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는 문재인정부 '탄소중립' 고집,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3.29 10:21:48
  • 호수 13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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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만 세우고 제자리 뱅뱅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지구의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폭염·한파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한국은 최근 30년 사이에 평균 온도가 1.4도 상승하며 온난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부터 ‘2050 탄소중립’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의 탄소중립 계획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의 중요성과 이를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시작은 
의욕적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더 이상 증가되지 않도록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해 탄소중립 사회로 바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환경적·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로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돕는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50 탄소중립이 인류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국가적 과제”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발걸음이지만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매우 빠른 속도다. 지난해 P4G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대한 의욕적이며 도전적으로 발표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을 법제화한 국가가 됐으며, 오늘 시행령 의결로 본격 실천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제 탄소중립 사회 전환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완비된 만큼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단위까지 탄소중립 이행체계가 촘촘히 구축되길 기대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무거운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탄소중립 계획은 2020년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 발표됐고, 그해 11월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한 바 있다.

온난화 해결 위해 ‘2050 탄소중립’ 계획 발표
세계 14번째 법제화…실효성 없는 방침 도마

이후 11월22일에는 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밝혔다. 12월7일에는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개최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8일 후인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이처럼 문정부는 탄소중립 국가로 향하기 위해 범국가적 실천을 해왔다. 

탄소중립에는 대표적으로 무공해 차(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와 일체형 태양광(BIPV)이 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무공해 차 133만대 보급을 위해 2022년에는 수소차 2만8000대, 전기차 20만7000대를 보급한다.

무공해 차 충전 기반시설(인프라)도 대폭 확충해 주유소만큼 편리한 충전환경을 조성한다. 이 밖에도 환경부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을 설치해 태양광 사업 활성화를 위한 시험장(테스트베드)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 같은 방침은 예전부터 실효성 없는 것으로 지적돼온 상황이다. 제주도는 ‘탄소배출 없는 섬(CFI·Carbon FRee Island)’ 정책을 2013년에 선언하며, 제주도가 도민을 대상으로 전기차를 보급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보조금이 2300만원에 달해 2100만원이면 전기차를 살 수 있었다. 700만원 상당의 가정용 충전기 설치비도 지원됐고, 2019년 초까지 제주도가 운영하는 공영충전기 요금은 무료였다. 또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등록 자동차의 75%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목표를 세웠다. 

‘탄소배출 없는 제주’는 전기차 160대를 보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해마다 보급량을 늘려나갔다. 제주도의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만5381대로, 전체 차량 대비 전기차 비중은 6.3%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만큼 내연차도 함께 늘어 탄소중립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

세계 흐름
적극 동참

그렇다면 제주도 전기차 보급이 탄소중립에 도움을 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했던 2014년에 비하면 현재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제주도는 전기차 보조금으로 국비 800만원과 도비 450만원인 1250만원을 지급한다. 최근 인기 있는 전기차를 사기 위해서는 4000만원 이상 자부담이 필요한 실정으로, 제주도 시민들은 전기차를 사는 데 큰 부담이 된다.

또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도심을 벗어나면 농어촌이 대부분이어서 자동차 없이 이동하기 힘들다. 인구 유입도 늘고 있고 1인당 차량 보유 대수도 0.595대로 전국 평균 0.481를 넘어선다.

가구당 차량 보유 대수는 1.310대다. 2017년 버스 우선차로 신설과 준공영제 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실시했지만, 수송 분담률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관광산업이 주요산업인 영향도 있다. 제주도의 관광산업은 렌터카 위주로 돌아간다. 제주도 렌터카는 지난해 2만9800여대로, 10년 만에 2배로 늘었다.

제주도는 빠르게 늘어나는 렌터카의 수요관리를 위한 렌터카 총량제를 추진했으나 업계와의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정책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온실가스가 줄어들 수 없는 구조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기후변화 대응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제주도는 탄소중립 대응계획을 다시 작성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제주도가 행하고 있는 탄소중립은 기술낙관주의고, 제주도의 탄소중립 대응계획은 기후위기를 진정한 위기로 인식하는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주먹구구
지지부진

이들 단체는 “1월에 있는 공청회에서 실제 비행기와 자동차의 연료를 전기와 수소로 바꾸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처럼 설명됐고, 제2공항 등의 대규모 개발계획은 그대로 용인하면서 보전지역을 확대해 탄소 흡수를 늘리겠다는 엉뚱한 말을 늘어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생산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저 태양광과 풍력만 늘리면 해결된다는 무책임한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서 제기돼온 여러 가지 논의가 이번 계획에는 전혀 반영돼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탄소중립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태양광에도 문제점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급격히 늘어난 태양광 시설이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채 설치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탄소중립을 위한 수치인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이미 초과 달성했다. 연간 보급량의 대부분은 태양광이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 깔린 태양광 설비 규모는 4.4GW로, 전체 보급량의 91.7%에 해당한다. 풍력발전 보급은 0.1GW에 불과하다. 2017년에 비하면 2.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고 태양광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기존 발전 방식에 비하면 친환경적이나 단점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우선 태양광은 실외에 설치해 태양을 마주 보게 해야 하는 분산형 시설이다. 눈·비·강풍·산사태 등 자연현상과 동물의 공격에도 항상 노출돼있어 언제든지 고장 날 수 있는 환경이다.

수소·전기차, 태양광…
단기간 성과에 급급 지적

여기에다 태양광 발전 모듈은 15~20년이면 수명이 끝나고 해당 모듈을 만드는 데 재료로 구리·규소·납·비소 등과 각종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문제는 납과 비소가 발암 물질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태양광에 대한 문제점에 관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한국 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폐모듈은 2023년 988톤에서 2033년 2만8153톤으로 10년새 28.5배 급증할 전망이다.

이에 반면 산업부나 폐기물을 담당하는 환경부 모두 현재 태양광 관련 쓰레기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앞으로 추세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전라북도 군산시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은 수상태양광 실증시설이 새똥으로 하얗게 뒤덮이면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패널의 새똥은 빗물에 의해 자연 세척되지 않고, 강한 산성 물질은 표층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별도로 청소가 필요하다.

당시 해결 방안으로 ▲초음파와 경광등과 같은 조류 기피시설 설치 ▲태양광 모듈의 적정 기울기 ▲조류 대체 서식지 조성 ▲드론을 이용한 피해 모니터링 ▲모듈 세척 등이 제시됐다.

이런 해결방안을 받아들여 전라북도 군산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에는 ‘조류 기피시설’이 설치됐지만, 친환경을 내세운 태양광전을 추진하면서 새가 쉬는 것을 방해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새똥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난달에는 새만금 수상태양광 패널에 소금 결정이 달라붙어 있었고, 부식된 흔적이 나타났다. 새만금호는 하루 두 번 수문을 열어 호수물이 바닷물과 뒤섞인다. 이때 염분이 다량 함유된 물이 매일 패널을 적시고 있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이자 바다와 인접한 새만금이 애초 수상태양광 입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정부가 용량 늘리기에만 급급해서 만든 사태라는 의견이 많았다.

잘못된
통계자료

이런 와중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3761MW로 정부 발표와 1000MW 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은 “정부는 목표치보다 많은 재생에너지를 보급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실상은 거짓 통계자료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이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보다는 국내 여건을 고려해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등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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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