이면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패널의 새똥은 빗물에 의해 자연 세척되지 않고, 강한 산성 물질은 표층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별도로 청소가 필요하다.

당시 해결 방안으로 ▲초음파와 경광등과 같은 조류 기피시설 설치 ▲태양광 모듈의 적정 기울기 ▲조류 대체 서식지 조성 ▲드론을 이용한 피해 모니터링 ▲모듈 세척 등이 제시됐다.

이런 해결방안을 받아들여 전라북도 군산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는 ‘조류 기피시설’이 설치됐지만, 친환경을 내세운 태양광전을 추진하면서 새가 쉬는 것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새똥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에 소금 결정이 달라붙어 있었고, 부식된 흔적이 나타났다. 새만금호는 하루 두 번 수문을 열어 호수물이 바닷물과 뒤섞인다. 이때 염분이 다량 함유된 물이 매일 패널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이자 바다와 인접한 새만금이 애초 수상태양광 입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정부가 용량 늘리기에만 급급해서 만든 사태라는 의견이 많았다.

잘못된
통계자료

이런 와중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761MW로 정부 발표와 1000MW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정부는 목표치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상은 거짓 통계자료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이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는 국내 여건을 고려해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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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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